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집 (리커버) -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라이프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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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할머니의 집 이야기인가 봐요.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손수 만드신 물건들이 있었어요. 외할머니만의 작품이었지요. 제가 다락방에서 제 증조외할머니의 작품도 찾았었고요. 신기했어요. 이 책에는 타샤 할머니의 작품들이 있겠지요. 그 잔향을 느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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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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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비록 온 땅이 가린다고 할지라도

사악한 행동은 자꾸 일어나

사람의 눈에 띄고 말지니.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대사. 귀에 익지요. 바로, TV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1'에서 자주 들었던 대사예요. 진행자인 김상중 씨의 말이지요. 인상적이었어요. 진실의 문을 열기 위한 소중한 외침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본 오랫동안 기억하는 세 미제 사건이 있어요. 대한민국 3대 영구 미제 사건2이라고 불리는 사건들이지요. 그 세 사건은 ‘화성연쇄 살인사건(1986~1991년)3’,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1991년)4’,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1991년)5'이에요. 공소시효가 지나기까지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은 안타까운 사건들이지요. 각각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아이들... (Children..., 2011)', '그놈 목소리 (Voice Of A Murder, 2007)'로 영화화되기도 했어요. 정말 가슴 아픈 세 사건이에요. 이런 미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 프로파일러의 시초. 존 더글라스가 있어요. 그의 회고록이 저에게 말을 거네요.


 '‘사냥꾼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라.’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가령 동물의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한번 생각해보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사자 한 마리가 있다. 그 사자는 물가에서 목을 축이는 영양 떼를 본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수천 마리의 영양 중 단 한 마리를 집어낸다. 우리는 사자의 눈빛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사자는 동물적 후각을 발동하여 영양 무리 중 가장 허약하고 맥없고 만만한 희생물을 한 마리 골라낸다. 사자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훈련되어 있는 것이다.
 범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내가 그들 부류의 한 사람이라면 나는 매일 사냥에 나가는 그 순간 가장 만만한 먹잇감을 찾을 것이다.' -36쪽.


 역지사지(易地思之). 범죄자들 밝혀, 체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건 역지사지네요.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보면, 맹수가 사냥을 하잖아요. 존 더글라스도 그 비유를 하며, 사냥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고 해요. 가장 기본일 거예요. FBI 수사관으로서 마인드헌터6인 그. 수많은 UNSUB(unknown subject 미확인 범죄자)를 검거한 그. 25년간 악전고투(惡戰苦鬪)했어요. 그는 '흉악범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여행길은 끊임없는 경탄과 통찰이 뒤따르는 발견의 길이다.(225쪽)'라고 하네요. 그 가시밭길. 그 길에 그의 빛나는 발자국이 남았을 거예요. 그런데, '프로파일링 업무에 종사하다보면 자기의 의견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늘 안고 살아야 한다. 그 위험은 엉터리라는 질책을 감수해야 하는 개인적 측면보다는 틀린 의견으로 또 다른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미리 예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크다.(555쪽)'라고 고백해요. 그랬기에 더 필사적으로 매달렸을 거예요. 그럼에도 때로는 괴룡을 잡지 못하기도 했고, 또 괴룡 때문에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고 해요. 


 총 19장의 이야기. 장마다 알맞은 범죄 사례를 알려줘요. 그리고 어떻게 프로파일링을 했는지 설명하고 있고요. 흡사 셜록 홈즈 같아서 감탄하기도 했지만요. 너무나 가슴 아픈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울컥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매춘부와 토플리스 댄서들을 납치, 숲에 풀어놓고 사냥하듯 쏘아 죽인 로버트 핸슨의 이야기를 비롯해서요. 그에 못지않은 잔인한 범인들의 이야기! 정말 천인공노할 범인들의 이야기였어요! 손이 떨리는 것 같았어요. 마치 우리나라의 유영철7, 강호순8 등의 흉악범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영광스런 상처를 안고 싸우는 한 영웅도 봤어요. 비장한 영웅. 존 더글라스였어요. 그의 노고에 감사하게 되네요. 그가 열었던 수많은 진실의 문이 있었기에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거예요.   




