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을 읽고 있다. 재미있다. 그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도 읽지 않았는데 말이다.  올리버 색스의 저서를 하나도 읽지 않고, 그의 자서전 온더무브를 재밌게 읽은 경험에 비추어, 그 어떤 과학자도 자서전에서는 논증적이고 논쟁적인 글뿐만이 아니라, 한껏 감상적이고 감각적이면서도 단정한 말의 향연을 풀어놓으리라고 예상했고 그것이 적중한 듯...

 

우리가 아는 것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일까? 본성이냐 양육이냐? 문제로 정리가 되는 것 같은데, 부모가 되고 나서 나의 화두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리처드 도킨스 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고민한 문제일터이다.

 

이동진이 책에서인가 강연에서인가 자신은 저자 혹은 지은이의 얼굴이 표지로 나오는 책과 20대에 혹은 30, 40대에 해야 할 혹은 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라는 제목의 책들은 읽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 책은 예외로 두어도 좋을 것 같다.

 

 

십대 중반 기숙학교 시절

174~175쪽

 

우리는 '자격증명A'라는 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군대 지식을 달달 외우는 시험으로, 지능이나 진취성과 약간이라도 관계된 능력이라면 모조리 억압하려고 설계된 시험이 틀림없었다. 그런 능력은 보병대에서 귀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우리 군대에는 나무가 몇 종류 있습니까?" 정답은 세 가지! 전나무, 포플러, 위가 삐죽삐죽한 나무(시인 헨리 리드는 이렇게 간파했건만, 우리 교관은 이런 풍자를 음미할 줄 몰랐을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또래집단의 압력이 극심하기로 악명 높다.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가 비참한 피해자였다. 우리가 어던 행동을 하는 동기는 주로 또래집단의 압력이었다. 우리는 친구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랐다. 특히 우리 중에 간간히 섞여 있는, 타고난 지도자 타입의 영향력 큰 친구들에게. 그리고 마지막 학년을 제외하고는 내 또래집단의 정서가 반(反)지성적이었다. 우리는 실제보다 덜 공부하는 척 해야 했다. 타고난 능력은 존중받았지만, 성실한 노력은 존중받지 못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였다. 경우를 불문하고 늘 공부벌레보다는 운동 잘하는 학생이 인기였지만, 그 운동 실력도 연습 없이 습득한 것이면 더더욱 좋았다. 대체 왜 타고난 능력을 근면한 노력보다 더 높이 살까? 거꾸로여야 하지 않나?

좌우간, 그 때문에 내가 놓친 기회가 얼마나 많았던가! 학교에는 가지각색의 재미난 클럽과 모임이 많았다. 어디든 가입하면 득이 되었을 것이다. 망원경이 갖춰진 천문대도 있었는데-졸업생의 선물이었으리라.-  나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대체 왜? 지금이라면 스스로 설치하지 않아도 진짜 망원경을 학식 있는 천문학자의 지도에 따라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마지 않을 텐데. 학창 시절은 십대들에게 허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헌신적인 교사들은 돼지 목에 진주를 걸려고 애쓰는 대신 그 귀중함을 음미할 줄 아는 나이 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닐까.

 

208~209

 

나는 옥스퍼드가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는데, 정확하게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만의 특징인 튜터(개인 지도) 제도라고 해야 한다. 옥스퍼드의 동물학 전공 과정도 당연히 강의와 실습을 제공했지만, 다른 대학에 비해 딱히 더 낫지는 않았다. 좋은 강의도 있고 나쁜 강의도 있었다. 어차피 내게는 상관없었다. 아직 강의를 듣는 목적을 깨닫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의는 정보를 흡수하는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내가 했던 행동(거의 모든 대학생이 하는 행동), 즉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노예처럼 공책에 받아적기 바쁜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복습할 때 필기를 참고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공책을 다시 열어본 일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도 그랬을 것이다. 강의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어서는 안 된다. ..강의는 생각을 고취시키고 자극해야 한다. 훌륭한 강사가 말로 생각을 펼치고, 반추하고, 숙지하고, 다른 표현으로 더 명료하게 만들고, 주저하고, 그러다가 덥석 붙잡고, 빨라졌다가 느려졌다 하고,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지는 모습. 우리는 이런 모습을 모델로 삼아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법과 그 주제에 대한 열정을 남에게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

 

212~213

 

