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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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단어와 문장과 면들로 이루어진다. 문장의 한 부분을 이루는 단어는 의미로 가는 길에 떨어져 있는 관념의 한 조각이다. 단어라는 조각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고 그 문장들이 연결되면서 의미세계를 창조한다. 책의 면은 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다.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면의 가장자리에도 빈자리가 남아 있다. 종이 면 위에 인쇄된 글자가 목소리라면 행간과 가장자리의 여백은 침묵이다. 그렇다면 책의 본문 편집은 단순히 글자를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고요함, 채움과 비움을 조합하여 책을 읽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물결처럼 순조롭게 흐르게 하는 고귀한 예술이다. -31쪽

우리에게는 일생 살아가면서 언제 어디서나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자유와 권리가 있지만, 청춘의 독서와 장년의 독서, 중년의 독서와 노년의 독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청춘의 시기에는 감성을 일깨우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책이 필요하고, 장년의 시기에는 세상을 넓게 보게 하는 책과 직업활동을 위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중년으로 접어들수록 점차 위로와 위안을 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마음을 다독거리고 보살펴주는 책을 읽게 된다. 그러다 노년이 되면 인생과 세상 전체를 관조할 수 있게 하는 지혜의 책을 가까이하게 되는 것이다.-90-91쪽

책의 '쪽'을 말하는 '페이지page'의 라딘어 어원인 '파기나pagina'는 포도나무가 늘어서 있는 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책읽기는 포도밭의 줄을 따라 돌며 여름 내내 뜨거운 햇빛을 받아 잘익은 진보랏빛 포도송이를 거두어들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62쪽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각 원하는 장소에서 각자가 선택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삶과 독서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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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그림책, 그녀는 그림책에서 불편함을 얻었다고 한다. 진실을 마주하여 용기있게 고백한 그녀의 속살을 보면서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의 얼굴을 한명씩 떠올려 봤다. 그들 각자를 대하는 나의 모습. 지시하고, 비판하고, 지적하고, 고상한 척, 감추고, 망설이고, 머뭇대고, 외면하고, 아닌 척하고 있는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얄팍했다... 어쩌라고, 어쩔건데, 어찌할까...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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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 조금 덜 죄짓는 선생, 조금 덜 나쁜 엄마, 조금 덜 그악스러운 사람으로 나를 잡아 준 힘
최은희 지음 / 낮은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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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거짓말이라 쉽게 단정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렇듯 사실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일이 많기에, 진실을 몰라준다며 "버선목이면 뒤집어서 보여 주기라도 하지. 내 가슴을 열어서 보여 주고 싶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진실은 거기에도 있다. 사실의 눈으로도 볼 수 없는 그 너머, 우리 가슴속에도.-21쪽

아, 자식의 사춘기는 자식의 성장통이 아니라 부모에게 온 통과의례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하여 다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자식들이 질척질척하고 깜깜한, 때로는 불구덩이 같은 사춘기의 터널을 거칠 때 쏟아 낸 뜨거운 불똥을 뒤집어쓰고 그 불통에 데고 물집 잡힌 상처 때문에 피눈물을 쏟으며 미숙한 부모가 비로소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나야만 한다. 머리로 이해했던 삶의 질곡을 몸으로 확실히 배우는 때, 피해 갈 수 없는 강적을 만나 처절하게 싸우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둘레를 살펴보면 자식의 사춘기 때 시퍼렇게 날뛰는 것은 언제나 부모이다. -53-54쪽

내 손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몰아가는 세상은 손으로 일한 역사를 부정하라고 속삭인다. 손을 움직여 일하는 것, 손이 거칠어지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감추고 싶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의 속삭임. 그것은 여성을 상품으로 여기면서도 겉으로는 결코 아닌 척하는 자본주의의 속내에 대한 반증 아닐까? 팔아야 할 상품이 미끈하지 못하면 일단 상품성이 떨어지니 마디 굵고 투박한 손은 외면당하는 것이다. -120쪽

