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천장지구'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천장지구(天若有情: A Moment Of Romance, 1990)'라는 영화가 있다. 유덕화, 오천련 주연의 영화. 그 둘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그런 이 영화의 이름, 천장지구(天長地久). 여기에서, 그 의미는 하늘과 땅처럼 길고 오래가는 사랑을 약속하자는 뜻이리라.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이 장구해도 끝이 있건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슬픈 사랑의 한은 끝없이 이어져 다함이 없네.


-백거이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읊은 백거이의 '장한가'에도 등장하는 천장지구. 하늘과 땅보다 더 오랜 사랑이라 하며, 끝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이렇게 사랑의 영원함을 이야기할 때 함께 자주 쓰는 말, 천장지구. 그 시작은 노자의 '도덕경'이다1. 노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하늘과 땅이 옛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거라고 한 깊은 말이다. 하늘과 땅은 자신을 위하지 아니하기에 그러하다고. 그리고 이 노자의 '도덕경'이라는 책. 역시, 하늘과 땅처럼 길고 오래가고 있다.  


 도는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道沖, 而用之或不盈.) -'도덕경' 4장 중에서.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 그리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天法道, 道法自然.) -'도덕경' 25장 중에서. 

 도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무위無爲'이지만 행하지 아니함이 없다. (道常無爲而無不爲.) -'도덕경' 37장 중에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여 둥글게 하고, 분란을 화해시키며 빛을 부드럽게 하고 속세와 함께 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도덕경' 56장 중에서.  


 '도덕경'은 '도경' 37편, '덕경' 38편으로 총 81편으로 엮어졌다. 5,000여자로. 옮긴이가 머리말에서 이르기를 원래 상편은 '덕경', 하편은 '도경'으로 장이 나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뒷날 '도경' 37편이 앞으로 나오고, 38편 이후는 '덕경'이 됐다고 한다. 또 '도덕경'이라는 이름도 훗날 붙여진 이름이고 처음에는 '노자'라 불려졌다고 한다. 그런 '도덕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노자와 그 제자들로 이어진 '집단 지성'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도덕경'의 큰 뜻은 무위, 자연. 비움, 참된 앎이다. 하지 않음을 할 때(無爲), 저절로 되는 것(自然). 즉, 자율이다. 또,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채울 수 있으며, 낮춤과 섬김이 참된 앎이라 한다.

 여러 가지 거꾸로 생각하기(逆發想)로 깨달음을 주는 '도덕경'. 그 뜻이 많고, 깊고, 높으며, 넓다(含蓄性).   


言者不知知者默 언자부지지자묵

"말하는 이는 알지 못하고 아는 이는 입을 다문다"

此語吾聞於老君 차어오문어노군

이 말을 나는 노자에게서 들었거니와

若道老君是知者 약도노군시지자

노자가 정녕 무엇 좀 아는 이였다면

緣何自著五千文 연하자저오천문

그는 어찌하여 오천언이나 되는 글을 지었단 말인가

        

-백거이 '독노자(讀老子)'.


 백거이의 재치 있는 시다. 그 해학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만년에 불교신자였다는 그. 아마 '도덕경'을 읽고, 다르거나 어렵게 느낀 백거이가 이런 시를 지었을 수도 있으리라. 역발상과 함축성이 교차하며, 이루어진 '도덕경'.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많은 주석서들이 있게 되었고. 그래도 난 노자의 꿈과 뜻을 잇고 싶다. 번거로움에서 물러난 삶. 그 삶으로 이끄는 등불. 바로, '도덕경'이다. 그 빛이 스며든 길에서, 하루하루 상선약수(上善若水), 화광동진(和光同塵)의 뜻을 깊이 새기며 살아가야겠다.

 

(사진 출처: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이 현대지성에서 나온 '도덕경'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원문에 독음이 함께 있고. 둘째, 한자 풀이가 있으며, 셋째, 깊이 보기도 있고, 넷째, 옮긴이의 해제가 있으며, 다섯째, 몇 장의 사진이 있다. '도덕경'의 숲을 보여 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덧붙이는 말.


 1판 1쇄 기준으로 '도덕경' 56장에서 言者不知의 독음이 언자불화로 되어 있는데, 언자부지로 해야 한다.  


