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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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 '보물섬'에서 해적 존 실버가 그토록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해적과 단짝인 그것. 바로, 보물 지도였다. 보물로 안내하는 그 지도. 그런 지도에는 수수께끼를 품고 있기도 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도 주로 지도를 갖고 모험을 떠났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지도는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들에게 필수품이었다. 요즘에는 자동차에 장착되거나 휴대 전화에 담긴 길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길을 떠나기도 한다. 이 길도우미는 지도의 진화형이리라. 그런데, 소설, 시, 희곡을 지도로 나타내면 어떨까. 변종일까. 사실, 우리 모두는 소설, 시, 희곡을 읽으며, 상상하지 않던가. 그것이 구체화된 것. 즉, 수많은 상상 가운데 구체화된 몇 장의 지도. 그 소설, 시, 희곡의 지도가 모였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지도. (사진 출처: 비채)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지도. (사진 출처: 비채)

 

 '나는 좋아하는 문학적 풍경에 공간적 맥락을 불어넣고 싶다는 희망을 담아 각 지도를 작업했다. 내가 상상한 것, 혹은 위대한 작가들이 상상을 허락한 것을 그리고 싶었다.' -'서문' 중에서. (9쪽)


 '오디세이아'의 큰 모험, '햄릿'의 큰 고민, '모비딕'의 큰 고래와 큰 배. 그밖의 여러 이야기를 형상화할 수 있을까.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것도 훌륭히. 호메로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마크 트웨인, 프란츠 카프카, 어슐러 K. 르 귄 등 19명의 작가. 19편의 소설, 시, 희곡을 그림으로 그려 낸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고,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도도 있고, 해부도 등도 있다. 찬란한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어릴 때, 세계 지도를 보고는 했다. 즐거웠다. 마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지도'를 보며,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각 작품 속을 여행하는 기분. 즉, 이야기 안에서 빛이 스며든 발자국을 남기는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게임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THE WITCHER 3: Wild Hunt, 2015)'.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지도가 기본적으로 위치와 목적지를 확인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지도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버려진다. 소설&지도는 다르기 바란다. 이미 아는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삶과 장소 너머로 계속 여행하려는 사람을 위한 지도이기 때문이다. 자기 위치를 확인하기보다는 길을 잃어버리는 게 우리 목표이다.' -'서문' 중에서. (15쪽) 


 게임 가운데 오픈월드 게임이 있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THE WITCHER 3: Wild Hunt, 2015)'라는 오픈월드 게임은 가상의 중세 시대를 그린다. 소설이 원작인 이 게임. 소설의 심상을 매혹적으로 그린다. 그 열린 세계에서 길을 잃어도 좋았다. 늪지대, 초원, 크고 작은 수많은 마을들, 대도시 등. 또, 비바람, 노을 등, 그리고 몽환적인 마을과 잔혹한 늪지대 등 이 세계는 예술 작품이었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는 원작 소설의 삶 너머로 계속 여행하게 하는 게임이었다. 길을 잃게 하는 지도 같은 게임인 것이다. 이 '소설&지도'도 그렇다. 보물 지도 모음집인 것이다. 그것도 길을 잃게 하는 지도 모음집. 보물을 찾지만, 결국에는 길을 잃어 그 보물 너머에 있는 나만의 보물 지도를 그리게 하는 지도. 매우 특별한 지도다. 황홀한 나만의 보물을 끝없이 찾게 하는 지도. 찬란한 빛이 스며든 소중한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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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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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라는 글을 읽었다.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가운데 12번째 법칙이었다. 물론, 견공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솔직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반가워는 한다. 낯선 나에게 그들이 다가오는 것도, 나도 낯선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쉽지는 않기에. 그래도 그들의 존재에 경이를 담고 바라본다. 그리고 흐뭇해한다. 여기, 또 경이를 담고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이야기가 있다. '콩고양이'라는 이야기다.

 

 (사진 출처: 김영사 블로그)

 

 귀여운 할아버지 ‘내복씨’의 여든 살 생일 잔치와 까칠하고 예민한 대장 엄마와 시바견 두식이의 다이어트 도전기, 두식이를 위해 여러 물건을 사는 착한 아빠. 잃어버린 고양이 ‘그레이’를 찾으러 온 할머니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이다. 팥알, 콩알이라는 두 고양이와 시바견 두식이. 거기에 비둘기, 거북이 등과 할아버지, 엄마, 아빠, 오빠, 여동생 등이 등장 인물이고.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성경, 마태복음 6장 34절.


