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의 대화
이창재 지음 / 학지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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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이후 무의식에 휘둘리는 제반 증상들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새로운 정신분석 이론과 방법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그 어느 학파도 프로이트만큼 무의식에 대한 솔직한 직면과 자기성찰의 가치를 집요하게 강조하진 않았다. 또한 프로이트만큼 자기 견해의 진실성을 고수하기 위해 오랜 기간 현실적 불이익을 감수한 정신분석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디어 내는 힘의 이면에는 '진지한 솔직함'이라는 유별난 정신적 특성이 있었다. -18쪽

정신분석은 과거에 감당할 수 없어 억압했던 상처들을 분석 과정을 통해 성숙해진 '현재의 자아'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통합함으로써 증상과 질환을 제거하는 일종의 마술이다.-70쪽

프로이트는 '억압'이 정신분석의 토대가 되는 개념임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억압 작용으로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분열되고 그 분열이 계속 유지되며, 꿈과 실수와 증상과 더불어 인간 사회의 문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96쪽

프로이트는 내담자들을 정신분석 하는 과정에서 신경증의 근본 소인이 대부분 유년기에 억압되어 잊혀진 어떤 상처나 갈등에 있음을 발견한다. 주고 대여섯 살 때 억압된 상처와, 사춘기에서 청년기 사이에 겪은 유사한 상처가 서로 '결합'해 증폭되는 순간, 트라우마와 신경증적 방어와 증상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신경증자는 유아기의 상처와 환상을 무의식에 계속 보존하고 있다. 따라서 신경증을 치료하려면 무의식에 있는 무시간적 내용들을 낱낱이 끄집어내 흘러간 시간을 절감하면서 재해석해야 한다. 정신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개인은 억압된 욕망과 상처에 죽을 때까지 반복해서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123쪽

다시 말해, 아동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는 항상 애정 콤플렉스와 힘 콤플렉스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208쪽

프로이트가 수십 년간 다듬어 온 무의식론, 유년기론, 유아 성욕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론을 죽음 본능론에 결합시키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고 싶은 욕구를 지닌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다가 죽고 싶은 욕구를 지닌다.
인간은 유년기에 그토록 부러워했던 어른들의 행동을 충분히 다 경험해 본 후, 아무런 고통 없는 원상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285쪽

인간의 도덕관념은 '초자아'와 '거세불안'이라는 두 원천으로부터 유래한다. 초자아는 아이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양육자의 힘과 성질이 모종의 '유아적 변형'을 거쳐서 정신에 내면화된 결과물이다. 거세불안은 초자아의 명령과 요구를 자아가 거부할 경우 내면에서 자동적으로 재현되는 유아적 불안을 지칭한다.-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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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고 구수하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작가는 할머니같다. 우리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내용은 같지만 들을 때마다 달리 들렸다. 그와 같다. 중복되어 겹쳐지고 이게 이거같고 저건가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들으면 어때. 들으면 좋은 거여. 잠도 잘오고 몸에 좋은 보약같다고 할까. 할머니가 잠잘 때 특히, 겨울 밤에 들려준 이야기를 글로써 다시 추억했다.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힘이 들때 꺼내서 아무데나 읽어 보고 싶은 글이다. 머릿 속으로 그려봤던 호랑이가 담배를 어떻게 필까? 달속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나? 견우직녀는 지금쯤 어디 있을까? 흥부의 박씨는, 심청이는 무서워서 어떻게 뛰어내렸을까, 콩쥐팥쥐는, 혹, 울엄마가 계모일까... 무한한 상상력으로 어딘들 못갔을까, 꿈속에서 다시금 들어본다. 할머니이야기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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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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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기억력이 희미해져 어제 일도 까먹는다 해도 잊지 못할 옛날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엄마한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어린 시절은 나의 일생 중 완벽하게 행복한 시절이었다. 무서운 얘기도 많았지만 결국은 착한 사람이 이기고 못된 인간은 멸하거나 개과천선하게 돼 있었고, 동물이나 식물하고도 교감할 수 있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계였다. 그래서 엄마의 옛날이야기는 엄마처럼 안전했지만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아니 내쫓겨야 할 세계이기도 했다. -185쪽