 

  1. '도덕경' 7장에 천장지구라는 말이 나온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9-02-0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명절연휴 복되고 행복한 시간들로 꽉꽉 채우시길^^

사과나비🍎 2019-02-01 23:23   좋아요 1 | URL
^^* 아, 카알벨루치님~^^* 이렇게 먼저 인사 말씀을 남겨 주시고, 감사해요~^^*
카알벨루치님도 설 연휴에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시기 바랄게요~^^*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아침에 어느 초등학교를 지나며, 세 낱말을 봤다. 지혜인, 예절인, 건강인이었다. 이 세 가치로 아이를 가르친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에서는 우수한 성적 이외의 가치로 아이를 가르치기 어려우리라. 이른바,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에 많은 학생을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된 고등학교. 스스로 하는 학습보다는 정답을 외우는 학습으로 같은 말만 하는 앵무새가 된 아이들. 나도 그런 고교 시절을 보냈다.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그 시절을. 성적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그 시절을. 2018년의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1, 드라마 'SKY 캐슬(JTBC, 2018)'도 그 연장선이리라. 그리고 여기, 입시강사였던 이가 있다. 이제는 창업교육 전문가가 된 이가.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은 스탠퍼드의 디스쿨의 교육과정을 국내 상황에 맞게 연구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전 인원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역할분담, 의사소통, 정보공유, 의사결정,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중에서 (54쪽)


'(스탠퍼드) 교육은 먼저 작은 활동을 주고, 이 활동을 완수하게도 하고 실패하게도 합니다. 수없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면서 스스로 정신의 변화를 맛보게 합니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스탠퍼드 교육의 특징입니다.' -'고무줄에 담긴 스탠퍼드의 지혜' 중에서. (108쪽)


 '참여형 수업은 (스탠퍼드) 디스쿨의 교육 철학을 한국에 적용한 결과입니다. 참여형 수업의 커리큘럼은 티나 실리그 교수의 발명사이클에 입각해서 ‘상상력→창조성→혁신→기업가정신’ 단계를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짜여졌고,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구체적인 직업이나 역할을 경험하게 합니다.' -'1억짜리 수업을 집에서? 스탠퍼드식 창업놀이' 중에서. (193쪽)


 지은이가 명문대에 간 이들에게서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감을 못 보고. 사춘기의 두 딸에게서 가르침의 힘을 보기 어려울 때였다. 스탠퍼드의 디스쿨(D School) 교육을 알게 된 지은이. 앞날에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 교육이 그에 알맞음을 이야기한다.


 난 명문대에 간 이들의 학업 성취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노고를 칭찬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이 그들 가운데 많은 이에게 무언가를 결여시키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그렇다. 특히, 함께 느낌과 상상, 그리고 스스로의 힘. 이 셋이 그렇다. 앞날에는 이 셋이 빛을 낼 것이라 누구나 말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 이 셋을 기르는 가르침의 대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다른 대안들과 많은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야 하겠고.

 아이가 없는 나에게 이 가르침이 아직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혹시 앞날에 만나게 될 나의 아이에게 올바르게 다가가고, 올바르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 나무위키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8%99%EB%AA%85%EC%97%AC%EC%9E%90%EA%B3%A0%EB%93%B1%ED%95%99%EA%B5%90%20%EC%8C%8D%EB%91%A5%EC%9D%B4%20%EC%9E%90%EB%A7%A4%20%EC%8B%9C%ED%97%98%EC%A7%80%20%EC%9C%A0%EC%B6%9C%20%EC%82%AC%EA%B1%B4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년 1월 16일 오전 8시 20분.

알라딘 서재의 다락방이라는 분께서 나눔을 하셨어요.

향수였지요.

이름은 'Victoria's Secret Scandalous Eau De Parfum'이네요.

새 제품이에요.

선착순으로 댓글을 남기는 이에게 준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됐어요.

행운의 여신이 제게 살짝 미소를 지었나 봐요.

그리고 1월 18일.

이 향수와 만났어요.

감사합니다.

어머니께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드렸더니, 상자를 열어 보셨어요.

 써 보시더니요. 

역시, 좋아하시네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9-01-18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도착했다니 다행입니다.

