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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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에서 들은 강의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1학년 교양 과목으로 기억한다. 노(老)교수님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열심히 설명하시고 계셨다. 지난 시간에 이어 말씀하시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하얀 세상이 되는 경험이었다. 수강하던 많은 학생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는지 강의실은 가라앉고 있었다. 그 사실을 직감하신 노(老)교수님. 칸트의 일화(逸話)를 구원 투수처럼 등판시키셨다. 칸트의 산책 이야기였다. 칸트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길로 산책을 했다고 한다. 정확한 칸트.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칸트를 보고 시계의 시간을 맞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자기 관리의 화신인 칸트가 산책을 안 한 날이 있다고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찾아보니, 단 두 번1. 한 번은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다른 한 번은 프랑스 혁명을 실은 신문 때문에. 다행히 이 칸트의 산책 이야기가 많은 학생들의 머릿속 하얀 세상을 다시 알록달록한 세상으로 채워 주었다. 칸트의 생활 규칙 습관화에 놀라며. 이 사건을 떠오르게 한 책이 있다. 습관에 관한 책이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에 따르면 습관은 다음 3가지 요소로 성립된다. 첫 번째는 신호다. (……) 두 번째는 반복행동이다. (……) 세 번째는 보상이다.' -68~69쪽.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다짐을 한다. 나도 그렇고. 그런데, 대부분 작심삼일이다. 아무래도 습관화가 문제이리라. 어떻게 습관화를 해야 할까. 습관의 3요소가 있다고 한다. 신호, 반복행동, 보상. 이 세 가지 요소로 좋은 습관을 성립시켜야 하겠다.


 '덧셈의 재능과 곱셈의 재능이 있다. 같은 경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덧셈만으로 쌓아 올리는 사람이 있고, 곱셈으로 재빨리 결과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가 ‘센스’다. 내가 생각하는 센스와 재능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센스 : 습득하는 속도
 • 재능 : 지속해서 습득한 기술과 능력
 가령 어학을 바로 습득하는 사람에게는 센스가 있다고 말한다. 센스가 있으면 들인 노력에 비해 성장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센스가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가면 덧셈으로도 언젠가 같은 기술과 능력, 즉 재능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277~278쪽.


 이 글을 본 순간, 이솝 우화인 '토끼와 거북이'이야기가 생각났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잠을 잔 토끼는 지고, 꾸준한 거북이가 이긴 이야기. 덧셈의 재능을 가진 거북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이 책과 일맥상통한다.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9쪽.


 지은이가 '시작하며'에서 작가 사카구치 교헤이가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의 중심 생각이기도 하다.


 '•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 '노력'은 '습관'이 생기면 지속할 수 있다.

 • '습관'을 만드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 -10쪽.  


 지은이가 '시작하며'에서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이 세 가지 줄기에 달린 가지로 이루어져 있고. 지은이가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만든 50가지 기술도 하나의 가지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이라는 영화가 있다.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남자. 그 남자가 피아노를 훌륭히 연주하게 된다. 피아노 연주의 기초도 모르던 이 남자.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제18변주'라는 어려운 곡을2. 최소 10년은 배워야 한다고 하는 그 곡을. 반복되는 시간 안에서 배웠다. 습관이 되어. 놀라웠다.

 우리 속담에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에 따라 판명되는 존재다. 탁월함은 단일행동이 아니라 바로 습관에서 온다'고 했고, 파스칼은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고 했다. 서경에는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천성이 된다'는 뜻이다. 또, 논어에는 성상근야 습상원야(性相近也 習相遠也)라는 말이 있다. 즉, '사람의 본성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에 의해 멀어진다'라는 말이다. 모두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도 좋지 않은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은 길러야겠다. 우선, 운동, 독서, 언어. 이 세 가지에서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다. 칸트처럼 꾸준한 산책. 김득신처럼 꾸준한 독서3. 아나운서처럼 꾸준한 바른 언어 생활. 거기에 미루는 습관은 버리고 싶다. 그리고 좋은 습관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겠다. 그렇게 확인 행위의 습관화까지. 좋은 생활 규칙을 습관화해야겠다.
 지은이는 미니멀리스트라 한다. 전작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미니멀리즘을 설파했다고 한다. 나는 책을 모으는 사람이기에 책에 관해서는 절대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는 없으리라. 그래도 그의 생각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책과의 헤어짐이 적어도 그 정리의 필요성은 알기에. 이 책에서 자신의 행위에 반성을 하고, 고치며, 좋은 습관을 만들라는 지은이. 그 얼굴에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간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의 얼굴도 겹쳐 보였다. 그렇게 간소한 생활과 좋은 습관화된 생활은 서로 닮았나 보다.   





