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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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X세대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또 다른 신인류에 밀려 멸종해버렸지만
내 스무살에 우린 인류 역사상 최첨단의 문명을 소비하는 신인류였다.

PC 통신으로 사랑을 찾고, 삐삐로 마음을 전하며, 음성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하던
우린 역사상 가장 젊은 인류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 2013)'의 제3화 '신인류의 사랑' 나정 나레이션 중에서. 


 015B의 노래 하나. '신인류의 사랑'. 기억을 되살리며 찾아보니, 1993년 여름에 나온 노래라고 한다. 그때의 사랑. X세대의 사랑. 그것을 담은 '나도 이젠 다른 친구들처럼 맘에 드는 누군가를 사귀어 보고 싶어'라는 노랫말. 그당시 신인류였던 그들의 사랑. 그 사랑의 진솔한 목소리였다. PC 통신과 삐삐, 그리고 음성 메시지와 가까웠던 그들의 깊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다른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 목소리가 품은 것은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의 이야기. 포노 사피엔스의 이야기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점차 해소되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며 등장한 용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라고 부른 데서 나왔다."' -25쪽.


 2015년 3월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낱말이 첫 등장했다고 한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이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포노 사피엔스가 지구를 점령한 것이다. 혁명에 이은 새로운 세상의 도래. 이 신문명이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자본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포노 사피엔스 소비 문명을 따라가는 기업들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기업들이 명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 수립의 방향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도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문명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110쪽.


 스마트폰 중독. 그저 스마트폰의 부작용만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언젠가 게임 공략 영상을 보러 Youtube에 들어갔었다. 놀라운 세상이었다. 수많은 동영상이 여러 색을 내며 눈부셨다. 이런 세상에서 그 부작용의 뒷면을 보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 가능성을 보라고 외치고 있다. 올바르게 적응해서 나아가라고 소리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 2013)'.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신인류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는 이유는
삐삐도, 스마트폰도, 최첨단의 그 어떤 유행 때문도 아니다.

젊음은 서툴고 투박해야 하며, 사랑은 해맑고 촌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내 스무살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게 기억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내 나이 스물, 나는 지금 서툴고 촌스러운 사랑을 시작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 2013)'의 제3화 '신인류의 사랑' 나정 나레이션 중에서.


 '혁명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제가 선택한 답은 '사람'입니다.' -프롤로그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당신은 준비됐나요?' 중에서. (13쪽)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 2013)'의 제3화 '신인류의 사랑'에서 이런 말이 한다.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말한다. 그 이유는 그 어떤 유행 때문이 아니라, 서툴고 투박한 젊음, 해맑고 촌스러운 사랑이 조건이 되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X세대도, 포노 사피엔스도 결국은 사람이다. 015B의 노래처럼 그 당시의 신인류도, 지금의 신인류도 여전히 '맘에 드는 누군가를 사귀어 보고 싶어'하는 건 같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앞날의 빛나는 열쇠가 되리라. 큰 힘이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에게 이동한 지금. 그 포노 사피엔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큰 열쇠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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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걸어야 하는가? - 그에 대한 과학적 분석
박길성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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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걷는다. 걸으면서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사람. 그런데, 여전히 두 손을 쓰지만, 이제 사람은 필요한 만큼 걷지 않는다. 자동차와 승강기 등이 있어, 너무 적게 걷는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걷기를 힘차게 외친다. 나도 몇 년 전, 깊이 아프고 나서, 헬스장에 다녔던 적이 있다. 그곳에 가서 먼저 하는 건 걷기였다. 러닝머신에서 한동안 걷고, 아령을 들었다. 그렇게 건강을 회복했다. 그때, 걷기가 좋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걷기 예찬론자가 더 있다. 그는 의외로 의사가 아니라, 현직 판사다.