말하지 않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감각의 날을 세워야 하는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는 이가 다른 존재의 말을 들을 수는 없다. 온통 자기 연민에 휩싸인 취약한 존재가 어찌 다른 목숨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저 끝없이 자기 그림자를 덧씌운 채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려 버릴 뿐이다. 그래야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잘 닦인 맑고 투명한 거울 앞에 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프고 힘들다. 무엇을 하든 자꾸 목에 걸리고 가슴에 돌을 얹은 듯 힘들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 돌아선다 하여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강력한 마취제를 끌어다 쓸 뿐이다. -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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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지친다. 짜증난다. 불안하다. 계속 점심을 거르고 있다. 피곤하다.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분명 이유가 있다... 요즘의 내 마음이다. 닥터K 상담소에서는 '인의예지'라는 사단 중에 '지(사고)'를 우월 기능으로, '의(감정)'를 열등 기능으로 타고난 소음인이란다. MBTI에서는 INTP, 애니어그램은 5번유형, LCSI는 분석형... 모두 머리만 터지는 인생이다... 감정을 머리가 먼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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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K의 마음문제 상담소 - 사상체질로 읽는 나와 우리 가족 마음 이야기
강용혁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10월
절판


사상의학을 비롯한 동양학에서의 '선악' 개념은 전혀 다르다. 단순히 '착하다/약하다', 혹은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적절하다/모질다'의 개념이다. 농작물에 물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적절하게 줄 때 '선'이고, 너무 넘치거나 모자라면 '악'이 되는 이치다. '농작물에 물을 준다'는 행위 자체가 선한 것이 아니라, 발육 상태나 때에 맞춰 적절한 양을 줄 때 선한 것이고, 넘치거나 모자라게 주면 악한 것이다. -31쪽

사상의학에선 체질별로 인간이 겪는 불안의 종류와 원인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태음인의 겁심(겁내는 마음), 소양인의 구심(두려워하는 마음), 소음인의 불안정지심, 태양인의 급박지심(서두르는 마음)이 그것이다.-52쪽

'소통'이란 한자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소통할 소'(疏)는 '성길 소'(疎)와 같은 글자다. 성기다는 것은 간격이 뻑뻑하지 않고 드문드문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여름철 내의는 헐렁해야 땀이 잘 통하고, 농작물은 촘촘히 싹이 나면 솎아 주어야 잘 자란다. 너무 가까이서, 빈번하게 한껏 큰 목소리로, 상대만을 향해서 외쳐 대면 더 잘 소통되리란 믿음은 착각이다. 자기 내면의 거침없는 확신부터 성기게 만든 뒤, 상대에겐 낮은 목소리로 전해야 소통된다. -74-75쪽

부부간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걸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은 '교만'이다. '내가 표현하면 배우자는 내 뜻대로 변해야 한다'는 마음속 전제 때문이다.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라면 굳이 내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116쪽

'바보'라는 말의 어원인 '밥보'는 먹는 것만 지나치게 밝히는 사람을 뜻한다. '바보'처럼 한두 가지 약재나 음식을 편식해 건장해질 수 있다는 내 마음의 게으름과 탐욕을 먼저 봐야한다. 제철 음식을, 골고루, 과식하지 않고, 즐겁게, 감사하게 먹는 것, 과학이 더 발달해도 과연 그 이상의 진리가 있을까. 좋은 음식을 편식하기보다, 나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다. 나쁜 음식이란 한마디로 현대문명이 만들어 낸 '패스트푸드'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면 삶 또한 패스트푸드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혹에 쉽게 움직이고 쉽게 소모되는 한없이 가벼운 삶 말이다. 그러기에 몸보다 마음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 혹독하다. -180쪽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다 잘하려 애쓰면 인간은 견디기 힘들다. 최선을 다해 대비하면 나아질 것과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운이 따라 주어야 하는 일의 경계를 구분해야 한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수 없는 경계 너머의 일들은 과감히 하늘에 맡기는 것이 몸과 마음을 덜 지치게 하는 '최선'이다.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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