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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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법률가가 되고 싶었다. 아니, 지금도 법률가가 되고 싶다. 될 수 있다면. 그 법률가. 되리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가끔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는 상상을 각각 해보고는 했다. 판사가 되어 옳은 길을 찾아 보이고. 검사가 되어 정의의 칼을 범죄자들에게 겨누고. 변호사가 되어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나아가고.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 무대인 법정. 많은 목소리가 어울린 그곳. 그곳의 주역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나였기에 이번 사법농단 의혹1은 정말 안타까운 일로 다가왔다. 사법 불신!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다. 작금의 이런 상황. 그 뿌리를 알고 싶었다. 옛 스승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떠올랐기에. 무언가를 알고 싶을 때, 먼저 그 역사를 알아보라는 말씀이. 그리고 때마침 만난 책이 '법률가들'이다. 비록 가제본이지만. 그 일부를 담았지만. 


 '거칠게 평가하자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전반적으로 그런 시대였고 어느 누구도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가제본 '1부 모든 것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38쪽)


 1937년 고등시험 사법과 조선인 합격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그 시대를 시작으로 이루어진 이 책. 이 책의 프롤로그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본다.

 ​1부는 바로 그 '1937년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 제도를 탐구했다'. 고등시험 사법과 합격자들. 제1법률가군 이야기다. 

 2부는 '일제시대 '이류' 법률가로 취급받았으나 해방이후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과 함께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 조선변호사시험 출신들의 삶을 다뤘다'. 제2법률가군이다.

 3부는 해방으로 '일제시대 서기 겸 통역생으로 일하며 일본인 판검사들을 보조했던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는 기회를 잡은 이야기다. 미자격자였던 그들이 제3법률가군이다. 

 4부는 '해방공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시킨 1946년 5월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이야기한다'.

 가제본은 4부까지의 이야기만 들려준다. 그래도 프롤로그에는 그 다음 줄거리도 있다. 

 5부는 '정부수립을 전후해 법조계에서 벌어진 각종 좌익 관련 사건을 다룬다'.

 6부는 '한국전쟁이라는 쓰나미가 법조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7부는 '이른바 '이법회' 또는 '의법회' 문제를 발굴함으로써 초창기 법조계 5년의 역사가 오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해방 당일 시행 중이던 조선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이 모두 합격증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해방 후 각종 필기시험을 면제받은 이 사람들이 이법회를 구성한다. 이법회 출신들은 제4법률가군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률가들의 뿌리는 깊지 않았다. 너무 앝았다. 우선 일제 시대의 판사, 검사, 그리고 변호사도 친일의 흔적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제3법률가군을 형성하는 미자격자들. 그들의 일부는 그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그렇게 좌익과 중도의 날개를 꺾는다. 또, 일찍 옷을 벗고 전관이 되어 좋지 않은 관행을 만들기도 하고. 그리고 이법회의 존재. 난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만 만났지만, 그들의 정당성에 그늘이 드리우는 건 알 수 있었다. 물론 각기 다른 삶으로 나아가겠지만. 이렇게 우리의 법률가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그들. 그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이기에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도록 우리 모두 잘 키워야 하겠다.  


 이 책, 가제본이었고, 일부였지만 우리 법률가들의 역사를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마치 족보 같다. 평을 곁들인 족보. 우리 법률가들의 족보. 사람들이 족보를 보며, 뿌리를 알고, 오늘날의 자리를 알 수 있듯이.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보면, 법률가들의 뿌리를 알고, 오늘날의 자리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 보시라. 후회는 안 하시리라.      