그의 지도는 어떤 교과과정의 어떤 수업과도 관계가 없었다. 그는 내게 역사책과 철학책만 읽혔고, 그런 책들과 동물학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은 온전히 내몫이었다. 나는 그러려고 노력했고, 그런 공부가 몹시 좋았다. ..우리가 그 사실들을 발견하도록 격려받았던 방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교과서만 파고들지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옛날 책들과 새 책들을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의 논물으 추적했다. 그래서 결국 그 주제에 관해서는 일주일 만에 가능한 한 최대한의 수준으로 거의 세계적 권위자에 가깝게 통했다. (요즘이라면 이런 작업을 대부분 인터넷으로 할 것이다.) 주 단위로 진행된 개인 지도 덕분에, 우리는 불가사리의 수관계에 대해 그냥 읽고 마는 것이 아니었다. ...보고서 작성은 카타르시스였고, 튜터의 격려는 일주일의 노력에 대한 충분한 이유였다. 그리고 다음 주가 되면 새로운 주제가 왔다. 도서관에서 수집해야 할 새로운 이미지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우리는 정말로 교육받았다. 내가 조금이나마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글솜씨는 대체로 그때의 일주일 단위 훈련을 통해서 얻었다고 믿는다.

 

225

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자. 내가 졸업 후에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때로 돌아가자. 피터 브루넷은 생화학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나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여 관련 문헌을 공부했지만, 그다지 열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니코 틴베르헌에게 동물 행동을 주제로 개인 지도를 받게 되었고, 그 순간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내가 정말로 씨름해볼 만한 주제가 여기에 있었다. (...) 니코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도한 제자 중에 내가 최고라고 썼다. 니코가 대학생 튜터 역할은 많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평가를 조금은 무색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 덕분에 적어도 향후 3년 동안 내 미래는 보장되었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사실은 평생이 보장된 셈이다.

 

도킨스의 대학원 시절 동물학부의 고참이자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자였던 마이크 컬런에 대한 추도문

 

그가 스스로 발표한 논문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르치는 일이든 연구하는 일이든 엄청나게 열심히 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동물학부 전체에서 가장 인기 좋은 튜터였을 겁니다. 그는 늘 바빴고 거의 하루종일 일했는데, 개인지도 이외의 시간은 연구에 헌신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연구인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이 누구나 똑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 당신이 연구를 하다가 문제에 봉착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도움을 구해야 할지를 잘 알았습니다. 그곳에 가면, 언제나 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더없이 지적인 눈동자는 우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리가 무슨 말을 할지를 알았습니다. 그는 봉투 뒷면에 끼적끼적 적으면서 설명을 도왔고, 가끔은 더부룩한 머리카락 밑의 눈썹을 회의적인 듯이, 미심쩍은 듯이 추켜올렸습니다. 그 뒤에 그는 금세 가봐야 했습니다. 개인 지도라도 있었겠지요. (...)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이면, 당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 나는 공식적으로 니코의 학생이었지, 마이크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이크는 내 연구가 니코가 다루기 버거울 만큼 수학적으로 진행되자 어떤 비용도 공식적 인가도 없이 나를 받아주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시간은 언제 났을까요?(우리는 응당 이렇게 의문해보아야 했습니다.) 자기 연구를 할 시간은 언제 났을까요? 그가 논문을 거으이 발표하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동물들의 소통에 관한 책을 오래 구상했지만 결국 쓰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베빙턴 로드 13번지의 황금기에 그곳에서 나온 수백 편의 논문은 모두 그의 이름을 공동 저자로 올려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이름은 거의 아무 데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감사의 말을 제외하고는....

세상은 과학자가 발표한 논문 수로 그의 승진이나 공로를 결정합니다. 그 지표에 따르면, 마이크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만일 그가 학생들의 논문에 자기 이름을 올리는 데 동의했다면, 사실 요즘 지도 교수들은 그보다 훨씬 적게 기여하고도 바득바득 자기 이름을 올리지 않습니까, 그는 통상적인 기준으로도 성공한 과학자가 되었을 테고 통상적인 명예도 누렸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진정한 의미에서 눈부시게 성공한 과학자였습니다. (...) 우리는 마이크 컬런만큼 똑똑한 과학자를 또 알지도 모릅니다. 많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마이크만큼 너그럽게 남들을 지원하는 과학자도 알지 모릅니다. 쉽게 찾기 힘들만큼 적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마이크만큼 남에게 줄 것을 많이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토록 너그럽게 그것을 베푼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할 것입니다.

