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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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 아버지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아버지와 함께. 그런데, 신랑, 신부는 지각 결혼을 하는 듯했다. 그런 늦은 결혼을 하는 사연이야 구구절절하리라. 비혼(非婚)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요즘. 결혼은 예전보다 더욱 큰 결심이 있어야 했을 것이리라. 우리 부모님의 소원 가운데 하나도 나의 결혼이다. 몇 달 전에 하늘로 가신 작은 외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남기신 유언도 결혼이니. 나도 결혼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 또, 내가 다가가도 반기지 않는다. 며칠 전, 어렵게 용기를 내어 한 고백도 대답은 거절이었으니. 결혼하는 이가 부럽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그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기에 이렇게 됐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 한 권의 책을 손에 든다. 그 책에 담긴 시선을 바라보기 위해.


 '첫째, 존재를 미약하게 만드는 경제적 사정이고 둘째, 면역이 없기에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인간관계의 문제, 마지막은 지금껏 배운 것이 너무나도 무용함을 인정해야 하는 빌어먹을 성 불평등의 세상이다. 이를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기혼자가 된다.' -28쪽.


 '일루즈는 이처럼 "시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신분, 소유, 교양, 특히 미모와 매력 따위의 다양한 차원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기에 "만성적 불안"이 사라지지 않음을 경고했다.' -46쪽.


 공감한다. 철저히 공감한다. 이제는 많은 이에게 결혼이 공포로 다가오기도 하는 세상이다. 나도 무한 경쟁에서 만성적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런 경쟁에서 낙오자였는지.


 그리고 육아도 이야기 한다. 몇 가지를 보면, '가장 악질적으로 '남용'되는 말, 모성'을 말하고, '소비하는 부모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또,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육아서'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유용한 사교육의 유해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녀보호와 자녀소유'의 다름도 이야기한다.


 나는 솔직히 육아는 잘 모른다. 여동생의 첫째 딸이자 나의 첫째 조카를 어머니께서 돌봐 주셔서, 곁에서 잠깐 봤을 뿐이다.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래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나부터가 문제인데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나처럼 많은 사람이 '육아조차 경쟁하는' 걸 가능케 하는 이 부모라는 갑옷에 답답함을 느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 문제는 옳은 방향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의 훈계가 너무 많아서 헷갈린다는 거다. 이때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학은 큰 도움이 된다. 사회학이 제공하는 비판적 시선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원래 그런 것'이 일으키는 부작용을 발견하게 한다. 어떤 방향이 틀렸는지 알아낸다면 우리는 옳은 방향을 찾을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이런저런 비법이란 게 등장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도 분명 시민의 의무이고, 이는 곧 부모로서의 성장 아니겠는가.' -11~12쪽.


 열한 살 딸과 여섯 살 아들의 아빠라는 지은이. 사회학자라고 한다. 비판적 시선을 가진 자라고. 그의 날카롭고 바른 시선을 나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덕분에 나름 바른 눈으로 결혼과 육아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자임한다.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기획 의도 중에서. (사진 출처: 백일의 낭군님 홈페이지)


 우연히, 며칠 전, TV를 보다가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재방송을 잠깐 보게 되었다. 사극이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기획 의도도 보게 되었고. 원녀와 광부라. 나도 그 가운데 하나인가. 아무튼 참신했다. 백일이라도 부부가 되는 게 부부가 안 된 나보다 낫다고 여겨지기도 했고. 게다가 요즘 '구운몽'을 읽고 있는데, 양소유는 부귀영화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여덟 인연이나 있고. 아, 나의 인연은 어디에 있나. 옛 중국의 사마상여가 탁문군에게 봉구황을 들려주었듯이, 나의 뜻도 들려주어야 하는데. 나의 인연은 보이지를 않네. 월하노인은 도대체 무얼 하고 계신지. 어서 월하노인께서 실을 이으셔야 나중에 삼신할머니도 찾아오실 텐데. 그리고 결혼도, 육아도 경쟁인 이 세상. 날카롭고, 바른 시선을 가진 이 이야기를 함께 할 텐데. 눈을 맞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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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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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고택에 갔었다. 어릴 적에 가족과 함께였다. 이제는 빛바랜 기억이지만,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어린 나에게조차 온몸으로 다가오는 그것. 추사가 심었다는 백송에까지 서린 높은 향과 깊은 기였다. 아마도 추사의 문자향서권기(文子香書卷氣)였으리라.   


