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장미의 이름 읽기 - 텍스트 해석의 한계를 에코에게 묻다
강유원 지음 / 미토 / 2010년 6월
판매중지


'텍스트 읽기'라는 말은 두 가지를 요구한다. 하나는 텍스트가 무엇인가 하는 텍스트의 정의를 규정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읽기'의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텍스트'를 가장 일반적으로 규정하자면 그것은 '의미를 담도 있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말과 글)로 이루어진 것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것 등도 포함한다. -17쪽

자신이 뜻한 바, 즉 기의를 표현하기 위해 기표에 그것을 담아, 기호를 만들고, 그 기호들을 배치함으로써 텍스트를 만들어낸다.-23쪽

아무리 순수한 태도를 가졌다 해도, 그 태도 자체가 다른 것을 완벽하게 배제할 때에만 유지 가능하다면, 그것은 곧 독단이요. 이 독단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해로운 독이 되어왔음을 상기해야 한다. 오늘날에도 그러하기 때문이다.-65쪽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보다 더 멀리 더 잘 볼 수 있으나, 이는 우리의 시각이 더 예민하거나 우리의 키가 더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공중에 들어올려 그들의 키만큼 높여주기 때문이다."-74쪽

미궁이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구성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혼돈스러워 보이지만 원리만 알아내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물론 원리를 알아내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99쪽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사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127쪽

윌리엄의 말처럼 서책은 다른 서책에 대해 말하므로 서책들을 모아놓은 장서관은 서책끼리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서책은 일단 만들어지면 그것 자체로 위력을 갖는다. 로고스의 힘이 서책에 내재되는 것이다. 서책들은 거대한 정신적 덩어리의 결집이 되어 서책을 만들어낸 인간을 억압할 수도 있게 된다. 서책이 모여 있는 장서관을 지키는 것은, 권력을 지키려는 것이요. 그것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권력을 지키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149-150쪽

보르헤스는 벨그라노 대학 강연 중에 "인간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랄 만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책이다. 다른 것들은 신체의 확장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을 확장한 것이며, 전화는 목소리의 확장이고, 칼과 쟁기는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다른 것이다. 즉,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상상력의 확장"이라 언급한 바 있다.-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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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모든 핑계를 댄다. 책읽기도 이책 저책 써핑만 하고 집중해서 제대로 읽히지 않았고, 갈데는 얼마나 많은지 여기 저기를 다녔다. 가끔씩 들어와 본 나의 서재는 나또한 구경만 하고 나갔다. 알랭드보통의 글을 즐겁게 읽었다. 특히, 에피쿠로스의 생각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 전에는 왜곡된 시선이었는데....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또한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생각.생각을 해야하고, 교육의 문제는 여전히 아직까지 계속되어 오고,  문화의 상이로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수많은 예술작품으로 보면 나의 고통과 어려움은 아주 가벼운 깃털에 불과하다는 등등.... 여름비가 오가는 날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가을이 오려나, 처서라는데, 가을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데, 아직도 덥다....미련곰탱이 같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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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구판절판


소크라테스는 인간 존재란 살다보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도 있기 때문에 간혹 자신의 관점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레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진실과 인기 없음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 더 덧붙였다. 다름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어떤 반대에 봉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것을 그릇된 것으로 확신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 내세운 이유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기가 없는 현상 그 자체에 관심의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인기를 잃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에 주목해야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 대부분으로부터 자신이 그릇된 존재라는 비난을 받는다면 무척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포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논법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런 의견이 나오게 된 사고방식의 건전성이다. -48-49쪽

에피쿠로스의 시각에서 보면, 철학의 임무는 우리 각자가 원인 모를 우울증과 욕망의 충동을 해석하도록 돕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그릇된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었다. 우리 인간은 당장의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 대신 에피쿠로스보다 백 년도 더 전에 소크라테스가 도덕적 정의들을 평가할 때 동원했던 것과 비슷한 질문방식에 따라 우리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그렇게 말했을 때 철학은 우리의 고통을 합리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우리의 병을 치유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90-91쪽