  이 글은 내일은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라는 뜻이리라. 거기에서 나아가 삶의 역경에서 더 높이, 넓게, 멀리, 깊이 보고 올바르게 살라는 뜻으로 이어지리라. 존재하는 이들은 그 한계가 있고 이어서 고통도 있다. 그런 삶 가운데에도 행복과 행운이 있다. 그 행복과 행운이 견공과 고양이 등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도 반복되는 일상을 딛고 삶의 참된 의미를 찾는 이야기였지 않은가. 책 '콩고양이'에서도 평범한 일상 가운데 유쾌하고, 따뜻한 그림을 그린다. 연필로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게. 이제,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마주치면 더 반가울 것 같다. 그 존재의 경이로움이 나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한계와 고통을 행복과 행운으로 따뜻하게 감싸 주기에. 또 흐뭇해진다.


 콩고양이 이야기를 여덟 번째 이야기로 처음 만났다. 읽고 나니, 쓰다듬어 주고 싶다. 계속 쓰다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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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네 권을 만났어요.

'장사는 돈 관리다'는 서평 도서예요.

'잘돼가? 무엇이든', '조선 엄마의 태교법', '다시'는 나눔을 받은 도서예요.

제 네이버 블로그 이웃 가운데 한 분이신 머리쫌돼지님께 나눔을 받았어요.

손글씨가 있는 쪽지와 간식도 함께 보내 주셨더라고요.

감사해요~^^*

소중한 아이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조선 엄마의 태교법'이라는 책을 적극 활용할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2월 18일.

열 권을 만났어요.

'한국 건축 답사 수첩', '서평 쓰는 법', '추리소설 읽는 법', '허구추리',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더 걸 비포',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는 중고 도서예요.

'소설 보다 : 겨울 2018', '아픔이 길이 되려면 (리커버 특별판)', '근대 유럽의 형성'은 새 책이지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일반판도 있지만, 특별판이 나와 만나게 됐어요.

그리고, 글쎄, '근대 유럽의 형성'이 배송되고 있는데요.

이 책의 인터넷 서점 직배송 중고 도서가 등록되더라고요.

아, 뭔가 안 맞네요...^^;

토요일 오후에 주문한 책을 월요일에 만나게 됐어요.

고맙게도 저를 만나러 찾아온 책들.

아껴야겠어요.

 

 

2월 19일.

네 권을 만났어요.

'판사유감', '논문 잘 쓰는 방법', '소설 읽는 방법'은 중고 도서예요.

'마흔에게'는 이벤트에 당첨이 돼서 왔네요.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당첨이 안 된 줄 알았거든요...^^;

찾아보니, 참여 기간이 11/21~12/31이었던 이벤트였네요...^^;

이런 깜짝 선물 정말 감사하지요~^^*

네 권과의 만남.

정월대보름에 찾아온 귀한 손님 같아요~^^* 

 

 

2월 20일.

네 권을 만났어요.

'치명적인 은총', '아버지들의 죄', '명탐정은 밀항중', '유리기린'이에요.

모두 중고 도서예요.

사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세이렌의 참회'라는 책이요.

인터넷 서점 직배송 중고 도서로 등록되어 알람이 왔어요.

한참을 망설이고, 다른 일도 하다가요.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함께 주문할 책을 고르는 사이에

판매가 됐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책은 제외하고 주문했어요.

그리고 저녁 때, 저를 만나러 왔네요.

그런데, 그렇게 알람이 왔고, 놓쳐서 그 책을 제외하고 주문하는 일이 또 생겼어요.

하루에 두 번이나 이런 일이 생기네요...ㅠㅠ

 

 

2월 21일.

열 권을 만났어요.

모두 중고 도서예요.

'채텀 스쿨 어페어',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1, 2'는 판매자 배송 중고 도서지요.

'극지의 시', '800만 가지 죽는 방법', '살인과 창조의 시간', '어둠 속의 일격',

'잊혀진 소년', '11문자 살인사건', '잔예'는 인터넷 서점 직배송 중고 도서고요.

'11문자 살인사건'은 구판이 있지만, 개정판으로도 만나게 됐어요~^^;

그나저나 19일에 주문한 책, 20일에 주문한 책, 21일에 주문한 책이 21일에 왔네요~^^;

책과의 만남.

좋지만, 제 방이 좁아지고 있네요...^^;

 

 

2월 22일.

두 권을 만났어요.

'나의 마지막 히어로'와 '왜 걸어야 하는가?'예요.

모두 서평 도서예요.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작정단 3기로서 받았는데요.