 

 

뜬금포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엮어 발췌

 

자연과학 쪽에 취미를 느끼게 된 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예요. 그런데 제가 문과 출신이 아무래도 자연 과학 관련 지식이 거의 없지 않겠어요.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읽기가 어려웠어요. 과학 분야 같은 것도 중고등학교 때 기본적인 책을 재미있게 읽었더라면 나중에 책 읽기 훨씬 좋았을 텐데 싶어요. 지금 독서에서 넓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적으로 한창 책에 깊이 빠져든  ...그게 좋기도 했지만 특히 십대에서 이십대는 책을 넓게 읽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때 내게 멘토나 누가 내게 지도를 해 주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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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8-01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자서전 좋아하는 것도 저랑 같습니다 ^^
그런데 DNA 이중나선 구조로 노벨상 받은 제임스 왓슨 자서전은 끝까지 못읽은 이력이 있습니다. 리차드 도킨스 이 책은 재미있을 것 같아요. 튜터제도는 옥스퍼드 아니라도 거의 모든 영국 대학들의 학부 과정의 특징으로 알고 있어요.

icaru 2017-08-01 20:25   좋아요 1 | URL
나인 님과의 접점은 항상 기분좋은 떨림을 줍니당 ㅋㅋ
아하 영국의 학부 체계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 저는 도킨스가 그렇다길래 그렇구나 하는 ㅋㅋ 자서전이라는 장르의 책은 확실히 다른 모든 장르의 책들이 갖는 장점을 집대성해서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어떤 사안을 대할 때의 사고 체계와 안목을 키워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밌기도 하고용~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세르반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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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하루가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다. 고 생각하면 그 말이 틀린 데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일은 많은데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나보다. 회사에서 집에 얼른 오고 싶었다. 알라딘 주문한 책(알라딘 굿즈라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이 도착 예정이라는 알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히도 내보이고 싶었나 보다 난삽하기 그지없는데 사진들로 찍어 본다.

 

책은 네 권을 샀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의 신간을 예약했고, 다음 세권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업무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인터넷 쇼핑으로 해소들을 한다. 쇼핑할 시간은 없고, 뭔가를 사서 풀고 싶은 그 마음. 너무나 잘 아는 그 경지가 어떻게 표현이 안 된다. 나는 지독하게도 물건에 심미안이 없는 사람이다. 옷을 사는 데에도 큰관심이 없다. 본래 보는 눈도 없고 관심도 없고 그랬던 것은 아닌데, 살다보니 이런 무미건조하고 소박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어머나... 하지만 책욕심은 뒤룩뒤룩하다. 욕심도 내면서 잘 읽기까지 하다면야 얼마나 아름다운 경지를 이룰까만, 전혀 그렇지는 못하다는 거.

 

물건에 심미안도 욕심도 없지만, 알라딘굿즈를 사랑한다. 틴케이스 고양이와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돈키호테 방석과 생각보다 약간 별로였던 빨간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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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5-1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100% 입니다. 저도 다른 물건들은 크게 욕심이 없지만 책 욕심은 엄청납니다. 알라딘굿즈는 그냥 사랑이죠! ^^

icaru 2017-05-17 20:01   좋아요 1 | URL
알라딘굿즈는 그냥 사랑이죠! 라~ 우아 근사한 캐치프레이즈 같으네요! 알라딘굿즈 때문에 알라딘서재를 맴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유가 그것뿐이기야 하겠냐만 영향 관계는 확실히 있어요! ㅎㅎ
 

책도 안 읽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바쁘다고 떠들어대는 나날.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써 몇 자를 적으려고 한다. 그게 책도 안 읽으면서 서재를 닫지도 않고 근근히 유지하는 명분이다.

생각하면 보면, 책도 못 읽고 지내는 요즘의 내가 이곳에 대체 뭘 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왜 요즘 마음이 힘든 것이지, 그 어디에서도 안도감을 찾지 못하는 것인지 그 연유를 따라가 보는 거라도 끄적거릴까 한다. 여기에다가.