 외할머니댁에 추사의 대련이 있었다. 어느 명절에 가니, 있었다. 아마도 외삼촌께서 마련하신 것 같았다. 어린 나는 몇 자를 자세히 보다가 역부족인지라 무슨 뜻인지 더 궁금해졌다. 외삼촌께서는 화목한 가족을 뜻한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추사의 '대팽고회'를 본뜬 작품이었다. 추사고택의 백송에서 느꼈던 문자향서권기를 그 작품에서도 느꼈다. 요즘도 화목한 가족을 생각하며, 그때의 기억을 함께 떠오르고는 한다.


 나에게 그런 추사였다. 그리고 그런 추사일 것이고. 그런 추사에 대한 글을 만났다. 추사의 삶과 뜻. 그리고 그 안에서 그와 이어진 사람들.


 '족손인 김승렬이 쓴 완당 김정희 선생 묘비문을 보면 그의 평소 모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 구절이 있다.


 풍채가 뛰어나고 도량이 화평해서 사람과 마주 말할 때면 화기애애하여 모두 기뻐함을 얻었다. 그러나 무릇 의리냐 이욕이냐 하는 데 이르러서는 그 논조가 우레나 창끝 같아서 감히 막을 자가 없었다.


 이런 성격의 추사였기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없이 존경했고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싫어했다.' -20쪽.


 '(사랑은) (중략)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중략)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중략)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5~6절.


 의리와 이욕. 나에게 주어진 한 세상을 살면서 의리를 지키고, 이욕을 버리려고 한다. 추사의 삶도 그랬던 것 같고. 성경도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과 불의를 기뻐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그러니 추사의 그런 삶은 사랑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그렇기에 청나라에까지 그의 벗이 있게 되었고. 물론, 그런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사람과 삶에 대한 사랑으로 학문과 예술을 했던 추사. 그렇지만, 쓰라림 많은 삶도 살았다. 제주도와 북청에서의 유배 생활. 그 아픔을 견디어 냈기에 더 아름다운 학문과 예술을 이룬 것 같다. 상처를 이겨낸 비자반(榧子盤)이 가장 좋듯이.

 

추사 김정희 [세한도] 1844년(59세), 종이에 수묵, 23.3×108.3cm, 손창근 소장, 국보180호.


 어느 날이었다. 추사의 세한도(歲寒圖)에 대한 글을 보았다. 세한도에 추사는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낙관을 남겼다고 했다.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라는 말. 좋았다. 가끔 되뇌며, 혼자 좋아하는 말이 되었다.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을 찾으며.


  '이 <세한도>에서 더욱 감동적인 면은 서화 자체의 순수한 조형미보다도 그 제작 과정에 서린 추사의 처연한 심경이 생생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림과 글씨 모두에게 문자향과 서권기를 강조했던 추사의 예술세계가 소략한 그림과 정제된 글씨 속에 흥건히 배어 있다는 것이 이 그림의 본질이다. <세한도>의 진가는 그 제작 경위와 내용, 그림에 붙은 글씨의 아름다움, 그리고 갈필과 건묵이라는 매체 자체의 특성에 있다.' -288쪽.


 그렇다. 고마움이 가득 담긴 장무상망이라는 낙관을 그림에 남기는 추사. 그 추사의 마음이 잘 담겼기에 세한도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추사가 만남 없이 하늘에 있으니 장무상망할 수 없지만, 나 홀로 장무망이라도 하련다.


 '추사의 글씨는 대단히 괴기한 글씨로되 법도(서법)에 근거한 파격이고 개성이었다.' -11쪽.

 '서법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뛰어넘은 글씨,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괴이하나 본질을 보면 내면의 울림이 있는 글씨, 그것이 추사체이다.' -412쪽.


 추사체. 처음 만났을 때, 가히 충격이었다. 이런 글씨체도 있다니. 격식 안에서 그 격식의 깨뜨림. 즉, 격식 안의 파격.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추사체는 나에게 화두(話頭)였다. 그렇게 추사체로 수행(修行)했다.


 게다가 추사는 서예뿐만 아니라 시와 문장, 금석학과 고증학, 13경, 불교, 차(茶), 회화 등에 해박했다고 한다(12~15쪽). 실로 감탄에 감탄이다.