 

 '왜 걸어야 하는가?'의 목차. (사진 출처: 지식과감성 블로그)


 걸을 수 있는 것이 축복이라고 말하는 그. 가난했던 그는 또 허약하기도 했다. 젊은 날, 식후 30분 산책이 위장병에 좋다는 글을 보고, 실천한다. 그리고 사법시험에 합격. 그렇게 걷기 예찬론자가 된다. 이 책을 지은 계기인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걷기의 개괄적인 설명에 이어, 걷기의 구체적 효과와 주의할 점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건강을 위한 식사를 말하고, 약과 병원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걷기의 효과로 1. 뇌 자극 및 활성화, 2. 뇌의 노화 방지, 3. 치매 예방, 창의력 및 학습능력 향상, 4. 스트레스 및 우울증 해소, 5. 폐기능 증진, 신진대사 촉진, 만성피로 해소, 6. 혈액순환 활성화, 고혈압 개선, 7. 심장병 예방, 8. 비만 해소, 9. 소화 촉진, 10. 체온 상승(저체온증 개선)과 면역력 강화, 11. 유방암 치료, 12. 간암 및 폐암 치료, 13. 대장암 예방, 14. 장내 면역기능 강화, 15. 변비 · 치질 · 불면증 해소, 피부 탄력 회복, 16. 척추 등 자세 교정, 17. 골다공증 예방, 18. 당뇨병 예방과 치료, 19. 정력 증진, 20. 다리 근력 강화, 무릎관절 강화, 발바닥 마사지 등을 거론한다.  


 나는 소요(逍遙)하기를 좋아한다. 많은 생각이 걸으면서 나왔다.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가끔 숲을 거닐며, 땅과 하늘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의 빛과 이어주는 그 소중한 문을 다시 찾게 해주는 산책. 이 걷기가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한다. 물론, 나도 꾸준히 걷지는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꾸준함을 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칸트만큼은 아니어도.    


 역시 법률가의 걷기 예찬이었다. 아주 체계적인 짜임에 굉장히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다. 본문뿐만 아니라 많은 각주로 그 논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그 노고에 고개가 숙여진다. 걷기 예찬이라 하면, 의레 의사가 지은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법률가도 이렇게 의학적인 논거를 보이며, 걷기 예찬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중용(中庸)의 도를 이에 잇는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하는 중용. 걷기도 중용, 음식 조절도 중용이다. 이 단순한 진리. 지키자. 그래서 건강과 행복, 희망을 갖도록 하자.    





 덧붙이는 말.


 '꿈을 키우는 행복한 걷기'가 초판이고, '꿈을 키우는 걷기'가 그 개정판이다. 이 책은 '꿈을 키우는 걷기'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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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15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대로 이렇게 생각합니다(가끔 제가 책이나 알라딘 서재에 있는 글을 읽으면 청개구리 성격이 나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ㅎㅎㅎㅎ). 걷기가 만능통치약이 될 수 없다고요. 요즘 미세먼지가 많아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어서 걷기 운동이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어요. ^^;;

사과나비🍎 2019-03-15 17:25   좋아요 0 | URL
^^* 아, cyrus님~^^*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아, 당연히 이해하지요~^^* 이런 정중한 말씀은 괜찮아요~^^*
아,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당연히 안 해야지요~^^*
그래서 중용의 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도 걸을 때 주의할 점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cyrus님~ 불금되시기 바랄게요~^^*
이런 한적한 서재에 댓글 남겨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페크pek0501 2019-03-19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걸어 보니 걷기가 좋아지더라고요. 몇 년 동안 매일 한 시간씩 걸었어요.
걷기 예찬론자로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낸 영화배우 하정우도 있습니다. 걷기에 반한 사람입니다.
컴퓨터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나 디스크 환자는 특히 걷기가 좋다고 합니다. 자세가 저절로 교정된다고 의사가 말하더군요.
주 3회 이상 걷기를 실천하려고 합니다. 지난 주에는 주 5회를 걸었어요. ㅋ