 

  1. 나무 위키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2%AC%EB%B2%95%EB%86%8D%EB%8B%A8%20%EC%9D%98%ED%98%B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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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문학 - 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
김동훈 지음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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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민음사 블로그)

 

 내가 끌리는, 나를 끌어당기는 그 무엇. 나는 그것을 소유하고 욕망한다. 나의 그것 가운데 하나가 '애플'이다. 그 단순함. 그 깔끔함. 또, 존재 목적에 정확하게 합치됨. 나는 그것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족(蛇足)이 없는 '애플'의 작품들. 나와 닮았고, 혹은 내가 닮으려고 하기에 함께 거닌다. 그렇게 아이폰을 소유하고 있고, 아이패드를 소유했었다. 그리고 계속 욕망한다. 그런데 그 객체는 다르지만, 나처럼 소유하고 욕망하는 사람들의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 모를 욕망. 즉, 무의식의 의미는 무엇일까.


 '브랜드가 나의 감각에 던지는 눈길인 어떤 파장을, 그리고 나 또한 그 자극에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반응하며 눈길을 주는 이유를 범주화해 보았다. '정체성, 감각과 욕망, 주체성, 시간성, 매체성, 일상성'들이었다. 이것으로 브랜드를 이해하고 인간의 신체와 감각에 대해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프롤로그 '지금은 브랜드의 땅' 중에서. (8~9쪽)


 '브랜드 인문학'은 이렇게 6부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직히 잘 몰랐던 몇몇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었고. 부족한 안목도 살짝 넓혀졌다.  


 '접속과 배치를 통해 특정 방향으로 향하던 '욕망'이 몸에 배면 취향이 된다. (……) 저 브랜드가 내게 다가왔고 내가 그것을 택했다.

 선택을 통해 브랜드와 접속한 우리는 나름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선택이 있기 전 브랜드와의 마주침과 나의 선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각의 자극은 우리 안에 묻힌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묻힌 우리의 과거를 들뢰즈는 앙리 베르그송의 이론을 따라 '잠재력'이라 불렀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특정 브랜드와 접속하여 생기게 된 우리의 정체성은 잠재력이 현실화된 것이다.

 (……) 들뢰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활용하여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은 감각으로 자극받을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 욕망은 저마다의 잠재력을 깨우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은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2부 프롤로그' 중에서. (96~97쪽)


 '창조력은 현실에서 잠재력과 함께 빛을 낸다.

 (……)

 잠재력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변화, 즉 운동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변화를 위해 감각자극을 말했다. 그 자극이 지속될 때 운동은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다. 그 잠재력 자체가 사실은 무한한 창조력인 것이다.' -'4부 프롤로그' 중에서. (250쪽)


 이 책 '브랜드 인문학'의 작은 이름은 '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이다. 그 이름처럼 잠재력을 깨우라고 한다. 감각을 자극해서. 그 감각을 자극하는 열쇠는 브랜드에 있다. 내가 소유하고, 욕망하는 브랜드. 내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그 정체성은 나의 잠재력이 현실화된 것이고. 그 정체성. 그 브랜드. 감각 자극으로 잠재력을 깨우자. 그 잠재력은 곧 창조력이니. '소비에 앞서 정체성을, 과시에 앞서 나다움을.(31쪽)' 잊지 않으며.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현대문학, 1952.

   

 내가 소유하고, 욕망하는 브랜드인 '애플'. 단순함, 깔끔함, 존재 목적에 정확히 합치됨. 그 잠재력이 정체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내 무의식이 그 '애플'과 접속하여 형성된 정체성. 내가 '애플'을 부르고, '애플'이 나를 부른 것이다. 그리고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브랜드가 되고. 꽃처럼. 하나의 몸짓이었던 꽃. 이름을 불러주어, 나의 꽃이 된다. 결국,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애플'은 나에게, 나는 '애플'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나의 잠재력은 깨어난다. 창조력으로 이어질.


 '브랜드 인문학'은 서른두 가지의 브랜드를 이야기한다. 각 브랜드의 탄생과 정체성을 그린다. 그 사유의 장(場). 그 바다에서 항해했다. 희열을 느끼기도 하며. 파도를 넘어 여정을 함께 했다. 항해하며 들은 수업. 준비된 수업이었다. 수강 신청 잘했다. 

