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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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작년인 2017년, tvN의 방송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있다.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라고. 이렇듯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산다. 산 책을 다 읽지 못할 만큼. 애서가인 나. 나도 책을 모은다. 그저 소소하게 모은다. 그렇게 책을 모으다가 책 수집하는 병에 걸린 나. 난치병인 줄 알았다. 언젠가는 나으려니 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랬다. 불치병이라고. 안 낫는다고. 그래도 병이 깊지 않으니 다행이려나. 물론, 이 병이 깊은 사람들도 있으리라. 애서가를 지나 애서광이 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열한 가지 이야기.


 '그때 내가 당신의 손을 잡았지요, 남작 부인. 우리 둘은 몽상에 젖어 완전히 다른 세계, 완전히 다른 시대에 살았지요? 그 시간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요? 여하튼 우리 둘은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박자에 맞추어 스카롱의 시를 나지막이 웅얼거렸습니다.' -'시인 스카롱의 새해 선물' 중에서. (352쪽)


 그 이야기 가운데 하나. '시인 스카롱의 새해 선물'이 있다. 연애편지다. 소싯적 사랑의 열병에 많은 이들이 써 본 그 연애편지. 나도 썼었고, 이 애서광도 썼다. 난 연애편지 초보였지만, 이 애서광은 그것마저도 달인이다. 나의 연애 세포는 비활성화되어 혼자가 되었지만, 이 애서광은 연애 세포가 활성화되어 둘이 되었을 듯. 손에 손잡고. 시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알려지지 않은 낭만주의 작품들'이 있다. 전 늑대사냥 대장, 고(故) 레옹 베르나르 디뉘의 장서가 경매된 이야기다. 내가 하늘로 간다면, 서재의 책들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아 소중한 책들. 중학교 다닐 때, 읽고 또 읽어 나를 키웠던 김용 할아버지의 무협 소설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국 할머니인 애거서 크리스티 할머니의 추리 소설들. 그밖에 수없이 많은 내가 사랑하는 책들. 내가 이 책들과 이별했을 때, 새로이 만나는 이는 여전히 사랑해줄까? 난 누군가를 떠나 내게 온 책들도 사랑해주고 있다. 중고 도서로 그 책들. 누군가의 날인. 누군가의 서명. 어떤 책은 사연이 있으리라. 부디 내가 없더라도 슬픈 운명을 만나지 않기를. 그나저나 소설로 돌아가서, 경매에 참석한 그는 어떻게 됐을까? '30권'을 낙찰받는다. '전대미문의 가치를 지닌' 책들을. '빵 한 조각 값'으로.


 책의 앞날을 다룬 이야기도 있다. '책의 종말'이라는 이야기다. 1895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에서.


 '인쇄술이 이미 최고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우리 종손들은 인쇄로 책을 만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때쯤이면 인쇄술이 시대에 뒤진 방법이 될 것이고, 지금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사진에 의해 쉽게 대체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의 종말' 중에서. (243쪽)


 '행복한 청자는 집에서나 주변을 산책하면서, 혹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유적지를 둘러보며 학습하는 동시에 건강을 관리하는 즐거움, 달리 말하면 지적인 양식을 섭취하는 동시에 근육을 단련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작은 녹음 장치가 발명되어, 알프스 산맥과 콜로라도 캐니언을 등반하는 동안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책의 종말' 중에서. (253쪽)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말하는 것이리라. 옛 애서광들은 '전자책'과 '오디오북'도 예언했었다. 대단하다. 이제 책의 앞날은 또 어떻게 그려질까? 그런데, 난 아직까지 종이로 된 책을 좋아한다. 책장의 넘길 때의 그 감촉과 소리. 그 애정을 놓을 수 없다. 너무 구식인가. 어쩔 수 없다. 그게 나인걸. 서재나 더 넓었으면 하는 바람만 있을 뿐.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책의 진화는 살짝 궁금하기는 하다.


