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좋은 죽음'이 있다. 어떻게 살았던 우리는 죽는다. 연세가 많은 부모님이 생각났다. 조만간 만나면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 만날 때마다 당신이 죽은 후에 어떻게 하라는 매뉴얼을 가지고 와서 몇 번씩 상기시키시지만 - 정작 90이 가까워지는 지금의 마음은 어떠신지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혹시,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지도... 당신이 이때껏 잘 살아오신대로 돌아가시기를. 가족들의 기도와 찬송 속에서 평안하게 하나님 나라에 가시기를 기도한다.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되도록 늘려야겠다.

최근 친구 엄마가 도로에서 돌아가셨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든 것 같다.

오늘은 겨울비가 내렸다. 바깥의 기온이 얼마나 차가운지는 모른다. 점점 멀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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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다 - 아르스 모리엔디
랍 몰 지음, 이지혜 옮김 / IVP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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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인생의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이 신성하다. 임신부의 편의 때문이든, 노인 환자의 치료비를 더 이상 대고 싶어 하지 않는 보험회사의 경제적 이익 때문이든, 생명을 업신여기는 행위는 똑같이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생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태아의 경우와는 다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이라면, 생명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는 편이 이치에 맞는다. 태아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태아를 만드신 하나님의 주권적 행사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충만한 은혜에 깃든 소망을 포기하며, 자신의 창조물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충만한 인생을 살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성한 생명을 지키겠다는 노력은 불필요하다. 생명이 신성하기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의술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잘 죽는 법을 가르치고 훈련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49쪽)

우리의 믿음은 이 세상에서 그 결과가 드러난다. 이웃이나 직장 동료, 가족과의 관계나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돌보는 데서 믿음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우리 믿음을 드러내야 할 중요한 영역이 있다면, 바로 죽음을 실천하는 방식일 것이다. (71쪽)

루터는 임종 현장이 악의 세력과 싸우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안식하는 장소라고 말한다. 임종은 이 세상 문제에서 내세의 문제로 우리의 관심을 옮기는 영적 과정이다. 임종은 그리스도인의 인생에서 격변의 사건이 아니라 그 정점이다. (86쪽)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심오한 영적 시간이 될 수 있는 반면 죽음을 기다리는 과정은 죽음이 정말로 닥치기 오래전부터 영적 회복을 가져다준다. 실제로 하나님이 불치볍을 통해 사람들을 회복하신다고 믿는다면, 그 병은 그 사람의 평소 교제권을 벗어난 수많은 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사실은 하나님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인생에도 새로운 의미와 소망을 주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113쪽)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죽음을 앞둔 사람과 함께 있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온 가족이 한데 모일 수 있고, 아무리 애써 피하려 해도 우리 모두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새길 좋은 기회가 된다. 또 결국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애도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148쪽)

제대로 슬퍼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충분히 시간을 들여 슬퍼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친한 친구 사이, 이렇게 한데 엮인 두 인생의 매듭을 풀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애도 과정은 그 관계의 깊이를 인정하는 시간이다. (189쪽)

죽음으로 인한 유혹과 각종 문제에 맞설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능력은 좋은 인생을 사는 데서 나온다. 노화와 약화, 임종에 따른 어려움은 인생의 마지막에만 찾아오는 문제의 결과가 아니다. 잘 죽는 데 필요한 가치들과 인생에 대한 접근법은 잘 사는 데에도 필요하다. (207쪽)

죽음이 기술인 까닭은 하나님이 죽음을 통해 일하시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분 손에서만 추하고 끔찍한 것이 아름답고 목적 있는 것으로 변할 수 있다. 결국 죽음은 부활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이다. 우리는 교회에서 세례의 물을 통해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연습하고 다른 이들이 죽음을 앞두고 하나님의 손을 찾는 과정을 보살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250-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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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의 능력을 보여 다오

내가 만든 풍경을 독자여

완성시켜 다오

밟혀도 소리 내지 않고 울부짖지 않는

밟히면서 사라지는

나는

첫눈 (123쪽)

 

눈 속에서 '참'이라는 동물이 되기 전에 구조대가 와야 하는데, 이제 능력을 보일 때가 되었는데도, 서로를 잡아 먹으면서 아닌 척, 모르는 척, 긴 시간을 견뎌왔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첫눈은 금방 사라지는데, 첫눈은 쓱 지나가는데도, 이미 '참'이라는 동물이 되어 있다.

싱싱하고 살아서 날뛰는 단어에서는 시인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역쉬, 장정일이다.