 참고로 '애플'은 이 책에 안 나온다. 프라다, 스타벅스,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이 나온다. 나오는 것 가운데 눈에 띄는 건 '민음사'다. 이 책의 출판사. 애서가인 내가 관심 있는 우리나라 출판사. 

 


 

 



 덧붙이는 말.


 저자가 《경향신문》에 「서양고전학자의 브랜드 인문학」으로 연재하다가, 민음사 양희정 부장의 손길이 더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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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29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시고 리뷰 하셨네요 굿👍👍👍

사과나비🍎 2018-11-29 22:24   좋아요 1 | URL
아 카알벨루치님~ 말씀 감사해요~^^*
그런데, 저 지각 서평이었어요...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었고요...^^;
아무튼! 정말 말씀 감사해요~^^*
좋은 밤되세요~^^*

카알벨루치 2018-11-29 22:37   좋아요 1 | URL
지각해도 괜챦습니다 쓰기만 하면 되는거죠 굿밤하소서!

사과나비🍎 2018-11-29 22:42   좋아요 1 | URL
^^* 예~ 그런 거겠지요?...^^*
카알벨루치님의 말씀! 정말 감사해요~^^*

카알벨루치 2018-11-29 22:45   좋아요 1 | URL
저도 애플, 문동 그리고 요즘 고전읽으면서 민음사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민음사는 좋아했는데 고전의 활자가 맘에 안 들었는데 요즈음은 내용에 빠지니 민음사도 나름 그 활자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사과나비🍎 2018-11-29 22:51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군요~^^* 민음사의 고전도 많이 읽으시고 계시군요~^^*
그러게요... 읽기가 불편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좋은 내용에 깊이 들어가셔서 그 매력을 아셨나 봐요~^^*
깊은 독서를 하시는 카알벨루치님! 언제나 응원드려요~^^*
 
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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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꺾인 상병, 꺾인 병장이라는 말이 있다. 군대 은어다. 군 장병들이 통상 특정 계급 복무기간의 절반을 넘겼을 때 꺾인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인생에서 꺾이는 때는 언제일까. 지금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80세 남짓이니, 마흔을 그때로 볼 수 있으리라. 중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마흔. 공자께서 불혹이라 하신 마흔. 그 마흔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이가 있다. 그는 기시미 이치로다.


 '젊었을 때와 달리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합니다.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8쪽)


 '일본의 철학자인 미키 기요시는 『인생론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은 존재와 관련되어 있지만 성공은 과정과 관련돼 있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7쪽)


 '"자신에 대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좋아한다." -'8장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중에서. (190쪽)  


 십이 년 전 새벽 네 시경, 기시미 이치로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고 한다. 당시 그는 오십이었다고. 심근경색. 열 명에 두 명은 죽게 되는 병이라고 들었던 그. 큰 수술과 재활로 건강을 되찾은 그. 이제, 다시 살아갈 용기를 말한다. 이어서, 어머니를 간병하며, 아버지를 간병하며,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은 한국어 공부와 여러 책을 낸 그. 병상에서 독일어를 공부하시고 싶다던 어머니. 인지증을 앓으신 아버지. 자신과 부모님 두 분으로부터 '있는 그대로', '지금, 여기'를 배운 그.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라 말하는 그. 이제,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그.

 

 해인사 법보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해인사 장경각의 법보전에는 이런 주련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원각도량하처, 원각도량이 어느 곳인가, 원만하게 깨달은 부처님이 계신 도량이 어딘가 하는 물음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현금생사즉시,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삶과 죽음이 있는 오늘 이 자리.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떠오른다. 이 현금생사즉시는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지금, 여기'와 일맥상통이다. '있는 그대로'는 '본래성불(本來成佛)'과 일맥상통이고. 밖의 크고 작음, 많고 적음, 길고 짧음, 높고 낮음에서 벗어나 안의 '있는 그대로'를 밝게 보아야 한다. 또, '본래성불'이지만, '있는 그대로'이지만 가려진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지금, 여기'를 힘차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를 오롯이 살면서 닦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날마다 온전히 새로워지며 빛을 내게 되고.