 이 세 이야기에 여덟 이야기가 더 있다. 읽어보시라. 현실과 허구. 과거와 미래. 이들이 버무린 이야기. 환상을 품은 이야기다. 애서가들에게 꽃을 바치는 이야기다. 좋다. 알베르 로비다(1848~1926)의 그림도 좋다. 이 이야기의 지은이 옥타브 위잔(1851~1931)은 프랑스의 작가 겸 애서가라 한다. 그도 책을 모으는 병을 갖고 있었으리라. 역시, 나와 동병상련이다. 그나저나 일본의 '츤도쿠(積ん読)'1처럼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읽어야 하리라.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를 읽어야 하고, 이어서 나를 일깨울 수 있어야겠다. 그러면 글자 없는 책이지만, 언제나 빛나는 책도 읽을 수 있으리라. 책 안에 길이 있다.   



 

  1. ‘책을 사는 것은 좋아하지만 쌓아 두고 결코 읽지는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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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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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꺾인 상병, 꺾인 병장이라는 말이 있다. 군대 은어다. 군 장병들이 통상 특정 계급 복무기간의 절반을 넘겼을 때 꺾인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인생에서 꺾이는 때는 언제일까. 지금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80세 남짓이니, 마흔을 그때로 볼 수 있으리라. 중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마흔. 공자께서 불혹이라 하신 마흔. 그 마흔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이가 있다. 그는 기시미 이치로다.


 '젊었을 때와 달리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합니다.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8쪽)


 '일본의 철학자인 미키 기요시는 『인생론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은 존재와 관련되어 있지만 성공은 과정과 관련돼 있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7쪽)


 '"자신에 대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좋아한다." -'8장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중에서. (190쪽)  


 십이 년 전 새벽 네 시경, 기시미 이치로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고 한다. 당시 그는 오십이었다고. 심근경색. 열 명에 두 명은 죽게 되는 병이라고 들었던 그. 큰 수술과 재활로 건강을 되찾은 그. 이제, 다시 살아갈 용기를 말한다. 이어서, 어머니를 간병하며, 아버지를 간병하며,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은 한국어 공부와 여러 책을 낸 그. 병상에서 독일어를 공부하시고 싶다던 어머니. 인지증을 앓으신 아버지. 자신과 부모님 두 분으로부터 '있는 그대로', '지금, 여기'를 배운 그.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라 말하는 그. 이제,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그.

 

 해인사 법보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해인사 장경각의 법보전에는 이런 주련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원각도량하처, 원각도량이 어느 곳인가, 원만하게 깨달은 부처님이 계신 도량이 어딘가 하는 물음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현금생사즉시,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삶과 죽음이 있는 오늘 이 자리.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떠오른다. 이 현금생사즉시는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지금, 여기'와 일맥상통이다. '있는 그대로'는 '본래성불(本來成佛)'과 일맥상통이고. 밖의 크고 작음, 많고 적음, 길고 짧음, 높고 낮음에서 벗어나 안의 '있는 그대로'를 밝게 보아야 한다. 또, '본래성불'이지만, '있는 그대로'이지만 가려진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지금, 여기'를 힘차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를 오롯이 살면서 닦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날마다 온전히 새로워지며 빛을 내게 되고.


 '이 책이 젊은 사람에게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기대를, 지금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젊을 때와는 다른 기쁨을 느끼며 사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작가 후기'중에서. (254쪽)


 이 책의 작은 이름은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다. 노년의 바로 아래, 중년. 중년의 위기라는 위기가 찾아오기 쉬운 때다. 게다가 노년에 대한 두려움. 가장 크리라. 그런데, 이 책은 그 두려움을 멀리하게 하고, 기대를 준다. 거기에 더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저자는 이 책이 '젊은 사람에게 기대를',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중년에게는 기대와 용기를 함께 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인생에서 꺾이는 때인 마흔. 중년의 시작. 그 마흔에게 알맞은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을 준다. '있는 그대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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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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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녀가 함께 부른 노래. 나는 그런 노래가 좋다. 더욱이 사랑 노래라면 더 좋다. 애절한 사랑의 어울림. 들을수록 좋다. 그래서 이야기도 남녀가 함께 나오면 좋다. 단짝으로, 또는 연인으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니, 좋다. 이런 이야기도 들을수록 좋다. 그런 좋은 이야기. 있다. 켄지와 제나로의 이야기다. 그 첫 이야기를 들어 본다.