오랫만에 컴퓨터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대학시절 처음 맛본 벽돌깨기에 이어 갤러그가 그리웠다. 담배연기 가득한 오락실에 여자 혼자서 보너스게임까지 하고 있는 나에게 선뜻 들어오기 어려웠다는 친구들의 말, 스타와 롤로 학창시절을 보낸 아들을 보면 모전자전이랄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친구들의 연말모임도 거절했다. 올해는 무엇을 했지, 뒤돌아 보니, 몸과 맘을 쉬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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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구조대 민음의 시 258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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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에서 길을 잃고 사경을 헤매다가 구조된 조난자들은 거개가 참의 희생으로 목숨을 부지했다는데, 참이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고 이 변변치 않은 사람의 글에 의해서 널리 알려지는 까닭은, 인간에게 수치심이 있기 때문이다. 목숨을 부지한 조난자는 차마 동료를 죽이고 그 덕분에 살게 되었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린다. (14쪽)

사랑은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것
사랑은 자신을 더욱 잘 사랑하는 것 (25쪽)

당신이 곁에 있어도 나는
당신보다 더 깊은
곳으로 가고 싶다. (33쪽)

우리가 사는 현대
그 잘난 현대가 행방불명이다
죽었다는 신이 자꾸 새로 생겨나
구조대가 찾지 못하는 것은 현대다
소리 없는 경광등이 눈발을 뒤집어쓴다 (43쪽)

오랫동안 말씀을 찬양했던 노래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말씀을 따라 읽은 사랑 공의 자비가 자신의 귀까지 와서는 항상 다르게 들리는 것에 절망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입과 귀 사이의 거리를 재어 봤다. 귀와 입 사이의 거리는 겨우 한 뼘도 되지 않았지만, 입과 귀보다 더 먼 것은 세상에 없었다. (56쪽)

잠을 재우지 않고 알만 낳게 하려고 형광등을 줄지어 빼곡하게 켜 놓은 양계장의 좁다란 닭장 속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서 있어야 하는 닭들은 자기가 뭐 하는 놈인지 진짜 모른다. (64쪽)

아침에 너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눈을 떴을 때 너를 볼 수 있다면
아침에 너를 볼 수 있다면
일어나서 사과를 한입 깨물듯이
너를 아침에 놀 수 있다면

독자 여러분
너와 나는 남자와 여자가 아닙니다 (100-101쪽)

돈을 받고 등단을 시켜 주는 문예지와 돈으로 작가가 되려는 이들을 욕하지 맙시다.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려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럼에도 저희는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해 이들을 가혹하게 비판하고 싶습니다. 작가라는 명예스러운 호칭을 고작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니요? 저희는 그런 구태를 강력히 거부합니다. 저희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가 되려는 분들의 장기를 원합니다. 저희는 흔들림 없는 문학 혼으로 어떤 고통도 감내하시겠다는 분들하고만 거래를 합니다. 그렇습니다. 문학은 돈 놓고 벼슬 사기가 아닙니다. 문학은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죽을 각오로 하는 것이 문학입니다. 당신의 심장, 폐, 간, 위, 쓸개, 신장, 비장을 내어놓으십시오.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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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꺼운 삶과 얇은 삶

보이는 부분조차 훤히 다 드러나는 곳에 살고 있는, 도무지 숨을 곳조차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어릴 때 살았던 집의 온전히 혼자 차지하려고 애쓴 다락방과 잡다한 것을 넣어 둔 광 같은, 심지어 들로 산으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꾸중 듣거나, 토닥거려 삐쳐 숨어 있었던, 그곳에서 어느정도 감정 정리를 할 수 있었던, 삶을 풍성하게 두껍게 해 주던 그때와 지금은 혼자서 꽁냥꽁냥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지금의 의식주에서 우리는 두꺼운 삶에서 얇은 삶으로 저절로 되고 있다.

 

2. 즐거운 고통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행위는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 책읽기 조차도.

 

3. 묘지 순례

파리의 묘지는, 파리가 과연 문화인의 수도라는 느낌을 불러일으켜주었다(125쪽).

 

4. 사라짐과 맺힘

음악, 만화, 겉멋만 든 영화 등에 대한 단상 

 

5. 미술관을 나오면서

고흐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고통에서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프지 않는 사람이다. 진짜로 아프고 힘든 사람은 고치려고, 나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프지 않기에 고통인 척 하고 있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프랑스에서 간 적이 있는 지역이 나오면 새롭고 반가웠다. 다음에는 묘지순례를 해 보고 싶다.

 

*가정부가 있던 시절, 1985년 '깊고 푸른 밤' 영화보러 갔을 때 중년 부인들 서넛이 극장 앞에 있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한 말(219쪽),  '저거 보기 흉하지 않아요?' '중년 부인들끼리 영화 보러 다니는 것 말이에요' 

*그 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 돌아보니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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