 덧붙이는 말.

 

 1.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NETFLIX 드라마 <마인드헌터>의 원작이라고 해요.

 2. 존 더글라스는 토머스 해리스가 쓴 베스트셀러 <양들의 침묵>과 <레드 드래곤>에 등장하는 FBI 요원 잭 크로포드의 모델이라고 해요. 또, 그는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이슨 기디언의 모델이라고 하고요.

 3. 2006년 출간된 <마인드헌터>의 개정판이에요.    


 

  1. https://namu.wiki/w/%EA%B7%B8%EA%B2%83%EC%9D%B4%20%EC%95%8C%EA%B3%A0%EC%8B%B6%EB%8B%A4
  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06/2015020601943.html
  3. https://namu.wiki/w/%ED%99%94%EC%84%B1%20%EC%97%B0%EC%87%84%EC%82%B4%EC%9D%B8%20%EC%82%AC%EA%B1%B4?from=%ED%99%94%EC%84%B1%EC%97%B0%EC%87%84%EC%82%B4%EC%9D%B8%EC%82%AC%EA%B1%B4
  4. https://namu.wiki/w/%EA%B0%9C%EA%B5%AC%EB%A6%AC%20%EC%86%8C%EB%85%84
  5. https://namu.wiki/w/%EC%9D%B4%ED%98%95%ED%98%B8%20%EC%9C%A0%EA%B4%B4%20%EC%82%AC%EA%B1%B4
  6. 인적자원 스카우터를 헤드헌터라고 하듯 범죄자의 심리 상태를 이용, 검거를 지원하는 수사관을 마인드헌터라 부른다고 해요.
  7. https://namu.wiki/w/%EC%9C%A0%EC%98%81%EC%B2%A0
  8. https://namu.wiki/w/%EA%B0%95%ED%98%B8%EC%88%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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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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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중에서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는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도 운동권인 친구들은 있었지요. 야학 교사를 한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 친구들 덕분에 집회에 한 번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요. 저는 대체로 운동권과는 먼 학생이었지요. 그렇지만, 독재 시대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전설적인 선배들의 이야기는 간혹 들었어요. 민주화 투사(鬪士)! 그들은 사람들이 적게 간 그 길을 택했고요.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요.

 

 

최순실 씨가 2017년 1월 25일 오후 체포영장이 집행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두하며 소리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최순실 씨는 특검에 출두하는 그때, "억울하다. 자백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강제 소환에 항의하면서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라고 했다고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최순실 씨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서명숙 씨는 천영초 씨를 생각했다고 해요. 천영초 씨의 후배로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서명숙 씨. 천영초 씨가 외치던 민주주의는 분명 최순실 씨가 외치던 민주주의와는 달랐을 거예요.


'뿌리 뽑힌 채 이식된 것 같은 낯설고 삭막한 서울에서의 삶, 철저하게 '기브 앤드 테이크'로 일관하는 듯한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 붙일 곳 없어 서성대던 나였다. 그런 내게 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오랜만에 햇볕을 쪼인 화초처럼 쑥쑥 자랐다.' -53쪽.


 '영초언니'는 서명숙 씨의 눈으로 본 천영초 씨를 그려요. 서명숙 씨의 삶에 들어왔던 천영초 씨를 토막토막 보여 주는 거지요. 천영초 씨! 학보사 기자였던 서명숙 씨에게 그 선배는 '고대신문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미모에 훌륭한 문장가였다(46쪽)'는 전설적인 선배였지요. 그리고 큰 언론사에 가지 않고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한 사람이었고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72학번인 천영초 씨. 서명숙 씨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76학번이었지요. 그 둘은 첫 만남에 선후배로서 호감을 가졌고, 함께 자취를 하게 돼요. 그 둘이 사는 곳에 여학생들이 모이게 되고요. 그 여학생들의 모임. 그 이름이 가라열이었어요. 열 명이었거든요. 민주화를 외치던 천영초 씨는 결국, 서명숙 씨, 박종원 씨와 함께 일명 '산천초목' 사건으로 고문을 받고 실형을 살게 돼요. 한 명은 남학생인데, 지명 수배를 받았고요.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나눠준 대가였지요.  


