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단단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김달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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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비에이블)


 나는 연애 상담 경험이 여럿이다. 친구나 아는 동생으로부터 들어온 연애 상담. 정작 내 연애는 지지부진이지만, 들어주기를 잘하니,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간혹 너무 아픈 사랑을 하는 이가 있었다. 그럴 때, 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살며시 들려준다. 가수 김광석도 노래하지 않던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고. 나와 비슷한 도움말을 주며, 주로 연애 상담을 하는 유튜버가 있었나 보다. 이름은 김달. 처음 듣는다. 그런데, 유명한가 보다. 그의 책을 만났다. 책의 이름은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이고.


 '"그 어떤 관계도 당신보다

 소중할 순 없습니다.
 상처 주는 그 사람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나를 잃으면서까지 그의 곁에 있지 마세요. 

 제발 아프게 사랑하지 마세요."' -작가의 말 '너보다 나, 상처 주는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 중에서. (12쪽)


 '희생과 침묵만이 답은 아니다.

 ......

 사랑받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사랑해줄 가치가 없다.' -'혹시 을의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중에서 (35~36쪽)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매력이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넘치는 사람이다.

 잊지 말자, 자신의 가치를 높게 여기는

 사람에게선 빛이 난다.'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중에서. (75쪽)


 이 책은 고민 상담에 대한 진심의 답이다. 주로 연애 상담이고, 의뢰의 주체는 대체로 여성인 듯하다. 남성인 작가는 보편적 심리와 남성만의 심리 등을 근거로 답을 제시하고. 그런데, 그는 심리학자도, 관계 전문가도 아니라고 한다. 이런 그가 어찌하여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밤새워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찾아낸 진심의 답을 전하려고 애써왔다'는 그. 그렇다. 공감의 비결은 진정성이었다. 그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정답은 없으리라'. '하지만 최소한 상처 주는 그 사람보다 당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는 그. 그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그것에 모두 공감한 것이다.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1이라는 시처럼.

 그의 도움말. 어떤 때는 냉정한 듯하지만, 결국은 다정한 그의 도움말. 그의 이름처럼 밤하늘의 달이 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 달빛이 많은 지친 이들에게 편안한 쉼을 주리라.  


 

  1.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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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나를 알았다
이근대 지음, 소리여행 그림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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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마음서재)


 길에서 잠시 멈춰, 집에서 잠시 앉아, SNS에서 보는 짧은 글. 그 글이 눈으로 들어와 마음 깊은 곳에서 따스함이 올라올 때가 있다.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나의 온몸에 스며들어 채우는 그 감성. 나를 살아가게 한다. 그렇게 나를 치유하며. 여기, SNS에 그런 짧은 글을 올린 이가 있었나 보다. 그의 책을 만났다. 마치 봄과 같이 따스하고 포근한 책. 그런 그림과 글이 있는 책.


 '산다는 것은 사랑의 설렘에 젖어 아름다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소중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사랑을 통하여 자기를 완성해가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나' 하고 자신에게 감동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하여 진정한 나를 만나고 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 '사랑으로 살아가는 그대에게' 중에서. (6쪽)


 '괜찮다.
 눈물나도 괜찮고
 마음 아파도 괜찮다.

 눈물이 나는 건
 그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고
 마음이 아픈 건
 사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중에서. (170쪽)


 우선, 책의 얼굴이 예쁘다. 노란색의 따스함과 구름의 포근함이 좋다. 이런 책에 담긴 글과 그림. 역시, 예쁘다. 글은 시 같았다. 그림은 동심(童心)을 담은 듯했고. 시집이라는 이름표를 찾았으나 없으니, 수필집인가 보다. 시집 같은 수필집. 그런데 작가 안내를 보니, 정말 시인이었다. 시인의 시집 같은 수필집. 시든 수필이든 정말 봄의 감성이 가득한 눈부신 글이었다. 짧지만, 풍성한 글. 바다를 품은 물 한 모금이었다.


