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났다]는 조르주 페렉의 자전적인 글과 자전적 글 쓰기에 대한 작가의 고뇌를 기록한 글들의 모음집이다(129쪽)"

우리는 페렉이 글 속에서 말한 것처럼 누구든 [나는 기억한다]같은 글을 쓸 수 있다. 

페렉이 글 쓰는 방식의 일부를 옮겨 본다. 

페렉은 파리의 거리, 광장, 교차로 등 열 두 곳을 선정하여 자신이 간직한 추억들과 일어난 사건들, 혹은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과 연결되는 장소들을 묘사한다. 첫 번째는 바로 그 장소에서(카페 혹은 바로 그 거리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가능한 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서 묘사한다. 상점들, 건물의 세부 사항들, 아주 소소한 사건들(지나가는 소방차, 돼지고기 가공 상점에 들어가기 전에 개를 묶고 있는 부인, 이사, 광고물, 사람들, 기타 등등...)을 열거한다. 두 번째는 장소에 상관없이(집, 카페, 사무실), 어느 곳이든 기억 속 장소를 묘사한다. 그 장소와 관련된 추억들을,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나, 다른 기억들을 떠올려 묘사한다.

그가 기록한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 또한 우리의 추억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집합 속에서 하나의 형상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기억들 사이의 간격을 채우는 묘사가 된다. 그리고 기억 속에 들어있는 망각을 대체하여 무한한 픽션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쓰인 글은 '연대'의 일부이다. 페렉 개인에서 출발하여 우리와 같은 이들에게 이동하는 움직임이다. 페렉은 이것을 공감이라 부른다. 

저자의 기억과 허구가 뒤섞인 글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신의 기억을 투영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자전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기껏해야 일기 정도, 하지만, 나의 글을 누가 관심이나 있겠는가.. 그러고 보니 어른들 중에 자서전을 쓴 이도 있던데 냄비 받침으로 맞춤이다... 굳이 그 좋은 나무를 베어 나까지 보탤 필요야 있을까..   

환갑이 지나면 병원과 가까워야 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보니 아주 작은 혹이 생겼더라.. 거금 들여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보니 아직은 착한 놈(?)이라나, 나는 혹이라 말하고 싶은데, 의사는 종양이라 한다. 이래저래 슬픔만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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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났다
조르주 페렉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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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은 의도와 상관없이 이런저런 일을 거치며 유일한 글쓰기의 경험이 된다. (중략)가공하지 않고 손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꿈은 내가 그것을 기록하려는 바로 그 순간에 마치 일련의 유사한 형상들, 반복되는 주제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감정들과 순간적으로 연결된 강렬한 이미지처럼 하나의 단편 혹은 하나의 단어로 다시 떠올랐다. (90-91쪽)

그러니까 기억의 작업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하겠네요. 첫 번째는 일상성을 철저하고 면밀하게 검토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제 자신의 역사를 찾아보는 것이고, 마지막은 허구화된 기억입니다. 그러고 보니 네 번째도 있네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암호화"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어요. 완벽하게 암호화해서 집어넣는 거죠. (100쪽)

사실 제가 글쓰기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바는 어린 시절이 제게 되돌려주었던 방식입니다. 모든 글쓰기 작업은 매번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흔적처럼 글쓰기의 순간 속에 고정될 수 있지만, 사라졌던 무엇과 관련해서 이루어집니다. 저는 어떻게 현재에 개입하는지 모르겠어요. (107-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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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보는 듯 한, '기울어진'에 꽂혀 집어 든 책이다. 엉덩방아를 찧은 후, 회복이 더디다. 지팡이는 이제 내려 놓았지만, 한 쪽으로 조금 기우뚱거리며 걷는다. 그러면서 안팎으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떨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어, 활동 반경도 반이나 줄어들었다. 그 간에 해 온 활동이 줄어든 게 아니라 선뜻 나설 수 없는 일들만 있는 듯 하다. 할 수 있는데도 하고 싶은 데도 하지 않는 선택의 문제와 원천적으로 할 수 없는 무능의 느낌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잠을 많이 자고 있고, 겨우 매주 한번 '논어'만 부여잡고 있다. 