 '언니는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했지만 후배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선배였다. 역사의식과 대의명분망으로 후배의 선택을 강제하고 희생을 요구하는 선배가 아니었다. 그녀가 내게 가졌을 부채의식이 여실히 느껴졌다.' -182쪽. 


 '다시는 절대로 영초언니와 엮이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중략)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더 가열하게 싸우겠노라'고 구치소 앞에서 선언했듯이 가파른 투쟁의 길로 걸어들어가는 영초언니와는 점점 멀어졌다.' -257쪽.


 독재와 폭력의 시대. 민주주의를 외치는 투사인 천영초 씨와 서명숙 씨. 둘 다 결혼을 하게 되지요. 천영초 씨는 정문화 씨와 서명숙 씨는 엄주웅 씨와 했어요. 남편들도 민주주의 투사예요. 결혼과 함께 서명숙 씨는 더 이상 투사로 살지는 않지만요. 다른 이들은 투사로의 삶을 이어가지요. '5.18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 등을 겪어요. 그리고 천영초 씨 부부는 생활고도 겪고요.


 '비록 내게 고통도, 실망도 안겨주었지만 찬란한 청춘의 봄날을 함께했던 내 인생의 첫 멘토 영초언니, 풀각시처럼 영롱했던 그녀가 서서히 부서지고 망가져가는 걸 눈뜨고 지켜보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터. 그녀가 떠나는 날 공항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부디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출발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263쪽.


 2002년 영초언니, 천영초 씨는 이민을 가요. 캐나다로요. 정문화 씨와 이혼을 하고요. 아들의 따돌림 문제로 가는 거였지요. 그런데, 그곳에서 큰 사고를 당해 시력과 뇌의 많은 부분이 손상을 당해 단순한 말과 행동만을 한다고 해요.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고요. 천영초 씨의 불운에 마음이 아프네요.


 '이 책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한 여성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그녀가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온전히 맞추어내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10쪽).


  '그간 많은 것이 변했다. 촛불을 드는 평화적인 행위만으로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패한 최고권력자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박정희 정권을 향한 향수에 뿌리를 둔 박근혜 정권도 막을 내리고, 박근혜 본인도 구속되었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모든 것들이 달라지고 무너지고 무뎌진다. 정치적 입장도, 남녀 간의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바스러진다. 그러나 천영초, 그녀는 내 마음속에 늘 애틋한 풀각시처럼 남아 있다.' -'에필로그' 중에서 (283~284쪽).


 '영초언니'를 읽으며, 제게도 천영초 씨가 제 마음속에 들어오네요. 서명숙 씨가 천영초 씨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가 깊이, 길게 울리고요. 우리 나라의 민주화가 이런 민주화의 투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그렇지만 그들이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었을 거예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던 그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요. 그 아픔을, 그 슬픔을 기억해야겠어요. 그리고 이런 아픔과 슬픔으로 다시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하지 않아야겠고요.


 '망치의 두드림이 아닌 물결의 출렁임이 조약돌을 완전하게 만든다.' 

 

Not hammer strokes, but dance of the water,

sings the pebbles into perfection.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 '길 잃은 새(STRAY BIRDS) 중에서  


 독재 시절, 망치의 두드림인 폭력이 있었지요. 백성들에게요. 그렇지만 백성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건 민주주의라는 물결의 출렁임이지요. 독재 시절, 민주주의라는 물결의 한 출렁임이었던 영초언니, 천영초 씨. 우리는 그 물결의 출렁임을 이어받아야 해요. 아직 곳곳에 적폐가 숨어 있는 우리나라. 옳은 뜻을 지닌 여러 사람에게 이어지는 물결의 출렁임이 결국에는 백성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거예요. 