노트와 손거울도 함께 왔네요.

좋아요~^^*

감사해요~^^*

그나저나 2월 22일이라 두 권이 저에게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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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열네 권을 만났어요.

설 연휴가 끝나고 택배가 세 개 도착했네요.

'몽키스 레인코트', '심문', '사라진 내일',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움직이는 집의 살인', '히포크라테스 선서', '유령탑',

'밤과 노는 아이들 상, 하', '유리 망치', '절대정의',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1 '이에요.

모두 중고 도서지요.

'유리 망치'는 구판이 있는데요. 개정판 중고 도서가 있어서 만나게 됐어요~

 

음력 설이 지나 처음으로 만나게 된 책들이지요.

반갑고, 감사하게 되는 책들이에요.

저에게 와 주어서요.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바라게 되네요.

 

 

2월 8일.

세 권을 만났어요.

'도착의 귀결', '워치맨', '줄리언 웰즈의 죄'예요.

세 권 모두 중고 도서예요.

판매자 배송 중고 도서인데요.

강원도 춘천에서 왔네요...^^;

먼 곳에서 온 책이에요~

세 권의 책이 또 저를 찾아왔네요.

먼 곳에서 온 세 권.

소중한 인연이에요.

 

저를 살게 하는 책이에요.

 

 

2월 9일.

여섯 권을 만났어요.

'맥파이 살인 사건', '시체를 사는 남자', '뫼비우스의 살인',

'세계 추리 소설 걸작선 01', '영화평론 제23호,', 영화평론 제24호'예요.

모두 중고 도서지요.

모두 인터넷 서점 직배송 중고 도서예요.

인터넷 서점 직배송 중고 등록 알람을 해둔 책이 있는데요.

알람이 와서 배송비 무료로 맞추고 주문한 책이에요.

두 번을 그렇게 했네요.

한 번은 '맥파이 살인 사건'이, 다른 한 번은 '세계 추리 소설 걸작선 01'이 알람으로 왔지요.

책이 좋아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있네요.

역시나 소중하고, 감사한 만남이지요.

우연이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 인연이 됐을 거예요.

 

 

2월 12일.

스무 권을 만났어요.

'1리터의 눈물', '내 삶의 쉼표',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모두에게 해피엔딩',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사슴 남자', '아름다운 마무리', '무지개', '잠자는 라푼젤',

'플라나리아',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영원히 사랑해', '페어리랜드 1', '러브 모노레일', '티모스 실종 사건', '사랑의 행위',

'밤에 걷다'는 세진씨님의 나눔 도서예요.

'합리적 의심', '콩고양이 8'은 서평 도서지요.

이번에 처음 네이버 블로그 이웃으로 알게 된 분이신데요.

감사하게도 세진씨님께 많은 나눔 도서를 받았어요.

먼 곳에서 온 고마운 손님 같아요.

그리고 두 권의 서평 도서.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이렇게 저를 찾아온 책들.

반갑고, 고마워요.

그나저나 택배 기사님께 배송비를 드리려고 했더니요.

택배를 놓고 그냥 가셨더라고요.

그리고 문자로 카카오뱅크 계좌를 알려 주시네요...^^;

신문물을 잘 활용하시는 분이셨어요~^^;

 

 

2월 14일.

작은 잡지까지 넣으면 일곱 권을 만났어요.

'야성의 증명', '영화관에서 글쓰기'는 중고 도서예요.

'중년 독서', '중력'은 서평 도서지요.

'중력'은 가제본이네요.

'릿터 Littor 2019.2.3'은 새 책이에요.

'10x10 히치하이커 vol.73 「다시 시작」'은

'텐바이텐(10x10)'이라는 쇼핑몰에서 격월로 나오는 매거진이라고 하네요.

네이버 블로그 이웃 가운데 혜란이라는 분께 나눔을 받았어요.

손글씨로 쓴 쪽지와 수세미도 함께 왔네요.

감사해요~^^*

'퍼즐살롱'은요.

여러 가지 퍼즐이 담긴 잡지예요.

창간 준비호라고 하네요.

'러니의 스릴러 월드'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당첨되어 받은 증정 도서예요.

이렇게 만나는 책들!

역시 저는 책이 좋아요~^^*

 

 

2월 15일.

다섯 권을 만났어요.

'저주받은 피', '죽음을 선택한 남자', '어나더 에피소드 S', '네 이웃의 식탁'은 중고 도서예요.

'닭다리가 달린 집'은 증정 도서지요.