 사립 탐정 패트릭 켄지. 한 사건 의뢰를 받는다. 유력 정치인 민주당 상원 의원 멀킨에게서. 그의 청소부가 중요한 사진과 서류를 갖고 사라진 것. 그 청소부는 흑인 여성 제나. 어렵게 그 여성을 만났지만, 의문의 그녀. 범죄 조직과 이어진 이 사건. 켄지와 그의 단짝 제나로는 위험 속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들이 인종문제를 들먹이면 우리는 그 말을 믿는다. '민주주의'를 거론하면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고개도 끄덕여준다. 우리는 소시아(조폭)를 비난하고 때때로 폴슨(의원)을 조롱하지만 스털링 멀컨(의원수장) 같은 사람들을 뽑아준다. 그러다가 이따금 반쯤 정신이 들 때면 왜 이 세상의 멀컨들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그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유린당한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우리를 강간한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끌어안고 키스를 해주는 한, 우리 귀에 대고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단다. 아버지가 너를 돌봐주마."라고 속삭이는 한, 우리는 편안히 두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며, 허울 좋은 '문명'과 '보호'의 명분 아래 우리의 몸과 영혼을 물물교환한다. 20세기의 악몽이 빚어낸 거짓 우상들과 말이다.' -340쪽.

 

멀리 있어서

그리운 사람

잊혀졌기에

새로운 사람

 

하늘엔 작은 별이

빛나고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나태주, '사람이 그리운 밤' 중에서.

 

 '그녀는 세상의 모든 행복이다. 그녀는 최초의 따스한 봄바람이다. 어린 시절의 토요일 오후이며, 시원한 파도가 모래 위를 뛰어다니는 이른 여름의 해변 산책이다. 그녀의 포옹은 힘이 있고, 그녀의 몸은 풍만하고 부드러우며, 헐벗은 내 가슴을 뛰어다니는 그녀의 맥박은 빠르고 거칠었다. 그녀의 샴푸 냄새 그리고 내 턱에 닿은 채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목덜미.' -121~122쪽. 

 

 인종 차별, 아동 학대, 청소년 범죄, 가정 폭력, 정치인과 범죄 조직의 연루, 범죄 조직의 상호 다툼 등. 이 이야기는 이런 미국의 어둠을 그리고 있다. 예리하다. 그리고 이 그림의 여백을 패트릭 켄지가 안젤라 제나로를 향한 사랑으로 채우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유부녀. 비록 폭력적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지만.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사랑이었는지 아닌지. 어쨌든 켄지는 순정적이다. 마초인 그가.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어서 그리운 사람. 알고 있지만 잊혀진 사람. 그의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고 있다.  


 'X-File'의 폭스 멀더와 다나 스컬리, '링컨 라임 이야기'의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도 남녀 단짝. 이 이야기도 그런 단짝. 좋았다. 남녀의 화음이 좋았다. 그리고 여러 인물의 개성. 짜임새 있는 이야기. 사회 문제를 향한 날카로운 눈길. 마음에 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켄지의 사랑! 응원하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 계속 듣고 싶다. 들을수록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말.


 하나. 데니스 루헤인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둘. 셰이머스 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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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출판사 민음사입니다.

신간 도서, 『브랜드 인문학 서평단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물방울
현토피아
유즈삐
다이아문드
연거푸
사과나비
SY
MadHatter
김애영

 



★ 서평단 분들은 꼭 지켜주세요 ★


1. 당첨되신 분들은 비밀댓글로

책을 수령하시는 분의 성함/연락처/주소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도서는 이번 주에 발송될 예정이며 발송 시 안내 문자를 드립니다. 11월 14일까지 댓글이 없을 시 서평단 당첨을 취소합니다.)

 

2.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반드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3. 업로드한 서평 URL을 해당 당첨자 발표 게시글에 댓글로 남겨주셔야 완료됩니다.

