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행복은 간장밥 -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 샘터 필사책 1
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 / 샘터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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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법정 '무소유' 중에서.


 법정 스님의 글을 학창 시절에 처음 읽었어요. 수필 '무소유'였지요. 소유가 얽매임이라는 깨달음.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었어요. 그리고 법정 스님의 글들을 계속 만났고요. 종교를 떠나서, 스님의 말씀들은 풍경(風磬) 소리 같았어요. 바람의 목소리인 풍경 소리. 물쿤1 날, 간들바람2이 불어 깊이 울리는 풍경 소리. 바람의 목소리였어요. 법정 스님이 들려주시는 바람의 목소리. 그 목소리로 귓맛3이 좋은 바람의 이야기가 그려졌어요.

 

(사진 출처: 샘터 네이버 포스트)

 

 

 여기, 법정 스님이 남기신 말씀들과 아껴 읽으신 경전, 불교 명언 등을 엮어서 필사(筆寫)하도록 한 책이 있어요. 이 책은 '01 그날 스님이 주신 씨앗과 모종만이 남아', '02 인간 법정 :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03 스님의 글쓰기', '04 스님이 아낀 말과 침묵'으로 엮어져 있어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필사를 이렇게 해보라고 해요. '01 마음을 비우고', '02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03 바다를 바라보듯', '04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해보라고 해요.  


 오두막에서 온 편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기적 같기만 하고

 둘레의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앓고 나면 철이 든다더니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어요….


 -2009년 무자년 입하절 강원도 수류산방에서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님에게 보낸 서신 중에서 -68쪽.


 

 저는 얼마 전에 아팠어요. 여름 고뿔이었지요. 그래서 이 글이 더욱 마음에 닿았어요. 그래서 필사를 했지요. 그랬더니, 행복해지더라고요. 저도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니, 행복해진 거였어요. 이제는 간장밥의 행복한 맛도 알게 됐고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책의 작은 이름은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예요. 그립고 그리운 스님의 목소리는 저에게 풍경 소리가 되었어요. 즉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의 목소리가 되어 제게 다가왔어요.

 얼마 전, 어느 분의 풍경(風磬) 그림을 봤어요. 바람의 목소리로 다가오는 스님의 목소리. 그것을 필사하는 것은요. 풍경(風磬)을 그리는 것과 같을 거예요. 그리우니, 그리게 되니까요. 그렇게 바람(風)의 목소리는 바람(望)의 목소리가 되고요. 스님의 바람(望)이 저에게 바람(風)이 되어 지금도 다가오네요. 그 바람(風)은 저에게 또 바람(望)이 되고요.

 스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필사할 수 있는 소중한 이 책.  저의 그리움과 스님의 그리움이 만나 이 책으로 이어졌나 봐요. 스님을 그리워하는 다른 분들께도 스님의 그리움이 이 책으로 이어졌으면 하네요. 이 책은 그렇게 많은 그리움을 부르며 자랄 책이에요.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URL http://post.naver.com/isamtoh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1. 물쿠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워지다.
  2. 간들바람: 부드럽고 가볍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
  3. 귓맛: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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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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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아침, 우연히 라디오를 들었어요. 지난 6월 24일이었지요. 차 안이었고요. 부산의 '추리문학관' 이야기였어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 귀가 라디오 소리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Arthur Conan Doyle의 Sherlock Holmes라는 설레는 이름이 제 마음까지 들렸지요.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의 저자 윤정인 작가가 제 아침을 열었어요. 그리고 곧 낭랑한 목소리로 저에게 파고들었고요. 6월 17일부터 토요일마다 3회에 걸쳐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1 저는 그 두 번째 시간에 우연히 만났네요. 이미 만난 책이지만, 대화를 미룬 책을 라디오에서 듣는다는 것.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유럽의 아름다운 서점 같다." "미국 도서관과 비슷하다." 서점에 들어서면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서점은 두 개의 층을 터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볼 수 있는 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벽에는 단이 열 개 정도 있는 책장이 천장 끝까지 이어져 있다. 한쪽에는 음악회가 열릴 때 사용할 법한 그랜드피아노가 있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서점 안에 잔잔하게 흘렀다. 창이 크게 나 있어 빛이 가득 들어왔는데, 자연광이 책을 더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 '인생의 물음에 책으로 답하다, 최인아 책방' 중에서, 120쪽.