'기울어진 미술관'은 남성 화가와 여성 화가, 백인 모델과 흑인 모델, 장애인과 비 장애인, 건강과 질병,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어른과 어린이, 정복자와 원주민, 예술가와 후원자, 부자와 가난한 자, 노동 계급과 부르주아, 도시화와 미 개발, 젊음과 늙음, 예술과 정치, 작품과 투자, 근대화와 환경오염, 인간과 동물, 결혼과 비혼, 부모와 자녀, 재난과 사회적 약자 등등에서 기울어진 예술 작품들이 가득하다.

그 작품 속에는 수 많은 마이너가 있다. 힘 있는 자들의 시선에 맞춰진 작품 속에서 볼품없는 그들을 끄집어 내어 보여준다.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특수 교육도 공부했지만, 이제야 겨우 장애인을 조금 이해한다면,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메이저가 되었다가 마이너가 되었다가 했다. 만약 그들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 별반 다를 게 없을 듯 하다. 눈에 먼저 띄는 게, 찾아서 보는 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 나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니, 편향된 시각이 아니라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튼, 지금은 삶의 한 귀퉁이가 뭉텅 잘려 나간 듯 하다. 몇 년 전 감악산 출렁다리를 건너다가 십 년 감수한 느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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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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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지 않고 마치 ‘비장애인‘처럼 행동하면 대중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선을 넘었다‘고 나무란다. (48쪽)

모성애에서 어느 정도가 ‘헌신‘이고, 어디까지가 ‘집착‘인지 미처 몰랐던 것이 애나의 비극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느 누가 명확히 알 수가 있겠는가. (116쪽)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이 있다. 자국과 제3세계를 가리지 않고 여성의 가사 돌봄 능력을 마치 천연자원처럼 마구 착취하고 값싸게 이용하는 자본주의 가부장 사회를 보면 저절로 이 말에 동의하게 된다. (148쪽)

"노년의 지혜란, 노년들은 긴 시간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니 삶이라는 여행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게 소중한 안내판 한 두 개쯤은 전승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는 삶이라는 여행의 의미를 다면적으로 묻고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싹튼다. 삶의 의미가 활용 가능한 자원이나 기술 등을 이용해 얻는 상품이나 부, 권력으로 환원되는 사회문화 맥락에서라면, 지금과 같은 기술 환경에서 노년들에게 청해 들을 지혜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168-169쪽)

"중요한 질문은 동물들이 이성을 가지고 있는가, 말을 하는가가 아니다. 그들이 고통을 느낄 줄 아는가이다." 맞는 말이다. (220쪽)

예술가와 후원자 사이에 흐르는 이와 같은 ‘끈끈한 연대‘는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그 옛날 왕족, 귀족, 성직자 같은 권력자들의 자리에 기업가가 들어 앉은 것 정도다. 오늘날의 기업가들은 메세나Mecenat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기부와 후원을 한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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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기 전에 읽으면 좋은 책, '성경 한 걸음'이다. 성경 전체에 대한 간단한 간단한 이야기이다. 얇은 책이지만 단 번에 꼼꼼히 천천히 읽어야 한다. 잠깐이나 깜박 할 경우, 이해력이 단번에 떨어진다. 

-성경은 종교 서적이 아니며, 나의 삶과 역사를 독특하게 해석한 책이다. 따라서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로 통합되고 연결되어 있기에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 

-그리하면 인류 전체 속에서 나의 삶이 의미 있게 보일 수 있다. 즉 "성경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그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104쪽)."

-지팡이를 짚으면서 집 밖을 나서기는 더더욱 무섭다. 그리고 너무 덥다.

-그래도 휴가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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