(URL이 없으면 서평 미완료로 기록되어 추후 진행되는 서평단 모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 인문학』 서평단 모집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에도 더욱 좋은 신간 서평단 모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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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13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저때 서평쓸때 진을 너무 빼서 참았습니다 ㅎㅎ

사과나비🍎 2018-11-13 22:02   좋아요 1 | URL
아, 카알벨루치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카알벨루치님은 서평 정말 잘 쓰시던데요~^^*
이번에는 참으셨군요~^^;
아무튼! 카알벨루치님의 서평 감사히 잘 읽고 있답니다~^^*
그럼, 좋은 밤되시기 바랄게요~^^*

카알벨루치 2018-11-13 23:06   좋아요 1 | URL
먼 칭찬을 이렇게 하시나요 넘 감사합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

사과나비🍎 2018-11-13 23:10   좋아요 1 | URL
^^* 사실인데요~^^* 앞으로도 좋은 서평 잘 부탁드립니다~^^*

카알벨루치 2018-11-13 23:11   좋아요 1 | URL
제가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어쨌든 힘이 나니 대박 감사합니다 ~굿잠하소서!

사과나비🍎 2018-11-13 23:17   좋아요 1 | URL
^^* 제 부족한 몇 마디에 힘이 나신다니, 저도 좋네요~^^*
예~ 카알벨루치님도 좋은 꿈꾸세요~^^*
 
존 나이스비트 미래의 단서 - 글로벌 메가트렌트 최종 결정판
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우진하 옮김 / 부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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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지력(豫知力). 정말 갖고 싶은 능력이다. 앞날을 안다는 것. 큰 축복일 터. 앞날을 안다면, 난 무엇을 가장 알고 싶을까? 우선, 나의 연인을 알고 싶을 것 같다. 나를 애타게 하고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 정말 알고 싶다.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태어는 났는지. 그리고 며칠 앞으로 다가온 올해의 대학 입학 시험! 그처럼 중요한 몇 가지 시험의 답도 알고 싶다.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겠고. 좋은 전문직도 할 수 있겠지. 고시 합격도 할 수 있겠고. 거기에 주식 동향이나 부동산 경기, 복권 번호를 알 수 있으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 또, 사건과 사고 속에서 의인이 될 수도 있겠고. 그런데, 예지력이 안 된다면, 시간 여행도 좋겠다. 영화 '백 투 더 퓨쳐 2(Back To The Future Part 2, 1989)'에서 미래로 여행을 하듯이. 미래의 놀라운 얼굴도 보고, 모험도 하고. 이번에도 알고 싶은 걸 알아서 이(利)와 의(義)를 이루어 나가겠지. 이렇게 앞날은 우리에게 큰 매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연초에 토정비결을 보기도 하고, 수시로 점술가를 찾아 앞날을 보여 달라고 하지. 어떤 이들이 예언가, 점성술사나 관상가, 지관의 활약을 바라던 때가 있었고. 나에게는 가끔 오늘의 운세를 신문에서 보던 때가 있었고. 그런데, 여기 아주 용한 사람이 있다.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다.  


 '15세기 유럽에서는 새로운 기계식 활자와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정보와 통신 혁명이 일어났으며, 이를 통해 일부 상류 특권층만이 누리던 교육의 기회가 일반 대중에게로까지 확산되었다. 또한 도시가 성장, 발전하면서 일반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풍요로움도 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가톨릭교회가 쥐고 있던 헤게모니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당시 인쇄 기술과 비슷하며 이를 통해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의견을 교환하고 영향을 미친다. 각 개인이나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제한된 지리적 영역과 자신의 전공 분야 안에서 개별적으로만 활동하지 않으며 전 세계적인 성장과 발전의 일부분을 이룬다.' -'들어가는 글' (14~15쪽).     