 '영국의 헤이온와이 마을처럼 책마을 언덕이 되길 꿈꾸며 시작한 추리문학관이다. 이 달맞이 언덕이 헌책방, 갤러리, 고서 전문점으로 가득한 문학의 언덕이 되기를 꿈꾸는 것은 한 사람만의 바람은 아닐 테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바다색과 비슷한 푸른빛 안개가 서리는 언덕길을 오르며 책을 찾아 헤맬 수 있는 서점 거리는 얼마나 낭만적일까.' - '추리소설에 파묻히고 싶을 때, 추리문학관' 중에서, 158쪽.


 '"어떤 분이 책을 찾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책에 대해 아는 정보가 전혀 없다는 거였어요. '어제 그 책을 그냥 지나쳤는데, 갑자기 떠올라서 꼭 읽고 싶다'는 거였죠. 표지에 여자 일러스트가 있다는 것, 삽화가 많다는 것. 이게 우리가 아는 전부였어요. 결국 추리를 해가며 그 책을 찾아야 했고, 그분과 문자로 이 책이 맞는지 아닌지를 계속 주고받았죠. 나중에 그 책이 타샤 튜더의 《타샤의 정원》이라는 것을 알아냈어요. 굉장히 기뻐하시더라고요." -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살아 있는 마을 도서관, 느티나무 도서관' 중에서, 187쪽.


 지은이가 라디오 방송에서 자세히 알려준 곳들이에요. 물론, 책 안에도 있고요. 이 세 곳의 보물뿐만 아니라, 책에는 몇 곳의 보물이 더 있어요. 책은 '골목 속 반짝이는 책공간_헌책방 및 동네서점', '취향의 책방_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 서점 및 도서관', '집 앞 도서관으로 가자_진화하는 도서관', '한국의 헤이온와이를 꿈꾼다_우리나라의 책마을'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자세하게 다룬 23곳과 함께 모두 79곳의 보물을 알려주고 있어요. 헌책방, 동네 서점, 도서관을 바라본 지은이의 빛나는 눈길들이지요.  


 '집 앞 서점이 사라지는 것을 본 후 나는 살아 있는, 책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책방을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거나, 책방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책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 '책마을 가는 길' 중에서, 9쪽.


 '팍팍한 세상살이에 책 읽을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때론 책이 어려운 현실의 또 다른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독서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방도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자신만의 반짝이는 책방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 '책방이 자라나는 숲을 거닐다' 중에서, 273~274쪽.


 어릴 때, 저는 동네 서점의 단골이었어요. 방과 후에 서점 한구석에서 책을 살피고는 했지요. 친구와 함께 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동네 서점이 사라졌어요. 안타까웠지요. 친구와 함께 모은 책의 추억이 담긴 동네 서점. 어린 단골로서 주인 부부의 귀여움을 받았던 추억이 깃든 동네 서점. 지은이도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 것을 봤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책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작가의 이야기로 제가 갖고 있는 추억이 다시 힘차게 숨을 쉬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추억을 이루고 싶어지네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가 있어요. 이 광고를 보면 떠나고 싶어지더라고요. 떠난다면, 저는 책이 있는 곳으로 하고 싶어요. 책과의 추억을 다시 이루고 싶어서요. 광고에서처럼 '가는 곳마다 즐거움'일 거예요. 윤정인 작가의 안내로 그럴 거예요.


 '저 멀리 떠나는 여행의 경이로움은 출발하기도 전에 열광이 시작된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지도책을 펼쳐놓고 가고 싶은 나라며 고장의 지도를 바라보며 몽상에 잠긴다. 또 낯선 도시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어 본다.'