 '이 책이 젊은 사람에게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기대를, 지금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젊을 때와는 다른 기쁨을 느끼며 사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작가 후기'중에서. (254쪽)


 이 책의 작은 이름은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다. 노년의 바로 아래, 중년. 중년의 위기라는 위기가 찾아오기 쉬운 때다. 게다가 노년에 대한 두려움. 가장 크리라. 그런데, 이 책은 그 두려움을 멀리하게 하고, 기대를 준다. 거기에 더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저자는 이 책이 '젊은 사람에게 기대를',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중년에게는 기대와 용기를 함께 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인생에서 꺾이는 때인 마흔. 중년의 시작. 그 마흔에게 알맞은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을 준다. '있는 그대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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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나이스비트 미래의 단서 - 글로벌 메가트렌트 최종 결정판
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우진하 옮김 / 부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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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지력(豫知力). 정말 갖고 싶은 능력이다. 앞날을 안다는 것. 큰 축복일 터. 앞날을 안다면, 난 무엇을 가장 알고 싶을까? 우선, 나의 연인을 알고 싶을 것 같다. 나를 애타게 하고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 정말 알고 싶다.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태어는 났는지. 그리고 며칠 앞으로 다가온 올해의 대학 입학 시험! 그처럼 중요한 몇 가지 시험의 답도 알고 싶다.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겠고. 좋은 전문직도 할 수 있겠지. 고시 합격도 할 수 있겠고. 거기에 주식 동향이나 부동산 경기, 복권 번호를 알 수 있으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 또, 사건과 사고 속에서 의인이 될 수도 있겠고. 그런데, 예지력이 안 된다면, 시간 여행도 좋겠다. 영화 '백 투 더 퓨쳐 2(Back To The Future Part 2, 1989)'에서 미래로 여행을 하듯이. 미래의 놀라운 얼굴도 보고, 모험도 하고. 이번에도 알고 싶은 걸 알아서 이(利)와 의(義)를 이루어 나가겠지. 이렇게 앞날은 우리에게 큰 매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연초에 토정비결을 보기도 하고, 수시로 점술가를 찾아 앞날을 보여 달라고 하지. 어떤 이들이 예언가, 점성술사나 관상가, 지관의 활약을 바라던 때가 있었고. 나에게는 가끔 오늘의 운세를 신문에서 보던 때가 있었고. 그런데, 여기 아주 용한 사람이 있다.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다.  


 '15세기 유럽에서는 새로운 기계식 활자와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정보와 통신 혁명이 일어났으며, 이를 통해 일부 상류 특권층만이 누리던 교육의 기회가 일반 대중에게로까지 확산되었다. 또한 도시가 성장, 발전하면서 일반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풍요로움도 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가톨릭교회가 쥐고 있던 헤게모니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당시 인쇄 기술과 비슷하며 이를 통해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의견을 교환하고 영향을 미친다. 각 개인이나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제한된 지리적 영역과 자신의 전공 분야 안에서 개별적으로만 활동하지 않으며 전 세계적인 성장과 발전의 일부분을 이룬다.' -'들어가는 글' (14~15쪽).     


 지금을 새로운 르네상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 시기의 메가트렌드를 이야기한다. 서론, 본론(여덟 장), 결론으로. 서론은 '새로운 메가트렌드'를 이야기한다. 본론의 제1장 '메가트렌드를 찾는 방법'을 네 가지로 말한다. '선입견부터 버려라', '과거로부터 배운다', '큰 그림을 보라', '사고방식에 주목하라'다. 제2장 '세계 질서의 주역들'에서는 미국, 유럽, 중국을 이야기한다. 제3장 '떠오르는 신흥 세력'에서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를 이야기한다. 제4장 '새로운 세계 지도'에서는 서구 중심에서 다중심의 세계로 가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에서는 '알고리즘 혁명', '4차 산업 혁명', '인터넷 기술의 미래',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금융 혁명'을 설명한다. 제6장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이야기한다. 제7장에서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생존법'을 말한다. 제8장에는 '새로운 무역 질서'를 언급한다. 결론은 '메가트렌드 마스터하기'다. '자유로운 사고의 힘', '오늘의 혼란이 내일의 해답', '일자리의 변신', '전문가의 도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메가크렌드와 올바른 선택'을 알려 준다.


