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언어로 심플하게, 깊게, 그리운 것들을 표현한 글, '밤은 선생이다'를 읽었다.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도 있었는데, 하늘이 깜깜해지며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렸다. 그야말로 비오는 밤과 다를 바 없다. 일상을 이리도 깊은 눈을 갖고 쫀쫀하게 볼 수도 있구나... 물질과 몸이 하나가 된 체화된 글이었다... 안타까운 시절과 기억들이 사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는 가슴이 저렸다... 사람들이 밤마다 꾸는 꿈이 조금이라도 실현되길, 한번 읽어 보시길ㅡ 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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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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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건들이 늘 '어느 날 갑자기'의 형식으로 찾아오는 곳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변덕스럽지 않기는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앞에서 놀라지않게 하는 일은 인문학이 늘 내세우는 일이고, 사실 내세워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미래학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닌 일, 언제 어디에 소용될지 모르는 일에도 전념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다. 실은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어서 인문학이라고 말하지만, 모든 공부가 많게건 적게건 그 일과 관련을 맺는다. 인문학의 위기는 오래전에 찾아왔고, 그 뒤를 이어 이공계의 위기가 걱정거리다. 따지고 보면 학문의 위기고, 대학의 위기다. 생각을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소비하는 일에만 매달릴 때 그 위기는 피할 수 없다. -57쪽

어쩔 수 없이 작은 수의 어휘만을 사용하여 교안에 충실하게 진행되는 외국어 강의는 학생들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옆길로 새나갈 수 없는 강의는 삶과 공부를 연결해주는 온갖 길들을 차단할 것이다. 언어의 깊이가 주는 정서를 학문의 습득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탐구는 모든 지식을 도구화할 것이다. -127쪽

우리가 배웠던 것, 세상의 큰 목소리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들과 우리의 사소한 경험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엇나갈 때 우리는 실패한다.우리들 개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저 큰 목소리들 앞에서는 항상 '당신의 사정'이다. 소작농이 수확의 7할을 지대로 내놓아야 했던 것도 당신의 사정이고, 없던 도로가 뚫려 한 마을이 두 마을로 나뉘어 살아야 하는 것도 당신의 사정이며, 그 끔찍했던 입시 공부를 자식에게 다시 강요해야 하는 것도 당신의 사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실패의 순간마다 변화한다. 사람들마다 하나씩 안고 있는 이 사소한 당신의 사정들이 실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사정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 바로 그 변화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있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 같은 큰 목소리에서 우리는 소외되어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사정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175-176쪽

권태롭다는 것은 삶이 그 의미의 줄기를 얻지 못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유행에 기민한 감각은 사물에 대한 진정한 감수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받대다. 거기에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온갖 것들에 대한 싫증이 있을 뿐이며, 새로운 것의 반짝거리는 빛으로 시선의 깊이를 대신하려는 나태함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깊은 곳에 그 기억을 간직할 때에만 사물도 그 깊은 내면을 열어 보인다. 그래서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란 자아의 내면에서 그 깊이를 끌어내는 능력이며,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 제 깊이를 지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은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나 같다. -192쪽

기억만이 현재의 폭을 두껍게 만들어준다. 어떤 사람에게 현재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겠지만, 또다른 사람에게는 연쇄살인의 그 참혹함이, 유신시대의 압제가, 한국동란의 비극이,식민지 시대의 몸부림이, 제 양심과 희망 때문에 고통당했던 모든 사람의 이력이, 모두 현재에 속한다. 미학적이건 사회적이건 일체의 감수성과 통찰력은 한 인간이 지닌 현재의 폭이 얼마나 넓은가에 의해 가름된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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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예전에 읽다가 둔, 연필이 가운데 꼽힌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내 안의 여러 목소리와 충분한 대화만이 이상적인 부모가 될 수 있고, 나 자신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가장 많이 듣는 목소리, 가장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말이 곧 내가 원하는 말이고, 나에게 상처를 준 말이다. 내안의 목소리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게 뭐지?" "이게 말이 되는가?" 상황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불합리한 부분과 아귀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에 특히 도드라지는 나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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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 나하고 얘기 좀 할래?
울리케 담 지음, 문은숙 옮김 / 펼침 / 2009년 12월
품절


우리가 현실로 경험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을 어디에 두었는가에 따른 결과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어떤 상황에 대한 '진실'이 아니라,우리가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 된다는 말이다.-24쪽

인간 심리가 수많은 다양한 부분인격으로 구성된다는 시각에는 나름의 좋은 점들이 있다. 다음과 같이 각기 다른 표현을 써서 말한 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껴보라. 먼저, "겁이나 죽엤어!"라고 말한 다음, "내 안의 겁쟁이 아이가 지금 긴급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어!"라고 말해보라. 첫 번째 표현에서는 전체 인격으로서의 주체가 겁먹고 있는 상태가 드러난다. 두 번째 표현에서는 자신의 일부만이 겁을 먹고 있으며, 성숙하고 의식적인 나머지 부분은 마주친 상황을 능숙하게 파악하고, 겁을 먹고 있는 자신의 일부를 애정 어린 손길로 보살핀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관점을 통해 바라보고 사고하면서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다. -51쪽

텔레비전에서 영화를 볼 때에도 옛날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의식없이 자동적으로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것이다. 현재의 어떤 경험이 옛날의 외상적 흔적을 남긴 상황과 비슷하기만 하면 사실 현재의 상황과는 관련이 거의 없는 옛 감정이 끓어오른다. 이때가 내면의 아이가 우리 삶의 지휘봉을 잡는 순간이다. -85쪽

만약 비판이 상처를 주듯 다가온다면, 이 비판을 믿도록 하는 내면의 한 부분, 곧 한 목소리가 여러분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면의 비판가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비판에 충격받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을것이다. 여러분이 이 사실을 진정으로 의식한다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 부분을 치유할 기회는 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다른 사람의 비판 대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러분 자신에게 물어보고, 그것을 자신이 직접 제공하도록 하라.-147쪽

결국 우리는 본인의 의지에 반해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을 뿐이다.-180쪽

싸움이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됐던 적이 있었던가? 불쾌한 상황이 싸움을 통해 실제로 개선되었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싸움은 고난을 연장시킨다. 여러분이 이 순간에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평화가 여러분을 찾아온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받아들임을 '만들'수는 없다. 그것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다. 이 순간 현재에 대항해 내 안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면, 받아들임이란 그 싸움에 대항해 싸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 더 정신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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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태도와 행동이 진짜 나인가, 페르소나인가, 콤플렉스인가, 그림자인가???... 생각해 보기... 왜 그가/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까가 아니라 그 말에 내가 반응한 태도, 느끼는 감정 드려다 보기... 예전에 읽은 책같은데... "나는 억지로라도 갈등을 담아두는 심리적인 그릇을 만들어야만 했다.(p53)"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또한 버려졌다는 느낌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거절감과는 구별이 되어야 하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다... "우리의 진정한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p253)"... 진정한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갈등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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