사과나비🍎 2019-03-20 22:41   좋아요 1 | URL
아, 답글이 늦었네요...^^;
그나저나 페크님은 몇 년 동안 하루에 한 시간씩 걸으시고 계셨네요~^^*
아, 그 책도 있군요~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은 제가 아직 못 만난 책이에요~^^;
그리고 주 3회 걷기 실천! 지난 주에는 주 5회를 걸으셨다니, 대단하시네요~^^*
미인이시고, 건강 관리도 잘하신다니,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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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꿈을 잃은 사람을 다시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사랑이 아닐까.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 도깨비(2016)'의 도깨비 '김신'은 고백한다. '그 아이가 자꾸 나를 살게 해'라고. 그 아이는 그의 신부, '지은탁'.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에서도 고백한다. '제리'가 '도로시'에게 'You complete me.'라고. 고백하는 영화가 여기에도 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1997)'에서 '멜빈'은 '캐롤'에게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이라고 한다. 모두 그들을 살게 하는 힘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특별한 사랑이 있다. 연인의 사랑이 아닌, 영화 배우를 향한 그 지지자의 짝사랑이다. 그 짝사랑의 힘으로 꿈을 찾아 다시 사는 여인.

 

영화 '록키3(Rocky III, 1982)'.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영화 초반의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15~16쪽.


 '그녀의 남편. 남편을 만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가정을 갖게 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의사가 된 것도 스탤론 덕분이었다.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를 보지 않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46~47쪽.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Rocky III, 1982)'를 본 리즈. 병원의 비서로 일하는 그녀다. 역경을 딛고 다시 챔피언이 되는 록키의 이야기. 영화 초반의 록키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영화 관람 후, 열병을 앓는다. 그리고 록키처럼 다시 일어난다. 그렇게 그녀의 꿈을 찾아 의사가 된다. 권투를 배우는 곳에서 만난 장과 결혼도 하고, 아들도 둘을 낳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스탤론 덕분이라 생각한 그녀. 스탤론이 가난해질 것을 염려한 그녀. 그를 위해 버는 돈의 10%를 저금하는 예금 계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사랑은 봄에 피는 꽃.

모든 것을 희망으로 향기롭게 하며,

폐허조차도 향기로 그윽하게 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 

 

 

So many times, it happens too fast,
You change your passion for glory.
Don't lose your grip on the dreams of the past,
You must fight just to keep them alive.

 


'록키3'의 주제곡 'Eye of the Tiger'의 가사 중에서.  


 나에게도 우상(偶像)이 있다. 나의 영웅인 그 우상. 본받고자 한다. 열렬한 애정을 보내며. 그 사랑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고. 내가 사랑하는 작가, 배우, 가수 등. 그들은 나를 살게 하는 구원자다. 나의 우상인 그 영웅들에게 보내는 사랑. 사랑은 봄에 피는 꽃이라 한다. 모든 것을 희망으로 향기롭게 하며, 폐허조차도 향기로 그윽하는 하는 그 사랑이다. 소중하다. 소설, '나의 마지막 히어로'의 리즈도 우상이 있다. 바로, '록키3'의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깊은 사랑을 보낸다. 지지자로서. 리즈에게도 그 사랑은 봄에 피는 꽃이었다. 그리고 '록키3'의 주제곡. 'Eye of the Tiger'의 가사처럼 되었다. 열정을 영광으로. 꿈을 놓지 않으며. 그녀의 마지막 영웅인 스탤론을 따라서. 그렇게 살았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이 처음이다. 전작을 만나지 않았다. 이 소설만으로 보건대 매우 짧고, 아주 깔끔한 글을 쓴다. 단단한 그 무엇이다. 크로키(croquis) 같다. 또, 한 가닥의 난초 그림 같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 글. 얇은 글에 스며든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덧붙이는 말.

 

 이 소설을 주제로 한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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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돈관리다 - '구멍'은 막고,'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회계
후루야 사토시 지음, 김소영 옮김, 다나카 야스히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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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는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일이다. 음식 장사를 하는 곳, 식당. 그 식당이 이익을 남기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운데 폐업하는 업종 1위가 '식당업'이라 하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요식업계의 인기인 백종원 씨가 골목식당을 다니며 문제를 찾고, 풀이도 한다. 그 TV 방송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나도 몇 번 정도 봤다. 백종원 씨가 찾은 문제. 그것은 맛, 위생 상태, 이익에 대한 문제가 많았다. 난 장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익의 중요성을 그 방송을 보고 알았다.


