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디보 보게 하고, 잠깐 인터넷 했을 뿐인데, 아이는 거실을 언제 꺼냈는지 8가베 색색 조각들로 바닥을 새로 인테리어 해 놓고는 쓰러져 잔다.
내일 남편님이 양복 입고 뛰실(?) 행사가 있으시다 하여, 와이셔츠 다려야 해서 컴터 끌 찰나였는데 말이다.
새벽 한시 이리도 야심한 시간에 전화벨이 울린다.
너무 불길해. 잘린 머리보다 불길한 것은 밤 1시 정각에 울리는 벨소리...
여동생이다. 내 핸드폰으로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집전화 했다고 한다.
제부가 두 시간 전쯤, 생후 6개월된 딸아이를 아기띠로 메고 나가서는 아직 안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인사불성까지는 아니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11시 귀가했는데, 아가를 안으려다가 떨어뜨려서 잔소리(술마시고 늦게 들어온 것도 마뜩찮은 마당에, 아이까지 ... )를 했더니, 내가 설마 아이를 부러 메다 꽂았겠느냐며 언성 살짝 높여주시다가는 아이를 메고 집을 나갔단다.
점퍼도, 지갑도, 핸드폰도 다 두고 나간터라....
좀전에 동생이 부녀를 찾으러 나가 단지를 몇 바퀴 돌다가 인적은 드문데 취객들만 돌아다니는 게 무서워서 다시 집에 들어와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건지, 불안하고 답답해서 나한테 전화하는 것이란다.
"아가 메고 있는 남자가 길에 쓰러져 있음 지나가던 행인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고, 어디 춥지 않은 실내에 들어가 있을 것일 거" 라고, 달래 주고 있었다. 한 15분은 전화통 붙들고 있었나 보다. 제부가 지금 집에 막 들어온다면서 전화를 끊는다. 휴...다행 ㅡㅡ;
착한 제부는 동생에게 살짝 쥐여서 산다. 그러다가 가끔 술이 들어가면, 호기를 부리나 보다. 호기를 부리고 싶을 땐 큰소리 떵떵치며, 마누라 다그치고 싶을 땐 술을 좀 과하게 하시는지도. 동생에게 그러게 앞으로는 다툴 일 있으면, 맨정신에 하라고, 집 나갈 기세이면서 애부터 메면, 당장에 아이 뜯어놓으라고,,, 충고해 준다.
우리 남편님은 술이 과하시긴 해도, 한번 그런 일 없었으니 용해, 라며 위안 삼을 일도 아니고, 이거 원, 살다살다 별일이 다 있다.
아웅 오늘도 두 시 넘어서 잔다. 유독 눈뜬 밤 11시 이후의 시간은 살 같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