 사랑의 글이 많다.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잊고 있었다. 지독한 경쟁과 무거운 불안에 지치며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위로와 응원이 사랑을 상기시켜 준다. 그가 우리에게 보내는 손짓에 진심이 있기에. 그렇게 사랑으로 우리는 다시 살아가고. 그의 글이 고맙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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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원고 - 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대하여
존 맥피 지음, 유나영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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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서평을 졸문(文)이라고 했다. 내가 댓글로 누군가에게. 반은 겸손으로. 반은 진심으로. 다음 댓글로 부연 설명을 했다. 내 글을 보면, 자꾸 고치고 싶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귀찮아서 안 한다고. 그렇게 급하게 쓴 글이 너무 많다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렇다. 막막한데, 급하게 써야 한다. 나도 시선(詩仙) 이백(李白) 할아버지처럼,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도 명문(名文)이고 싶다. 아니면, 시성(詩聖) 두보(杜甫) 할아버지처럼, 부지런히 퇴고(推敲)를 거듭하면서 뛰어난 글을 짓고 싶다. 개성이 다른 두 시인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리라. 아마 이백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퇴고를 하고 시를 썼으리라. 난 그냥 쓰면, 많이 부족한 글이고, 고치면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부족한 글이다. 게다가 퇴고의 연속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귀찮다는 핑계로 내 글은 대부분 첫 번째 원고인데, 간혹 두 번째 원고도 있다. 그러니, 부끄러운 글이다.


'내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조리 자신이 없고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에 갇혔다는 느낌이 든다면, 절대로 써내지 못할 것 같고 작가로서 재능이 없다는 확신이 든다면, 내 글이 실패작이 될 게 빤히 보이고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면, 당신은 작가임이 틀림없다.' -'네 번째 원고' 중에서. (257쪽)


 책이 많아 작가라는 오해를 가끔 받지만, 절대 작가가 아닌 나. 그저 졸문 전문가. 그런데, 위의 글을 보면, 영락없이 나는 작가다. 작가들도 나와 같은가 보다. 단, 첫 번째 원고에서만. 논픽션의 대가라는 할아버지의 글이니, 옳으리라.


 '보통의 작가와 무대 위의 즉흥 연주자(아니 모든 공연 예술가)가 다른 점은, 글을 수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은 수정이야말로 집필 과정의 본질이다. 단 한 줄도 북북 그어서 지우지 않는 완벽한 작가의 눈부신 초상이란 환상의 나라에서 온 속달우편일 뿐이다.' -'네 번째 원고' 중에서. (260쪽) 


 수정. 그것이야말로 집필 과정의 본질이다라는 글이 와닿는다. '네 번째 원고'라는 이름이 책에 붙은 이유겠지. 1931년에 태어나신 미국 할아버지도 퇴고의 중요성을 잘 아는구나. 전설의 저술가라더니, 역시.


 '"강하고 견실하고 교묘한 구조,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게끔 만드는 구조를 세워라. 논픽션의 설득력 있는 구조는 픽션의 스토리라인과 유사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조' 중에서. (62쪽)


 '독자들이 구조를 눈치채게끔 해선 안 된다. 구조는 사람의 외양을 보고 그의 골격을 짐작할 수 있는 만큼만 눈에 보여야 한다. ...... 한 편의 글은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어딘가로 가서, 도달한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어떻게 이 일을 할까? 반박의 여지가 없기를 바라는 구조를 세움으로써 이 일을 한다. 처음, 중간, 끝.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첫 페이지.' -'구조' 중에서. (82쪽)


 구조라는 묶음에서 이 할아버지는 말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우리도 국어 시간에 배우지 않았던가. 글을 구조를. 특히, 논술할 때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로 쓰라는 가르침을. 그런데, 이 할아버지. 구조에 대해 집착을 하고 있다. 좋은 의미로. 아름다운 구조도 할 수 있을 듯. 마치 훌륭한 건축가들이 멋진 구조로 건물을 짓듯이.