15년만에 이사를 했다. 2002년 9월 20일부터 살기 시작했던 집에서 2017년 2월 7일에 이사를 나왔다. 15년 동안 집안 곳곳에서 숨쉬거나 혹은 죽어지내던 사물들, 책들, 먼지들... 정리하고 버렸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정리를 해야 할 것들이 남아서 이사온 집에 와서도 계속 버리기를 하고 있다. 참으로 가볍지 않은 인생이다.

 

살던 집이 매매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를 나왔는데, 이것도 여간 골치가 아니다. 빈집이라 넓어 보여서 어필할 수 있으려나 했던 심산은 계산 착오였나?  내 뜻과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평소 고민거리, 생각거리들에서 밀쳐 두고 있지만, 꿈자리에서는 따라와 괴롭힌다.

 

회사에 오면 또 다른 전쟁터가 펼쳐진다. 직장 생활 햇수로 얼마인데, 아직도 적응을 못하는가? 회사에서 힘든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집에까지 그 피곤함을 묻혀서 온다는 사실이 살짝 분개스럽다. 또한 점점 2~3년 전까지처럼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는 삶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들면서 특히 둘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전혀 아무것도 안 읽고 사는 것은 아니고, 꽤나 두꺼운 책을 가방에 끌이고 다닌다.

 

 

 

 

 

 

 

 

 

 

 

 

 

 

가난은 경제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가 낳은 현상이라는 것, 정치 권력의 싸움에서 지고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라고,

" 소수의 특권층이 부와 권력을 독식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고난에 허덕이는 사회는 건전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경제적 양극화와 함께 공정함이라는 상식은 짓밟히고, 사횢거 연대감은 서서히 희석되며, 기회 균등의 원칙은 기반이 약회된다.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사회일까? 가난이 심각한 문제인 진짜 이유는 가난이 풀기 어려운 경제적 문제들을 양산할 뿐 아니라, 답하기 어려운 윤리적 질문까지 촉발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다. 그리고 개인이 아닌 집단이 새로운 권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

 

책 좋아하는 동네 친구이자, 둘째 친구의 엄마되는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친구가 그런다. 요즘에는 무슨 책을 읽느냐고! 평소 같았으면 읽고 있는 책에 대한 핵심들을 한 두 문장으로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은 그게 안 되었다. 무겁기만 한 책을 싸짊어지고 다니면서 3분의 1가량 읽었는데, 이 책이 어떤 책이예요 라고 말할 수 없다니,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으로 판단을 했기에 이러고 다닌다는 것이다. ㅎㅎ

 

여담이지만, 이 동네 친구는 작가 편혜영에 빠졌다고 한다. 전작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도 읽었다고 한다. 전두환이 제대로된 심판을 받지 않고, 여즉 살아 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동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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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9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7-02-19 12:40   좋아요 2 | URL
주변에서도 비슷한 말씀들을 해 주세요~ ㅎㅎ;; 버리고 왔더니, 또 버릴 게 있고, 빈 부분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다시 채우기 시작하고 있다고!

씨디를 정리하다가 오랜전에 구매했던 장국영과 양조위의 해피투게더 오에스티를 찾았는데요. 그 탱고 선율이 참 ㅎㅎㅎ;;; 정리하면서 타임오딧세이 했어요!

저는 다른 데는 욕심이 없는 것 같고, 책 욕심이 좀 있었는데, 많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뭘 사들이는 데 한참 망설일듯이요.

저기 위에 쓴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라는 책만 해도 산 책은 소장용이다 하는 생각에 밑줄도 긋고 접기도 하고 모서리가 가방에서 들고 나며 헤지기도 하는 걸 개의치 않아 했는데, 이제는 ‘이 책도 읽고 처분하려면 새책처럼 깨끗이 봐야 하는데˝ 라는 강박이 드는게 별로 좋지는 않더라고요! ㅎ;;

책읽는나무 2017-02-1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이사!! 하셨군요!!
큰일해내셨습니다.
저는 이사를 정말 여러 번 할짓 아닌 그짓을 했는데도 맨날 맨날 버릴 것이 나오더라구요ㅜ
이사할적마다 책!!!
절대 안살 것이다!사더라도 심사숙고해서 조금만!!!
그래놓고 이사할땐 어느새 먼지 소복하게 쌓인 낡은 책들이ㅜㅜ
책장을 버려버리니까 확실히 책을 적게 사지긴 하던데요 문제는 바닥에 쌓인다는게 또 문제고ㅜㅜ
암튼 그게 참 큰 문제에요.
당분간은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도 그렇고,쓰레기장에 몇 번을 들고 나시겠군요ㅋㅋ