- 조제프 케셀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은 보물 지도예요.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요. 그들에게 좋은 책과의 추억이 보물 상자잖아요. 보물을 찾아나서는 첫걸음을 내딛기 전부터 열광이 시작되겠지요. 애서가의 보물 지도인 이 책을 펼쳐놓고 가고 싶은 곳을 바라보고 몽상에 잠길 거예요. 또 그 헌책방, 동네 서점, 도서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이겠고요. 가는 곳마다 즐거움이 될 보물 지도,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은요. 이렇게 추억의 아침을 여는 찬란한 날개가 되어 언제나 빛나고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윤정인 작가의 블로그에 보니, 녹음 방송이었다고 해요. (http://mimilub23.blog.me/221036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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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1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 가면 80년대 초중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나온 추리소설(저작권을 무시한 해적판)을 만납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알라딘 도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번역의 질이 떨어지지만, 내용면에서 좋은 추리소설도 있습니다. 이 책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기록이 없으면 잊히게 됩니다.

사과나비🍎 2017-07-11 23:53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헌책방에 가면 옛 책들이 있지요. 아, 알라딘 도서 데이터베이스에 없나 봐요... 그러게요. 이 책들의 존재도 기억해야 할 텐데요... 아무튼~ cyrus님~ 댓글 감사해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랄게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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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5월 10일,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의 스테이지 5. 한 선수가 스테이지 우승을 확신하며, 마지막 선을 넘어 들어와요. 그런데, 다른 선수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네요. 그래요. 한 바퀴가 더 남은 거였어요. 착각이었지요. 큰 대회에서 한 실수. 많이 아쉬웠을 거예요. 자전거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낙차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착각은 좀 드문 일이에요. 그 선수에게 앞으로 기회는 있겠지만, 위로해주고 싶더라고요. 이 선수처럼, 살면서 누구나 위로를 받아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만화 '보노보노'에게 위로를 받은 이의 이야기가 여기 있네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지은이는요. 누군가의 트위터에서 처음으로 '보노보노'를 만났다고 해요. 그리고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에서 '보노보노'와 대화를 하며, 알게 됐다고 하고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늘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었다. 사람은 다 다르고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만나지만 다들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사는 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해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 중에서(6~7쪽).

 

 이 책의 지은이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고 하네요. 그만큼 작가에게 '보노보노'와의 만남은 특별했고요. 또, 소중했어요.

 

'보노보노: 아빠, 봄이 왔네.
아빠: 응. 그러네.
보노보노: 겨울 다음에는 꼭 봄이 오네.
아빠: 응. 세상에는 정해진 게 있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일이 있어야 하지.
보노보노: 그렇다면 그건 누가 지키고 있는 걸까.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고, 매서운 추위가 극성을 부리다가도 어느새 봄은 온다는 것.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밤이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줄 아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얼마나 잊은 채 살아왔는지가 느껴져 멋쩍어지는 밤이다.' -'변하지 않는 것을 지키는 사람' 중에서(112쪽).

 

 네 컷 만화 안의 정문일침(頂門一鍼)! '보노보노'는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가르침을 품고 있네요. 가르침은 물음으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물음에서 가르침으로 나아가고요.

 

 '우리 주변에도 보노보노와 친구들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중략)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서로에 대해 실컷 투덜대다가 결국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당신처럼, 그리고 보노보노처럼, 우리는 이상할지는 몰라도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 중에서(7쪽).

 

 처음 만나는 아기 해달 '보노보노'였어요. 그리고 처음 만나는 작가 '김신회'였고요. 그래도 제가 이 둘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 같아요. 또, 좋아하게 될 것 같고요. '보노보노', '김신회'와 같은 주파수로 저와 이어진 것 같거든요.

 

 이 책! 위로해줘요. 지은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이지만, '보노보노'에게 받은 위로를 우리에게도 줘요. 아파서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를 줘요. 우리의 흔들림을 손 잡아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이야기 같아요. 삶의 좋은 길라잡이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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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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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외할머니의 옛 이야기, 마을 이야기, 친척 이야기 등. 저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예전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를 만났어요. 일본 할머니인 사노 요코의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의 이름은 '문제가 있습니다'예요.


 요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책 안에 가득 있어요. 어릴 적 중국에서의 이야기. 전쟁 끝났 후에 일본에서 살았던 이야기, 가난한 미대생이었던 이야기,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이야기, 책 이야기 등.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나의 변변찮은 경험이 아닌 타인의 귀중한 경험을 나눠 받기 위해서이고, 보통 사람에겐 없는 재능을 접함으로써 나의 가난한 마음을 잊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빨간 재능에 푹 잠긴 채 빨간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내일이면 파란 재능에 물들어 ‘와, 세상이 이렇게 파랗구나’ 감탄할지도 모른다. 아마 모레는 시커먼 책을 읽을 것이다. 그렇게 책은 쌓여간다. 자꾸자꾸 쌓여간다. 성가시다. 집이 좁다.' -149쪽.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공감이 가는 글이에요. 특히 '자꾸자꾸 쌓여간다. 성가시다. 집이 좁다'라는 글이 꼭! 제 마음 같아요.