 '"물러서, 창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둬"라고 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생략' 중에서. (296~297쪽)


 '창의적 논픽션은 없는 걸 지어내는 게 아니라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생략' 중에서. (298쪽)   


 어느 과자 광고에서 말하지 않던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건 생략해야 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도 뜻을 전할 수 있다. 부처의 뜻은 마음에서 마음으로도 이어졌으니. 염화미소(拈華微笑)로.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중국 송나라 휘종은 궁중 화가들에게 '꽃을 밟고 돌아가니 말발굽에서 향기가 난다(踏花歸路馬體香)'라는 시제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한다. 꽃향기를 어찌 그릴까. 어느 젊은 화가는 말을 따라가는 나비를 그렸다고 한다. 한시(漢詩)에서 이런 표현을 입상진의(立象盡意, 형상을 세워서 나타내려는 뜻을 전달한다)라고 한다고 한다. 뜻을 직접 말하지 않고 형상으로 뜻을 말하는 시인. 그래서 시는 함축적이리라. 이 할아버지는 논픽션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창의적 논픽션이라고.  


 이 '구조', '네 번째 원고', '생략' 외에도 '연쇄', '편집자들과 발행인', '인터뷰를 끌어내는 법', '참조 틀', '체크포인트'라는 묶음의 글이 있다. 글쓰기 과정을 주제로 한 여덟 편의 수필. 손주에게 전하는 듯한 할아버지의 삶이 담긴 자상하고 꼼꼼한 글이었다. 경험으로 가르침을 살짝 귀띔해주는 그. 풍부하고 깊이 있다. 그도 글쓰기를 '자학적이고 정신을 파괴하며 스스로를 옭아매는 노동'이라고 했다고 한다. 적극 공감이다. 고행을 견디는 수행자. 작가다. 그만큼 글쓰기가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 글을 쓰면서 나도 이렇게 힘드니. 나도 앞으로 할아버지의 강의에서 들은 금과옥조(金科玉條)를 잊지 않고 지켜야 할 텐데. 고치며 네 번째 원고까지 가야 할 텐데. 이제, 첫 번째 원고 마무리다. 그런데, 졸리다. 또, 고치기 귀찮아졌다. 자고 싶다. 꿈에서 이백 할아버지와 두보 할아버지 만나서 뱃놀이 하고 싶어졌다. 글은 언제 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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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 낯선 길에서 당신에게 부치는 72통의 엽서
변종모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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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꼼지락)


 여행자의 엽서다. 설레는 만남이다. 누군가 여행하면서 엽서를 보내 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고는 했었다. 먼 곳에서도 나를 생각한다는 느낌. 그 느낌을 향유하고 싶었다. 그 상상이 반은 현실이 되었다. 비록 우체국 소인은 없지만, 정확히 나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여행자의 엽서를 책으로 만났다. 오래도록 여행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그. 그의 72통의 엽서. 바다, 산, 강, 사막, 도시 등. 세상 곳곳의 낯선 길에서 보낸 그의 엽서. 그에게서 직접 엽서를 받은 이들이 부러워졌다. 여행지의 감성이 가득 담긴 여행자의 숨결 하나하나. 포근하게, 찬란하게 왔을 테니. 그 곁에서 나도 살짝 들이마셔 본다.