사과나비🍎 2019-01-18 23:53   좋아요 0 | URL
아, 예~ 잘 도착했어요~^^* 다시 한 번 감사해요~^^*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네요~^^*
 
담요와 책만 있다면 - 인생의 중반, 나는 다시 책장을 펼쳤다
임성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좋아한다. 이야기를. 그리고 그 힘을 믿는다.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나는 더 나아간다. 우리 가족 안에는 나아가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걸어온 걸음 안에서 새로움과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듣는다. 그렇기에 우리 가족은 자신과 서로의 안을 볼 수 있고, 자신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 굴절된 얼굴을 보기도 하지만, 잘 이겨 낸다. 그런데, 인생의 오후가 되면 우리는 달라지기에, 이야기의 힘이 더 절실해지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맞울림과 헤아림을 더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래서 결국, 책에 있는 많은 이야기를 찾아나선다. 그래야 하고. 그렇게 인생의 오후에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안내서 같은 책. 여기 있다.

 

(사진 출처: 한겨레출판 네이버 포스트)


 '젊음의 독서가 성공을 위한 읽기였다면 중년의 독서는 내면의 욕망을 읽어내기 위한 독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독서입니다.' -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는 중년의 시간' 중에서. (21쪽)


 '사람이 중년이 되면 급격한 성격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 절망과 비참함, 무가치함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잃은 듯 공허하고 허무해 방황합니다. 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까지 인생 전반기에 소홀히 해왔던 내면의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중에서. (49쪽)


 5가지 큰 묶음, 34가지 작은 묶음. 그 안의 60여 권의 책 이야기다. 인생의 오후를 맞은 이들. 그 시기에 추위를 만난 이들. 그들을 위한 도움말이다. 그들에게 담요와 책만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기에. 추위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에. 이야기라는 따스함으로.

 

 '지금부터 소개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더 지혜로워지고 유연해져서 함께 아름다운 인생의 오후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Prologue '중년, 책과 함께 나이 든다는 것' 중에서. (13쪽)


 '중년의 책읽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돌아보고,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라고 봅니다.' -임성미 인터뷰 중에서.1


 독서교육전문가인 지은이는 다양한 34가지 묶음에 알맞게 책을 소개해주고 있다. 중년이 만나게 될 마음, 심리, 건강, 복지, 노동 등 안에서. 60여 권을. 소설보다는 영성이나 심리, 철학 등 인문서가 많다. 지은이는 그 책들의 이야기로 바라고 바란다. 인생의 오후를 보내는 이들이 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또, 다른 이들의 안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자신도, 다른 이들도 이해하도록. 그 이해로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고. 그러면, 더 지혜로워지고 유연해져서 아름다운 인생의 오후를 보내게 되리라. 이렇게 이야기의 힘이 크다! 직시와 이해로 찾아오는 맞울림과 헤아림을 이 책 안에서 만나시라.

 아, 이 책을 읽을수록 읽어야 할 독서 목록이 더 길어진다. 


 

  1. 중년의 책읽기는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 임성미, 채널예스, 2019. 01. 10. ( http://ch.yes24.com/Article/View/37871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홀릭 2019-01-1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 강의 참 잘하시죠
이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사과나비🍎 2019-01-18 22:51   좋아요 1 | URL
아, 딸기홀릭님~ 이렇게 누추한 서재에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이분의 강의를 들으셨나 봐요~
저는 안 들어봤어요...^^;
강의를 들어봐야겠어요~^^;
그럼, 딸기홀릭님~ 금요일 밤! 즐겁게 보내시기 바랄게요~^^*

딸기홀릭 2019-01-18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추하다니요!!!^^
도서관에서 가끔 특강해요
4차시 강의랑 2차시 강의 두번 들어봤어요
이분 책도 그렇지만 강의 들으면 읽어야 할, 읽고 싶은 책이 수십권씩 생겨요
청강전 주의사항이랄까...ㅋ
그래도 현장감있어 좋아요
기회되심 들어보셔요

사과나비🍎 2019-01-18 22:54   좋아요 1 | URL
^^* 아, 도서관에서 특강하시는군요~^^*
제가 은둔 생활을 했더니요...^^;
딸기홀릭님은 강의를 두 번 들으셨군요~
아, 강의를 들어도 독서 목록이 길어지는군요~
역시 이 분 대단하시네요~^^*
예~ 기회되면 들어보도록 할게요~^^*
친절하신 말씀 감사해요~^^*
 