 '저는 월급쟁이에서 벗어나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꽃집 '게키하나'를 열었습니다.' -16쪽.


 '저는 매출이 계속 오르는데도 수중에 현금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습니다. 매달 1,000만 원씩 매출이 늘어나는 상황인데도 도매상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사정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은 알겠는데 와닿지 않는 불안감’ 같은 것이 응어리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21쪽.


 일본의 한 자영업자가 있다. 연봉을 많이 받던 직장인이었던 그. 퇴직하고 꽃집을 시작했다. 실제 꽃집도 있었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 꽃집이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매출은 오르는데, 폐업 위기까지 간 그의 꽃집.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늘은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가’를 알 수 있는 한계이익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어려워 보이는 이름이네요."
 "그대로 설명하면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겁니다. 조금 알기 쉽게 설명하면 '매출액'에서 '판매하면 반드시 드는 비용'을 뺀 것이 한계이익인데, 한번 이해하면 간단해요. 한계이익을 알면 마치 마법의 안경을 쓴 것처럼 얼마나 팔아야 돈을 버는지 알 수 있어요."
 "마법의 안경이요?"
 "네, 총수익(매출 총이익)은 이른바 일반 안경으로 보이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한계이익이라는 마법의 안경이 있으면 본질적인 이익이 보여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돈 버는 숫자가 보이는 안경이죠." -77쪽.


 문제는 매출 중심의 결산이었다. 그랬던 그가 회계사에게서 한계이익을 배운다. 그 문제의 풀이였다. 마법의 안경이라 말하는 한계이익. 그것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거라 한다. 다시 말하면, 매출액에서 판매하면 반드시 드는 비용을 뺀 것이다. 그렇게 한계이익을 알면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난 어릴 때, 용돈 기입장을 쓰기도 했다. 또, 어떤 모임에서는 회계도 했었다. 그때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당연하지만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좋았다. 잔액이 넉넉해야 안심이 됐다. 이 책의 저자 후루야 사토시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으니, 매출이 올라도 돈이 부족했다. 그리고 한계이익에 대한 깨달음. 이제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지 알게 된 그. 그 하나로 다시 일어섰다. 선승(禪僧)의 대오(大悟) 각성(覺醒) 같았다. 역시 장사는 돈관리라 할 수 있겠다.  


 '제가 이익을 낼 수 있게 된 지금은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새로운 일이 되었습니다.' -'맺음말' 중에서. (241쪽)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집안의 육훈(六訓) 가운데 하나.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라는 말씀이 있다. 상부상조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남을 도우며 이웃의 안정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웃에게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리라. 올바른 부의 역할이라 하겠다. 희생 정신이 깃든 깊은 뜻. 나도 이어받고 싶다. 또, 이어주고 싶고. 이 책의 저자도 그런 희생 정신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비록 그는 멀리 일본에 있지만.


 어려운 회계 이야기를 쉽게 잘 알려주는 이 책. 이제 많은 분들이 이 책으로 회계를 잘 알게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자영업자분들도 더 힘을 내실 수 있었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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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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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 (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in dubio pro reo)는 원칙에 근거,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많은 송사(訟事)가 있다. 그 가운데, 죄를 논하는 송사가 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판결이 있기도 하다. 솔직히 오심(誤審)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그들도 실수하기에. 그렇기에 재판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쉽지 않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우리의 법. 그 가운데 하나가 증거재판주의. 그것에 너무 얽매여 기계적으로 판단을 하는 건 아닌지. 그리고 그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야기가 있다. 소설이다. 무슨 이야기이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들어 보자.  