 덧붙이는 말.


 초판 1쇄 기준으로 오타가 있다. 78쪽의 '육제적인'을 '육체적인'으로, 203쪽의 '그의'를 '그는'으로 고쳐야 한다. 또 띄어쓰기 오류가 있다. 299쪽의 '인류는그'를 '인류는 그'로 고쳐야 한다.  

 

 

      


 

  1. 나무위키의 '이마누엘 칸트'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9D%B4%EB%A7%88%EB%88%84%EC%97%98%20%EC%B9%B8%ED%8A%B8 )
  2. 나무위키의 '사랑의 블랙홀'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2%AC%EB%9E%91%EC%9D%98%20%EB%B8%94%EB%9E%99%ED%99%80 )
  3. 이기환,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세종이냐 김득신이냐’ 조선 최고의 독서왕 대결', 경향신문, 2018. 09. 06.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060939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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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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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장지구'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천장지구(天若有情: A Moment Of Romance, 1990)'라는 영화가 있다. 유덕화, 오천련 주연의 영화. 그 둘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그런 이 영화의 이름, 천장지구(天長地久). 여기에서, 그 의미는 하늘과 땅처럼 길고 오래가는 사랑을 약속하자는 뜻이리라.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이 장구해도 끝이 있건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슬픈 사랑의 한은 끝없이 이어져 다함이 없네.


-백거이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읊은 백거이의 '장한가'에도 등장하는 천장지구. 하늘과 땅보다 더 오랜 사랑이라 하며, 끝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이렇게 사랑의 영원함을 이야기할 때 함께 자주 쓰는 말, 천장지구. 그 시작은 노자의 '도덕경'이다1. 노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하늘과 땅이 옛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거라고 한 깊은 말이다. 하늘과 땅은 자신을 위하지 아니하기에 그러하다고. 그리고 이 노자의 '도덕경'이라는 책. 역시, 하늘과 땅처럼 길고 오래가고 있다.  


 도는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道沖, 而用之或不盈.) -'도덕경' 4장 중에서.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 그리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天法道, 道法自然.) -'도덕경' 25장 중에서. 

 도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무위無爲'이지만 행하지 아니함이 없다. (道常無爲而無不爲.) -'도덕경' 37장 중에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여 둥글게 하고, 분란을 화해시키며 빛을 부드럽게 하고 속세와 함께 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도덕경' 56장 중에서.  


 '도덕경'은 '도경' 37편, '덕경' 38편으로 총 81편으로 엮어졌다. 5,000여자로. 옮긴이가 머리말에서 이르기를 원래 상편은 '덕경', 하편은 '도경'으로 장이 나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뒷날 '도경' 37편이 앞으로 나오고, 38편 이후는 '덕경'이 됐다고 한다. 또 '도덕경'이라는 이름도 훗날 붙여진 이름이고 처음에는 '노자'라 불려졌다고 한다. 그런 '도덕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노자와 그 제자들로 이어진 '집단 지성'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도덕경'의 큰 뜻은 무위, 자연. 비움, 참된 앎이다. 하지 않음을 할 때(無爲), 저절로 되는 것(自然). 즉, 자율이다. 또,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채울 수 있으며, 낮춤과 섬김이 참된 앎이라 한다.

 여러 가지 거꾸로 생각하기(逆發想)로 깨달음을 주는 '도덕경'. 그 뜻이 많고, 깊고, 높으며, 넓다(含蓄性).   


言者不知知者默 언자부지지자묵

"말하는 이는 알지 못하고 아는 이는 입을 다문다"

此語吾聞於老君 차어오문어노군

이 말을 나는 노자에게서 들었거니와

若道老君是知者 약도노군시지자

노자가 정녕 무엇 좀 아는 이였다면

緣何自著五千文 연하자저오천문

그는 어찌하여 오천언이나 되는 글을 지었단 말인가

        

-백거이 '독노자(讀老子)'.


