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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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 : 과거에 존재하는 그 아이가 있잖아요. 그 아이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우리 모두 각자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바람이나 기온, 불빛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 아이에게 지금 어른이 된 내가 찾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 아이를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거죠. "괜찮아, 너는 그래도 잘 클거야. 내가 왔잖아"라고 하면서. 지금 내가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위로의 말과 격려의 말을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상처가 깊을수록 스무 번 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까 시간 날 때마다 하는 거예요. 그 아이가 내 머릿속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요. 그래서 그다음에 걔가 사라지면 그다음의 기억, 힘없고 무력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 어린아이, 외롭고 인정받지 못했던 그 아이에게 또 가는 거예요. 오늘의 내가 가거 또 안아주고 얘기해주는 거예요. "괜찮아. 내가 네 마음 다 알아" 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위로를 다해주는 거예요. -70-71쪽

지 :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은 있으세요?
공 : 처음 봤을 때는 무지무지 화났죠. 부르르부르르하면서 하루 종일 생각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어떻게 하느냐면, 심심할 때 악플만 봐요. 거꾸로 이 사람의 심리는 어떤 걸까. 궁금해서 추적해 들어가 보거든요. 그러면 거기서 뭐가 느껴지냐면, 되게 춥고 황폐한 영혼같은 것이 느껴져요. 그래서 심지어 가끔 기도도 해준다니까요. 그 사람 자체가 굉장히 황폐한 거죠. 왜냐하면 비판을 하는 것하고 악플은 다른 거니까요.-210-211쪽

지 : 그럼 작가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공 : 고통과 고독과 독서, 세 가지가 거의 필수적인 것 같아요.-286쪽

제가 386을 좋아하는 이유가, 전 세계 역사에서 온 국민이 잠깐 저항했던 적도 있고, 일부 집단이 10년을 저항한 적도 있지만, 80년대 학번이라는, 10년이라는 전체 집단이 불의에 그토록 끈질기게 항거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일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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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수같은 비가 오는데, 쿵하는 소리에 내몸이 흔들렸다. 누군가가 박았다. 한순간 막막했다. 난 병원에 가고, 스파이더맨은 고치러 보냈다... 그 막막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언제든 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허각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듣고 있다... 공지영의 '괜찮다, 다 괜찮다'와 최갑수의 '당신에게, 여행', 또 먹어야 힘을 얻지, 이양지의 '채식의 시간'까지 읽고 있다... 그냥 지금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부족하다... 다자키 쓰쿠루처럼 길을 떠나야 할까...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최적의 장소인데... 아, 심장이 터질 거 같다... 맥주라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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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서 이유도 모른 채 거절당한 쓰쿠루의 이야기다. 친구들 이름자에는 색채를 나타내는 단어가 들어있다. 그거 때문에 거절당한 건 아니다... 그러나, 그 경험으로 자신을 한없이 보잘것 없고 사소한 인간으로 여기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미해결을 극복하기 위해 거절한 친구들을 찾아간 이야기다... 동일한 경험이 자꾸 떠올라 단번에 읽기보다는 행간사이에서 큰 숨을 자주 쉬었다... 쓰쿠루는 설령, 억지로 내팽개쳐지고 단절된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해도, 살아가면서 친구들과는 서로의 길이 다르기에, 각자의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분기점에서 헤어졌을 거라고 결론 맺지만, 이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사실이 아니였기에, 친구들과 연결되었다가 자연스럽게 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쓰쿠루에게는 깊은 상처로 작용했다... 친구들을 찾아가 갑자기 거절당한 이유를 들으면서, 사람을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어찌 할 수 있을까. 관계는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 사이의 일을, 그 간극에서는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 쓰쿠루는 자신이 만든  장소로 돌아왔다. 결국에는 그곳이 그가 돌아갈 장소와 그가 향할 장소였다... 어찌되었든 우린 각자에게 알맞는 장소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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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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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51쪽

아니, 잊는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자신이 네 친구에게서 노골적으로 거부당한 아픔은 그의 마음속에 늘 변함없이 존재했다. -87쪽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것, 또한 알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지. 그런 건 어차피 자네가 말했듯이 가설의 위태로운 연장에 지나지 않아."-114쪽

"이제 상처 입기 쉬운 순진한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자립한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봐야만 하는 걸 보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그 무거운 짐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해."-129-130쪽

"아니, 그런 게 아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넌 있는 것만으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우리로서 거기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면이 있었어. 넌 별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두 다리로 지면을 굳게 딛고 서서 우리 그룹에게 평온한 안정감 같은 걸 줬던 거야. 배의 닻처럼. 네가 떠나면서 우리는 새삼 그걸 실감했어. 우리한테는 역시 너라는 존재가 필요했다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떠난 이후로 우리는 갑자기 흩어지기 시작했어."-203쪽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해 괴로워한 경험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말로 원하는 것을 고생해서 손에 넣는 기쁨을 맛본 적도 기억나는 한 단 한 번도 없었다. -276쪽

그들은 둘 다 어느 시점에서 쓰쿠루의 인생에서 사라져 갔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참으로 갑작스럽게. 아니, 사라져 간 것이 아니라 그를 잘라 버리고 내팽개쳤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쓰쿠루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고, 그 생채기는 지금도 남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진정한 의미에서 상처를 입은 것은, 또는 부서진 것은 쓰쿠루가 아니라 그들 두 사람이 아니었을까. 쓰쿠루는 최근에 이르러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290-291쪽

남에게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것 역시 너무 어렵다. 억지로 설명하려 하면 어딘가에 거짓말이 생겨난다. -308쪽

"하나의 일은 다른 여러 가지 일들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정리하려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따라와. 그렇게 간단하게는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몰라. 너든, 나든."-340쪽

"누군가에게 떠밀린 건지, 아니면 제멋대로 떨어져 버린 건지, 그건 잘 몰라. 아무튼 배는 항해를 계속하고 나는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갑판의 불빛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봐. 배 위에서는 아무도, 승객도 선원도 내가 바다에 빠졌다는 것을 몰라. 주위에는 붙잡을 것도 없어. 그때의 공포를 난 지금도 품고 있어. 자신의 존재가 느닷없이 부정당하고, 영문도 모른 채 홀로 밤바다 속에 내팽개쳐지는 공포. 아마 그 때문에 나는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었을 거야. 다른 사람과 나 사이에 늘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되었지."-343쪽

가 버린 시간이 날카롭고 긴 꼬챙이가 되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소리 없는 은색 고통이 다가와 등골을 차갑고 딱딱한 얼음 기둥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아픔은 언제까지고 같은 강도로 거기 머물렀다. 그는 숨을 멈추고 눈을 꼭 감은 채 가만히 아픔을 견뎌 냈다. -363쪽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378쪽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를 손에 넣어야 한다. 그것도 그는 안다. 그러나 말할 것도 없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마음과 또 다른 한 사람의 마음 사이의 문제인 것이다. 주어야 할 것이 있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 아무튼 모든 것은 내일 일이다. -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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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서가"를 읽고 있을 때 큰엄마가 돌아가셨다. 함께 나눈 기억을 떠올리며, 죽은 이는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이생을 떠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구든 정신을 놓지 않고서야, 이생을 떠날 수 없을 거 같았다... 이 책은 책만 두고 떠난 남편의 서가를 서성이며, 읽고, 쓴 독서일기다. 남편의 장서가 남아 있는 자의 살길과 밥벌이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슬픔을 안고 있고 이에게 무엇을 더 보태리... 눈으로 읽고 있지만 안스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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