 서명숙 씨가 그린 '영초언니'는요. 서명숙 씨의 눈에 비친 천영초 씨예요. 또, 서명숙 씨의 삶에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천영초 씨고요. 그렇기에 그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그 독재 시대에 민주화를 외치는 여성 투사를 그려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그 의미 하나로도 천영초 씨와 서명숙 씨에게 감사하게 되네요. 이 이야기를 만난 우리에게 영롱하게 빛나는 '영초언니'. 그 민주화를 담은 힘찬 날개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네요. 그 날개가 오랫동안 펼쳐져 있기를 소망해요. 그리고 그 날개를 잇는 다른 날개들도 날아오르기를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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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28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 모씨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리고 싶군요. ^^

사과나비🍎 2017-08-28 12:10   좋아요 0 | URL
아...^^; 최순실 씨의 얼굴은...^^; 아무튼~ cyrus님~ 좋은 월요일되시고요~ 점심 식사 맛있게 하시기 바랄게요~^^*
 
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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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성경, 마태복음 5장 4절.


 간단한 그림일지라도 그리거나, 보면서 큰 위로를 받고는 해요. 또 짧은 글일지라도 몇 자를 쓰거나,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마치 슬플 때, 밤에 실컷 운 것 같은 위로를 받아요. 그림과 글이 위로의 눈물이 된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애통해하기도 하는 저. 그런 저에게 위로의 손길을 주는 그림과 글. 언제나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bed for crying


괜찮아

눈물에 잠겨도 돼 -(20~21쪽)

 

 

everybody hurts


누구나 상처가 있지 -(68~69쪽)


'밤이 되길 기다렸어
너와 나
GOOD NIGHT
SUNDAY MOOD'


 이렇게 네 묶음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위로라는 커다란 묶음 안의 네 묶음이에요. 그 하나하나가 흑과 백의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이고 재치 있는 그림과 글이 되네요. 눈물에 잠겨도 괜찮다고 하면서, 침대에 고인 눈물에 잠겨 있는 여성. 또, 누구나 상처가 있다고 하면서, 반창고를 몸에 붙인 여성. 슬픔의 이해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쓰여진 것 같아요.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중에서


 '함께 걸어 줄 누군가' 같은 그림과 글.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같은 그림과 글. 지은이가 '실컷 울고 싶은 밤'이 있었기에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이 나온 것 같아요. 지은이의 그런 이해가 있었기에 우리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이 단순한 그림과 글이 우리에게 우아함이 되네요. 그 우아함이 위로를 주고요.


 단순한 그림과 글이 모인 이 책에서 위로를 받으며, 쉬게 되는 책이에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인 우리들이 쉬게 되는 책이지요. 그 쉼에 감사하게 되네요.




덧붙이는 말.


 저자인 헨 킴의 개인전 '미지에서의 여름' (2017 7/29~10/1)이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서울 한남동)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북폴리오 2017 하반기 서포터즈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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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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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1'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마침, 요즘이 음력으로 오뉴월이네요. 이 물쿤2 날에 서리가 내린다니요! 여자의 한(恨)은 기상 이변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무서운가 봐요. 그 여자의 한(恨)이 서린 책이 있네요. 이름하여,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예요. 일본에서 온 이 책! 그 이름부터 확실히 각인되고 있어요.


 2012년 2월 24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남편‘으로 검색’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고 해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남편’을 입력하면 첫 번째 연관 검색어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서요.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고 해요.


 '"출산 후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할 일밖에 없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그렇게 잘못인가요?" (중략) 육아를 이해해 주지 않는 직장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빨리 퇴근했고, 늦게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보육 교사에게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외로워서 우는 아이에게도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2장.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 1화. 경력이 단절된 아내의 한」 중에서 -76~78쪽.