 이 책의 후기에서 지은이는 말한다. 그 후기의 이름은 '완당평전에서 추사 김정희로'다. 그 이름대로 『완당평전』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와 절판이 되기까지, 그리고 『추사 김정희』가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다. 『완당평전』으로 찬사도 받았지만, 오류에 대한 혹독한 비판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자료의 출현. 그래서 절판했다고 했다. 그리고 『추사 김정희』가 나왔다. 많은 노고의 결실인 듯하다. 감사의 글을 보니,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 같고.


 나도 감사의 글을 살짝 남기련다. 이 책에게. 오래전에 추사고택의 백송과 '대팽고회'에서 느꼈던 문자향서권기를 다시금 만날 수 있었다. 추사와 함께 걸으며 빛이 담긴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다. 산숭해심(山崇海深,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처럼 추사의 학문과 예술은 높고 깊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으로 높고 깊었다. 나는 그렇게 여전히 추사를 장무망하고 있다. 추사의 향과 기가 담긴 차(茶)를 마시며.  



덧붙이는 말.


초판 1쇄 기준으로 오자가 있다.

산숭해심(山嵩海深)  산숭해심(山崇海深)(17, 5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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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9-27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잘 지내셨나요.
추석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며칠간의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적인 날들이 시작되겠지요.
오랜만에 서재의 새 글이 보여서 인사 드리러 왔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사과나비🍎 2018-09-27 00:43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잊지 않으시고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서니데이님도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예~ 이제 연휴가 지나갔네요... 아쉬워요...^^;
그럼, 서니데이님도 좋은 꿈꾸시기 바랄게요~^^*
 
극한견주 2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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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이다. 황금 개의 해. 그래서인지 올해는 견공(犬公)이 더 각별히 다가온다. 예로부터 우리와 가깝게 지낸 견공. 요즘 들어 부쩍 더 가까워진 견공. 사육견에서 애완견을 넘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반려견이 되었다. 예전에 우리 가족도 견공과 함께 했었다. 아쉽게도 떠나보내야 했지만. 지금도 반갑게 다가오는 견공들을 보면,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고는 한다. 그 느낌 그대로 '극한견주 2'도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며 손에 들었다.

 

 

'극한견주 2'의 20화 '솜이가 왔다' 중에서. (사진 출처: 북폴리오 페이스북)


 전에 '극한견주 1'을 보며, 넓은 마당에서 큰 견공을 키우고 싶어진다고 했었다. 그런데, 솜이가 두 살이 되기 전까지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았다(15쪽)고 한다. 지금은 그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작가와 생각의 실이 이어진 느낌이었다. 솜이가 마당에서 노는 그림을 보고는 내 상상의 날개가 하늘을 날았다. 나도 큰 견공을 키운다면 저런 그림이 되겠지. 그리고 이어지는 견공과의 애환이 깃든 삶. 정말 극한견주였다. 마일로는 웹툰 작가이기에 이런 애견인들의 공감 웹툰이 나왔다.

 

 

 견공에도 사춘기는 있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길 개춘기. 견공에도 중2병이 있다니. 사모예드인 솜이도 사춘기를 보냈다고 한다. 기억을 떠올려 보니, 우리 가족과 함께한 견공도 그런 것 같다. 그 사춘기. 힘껏 날아오르는 날갯짓이 된다면, 의로움으로 나아가게 되리라. 견공도 그럴 것이고. 오수(獒樹)의 견공처럼. 또, 다른 의견설화(義犬說話)1의 견공들처럼. 견공과 견주가 올바르게 교감(交感)하며, 견공의 사춘기를 함께 다독였기에 견공도 의를 알게 되었을 터. 물론, 엇갈린 길인 걸견폐요(桀犬吠堯)2로 나아간 개도 있을 터. 의견(義犬), 걸견(桀犬). 그 갈림길은 올바른 교감이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도 애견인의 공감 필독 웹툰! 극한견주의 두 번째 이야기. 책의 얼굴에 있는 솜이의 그림이 부르고 있다. 애잔하게. 그 부름에 응답하시리라 믿는다.  