주한영국문화원 네이버 블로그에서 한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받았어요~^^*

그나저나 출판사가 아닌 곳에서 이벤트로 새 책을 받은 건 오랜만인 것 같네요~^^;

사실, '닭다리가 달린 집'은 어제 왔었는데요.

우체부 아저씨께서 저희가 부재중이라 15일 오후 3시에 오신다고 안내서를 남기셨더라고요.

그래서 오전에 제가 문자를 보내 드렸어요.

우편함에 넣어 주시거나 경비실에 맡겨 주시기를 부탁드렸지요.

그런데, 등기라서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후 2시 전에 오시면, 어머니께서 계실 거라고 말씀을 드렸더니요.

우체부 아저씨께서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저에게 온 책이에요.

눈이 오는 금요일.

그 눈길에서 저를 찾아온 책!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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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23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2월에 책 많이 데려와서 반성모드였는데 사과나비님에 비하면 새발에피였어요. ㅎㅎㅎ
책들에 파묻혀 이번 주말도 행복하게 보내시기를요. ^^

사과나비🍎 2019-02-23 01:36   좋아요 1 | URL
아, 설해목님~ 새벽에 댓글 감사해요~^^*
제가 요즘 식량 비축하듯이요. 책을 만나고 있어요...^^;
그런데 제 방이 좁아지고 있어서요...^^;
예~ 설해목님~ 말씀 감사해요~^^*
설해목님도 즐독하시면서 행복한 주말을 보내시기 바랄게요~^^*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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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에는 외할머니댁에 가고는 했다. 그런데, 십여 년 전에 하늘로 가신 외할머니. 이제 명절이면, 외할머니를 추모해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추억해본다. 오래전, 나는 외할머니댁의 다락방에서 골동품을 찾겠다고 했다. 먼지 속에서 찾은 건 촛대, 그릇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외가의 옛 분들께서 쓰시던 것이리라. 그리고 다음에 뵈었을 때, 외할머니는 촛대와 그릇을 소중하게 두고 계셨다. 그저 감사했다. 추모하는 나에게 다가온 추억은 감사였다.

 작가 29인이 추모를 한다. 작가 박완서를 추모한다. 8주기를 맞아서. 작가이기에 글로써 추모하고, 추억한다. 추모하는 각자에게 다가온 추억은 무엇이었을까. 29명의 추모객들이 남긴 추억. 그 추억들을 받아 나도 소중히 간직해본다.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민주의 질문에 박 선생은 아무런 말없이 웃더니,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백수린, '언제나 해피엔딩' 중에서. (120~121쪽)


 불안. 앞날의 불안. 젊은이들에게 그 불안이 덮쳤다. 불안에는 위로가 다가간다. 불안해하는 민주에게 박 선생은 위로를 준다. 영화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괜찮아진다는 말. 나도 며칠 전, 아는 동생들과 게임의 엔딩을 봤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 2018)'이라는 게임의 엔딩을.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라는 종류의 이 게임. 선택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이 게임. 사실, 이 게임의 엔딩을 두 번 봤다. 한 번은 해피엔딩 실패. 두 번째에 해피엔딩 성공이었다. 해피엔딩에 실패했을 때, 슬펐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괜찮아졌다. 실패의 불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견딜 수 있으리라.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공평함에서 시작된 성난 마음을 딛고 언제가 되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며.' -윤이형, '여성의 신비' 중에서. (175쪽)


 지혜와 슬기는 서로를 오해한다. 육아, 살림하는 전업주부였다가 다시 취업한 지혜. 전업주부로서 육아와 살림의 달인인 슬기. 둘은 서로를 오해한다. 그리고 질투한다. 여성의 심리 묘사가 뚜렷하다. 귓가에 정확하게, 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나도 간절히 바라본다.

 

 이렇게 29편 가운데 인상 깊었던 두 편이었다. 물론, 다른 이야기들도 좋으니, 만나시기를.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는 짧은 소설 29편. 멜랑콜리와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갈래의 강에 박완서 작가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의 종이배를 띄운다. 각자 다른 색의 편지를 안은 종이배를. 마치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처럼 주고받는 편지를. 남겨진 박완서 작가의 글들에 주고받는 편지를. 멜랑콜리한 해피엔딩의 편지를. 이 삶에 대한 편지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풍자와 해학으로 삶에 담긴 역설을 그린다. 그렇게 박완서 작가를 깊이 추모하고, 새롭게 추억한다. 나도 편지를 품은 색색의 종이배를 보며, 추모하고, 추억한다. 그 삶의 무늬가 담긴 추억을 함께 간직한다. 깊이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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