 '미국의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독일의 부체리우스 법학전문대학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까운 장래에 현재 이뤄지는 변호사 업무의 대략 50퍼센트 정도는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 《디 차이트》 2016년 9월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플라이트라이트, 유클레임, 페어플레인과 같은 스타트업은 지금의 제도에 불편을 겪고 있는 여객기 이용객의 편의를 위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이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몇 초 안에 이용객이 주장하는 불편 사항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 (174~176쪽).

 'SEW 유로드라이브는 모터 및 각종 구동 장치의 자동화 기술을 이끄는 세계 유수의 독일 기업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공장을 꿈꾼다. SEW의 직원들은 1980년대부터 반쯤 농담처럼 언젠가는 이 회사에 정문 경비 한 사람만 남게 될 것이며 그 사람이 회사의 유일한 인간 노동자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실제는 좀 다르다. SEW는 디지털 생산 방식 때문에 실업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생산성은 30퍼센트 이상 증가했지만 실제 노동자의 숫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회사 일거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 (181쪽).

'중국 최대의 로봇 제조 회사인 시아순은 아예 독일의 일급 기계 공학 직업 학교 한 곳을 사들였다. (……) 시아순은 앞으로 2년 안에 중국 내에 10~20개 정도의 직업 훈련 학교를 새로 여는 것이 목표다. -제5장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미래' (182~183쪽).

 인상 깊게 본 일자리에 대한 그의 이야기다. 앞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자명하다고 한다. 허나,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위기가 곧 기회인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고 하지 않던가.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TV 인생극장(1993~1994, 1997~1999)'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책의 목표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발휘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 변화나 전환은 이미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누구도 그걸 멈출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변화 속으로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그저 회피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 '서론 새로운 메가트렌드' (37~38쪽).

 '메가트렌드를 마스터하는 최고의 비결을 알고 싶은가? 자신에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하며 반드시 스스로 선택하라.' -'결론 메가트렌드 마스터하기' (355쪽).


 지은이는 '메가트렌드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324쪽)'고 말한다. 세상은 수많은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옳다고 생각되어 온 것이 그른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열린 마음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때로는 실수도 하고 산다. 그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이것 역시 삶이다. 그런데,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 그래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물론,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선택할 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보는 눈이 밝아진다. 이 책으로. 그래서 이 책을 선택 사용 설명서라고 해야 할까. 선택의 연속인 삶 속에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 1998), '나비 효과(The Butterfly Effect, 2004)',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TV 인생극장(1993~1994, 1997~1999)'은 모두 선택이 열쇠다. 선택으로 새로운 문을 열었다. 이 책 '미래의 단서'도 선택으로 새로운 문을 열게 해준다. 통찰력으로 모은 미래의 단서들. 그 결정적 단서들로 추리를 하게 한다. 합리적 추리를. 그것이 그의 예언이다. 현자(賢者) 같다. 그로 인해 태어난 선택. 혹여 원치 않는 방의 문을 열었을 때, 두려워 말지니라. 우리는 잠재력이 있다. 'TV 인생극장'에서 이휘재의 명대사,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자. 용기를 내자.    





 덧붙이는 말.