 지금을 새로운 르네상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 시기의 메가트렌드를 이야기한다. 서론, 본론(여덟 장), 결론으로. 서론은 '새로운 메가트렌드'를 이야기한다. 본론의 제1장 '메가트렌드를 찾는 방법'을 네 가지로 말한다. '선입견부터 버려라', '과거로부터 배운다', '큰 그림을 보라', '사고방식에 주목하라'다. 제2장 '세계 질서의 주역들'에서는 미국, 유럽, 중국을 이야기한다. 제3장 '떠오르는 신흥 세력'에서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를 이야기한다. 제4장 '새로운 세계 지도'에서는 서구 중심에서 다중심의 세계로 가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에서는 '알고리즘 혁명', '4차 산업 혁명', '인터넷 기술의 미래',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금융 혁명'을 설명한다. 제6장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이야기한다. 제7장에서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생존법'을 말한다. 제8장에는 '새로운 무역 질서'를 언급한다. 결론은 '메가트렌드 마스터하기'다. '자유로운 사고의 힘', '오늘의 혼란이 내일의 해답', '일자리의 변신', '전문가의 도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메가크렌드와 올바른 선택'을 알려 준다.


 '미국의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독일의 부체리우스 법학전문대학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까운 장래에 현재 이뤄지는 변호사 업무의 대략 50퍼센트 정도는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 《디 차이트》 2016년 9월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플라이트라이트, 유클레임, 페어플레인과 같은 스타트업은 지금의 제도에 불편을 겪고 있는 여객기 이용객의 편의를 위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이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몇 초 안에 이용객이 주장하는 불편 사항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 (174~176쪽).

 'SEW 유로드라이브는 모터 및 각종 구동 장치의 자동화 기술을 이끄는 세계 유수의 독일 기업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공장을 꿈꾼다. SEW의 직원들은 1980년대부터 반쯤 농담처럼 언젠가는 이 회사에 정문 경비 한 사람만 남게 될 것이며 그 사람이 회사의 유일한 인간 노동자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실제는 좀 다르다. SEW는 디지털 생산 방식 때문에 실업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생산성은 30퍼센트 이상 증가했지만 실제 노동자의 숫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회사 일거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 (181쪽).

'중국 최대의 로봇 제조 회사인 시아순은 아예 독일의 일급 기계 공학 직업 학교 한 곳을 사들였다. (……) 시아순은 앞으로 2년 안에 중국 내에 10~20개 정도의 직업 훈련 학교를 새로 여는 것이 목표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 (182~183쪽).

 인상 깊게 본 일자리에 대한 그의 이야기다. 앞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자명하다고 한다. 허나,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위기가 곧 기회인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고 하지 않던가.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TV 인생극장(1993~1994, 1997~1999)'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책의 목표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발휘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 변화나 전환은 이미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누구도 그걸 멈출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변화 속으로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그저 회피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 '서론 새로운 메가트렌드' (37~38쪽).

 '메가트렌드를 마스터하는 최고의 비결을 알고 싶은가? 자신에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하며 반드시 스스로 선택하라.' -'결론 메가트렌드 마스터하기' (355쪽).


 지은이는 '메가트렌드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324쪽)'고 말한다. 세상은 수많은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옳다고 생각되어 온 것이 그른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열린 마음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때로는 실수도 하고 산다. 그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이것 역시 삶이다. 그런데,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 그래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물론,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선택할 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보는 눈이 밝아진다. 이 책으로. 그래서 이 책을 선택 사용 설명서라고 해야 할까. 선택의 연속인 삶 속에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 1998), '나비 효과(The Butterfly Effect, 2004)',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TV 인생극장(1993~1994, 1997~1999)'은 모두 선택이 열쇠다. 선택으로 새로운 문을 열었다. 이 책 '미래의 단서'도 선택으로 새로운 문을 열게 해준다. 통찰력으로 모은 미래의 단서들. 그 결정적 단서들로 추리를 하게 한다. 합리적 추리를. 그것이 그의 예언이다. 현자(賢者) 같다. 그로 인해 태어난 선택. 혹여 원치 않는 방의 문을 열었을 때, 두려워 말지니라. 우리는 잠재력이 있다. 'TV 인생극장'에서 이휘재의 명대사,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자. 용기를 내자.    





 덧붙이는 말.


 1982년, 존 나이스비트는 '메가트렌드'라는 책에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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