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머니는 겨울이 다가오면, 으레 뜨개질을 하셨다. 그렇게 가족들의 옷과 목도리 등을 지으시고는 했다. 어느날, 어머니는 나에게 말 문양이 들어간 스웨터를 입혀 주셨다. 나는 그 옷을 자랑스레 입고 다녔고, 친구의 부름으로 그 집에도 갔다. 친구의 어머니는 놀라시며, 그 옷의 출신을 물으셨다. 그 출신은 어머니의 손끝이라고. 정성으로 어머니께서 지으셨다고 하니, 더 놀라셨다. 어머니의 솜씨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기에. 나는 그런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자랐다. 이제 어머니에 이어 여동생이 따스함으로 키우고 있고. 그리고 따스함을 잇는 이야기가 있다. 마리카의 이야기. 한 편의 동화 같은.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63쪽.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148~149쪽.


 마리카라는 여자아이가 첫울음을 낸다.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그곳은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나라. 흑빵 등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음식의 나라. 노래와 춤을 더없이 사랑하는 나라. 꽃과 나무 등의 정령을 믿는 나라. 그리고 엄지장갑이 함께하는 나라다. 그 나라에서 마리카는 자란다. 역시 따스함으로. 나라에서 정한대로 열두 살에 수공예 시험도 치르고. 열다섯 살에 사랑을 만나서 사랑의 엄지장갑을 뜨고. 마리카의 깊은 사랑을 받는 그는 야니스. 그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그런데, 결혼하고 5년이 지난 시간, 마리카의 나라가 지워진다. 얼음 제국에 의해서. 그렇게 노래와 춤이 지워지고, 민속의상도 사라진다. 오직, 엄지장갑만이 이어진다. 털실로 쓰는 편지인 엄지장갑만이, 온기를 선물하는 엄지장갑만이. 그럼에도 마리카와 야니스는 순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야니스마저 연행되어 떠나고. 

  

 

(사진 출처: 작가정신 블로그)


 '비 갠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지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그네도 반짝입니다. 아름다운 꽃밭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무지개가 아름다운 빛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마리카는 자신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변화했을 뿐입니다.

 (…)

 슬픔의 눈물은 흐르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 뿐입니다.' -193쪽.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웃으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슬퍼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습니다.' -200쪽.


 '"Paldies!"

 마리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고맙다는 말로 생을 마쳤으니 행복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203쪽.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일상에서 작은 기쁨, 잔잔한 감동을 발견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가와 이토 인터뷰 중에서.


 마리카의 일생을 그리며, 슬픔의 강을 건너 웃음을 만나라는 이야기다. 때마다 엄지장갑으로 '털실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의 따스함. 잠에는 자장가가 다가가고, 따스함에는 엄지장갑이 찾아간다. 그 따스함이 혈맥에 정겹게 흐르며, 고마움을 남긴다. 엄지장갑은 따스함이 고마움으로 이어지는 실이다. 따스함은 자라게 하기에 고마움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한 결, 한 결 아리는 슬픔에서 웃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 웃음이 모여, 소소한 행복을 이루고. 그렇게 행복은 은은히 빛나는 색과 무늬로 우리의 곁에 머물고. 애써 찾지 않아도. '파랑새'처럼.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라트비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야기 조각들을 모았다. (……) 그곳에서 만난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독자 여러분께 전해지길 바란다.' -'일러스트 에세이 '라트비아, 엄지장갑 기행'' 중에서. (218쪽)


 라트비아를 바탕으로 한 상상의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이라는 나라. 그 나라의 얼굴과 마리카의 일생. 따스함이 마리카를 자라게 했다. 마리카도 따스함으로 많은 이들을 자라게 했고. 그리고 마리카의 마지막에는 고마움으로 장식하고. 나도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자랐다. 그런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드린다. 이 이야기를 만나며. 고마움은 행복의 시작이다. 그리고 작가 오가와 이토의 바람처럼 라트비아의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어김없이 나에게 전해졌다. 처음 만난 그녀의 이 소설. 그 따스함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이 고마움은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녀의 다른 소설에서도 그러하리라.




 덧붙이는 말.

 

 하나. '본문 중의 ‘ミトン(미튼)’은 통상적으로 엄지손가락만 분리되어 있는 장갑인 ‘벙어리장갑’을 가리키지만,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에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여 ‘엄지장갑’으로 옮겼다'고 한다.

 둘. 이 책 마지막에 일러스트 에세이 '라트비아, 엄지장갑 기행'이 수록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