 '그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졌다. 좋은 것을 마주하는 일은 항상 그렇다. 작게 웃고 있는 얼굴 하나가 모든 풍경을 빛낸다. 따뜻한 봄의 강가나 화려한 사원에서도 아이의 웃음 한 뼘이 가장 빛나고 좋은 풍경이 되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아이는 분명 봄이겠지.' -'봄이겠지' 중에서. (14쪽) 


 '멀리 떠나와서야 가까운 것들을 알겠다.' -'먼 곳의 정오' 중에서. (32쪽)


 '때론 아침 출근버스 안에서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지. 이대로 멈추지 않고 달리다가 몇 개의 국경을 넘고 대륙을 지나 몇 번의 계절이 바뀔 때, 누군가가 누른 붉은색 하차 벨이 울리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플랫폼이었으면 좋겠다고. 내린 곳에 당신이 서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여행자의 출근길' 중에서. (38쪽)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기도 하겠지만 그마저 사랑 아니겠나.' -'나도 알고 있다' 중에서. (76쪽) 


 '아무리 멀리 돌아도 끝내, 그대가 원하는 그곳에 도착할 것을 안다. 언젠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중에서. (110쪽)


 '문득 뒤돌아보며 웃게 되거나 자주 내 마음속을 간질이는 것. 제일 많이 생각나는 따뜻함이나 소소한 행복. 그것으로 견고한 집을 짓고 살자. 허무의 넓이도 공허의 깊이도 작은 따뜻함을 이길 수는 없다. 그것만 끌어모아도 커다란 행복이다. 굳이 떠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제법 많다.' -'여행자가 여행자에게' 중에서. (138쪽)


 여행지에서 느낀 그의 조각들. 작지만 따뜻하다. 그 조각 모음이다. 모으니, 또 커다란 행복이 된다. 사실, 일상이 힘겨울 때, 떠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나를 잡아맨다. 요즘에는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여행은 더 머뭇거리게 되고. 다행히 우리나라는 감염병이 힘을 잃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하고. 이런 때, 이런 여행자의 엽서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웃는 아이에게서 봄을 보았고. 나도 내가 내린 곳에서 꿈 속의 당신이 서 있다면 좋겠다고 상상했다.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는 것도 사랑일까. 그렇게 작게나마 물음표를 가져 보고. 사랑했다면 사랑이겠지. 그렇게 또 작게나마 느낌표를 남겨 본다. 그리고 여행은 아무리 멀리 돌아도 끝내 내가 원하는 그곳에 도착할 것임을. 그 앎. 다시 한 번 환기하게 됐다.

 그가 여행에서 할 말과 사진들로 그의 바람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 팍팍한 일상의 간격을 넓힐 수 있을 것 같고. 또, 나의 일상을 힘껏 껴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기쁨이나 슬픔 또는 사소한 모든 것들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오래도록 여행자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내가 오래도록 여행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일 이의 숨결을 느꼈다. 솔직히 처음 들었다. 그의 이름을. 변종모라는 이름을. 이제, 기억하리라. 그의 이름도, 그의 숨결도. 그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다가 아니었다. 그가 직접 느끼게 된 작지만, 따뜻한 숨결들. 감성적이고 인상적인 글과 사진으로 된 그 숨결들. 나에게 스며들었다. 사진 한 장, 엽서 크기의 글. 그 안에도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여행자였다. 과시적인 여행이 아닌, 담백한 여행. 그가 하는 여행이 그랬다. 그러니, 그런 함축이 있었으리라. 소중한 이다.

 그가 정말 앞으로도 여행자이길 빈다. 그리고 이렇게 작지만, 따뜻한 숨결이 담긴 엽서를 계속 보내기를 소망한다. 나의 이런 마음의 등불이 올라가 별이 되면, 그도 보고 웃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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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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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초등 학교를 다닐 때였으리라. 꼬마인 내가 나름 정성스레 썼던 그림 일기. 어렸지만, 내 느낌, 내 생각. 그 단편(斷片)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담겨 있던 그림 일기. 시간이 흘러, 대학교 다닐 때도 일기를 썼다. 청춘의 시기. 방황과 고뇌의 흔적을 남기며. 더 게을러진 요즘은 일기를 잘 안 쓰게 된다. 간혹 블로그에 남기는 정도. 여전히, 삶은 그려지고 있음에도. 며칠, 누군가의 공개된 일기 같은 글을 보게 됐는데, 일기를 더 쓰고 싶어졌다. 사진이 곁들인 그 일기. 공감했기에.