불안을 다스리는 데는 사색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다. 문제를 글로 적거나 그것을 대화 속에 늘어놓으면서 우리는 그 문제가 지닌 근본적인 양상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비록 문제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것들, 말하자면 혼동, 문제의 악화, 준비 없이 당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고통등을 예방할 수 있다. -96-97쪽

그렇다면 값비싼 물건들이 크나큰 기쁨을 안겨다 주지 못하는데도 우리가 그런 것들에 그렇게 강하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자신의 두개골 옆면에 구멍을 뚫게 한 편두통 환자가 저지른 것과 비슷한 잘못 때문이다. 말하자면 값비싼 물건들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따로 있는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 그럴듯한 해결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건들은 우리가 심리적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것들을 마치 물질적 차원에서 확보하는 듯한 환상을 준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는 않고, 새로운 물건이 진열된 선반으로 끊임없이 이끌린다. 우리는 친구들의 우정 어린 충고 대신에 캐시미어 카디건을 구입한다.-107쪽

시끄러운 길거리에서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면 소음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어야 한다. 외부의 소음과, 그것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마음속의 생각 사이에 방화벽을 쳐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동기에 대한 비관적인 해석을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대본에 추가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규칙만 지키면, 소음은 결코 달가운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격노하게 만들 이유 또한 없는 것이 될 것이다. -167쪽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무엇이든 야만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각각 자기 나라의 관습이나 사고방식 외에는 달리 진실이나 올바른 이성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225쪽

나는 기꺼이 교육의 부조리라는 주제로 돌아가겠다. 우리의 교육의 목적은 우리를 행복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뭔가를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목적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교육은 우리들에게 미덕을 추구하고 지혜를 포옹하도록 가르치지 않았다.-241쪽

이 세상에 오가는 이야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고, 이야기의 구성은 주인공의 이름과 배경만 바뀔 뿐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예술의 정수는 그 하나의 이야기기 수천 명에게 적용된다는 데 있다'는 사실을 쇼펜하우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319쪽

니체는 우리가 좌절에 봉착했을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기를 원했을까?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심지어 우리가 그것을 갖지 않았을 때라도, 아니 결코 가질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계속 굳게 믿으라고 가르쳤다. 달리 표현하면, 어떤 선한 것들을 손에 넣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그것들을 모욕하고 악으로 치부하고픈 유혹에 굴하지 말라는 뜻이다. -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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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문학에세이
김상욱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9월
구판절판


문학이란 언어에 대한 감각이 아닌 삶에 대한 인식이며, 문학을 매개로 삶의 비의를 엿보기 위한, 선이 굵고 교양이 있는 어엿한 주체적인 인간으로 스스로를 형성해가기 위한, 도구이자 장치이자 수단인 것이다. -39쪽

'오가며 그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뛸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집 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 갑니다'
발이 머물고, 발이 머물고..... 그러나 오늘은 이다지 황망히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밍기적거리는 아이를 이끌며.
선생님을 향한 기다림으로 이어졌던 나날들 속에서 이 노래는 황지우가 쓴 또 한 편의 연시(戀詩)와 나란히 제 마음속을 휘돌고 있었습니다. 결국 가닿지 못한 채. 이제서야 이미 희미해진 그 마음의 한 자락 이렇게 펼쳐보입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154-155쪽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뼈아픈 후회'. 문학사상사-155쪽

삶의 진실이 없어져버린 것이 아니라, 다만 도저한 자본의 힘에 억눌린 채 은폐되어 있을 뿐임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월의 변화에도 아랑곳 없이 자잘한 삶의 자락들에서 놓칠 수 없는 진실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하며,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그런 견고한 진실은 언제나 튼튼하게 우리 앞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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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뜨거운 감자

 
달이 차고 내 마음도 차고
이대로 담아 두기엔 너무 안타까워
너를 향해 가는데

달은 내게 오라 손짓하고
귓속에 얘길하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야

제일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노란 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널 바라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네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 보단 더욱 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이야

숨이 차고 밤공기도 차고
두 눈을 감아야만 네 모습이 보여
걸을 수가 없는데

구름 위를 걷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널 알게 된 후부터
나의 모든 건 다 달라졌어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 보단 더욱 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이야  

나를 봐줘요 내 말을 들어봐줘요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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