 

  1. 개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은혜를 갚은 것을 주제로 한 설화.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40825&cid=46643&categoryId=46643 )
  2. 중국의 걸주(桀紂)같이 포학한 인간이 기르는 개가 요(堯)와 같은 성군(聖君)을 보고도 짖어댄다는 말. 결국 개는 주인만을 알아볼 뿐 그 밖의 사람에게는 사정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며, 나아가서는 인간도 상대의 선악(善惡)을 가리지 않고 자기가 섬기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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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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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AH-27반 아이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삼일절인 오늘, 아버지와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고인은 아버지 지인의 아버지셨다. 잠깐 뵌 영정 속의 할아버지. 과연 어떤 삶을 사셨을까? 장례식장을 나오며, 아버지께서 장지를 물으시니 현충원이라 답하신다. 국가유공자시라고. 추측하건대, 나름 좋은 삶을 사셨으리라.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부러운 삶을 사시겠지. 그렇게 상을 받으시겠지. 단지 나의 어림짐작이겠지만, 사필귀정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나는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환생에 대해 고등학교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의 전생은 무엇이었을지 강한 궁금증을 가지며. 결론은 전생을 알 수 없지만, 현생에서는 '착하게 살자'였다. 그래서 내생에도 복을 받자고. 물론, 이렇게 이어지는 삼생이 허상일 수도 있지만. 즉, 윤회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나저나 우리는 무척 부러운 사람에게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라는 말을 쓰고는 한다. 인과응보라는 말이다. 좋은 쪽으로. 그런데,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환생이 있다고. 그것도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혹시 전생에 나라를 구한 동물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에 더해 그 동물들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전에 가르침을 받는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그런 학교를 배경으로 한 만화가 있다. 그 학교의 학생들인 동물들을 만났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 우린 모두 다르니까 각자 다른 걸 좋아하는 건 당연해!' -'최고의 전문가' 중에서. (162쪽)


 동물들. 하늘로 떠난 동물들. 그 동물들 가운데 사람으로 환생하는 동물들. 그 동물들이 환생하기 전에 머무는 학교가 있다. 이름하여, 환생동물학교. 그 학교의 한 반. AH-27반. 그 반에 초보 선생님이 오신다. 남아 있는 동물의 습성을 버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환생하여 사람으로 잘 살게 하기 위해. 반 아이들은 머루와 쯔양이라는 고양이 둘, 맷, 블랭키, 아키라는 강아지 셋, 비스콧이라는 하이애나 하나, 카마라라는 고슴도치 하나다. 귀여운 동물 아이들의 색채가 뚜렷하다. 주인을 그리워하는 동물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어설프게 다가가는 선생님이지만, 좌충우돌하며 서로에게 따뜻함을 채워 준다.   


 짐승 같은 인간도 간혹 있지만, 짐승들은 인간이 되고자 한다1. 어느 전설의 여우가 그렇고, 단군 신화의 곰과 호랑이가 그렇다. 그들에게 인간은 특별함이다. 물론, 인간보다 나은 삶을 사는 동물도 있지만, 여전히 인간에게는 존엄성이 있다. 인간으로 환생하려는 '환생동물학교'의 AH-27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는 동물의 얼굴도 있지만, 인간의 얼굴이 더 많이 보인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이미 인간의 존엄성이 보인다. 그래서 오랫동안 따뜻하다.

 

 그나저나 대학교 다닐 때였다. 닭살이 돋는 애정 행각을 벌이는 연인들에게 '전생에 닭'이라고 놀렸었는데, 아마도 '환생동물학교' 출신이었나 보다.    




 덧붙이는 말.


 '환생동물학교'는 2017년 9월 4일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하기 시작한 웹툰이다.

 작가인 엘렌 심은 '고양이 낸시'의 작가이다.

 

   


 

  1. '인간이 되고 싶어' 나무위키 ( https://namu.wiki/w/%EC%9D%B8%EA%B0%84%EC%9D%B4%20%EB%90%98%EA%B3%A0%20%EC%8B%B6%EC%96%B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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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2018-03-04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을것 같아요 ㅎㅎㅎ

사과나비🍎 2018-03-22 23:51   좋아요 1 | URL
아, 지금에서야 댓글을 봤네요...^^; 죄송하네요...^^;
너무 늦었지만, 코끼리님의 댓글 정말 감사해요~^^*
언제나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 바랄게요~^^*

코끼리 2018-03-23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좋은하루되세요

사과나비🍎 2018-03-30 21:29   좋아요 0 | URL
^^* 아, 댓글을 남기셨었네요~ 이번에도 너무 늦었네요~^^;
코끼리님도 미세먼지, 황사에 건강 잘 챙기시고요~
좋은 시간되세요~^^*
 
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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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타임지 올해의 인물, '침묵을 깬 사람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 8년 전, 장례식장에서 당한 성추행한 여성의 용기 있는 목소리1. 깊이, 높이, 또 멀리, 모두에게 새겨졌다. 2017년 계간 '황해문화' 97, 겨울호에 최영미2 시인은 시 '괴물'을 기고했다. 고은3 시인의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한 시였다. 앞서 미국에서도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 파문이 있었다. 2017년 10월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Me Too 운동. 성폭력 피해 공개 운동이다. 모두 침묵을 깬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 대부분이 일하는 여성들이다. 마침, 일하는 여성 열한 명을 인터뷰한 이야기가 담긴 글 모음이 있다. 그들도 침묵을 깨고 있다.     