 1982년, 존 나이스비트는 '메가트렌드'라는 책에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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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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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 아버지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아버지와 함께. 그런데, 신랑, 신부는 지각 결혼을 하는 듯했다. 그런 늦은 결혼을 하는 사연이야 구구절절하리라. 비혼(非婚)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요즘. 결혼은 예전보다 더욱 큰 결심이 있어야 했을 것이리라. 우리 부모님의 소원 가운데 하나도 나의 결혼이다. 몇 달 전에 하늘로 가신 작은 외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남기신 유언도 결혼이니. 나도 결혼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 또, 내가 다가가도 반기지 않는다. 며칠 전, 어렵게 용기를 내어 한 고백도 대답은 거절이었으니. 결혼하는 이가 부럽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그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기에 이렇게 됐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 한 권의 책을 손에 든다. 그 책에 담긴 시선을 바라보기 위해.


 '첫째, 존재를 미약하게 만드는 경제적 사정이고 둘째, 면역이 없기에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인간관계의 문제, 마지막은 지금껏 배운 것이 너무나도 무용함을 인정해야 하는 빌어먹을 성 불평등의 세상이다. 이를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기혼자가 된다.' -28쪽.


 '일루즈는 이처럼 "시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신분, 소유, 교양, 특히 미모와 매력 따위의 다양한 차원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기에 "만성적 불안"이 사라지지 않음을 경고했다.' -46쪽.


 공감한다. 철저히 공감한다. 이제는 많은 이에게 결혼이 공포로 다가오기도 하는 세상이다. 나도 무한 경쟁에서 만성적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런 경쟁에서 낙오자였는지.


 그리고 육아도 이야기 한다. 몇 가지를 보면, '가장 악질적으로 '남용'되는 말, 모성'을 말하고, '소비하는 부모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또,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육아서'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유용한 사교육의 유해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녀보호와 자녀소유'의 다름도 이야기한다.


 나는 솔직히 육아는 잘 모른다. 여동생의 첫째 딸이자 나의 첫째 조카를 어머니께서 돌봐 주셔서, 곁에서 잠깐 봤을 뿐이다.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래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나부터가 문제인데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나처럼 많은 사람이 '육아조차 경쟁하는' 걸 가능케 하는 이 부모라는 갑옷에 답답함을 느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 문제는 옳은 방향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의 훈계가 너무 많아서 헷갈린다는 거다. 이때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학은 큰 도움이 된다. 사회학이 제공하는 비판적 시선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원래 그런 것'이 일으키는 부작용을 발견하게 한다. 어떤 방향이 틀렸는지 알아낸다면 우리는 옳은 방향을 찾을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이런저런 비법이란 게 등장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도 분명 시민의 의무이고, 이는 곧 부모로서의 성장 아니겠는가.' -11~12쪽.


 열한 살 딸과 여섯 살 아들의 아빠라는 지은이. 사회학자라고 한다. 비판적 시선을 가진 자라고. 그의 날카롭고 바른 시선을 나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덕분에 나름 바른 눈으로 결혼과 육아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자임한다.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기획 의도 중에서. (사진 출처: 백일의 낭군님 홈페이지)


 우연히, 며칠 전, TV를 보다가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재방송을 잠깐 보게 되었다. 사극이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기획 의도도 보게 되었고. 원녀와 광부라. 나도 그 가운데 하나인가. 아무튼 참신했다. 백일이라도 부부가 되는 게 부부가 안 된 나보다 낫다고 여겨지기도 했고. 게다가 요즘 '구운몽'을 읽고 있는데, 양소유는 부귀영화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여덟 인연이나 있고. 아, 나의 인연은 어디에 있나. 옛 중국의 사마상여가 탁문군에게 봉구황을 들려주었듯이, 나의 뜻도 들려주어야 하는데. 나의 인연은 보이지를 않네. 월하노인은 도대체 무얼 하고 계신지. 어서 월하노인께서 실을 이으셔야 나중에 삼신할머니도 찾아오실 텐데. 그리고 결혼도, 육아도 경쟁인 이 세상. 날카롭고, 바른 시선을 가진 이 이야기를 함께 할 텐데. 눈을 맞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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