 

 20대 초반의 남성이 열 살 가까이 연상인 여자친구와 함께 모텔에 투숙했다. 얼마 후, 여자친구가 프런트에 달려왔다. 남자친구가 젤리를 먹다가 목에 걸려 숨을 못 쉰다고. 남자는 결국 사망. 질식사였다. 유가족은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의 사망보험금 3억 원이 있다. 수익자는 여자친구였다. 여자친구는 살인죄로 구속기소되었다. 일명 '젤리 살인사건'이다. 판사 현민우의 눈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친구 김유선. 생을 떠난 남자친구 이준호. 그들의 재판을.    


 '재판을 비난하거나 누구를 규탄하거나 현실의 결론을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 독자들이 그 사건과 이 작품의 사건을 동일시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소재도 '젤리'로 바꾸었고, 당사자들의 성별도 바꾸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허구다. 진실은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가 전하려는 것에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305쪽)


 이 소설의 이야기. 어딘가 낯익지 않은가. 이른바, '낙지 살인사건'1과 흡사하다. 작가의 말을 보니, 그 사건과 이 작품의 사건을 동일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진실은 이야기가 전하려는 것에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게, 법이 정의를 찾아줄 거라는 환상입니다." -183쪽.


 '"여러분은 납득할 결론을 향해 꾸물꾸물 나아가는 달팽이 같은 존재를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법에는 행선지가 없습니다. 무한궤도를 무심히 도는 톱니바퀴 같은 존재인 거죠. 법은 정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규칙 속에서 예측 가능하게 돌아가는 체제의 유지가 우선 목표입니다." -184쪽.


 '"……법원이란 곳은 변화를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변할 때 가장 나중까지 남아 있다가 뒤처리를 하고서야 자신도 모습을 바꾸죠. 당시만 해도 남성 중심, 가부장적인 의식이 강했으니까……. 요즘에는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죠. 성범죄 양형이 대폭 올라간 건 결국 시대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판사는 그걸 따라가는 존재에 불과해요."' -218쪽.  


 법은 정의를 찾아줄까. 솔직히 모르겠다. 사법농단 의혹 등. 사법부는 우리의 불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은 있어야 할까. 그 대답은 '물론'이다. 법이 없다면 큰 혼란이 오기에. 그렇게 있어야 하는 법원. 그 법원이 올바르게 되도록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싶다. 우리의 작은 촛불 하나하나로. 그렇게 생각해 본다.

 

 광화문 앞 해치 동상.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판사에서 이제는 변호사가 된 그. 이 책의 작가 도진기다. 우선, 법은 그의 앞마당이기에 믿음이 간다. 그가 던진 질문인 이 법 이야기. 나는 해치 또는 해태(獬廌獬豸)2를 생각했다. 상상의 동물인 해치. 법이라는 말이 해태에서 나왔다고 하지 않던가. 즉, '해태가 물처럼 고요하게 판단해서 틀린 상대를 받아버린다는 의미'의 고자(古字)인 灋에서 법(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복잡한 자는 제외하고. 그 해치. 우리에게도 그런 해치가 법과 함께 있으면 한다. 송나라의 유학자 육상산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고 했다고 한다. '백성은 가난함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않음을 걱정한다'라는 뜻이다. 논어에서 유래했다3는 이 말.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나온다는 이 말. 이 말처럼 백성을 고르게 할 해치. 사람들의 맑고, 바른 마음에 있으리라. 우리의 법이 해치와 그런 세상을 이루어 나아가기를.


 도진기의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 이야기. 친숙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법정. 그리고 '산낙지 살인사건'이라는 이 두 친숙함. 거기에 인간성의 가장 밑바닥을 처절하게 그린 심리는 마지막의 놀라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성실함이 그렇게 했으리라. 매혹적인 이야기다.  



  1. 나무위키의 '산낙지 보험 사망 사건'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2%B0%EB%82%99%EC%A7%80%20%EB%B3%B4%ED%97%98%20%EC%82%AC%EB%A7%9D%20%EC%82%AC%EA%B1%B4 )
  2. 나무위키의 '해태'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D%95%B4%ED%83%9C )
  3. 논어 계씨편의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而患不安)'. 즉,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않은 것을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지 않음을 걱정하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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