 '엄청 많지. 술자리라든가 전시 뒤풀이에서 나이 많은 작가나 갤러리 관계자들이 젊은 여성 큐레이터나 작가를 성추행하는데 본인들은 그게 추행인지도 모른다. 대놓고 잠자리를 요구하거나 작품을 팔았는데도 돈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여성 '아티스트'라서 겪는 일에 더해, '여성'이기에 당하는 일도 많다. 그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니까.' -'내가 나를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중에서, 양자주 아티스트. (93쪽.) 


 '내 또래 작가들 상당수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해서 고민했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나 역시 당시 있던 팀의 부장이 내 손을 잡는다거나, 담배를 피울 때 옆에 앉혀놓고 자기가 젊은 여자 작가랑 데이트를 했었다며 자랑하기도 했고. 그런 걸 듣는 게 너무 싫었다.' -'내가 먼저 했던 고민을 알려주고 싶다' 중에서, 최지은 작가. (108쪽.)


 일하는 여자들. 집안일만 하는 여자들이 아닌 바깥일도 하는 여자들이다. 배우전문기자 백은하, 영화감독 윤가은,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아티스트 양자주, 작가 최지은, GQ 에디터 손기은, 공연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지이선, 기자 · 방송인 이지혜, 뉴프레스 공동대표 우해미, N잡러 홍진아. 그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때로는 소곤소곤 속삭임, 때로는 처절한 절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목소리를 당긴 인터뷰어와 민 인터뷰이. 모든 우여곡절(迂餘曲折)이 고이 담겨 있다. 일하는 여자들의 모든 우여곡절이.


 '계속 꾸준히 일하며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는 삶의 원칙과 태도를 추구하는 모든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영감과 용기를,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이에게는 이해와 공감을 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면 기쁘겠다.' -'꾸준히 일하며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는 삶의 원칙과 태도를 추구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중에서, PUBLY, CEO 박소령. (8쪽.)


 중학생 때, 나는 등교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버스는 만원이었다.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운이 좋게 좌석에 앉았던 나. 내 좌석 주위에서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아마 출근하는 직장인이었을 거다. 즉, 일하는 여성이었다. 성추행을 당했는지 항의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버스는 달렸다. 당시, 내가 그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다. 잠이 부족해서 잠깐씩 졸기도 했지만, 좀 당황해서 그저 앉아 있었다. 성추행이 계속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다른 눈들이 모이니, 그쳤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 일하는 여성을 보호했어야 했다. 이제는 하려고 한다. Me Too를 넘어, With You, Me First로 나아가야겠다.

 

 '일하는 여성들'의 물음표와 마침표를 만나며, 중학교 때의 이 기억이 떠오르게 됐다. '일하는 여성들'. 각자의 색채와 온기를 갖고 침묵을 깨는 여성들. 그 목소리에 담긴 간절한 소망. 함께 하고, 또, 먼저 하고 싶다. 중학교 때 행동하지 못했던 내가 행동하고 싶다. 물음표에서 나온 마침표. 그 마침표가 또 다른 물음표가 되었고, 나는 느낌표로 잇고 싶다. 그렇게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다. 이것이 페미니즘이다. 그 페미니즘이 꽃과 열매를 맺으면, 괴물이 하나하나 잡힐 거고.



 덧붙이는 말.


 장경진, 윤이나, 황효진, 정명희로 구성된 ‘4인용 테이블’은 쓰고 만드는 네 사람이 모여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팀이라고 한다. 

  


 

  1. 서지현 검사가 올린 안태근 성추행 폭로 글, 황춘화 기자, 한겨레 신문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0046.html )
  2. 최영미 시인. ( https://namu.wiki/w/%EC%B5%9C%EC%98%81%EB%AF%B8 )
  3. 고은 시인. ( https://namu.wiki/w/%EA%B3%A0%EC%9D%80(%EC%8B%9C%EC%9D%B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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