책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그것도 동네친구분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도 다 버려도 버리지 못한게 있는데요~학창시절부터 들었던 카세트 테잎을 한 박스나 못버리고 줄곧 들고 다녔더라구요.완전 응답시리즈물이던데 이것도 짐이 되기도 하고,밤중 테잎 틀어놓고 잠들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아련해지기도 하고,빛바랜 추억은 또 버려야하나,어쩌나 고민하다가 또 구석에 처박아 두는 행위를 해놓고 창고를 만들어 버렸죠.ㅋㅋ
정리정돈은 정말 안되더라구요.
이카루님은 딱 새집에서 새롭게 깔끔하게 정리가 잘된 집을 만드시길^^

icaru 2017-02-19 20:26   좋아요 0 | URL
icaru 2017-02-1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URL아~~ 책나무님!! 15년 숙원 사업을 이뤘는데,,, 막 좋기만 하지 않으니 아이러니해용 ㅎㅎ 이사라는 게 정말 장난이 아닌게,, 다시는==== 그러니까 이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부부가 했으니까요. 마지막집이다 뭐 그런 생각 ㅎ저 테이프 이야기 대박 공감해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버리지 못하네요. 어릴적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처분을 못하니깐요... 그것을 위한 창고를 만드셨다니 우아 저만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에 역시 책나무님 같은 과야 ㅋㅋㅋㅋㅋ
 

시간이 빨리 갔으면 싶었다. 대부분의 나날이 그랬다. 그럼 어린자식들도 손이 덜 가게 클테고, 회사는 그만다녀도 된다는 당위성을 스스로 확보할테고,,,, 그런데 여태 살면서 요즘처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며,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부담감을 느끼며 살았던 적은 없는 거 같다. 라고 하면, 또 절반은 거짓말이겠지만 작년 한해 해도해도 힘들다 힘드네, 하면서 넘겼는데, 올해도 작년과 똑같은 그림이 훤히 보이는 것만 같다.  
하다보면 뭔가 결과물이 나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데 비하면, 요즘엔 준비할 시간이 얼마 없다는 촉박함에 시달린다.

부서장 님의 깔대기 같기만한 잘난 척에 무던하게 속없는 사람처럼 응수하고 있다. 밥맛없게 여기고 있습니다 라고 티내봤자이고, 같이 일하는게 갑갑스러워서 그렇지 도움받고 있다고 느끼는 나날도 더러 있다.

깨닫고 성장하는 데는 고통이 수반된다고, 애써 돌려돌려 생각해본다.

 

주말에 아이들 영화 보여 주려고, 맥스무비 할인권을 복사하러 들었갔다가 퍼뜩, 일반회원으로 등급이 다운된 걸 알았다. 으아 근 5~6년 만의 일인 것 같다. 책을 많이 구매하기도 했었고, 달인이라는 엠블럼 덕에 구매와 무관하게 항상 플래티넘이었던 게, 큰 혜택에었다는 것 우아 실감된다. 12000원만 더 구매하면 실버된단다. 쌓아둔 책들도 못 읽는 판국이고, 뭘 사기도 그렇고, 딱히 원하는 책도 지금은 없다. 게다가 이사를 앞두고 있으니, 그래 책들이 그냥 보아지지 않고, 저걸 버려, 팔아, 가져가의 잣대로 보아지니, 그닥 행복한 상황은 아니다.

 

나도 안다. 갖고 있는 책들 이렇게 저렇게 정리하는 게 마음 아프고, 고통스럽게 여겨지겠지만 막상 모두 사라져도 향후 큰 아쉬움이 없을 것이라는 것...

 

그럼에도....

 

나의 문체는 나날이 건조해져간다. 아우 이런 점도 참 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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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6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7-01-07 16:13   좋아요 0 | URL
아,,,아름다워라~ 역시 님은 베풂의 아이콘이시군요!! ㅎㅎㅎ;;;
이번 영화는 아이들 지금 상영관에서 보고 있어용 ㅋㅋ~곧 쓰실 일이 생기실 거예요~ 1월은 영화 보는 달이잖아요! 만약 님께서 바쁘셔서 1월 하순까지도 안 쓰셨으면, 그때쯤 제가 비밀글로 살짜기 여쭐게용!!ㅋㅋ

2017-01-07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