 '우리는 누군가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헤아릴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접합점이다. 열여섯 살짜리가 예순다섯 살 노인과 대화할 수 있고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인생은 감정의 경험이니까. 우리가 누구든 어디서 왔든, 뭔가를 어떤 수준으로 느끼게 되어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위안이 된다. 아무도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무언의 끈' 중에서. (33~34쪽)


 나의 감정을 누군가가 공감한다는 것. 소중하다. 그렇게 위안을 얻는다.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1이라는 시도 있듯이.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공감하며, 진실로 보듬을 수 있는 그것. 있다. 아무도 혼자가 아니다. 가수 서영은도 '혼자가 아닌 나'라는 노래를 하지 않던가.


 '모두들 왜 이리 바쁘다고 난리지? 왜 항상 바쁜 걸까? 왜 사람들은 항상 늦은 상태인 걸까?' -'충만한 마음' 중에서. (65쪽)


 '전자기기는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휴대용 장벽이다. 우리는 기계를 집 안에, 식당 테이블 주변에, 차 안에, 심지어 연주회장에도 세워놓는다! 원래 이 기기들은 우리를 연결하려고 존재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장벽이 되어버린다. 특히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과 교감을 가로막는다. ...... 더 이상 테크놀로지에 의존하지 않고 '너무 바쁘다'는 핑계를 밀어내면 더 반짝거리는 순간, 깨달음,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쓸 만한 통찰을 얻곤 한다. ...... 나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전자기기를 끄고 나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충만한 마음' 중에서. (68쪽)  


 너무 바쁘고, 전자기기에 너무 의지하는 우리들. 자기 성찰의 필요성을 말하는 그. 이 글에 공명(共鳴)했다. 불가(佛家)참선(參禪)이 살짝 떠올랐다. 넓게 보니, 묵상(默想), 명상(冥想)도 좋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명상록'을 남기지 않았던가. 원제는 '타 에이스 헤아우톤(Τὰ εἰς ἑαυτόν)'으로 '자기 자신에게'를 의미한다는 그 책을. 나도 묵상, 명상과 가까이할까.


 '나는 젊은 게이로서 가벼운 우울감과 불안, 잦은 자학, 걱정, 불안정, 패배주의적 사고에 시달리며 살아왔고 한때는 나락에 떨어져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시작하는 글' 중에서. (15쪽)


 '이 책은 차라리 공개된 일기장에 가깝다. ...... 여러분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나를 위해 쓴 것이기도 하다.' -'시작하는 글' 중에서. (17쪽)


 스물네 살의 동성애자. 그는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나도 지우려던 시름이 즐거움의 잔을 들어도 쌓여만 갈 때가 있다. 그때, 곁을 지키는 참다운 벗이 나에게도 있다는 진실. 벗과 진실된 사귐. 공감. 그 울림으로 시름을 씻으려 한다. 지은이의 도움말처럼. 또, 자기 성찰의 중요성. 잊고 있었다. 진정으로 나와 마주한 적이 얼마나 있었나. 이 공개된 일기장 같은 책으로 다시 깨달았다. 장벽이 되는 것을 손으로 불안하게 붙잡고 있기보다는 놓아야 할 때, 놓아야 한다. 그리고 내 안의 나를 찾아야 한다.

 그밖에도 공감이 되는 지은이의 감각적인 여러 사진과 솔직한 글들. 나와 따스하게 이어지기도 했다. 감정을 함께 하고, 나를 올바르게 바라보게 했다. 서로 다독이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나도 이렇게 공개 사진 일기를 더 쓰고, 많은 이와 서로 다독이고 싶어졌다.   




 덧붙이는 말.


 지은이인 코너 프란타는 2020년 4월 현재, 500만 명 이상이 구독하는 미국의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기업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또한 LGBT(성소수자 즉,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인권 운동가라고 한다.      


 

  1.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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