실종된 신경숙의 엄마를 줄곧 우리 엄마하고 동일시하고 읽다가 그 엄마가 이 세상 어디선가 마지막 정신을 놓기 전에 남긴 독백,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 (중략)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중략)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에 이르러 마침내 우리 엄마가 아닌 나하고 하나가 된다. 나야말로 엄마의 도움 없이는 죽지도 못할 것 같은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간이니까.-195-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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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E.H.Carr)' 그럼 문학은 뭘까? '문학은 인간 정신을 표현하는 한 형태이다.(김현)'  인간이 살아온 태도를 표현하는 방법은 문학 뿐 아니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이 어떤 환경에 처해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알 수 있다. 문학이란 허구에 불과하다고 알았건만, 역사와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볼 수있는 장치가 들어있다. 또한 과거의 일들이 현재에 말을 걸고 있다. 문학을 통하여... 일박이일 출장을 에버랜드로 갔다. 그곳엔 벌써 크리스마스준비가 한창이다. 과거에 사람들은 이와같은 놀이동산을 상상이나 했을까. 가끔씩 어른들은 말한다. 핸드폰, 우주여행, 네비게이션등이 신기하다고... 그렇지만 아주 어릴때 상상은 했다고... 각각의 시대를 살고 간 사람들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를 알 수 있다... 가까운 지인도 만났다. 예전에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나게 해 주는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눴다. '그때는 이랬지' '이젠 말할 수 있어' '지금에야 말하는데~' 현재에서 과거는 여러가지의 감정과 생각을 교차하게 했다. '그게 아니야' '소설쓰지 말고' 등등 이해를 하면서 더더욱 돈독해졌다고 할까... 과거가 없다면야 현재의 관계가 유지될 수 없겠지, 각자의 역사를 풀어 쓴다면서 몇권의 책이라도 쓰겠지. 물론 우리의 이야기또한 적어도 한권의 소설쯤은 거뜬하리라...  

이 책은 개인적으로 읽는데 힘이 들었다. 내용은 굉장히 알찬데 글씨체와 맛깔스럽게 들어갈 참에 다음 내용으로 넘어간다. 암튼 그랬다. 우리나라 이야기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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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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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되돌아보건대 아가멤논, 클리타임네스트라, 또는 오레스테스가 고통을 당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멀고 먼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 때문에 그런 고통을 받는다는 신화적인 설명은 지금 우리의 감수성으로는 받아드이기 어렵다. 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의 뜻에 따라 파멸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이런 문제에 직면하여 결코 부당함을 하소연하지 않는다. 애초에 인간은 우리 인식의 한계 너머에서 우래된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재앙에 묶인 존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비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한탄하지 않고 그것에 당당하게 맞부딪친 다음 장대하게 스러질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은 긍극적으로 선(善)이 승리하는 과정이다. -37-38쪽

[데카메론]은 100가지의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탐구한다. 이 소설을 통해 보카치오가 반종교적, 반도덕적 태도만 주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차라리 도덕이나 종교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인간은 물론 운명의 힘에 휘둘리며 고난을 겪기도 하고 고통받기도 하지만 때로 참고 견뎌 내고, 때로 자신의 기지를 발휘하여 역경을 헤쳐 나간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이 아니다. 이제 신의 생각이 어떠한지 더듬어 헤아리기보다는 인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78쪽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형재애)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혁명을 통해 정말로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되었을까? 비판적인 논자들은 혁명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의 가능성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을 배제하고 억압했다고 주장한다. 형제애는 있었을지 몰라도 자매애는 없었으며, 그 형제들(시민)이 아버지(국왕)를 살해하고 권력을 잡았을 때 나타난 결과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질서였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관점에서 볼 때 혁명은 마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130쪽

양편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국가'이다. 즉, 국가의 편에 서서 해외로 나가 폭력을 휘두르면 해군이나 사업가가 되고, 국가의 명령을 위반하면서 해외로 나가면 해적이 된다. 그 밖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에서 이를 잘 표현하는 구절을 찾을 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사로잡힌 해적에게 왜 바다를 어지럽히면서 도둑질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해적은 오만불손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했다. "세계 각지에 출몰하는 당신과 다를 바 없소이다. 다만 나는 작은 배를 타니까 해적이라 불리는 것이고, 당신은 막강한 해군을 가지고 있으니 황제라 불릴 뿐이오." [보물섬]에서 설파하는 도덕률이 모호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145쪽

자신의 선한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흔히 외부의 악한 모습을 만들어 내서 그것을 거울로 삼아 대조하곤 한다. '서구'는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암울한 측면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 뒤집어씌운 사악한 이미지의 '동방'(동유럽. 그리고 더 나아가서 동양 세계)을 필요로 한 것이다. 에로틱한 방식으로 여성들을 유혹해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마 같은 존재인 드라큘라는 곧 진보하는 사회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세기말의 불안한 그림자이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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