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 여든 이후에 쓴 시인의 에세이
도널드 홀 지음, 조현욱.최희봉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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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도, 어떤 일이 일어나리란 것을 아무리 잘 안다고 생각해도 별수 없다. 노령이라는 세계는 미지의 우주이자 뜻밖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18쪽)

글쓰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고쳐쓰기에 있다. (26쪽)

이혼은 슬펐다. 이혼은 항상 슬프다. (중략) 자라온 환경만큼이나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취향은 달랐다. 내가 꿈꾸는 문학적 성공은 커비가 생각하는 미래를 위한 준비와 거리가 멀었다. 처음에는 이국적이어서 매력으로 느껴졌던 차이점들이 점차 보기 싫어졌고 나중엔 관계를 무너뜨렸다. (66쪽)

계속해서 추락한다는 것은 일종의 불리함이지 불명예는 아니다. (138쪽)

크리스마스나 생일에 물건을 받는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책이라도 마찬가지다.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이 좋다. (중략) 어떤 친구들은 죽어버리고, 어떤 친구들은 치매에 걸려버리고, 어떤 친구들은 서로 싸우고, 어떤 친구들은 늙어서 침묵 속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198쪽)

전체적으로 나는 똑같은 하루를 매일매일 산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잠깐 지루하다고 느낄 뿐 별로 개의치 않는다. (203쪽)

내겐 언제나 시가 중요했고 다른 건 거의 없었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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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나", 어떻게,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현재의 내가 진짜로 나인가? 

조만간 현실에서 나올 법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상상을 더 보태자면, 지금도 철이와 같은 이들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무엇으로 인간다움을 알 수 있을까. 

굳이 철이와 구별한다면, 잊는다는 것, 현재와 과거, 미래가 있고, 죽음이 있는 게 아닐까. 

인간이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흘러 보내면서 결국에는 자신까지 잊고 죽음으로 끝나는 것으로 구분되지 않을까.

첫 페이지에 '작별인사'를 대변하는 말이 나온다.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예전에 본 eagle eye 영화가 기억났다. 주변에 보이는 인공지능 로봇들까지... 그런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연초부터 바빴다. 어디서 한달살기 계획이 5월로 미뤄지면서 다시 수정했다. 

-Virginia Woolf 'Blue & Green'도 읽었다. 어려웠다. 하버드생이 가장 많이 읽었다고 하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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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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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니 너무나 짧은 이 찰라의 생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분투하고.. (108쪽)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106쪽)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160쪽)

마음은 어떨까요? (164쪽)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움이 깔려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느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276쪽)

막상 몸이 사라지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몸으로 해왔는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몸없이는 감정다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볼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이 없고, 붉게 물든 장엄한 노을도 볼 수가 없고, 손에 와닿는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감촉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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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이 길을 나서는 이유, 길 위에서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그 곳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주인공이 되었다가 배경이 되었다가 한다. 그래서 연결이 필요하다. 말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결에 필요한 말은 정보 전달에 많이 사용되는 말 뿐이다. 

7개의 소 제목을 가진 수필이다. 이제껏 보아 온 수필에 대한 관점은 건너뛰어야 한다. 이러한 글도 있다니, 주변의 누구의 공연을 보면서 더 관찰하고 접근하고 글을 쓰고, 고민하면서 자기 이해, 통찰까지, 친구, 결혼, 타인, 관계, 외로움, 삶,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나의 공연이 누구에게는 관찰과 통찰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데, 온전히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말들로 관계 맺기에 서툴다. 

저자는 집요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자신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세상과 온전히 관계 맺기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뫼비우스의 띠 같다.         

기차를 타고 몇 군데를 다녔다. 오는 길에 눈이 내린다. 눈 오는 차창 밖은 괜찮은 볼 거리가 된다. 하지만 눈 온 거리를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에게는 불편일 뿐이다. 

거리에서 펼쳐지는 모두의 공연이 취사 선택되는 이유가 되겠다. 그 결과는 어마 무시하게 다를 수 있겠지.


*비비언 고닉 글 중, 이 책이 제일 마음에 든다. 

*잘 살았다. 양쪽 어깨를 토닥토닥.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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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비비언 고닉 지음, 서제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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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거리가 꽤 자주 나를 위한 작품을,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내가 꺼내 보고 또 꺼내 보는 반짝이는 경험의 빛을 탄생시킨다는 걸 깨달았다. 거리는 내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내게 해준다. 거리에서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11쪽)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그 사실을 자각한 채 살아가는 일이 삶의 과업이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외로움이 죽음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배울 수는 있다. 그런 앎은 힘이 되고, 동맹이 되고, 무기가 된다. (73-74쪽)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그 사실을 자각한 채 살아가는 일이 삶의 과업이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외로움이 죽음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배울 수는 있다. 그런 앎은 힘이 되고, 동맹이 되고, 무기가 된다. (73-74쪽)

통찰은 그것만으로는 구원이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날마다 새롭게 말끔해져야 했다. 걷는 일이 나를 정화시켜주었고 깨끗이 씻겨주었지만 오직 그날뿐이었다. 그 일이 매일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걸어야 할 운명이었다. (79쪽)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는 일상적 용도로 쓰이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한다. (176쪽)

결혼은 친밀감을 약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유대감은 무너져 버린다. 공동체는 우정을 약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참여는 끝이 난다. 지적인 삶은 대화를 약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 삶의 신봉자들은 괴상해진다. 사실은 정말로 혼자 있는 게 더 쉽다.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그것을 해결해주려 하지 않는 존재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 (216쪽)

"우리는 삶을, 사회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우리 눈에 들어오는 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윌슨은 이렇게 썼다. "우리가 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우리가 쓴 작품입니다" (중략) 그와는 반대로, 작업을 하지 않는 일, 심사숙고를 회피하는 일 역시 세상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편지를 쓰고자하는 욕구가 내 안에서 유산될 때마다 나는 ㅐㄴ가 비난하는 세상을 만들어낸다. 이야기를 하고픈 충동을 표류시킨다. 소음이 세상에 만연하게 내버려둔다. 편지 쓰기가 고귀한 일인 게 아니다.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일이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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