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연가를 내서 쉬었다. 입안이 훨고 모든 게 귀찮고 우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싫었다. 커피를 가득 내려놓고, 조조영화를 보려다 그냥 집에만 있었다. 이책 저책을 펼쳐서 읽다가 음악듣다가 TV보다가 먹고 싶을 때 먹고 몸이 원하는 대로 했다. 가끔씩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거 같다. 편안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 능력은 다양한 자료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10쪽
정말 중요한 것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에 우리의 무의식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세밀하게 살펴 관계없는 것들은 몽땅 걸러낸다.-62쪽
급변하는 상황 속에 신속한 인식을 요하는 초긴장 상태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가는 훈련, 규칙, 예행연습에 달려 있다.-159쪽
우리는 당연히 마음으로 감정을 느낀 후에야 그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혹은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얼굴을 감정의 부산물로 여긴다. 그렇지만 이 연구는 그 과정이 반대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얼굴에서 감정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얼굴은 내적 감정의 이차적 게시판이 아니다. 얼굴은 감정의 대등한 파트너다. -269쪽
사실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나 사회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이 바로 눈앞의 얼굴이나 형세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275쪽
저는 '생각', 다시 말해 '직관적 사고'란 말을 더 좋아합니다. 순간적인 판단은 이성적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328쪽
글래드웰은 그 비밀의 근원을 파고든다. 설명은 간단치 않지만, 원리는 사실 단순하다. 가지치기와 정수 추출이다.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을 가차없이 쳐내 버리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내 일별하는 것이다. 그러면 직관이 가능해지고, 신과 같은 혜안도 가질 수 있다!-338쪽
윤. 단. 명서. 미루의 이야기, 서로에게 내.가.그.쪽.으.로.갈.까, 를 원했던 사람들, 그리고 오.늘.을.잊.지.말.자, 를 다짐했던 사람들... 그러나, 아무리 원해도, 다짐해도, 마음이 무지 아프다... 옛날옛적, 서성대던, 그때 그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려 헤어나올길 없는 것 같았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이렇게 증명되기도 하나보다.-10쪽
걷는 일은 스쳐간 생각을 불러오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두 발로 땅을 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86쪽
그 긴장은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겨울밤을 보낸 신새벽에 마당에 눈이 하얗게 쌓인 것을 발견했을 때, 생기를 잃고 말라비틀어져 있던 포도덩굴에 봄기운이 퍼져 새순이 파릇하게 올라오는 게 믿기지 않아 손톱으로 덩굴을 긁어보았을 때, 어린애의 분홍 손톱을 들여다볼 때와 같이 싸한 기쁨을 동반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가는 하늘에서 흰 뭉게구름을 보게 되었을 때나 달콤한 복숭아 껍질을 벗기다가 한입 베어물었을 때나 산길을 가다가 무심히 주운 잣방울 속에 꽉 들어찬 흰잣들을 보게 되었을 때와 같은.-110쪽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곧 서먹해지고 어색해진다. -161쪽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만 떠오른다. 진실과 선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올바름과 정의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폭력적이거나 부패한 사회는 상호간의 소통을 막는다. 소통을 두려워하는 사회는 그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엔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아 더 폭력적으로 된다. -183쪽
우리 엄마는 나에게 누군가 미워지면 그 사람이 자는 모습을 보라고 했어. 하루를 보내고 자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자는 모습을 보면 누구도 미워할 수 없게 된다고. 나는 화가 나거나 힘겨우면 일단 한숨 자는걸. 자고 나면 좀 누구러져 있지 않아? 사람은 자면서 새로 태어난다고 생각해봐.-195쪽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것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241쪽
산다는 것은 무無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끝없이 변하는 한 우리의 희망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291쪽
어느 엽서에는 쥘 쉬페르비엘의 시가 적혀 있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내 맘대로 내속에서/마치 계절이 오가며/땅 위에서 숲을 만들듯/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327쪽
언젠가 우리에게 생긴 일들을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거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 -362쪽
나도 모르게,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학생들이 와아, 하고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난 줄 알았다가 다시 이어지자 학생들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365쪽
커피를 가득 내려 동료들에게 한잔씩 써빙을 했다. 음~ 머그잔에 가득 담긴 커피는 늘 내곁에 있다. 북카페를 갖고 싶다. 좀 더 나이들면 북카페를 해야지, 다짐만 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어디에는 없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중에 할아버지들만 오면 어떡하나하는 걱정까지,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