'"좀 도와줘요!"라고 남편에게 신경질을 부려도 "당신이 원해서 전업주부가 된 거니까 당신이 해야지. 난 돈 버느라 피곤해"라고 할 뿐이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혼자 맥주를 마시며 푹 쉬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자는 척했다.' -2장.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 4화. 2세대 주택이라는 감옥」 중에서 -116쪽.


 '한 면접관이 "자네 말이야, 육아휴직이라니 무슨 여자들이나 하는 소리를 하는 건가? 남자가 느긋하게 육아휴직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여름휴가도 고작 일주일인데. 자네, 일할 마음이 있기나 한가? 우리 회사는 전근도 가야 하네"라며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우연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는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싶다'고 말한 기업에서 모조리 떨어졌다.' -4장. 남편이 살아갈 길?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의 현실과 이상」 중에서 -217~218쪽.


 '아내가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지 않으려면 애초에 사회보장과 같은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친정이라는 존재가 사회보장 역할을 하는 데 불과하다.' -5장. 이혼하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이 죽기를 바란다」 중에서 -240쪽.


 지은이가 취재한 14명의 기혼 여성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여자의 한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고요. 이 책의 작은 이름인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보여지고요.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양심지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두 마음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높은 하늘도 드넓은 땅도 다할 때가 있으련만 
 이 슬픈 사랑의 한은 끊길 때가 없으리.


- 백거이(白居易:772~846)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장한가(長恨歌)'의 한(恨)은 슬픈 사랑의 한이지요. 그런데, 이 책의 한(恨)은 곪은 상처의 한이에요. 아내들의 은결들은3 한(恨)이지요. 이 한을 어떻게 끊고, 풀어야 할까요? 장한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익조4가 되고, 연리지5가 되어야 해요.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하는 거예요. 남편과 아내가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하고요. 일과 가정도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해요. 또, 인식과 제도도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하고요. 독박 육아와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 아름다운 비익조, 연리지가 되어 그 한을 끊기를 바랄게요.

 결혼을 하지 않은 저는 육아와 가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아이는 없고요. 부모님께서 계시니까요. 그런데, 아내 혼자 육아와 가사를 한다면요. 한이 서릴 것 같아요. 아주 지독한 한이 서릴 것 같아요. 이 책,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요. 그 한이 잘 담겨 있어요. 농축이 돼서요.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할 한이지요. 그리고 그 한풀이를 위한 도움말도 잊지 않고 있고요. 한이 서린 아내들을 위해 세상을 올바르게 변하게 할 디딤돌의 하나가 될 책이에요.








북폴리오 2017 하반기 서포터즈로서 읽고 씁니다. 



 

  1. 여자의 원한이나 복수심은 매우 무섭고 깊이 사무침을 이르는 말.
  2. 물쿠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워지다.
  3. 은결들다: 1. 상처가 내부에 생기다. 2. 원통한 일로 남모르게 속이 상하다.
  4. 1.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 2. 남녀나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 1.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 2.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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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7-17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책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오해를 부르기 십상인 말이기도 하고요.

사과나비🍎 2017-07-17 12:42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책의 이름이 추리소설?에 나올 듯한 무서운 이름이에요...^^; 저도 처음 책을 처음 만나고 놀랐었어요~^^;
아무튼 五車書님~ 댓글 감사하고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랄게요~^^* 아, 점심 식사도 맛있게 하시고요~^^*

알콩달콩맘 2017-07-17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책 제목이 너무 살벌하네요.그런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사과나비🍎 2017-07-17 12:42   좋아요 0 | URL
아, 예~^^* 책의 이름이 너무 그렇지요?...^^; 저도 그랬어요~^^; 그나저나 프로필의 나비! 예쁘네요~^^*
그럼, 알콩달콩맘님~ 댓글 감사하고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랄게요~^^* 아, 점심 식사도 맛있게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