 '봄이 끝날 무렵엔 산이 온통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부풀어 올랐다. 마치 산이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새싹이 하룻밤 사이에 1센티나 자란 걸 확인했을 땐 정말 놀랐다. 신기하게도 매년 놀란다. 놀라움은 기쁨이다. 그 기쁨은 공짜다.' -191쪽.


 하룻밤 사이에 자란 새싹! 그 기쁨을 누리시는 요코 할머니! 그렇게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사신 할머니!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따금 친구가 “빨랑빨랑 해치워, 빨랑빨랑” 하고 재촉한다. 친구야, 빨랑빨랑 일하면 나는 부자가 돼.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 어떡해? 아깝잖아.' -201~202쪽.


 삶을 즐길 줄 아셨던 요코 할머니! 부자가 되어,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요. 아깝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장난기가 가득한 할머니의 말씀이에요.


 요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 이 책의 작은 이름은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예요. 정말 솔직하고, 삐딱한 요코 할머니세요. 할머니께서는 산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세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숙명이라든지 운명 같은 것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어느 시점에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된다(210쪽)'고 말씀하세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때론 엉뚱하게 때론 강하게 나아가신 할머니! 생텍쥐페리도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해요.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삶의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해요. 요코 할머니께서는 생텍쥐페리의 글대로 사신 것 같아요. 자신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신 요코 할머니! 나름대로 열심히 사신 요코 할머니!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정말 잘 들었어요. 감사해요.

 요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이 책! 저는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에서 들었던 이야기처럼, 친근해요. 손자를 귀여워해주시며, 들려주시는 이야기 같아요. 그 귀여움 듬뿍 받으며, 어리광 부리며, 읽을 수 있는 이 책! 좋아요!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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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
히라이 쇼슈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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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있는 글이에요.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고 하는 거예요. 이런 '어린 왕자'의 뜻과 이어진 책을 만나게 됐어요.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라는 책이에요.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이라는 작은 이름을 단 이 책! 소중한 것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요.


 이 책은요. 크게 세 개의 이야기로 되어 있어요. 첫 장은 '소중한 것을 무엇일까?'예요.


 '소중한 것은 변합니다.

 무엇이든 소중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결코 소홀이 여기지 마세요.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항상 내 안에서 '소중한 것이란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해가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나가는 방법입니다.'

-25~26쪽


 이렇게 말해요. 저도 끊임없이 소중한 것을 찾으며,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두 번째 장은요.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방법들'이에요.


 '아침 일찍 기분 좋게 일어나 소리를 내고 아침 청소를 해보세요.  
 등, 가슴, 얼굴을 점검하여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세요.
 인사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해보세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식사하세요.
 해야 할 일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드세요.
 외롭고 힘들 때 지금 장소에서 멀어져 보세요.
 일상생활에서 오감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 보세요.
 배려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세요.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서 물건을 정리해보세요.
 돈을 쓸 때, 품위가 드러난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심을 버리세요.
 과거의 일에 얽매이지 말고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으세요.
 사소한 것에 마음을 써보세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마움을 놓치지 마세요.' 


 지은이가 말하는 이 방법들! 하나하나 해보고 싶어져요.


 세 번째 장은요. ''소중한 것을 깨닫기 위해 마주하는 고민들'이에요.

 돈, 사랑 등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고민들에 대해 친근하게 말해줘요.


 일본 선불교의 스님인 지은이! 우리에게 따뜻하고 쉽게 들려줘요. 중요한 곳은 밑줄이 있어, 소곤소곤 말해주는 것 같아요. '소중한 것'에 대해서요. 소중한 것일수록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요. 그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해요. 너무 고민하지 말고,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안내서! 선불교의 깨달음이 깃든 말씀으로 그 향기가 멀리 가네요.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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