 백거이의 재치 있는 시다. 그 해학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만년에 불교신자였다는 그. 아마 '도덕경'을 읽고, 다르거나 어렵게 느낀 백거이가 이런 시를 지었을 수도 있으리라. 역발상과 함축성이 교차하며, 이루어진 '도덕경'.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많은 주석서들이 있게 되었고. 그래도 난 노자의 꿈과 뜻을 잇고 싶다. 번거로움에서 물러난 삶. 그 삶으로 이끄는 등불. 바로, '도덕경'이다. 그 빛이 스며든 길에서, 하루하루 상선약수(上善若水), 화광동진(和光同塵)의 뜻을 깊이 새기며 살아가야겠다.

 

(사진 출처: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이 현대지성에서 나온 '도덕경'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원문에 독음이 함께 있고. 둘째, 한자 풀이가 있으며, 셋째, 깊이 보기도 있고, 넷째, 옮긴이의 해제가 있으며, 다섯째, 몇 장의 사진이 있다. '도덕경'의 숲을 보여 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덧붙이는 말.


 1판 1쇄 기준으로 '도덕경' 56장에서 言者不知의 독음이 언자불화로 되어 있는데, 언자부지로 해야 한다.  


 

  1. '도덕경' 7장에 천장지구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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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명절연휴 복되고 행복한 시간들로 꽉꽉 채우시길^^

사과나비🍎 2019-02-01 23:23   좋아요 1 | URL
^^* 아, 카알벨루치님~^^* 이렇게 먼저 인사 말씀을 남겨 주시고, 감사해요~^^*
카알벨루치님도 설 연휴에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시기 바랄게요~^^*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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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아침에 어느 초등학교를 지나며, 세 낱말을 봤다. 지혜인, 예절인, 건강인이었다. 이 세 가치로 아이를 가르친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에서는 우수한 성적 이외의 가치로 아이를 가르치기 어려우리라. 이른바,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에 많은 학생을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된 고등학교. 스스로 하는 학습보다는 정답을 외우는 학습으로 같은 말만 하는 앵무새가 된 아이들. 나도 그런 고교 시절을 보냈다.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그 시절을. 성적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그 시절을. 2018년의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1, 드라마 'SKY 캐슬(JTBC, 2018)'도 그 연장선이리라. 그리고 여기, 입시강사였던 이가 있다. 이제는 창업교육 전문가가 된 이가.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은 스탠퍼드의 디스쿨의 교육과정을 국내 상황에 맞게 연구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전 인원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역할분담, 의사소통, 정보공유, 의사결정,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중에서 (54쪽)


'(스탠퍼드) 교육은 먼저 작은 활동을 주고, 이 활동을 완수하게도 하고 실패하게도 합니다. 수없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면서 스스로 정신의 변화를 맛보게 합니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스탠퍼드 교육의 특징입니다.' -'고무줄에 담긴 스탠퍼드의 지혜' 중에서. (108쪽)


 '참여형 수업은 (스탠퍼드) 디스쿨의 교육 철학을 한국에 적용한 결과입니다. 참여형 수업의 커리큘럼은 티나 실리그 교수의 발명사이클에 입각해서 ‘상상력→창조성→혁신→기업가정신’ 단계를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짜여졌고,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구체적인 직업이나 역할을 경험하게 합니다.' -'1억짜리 수업을 집에서? 스탠퍼드식 창업놀이' 중에서. (193쪽)


 지은이가 명문대에 간 이들에게서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감을 못 보고. 사춘기의 두 딸에게서 가르침의 힘을 보기 어려울 때였다. 스탠퍼드의 디스쿨(D School) 교육을 알게 된 지은이. 앞날에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 교육이 그에 알맞음을 이야기한다.


 난 명문대에 간 이들의 학업 성취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노고를 칭찬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이 그들 가운데 많은 이에게 무언가를 결여시키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그렇다. 특히, 함께 느낌과 상상, 그리고 스스로의 힘. 이 셋이 그렇다. 앞날에는 이 셋이 빛을 낼 것이라 누구나 말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 이 셋을 기르는 가르침의 대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다른 대안들과 많은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야 하겠고.

 아이가 없는 나에게 이 가르침이 아직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혹시 앞날에 만나게 될 나의 아이에게 올바르게 다가가고, 올바르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 나무위키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8%99%EB%AA%85%EC%97%AC%EC%9E%90%EA%B3%A0%EB%93%B1%ED%95%99%EA%B5%90%20%EC%8C%8D%EB%91%A5%EC%9D%B4%20%EC%9E%90%EB%A7%A4%20%EC%8B%9C%ED%97%98%EC%A7%80%20%EC%9C%A0%EC%B6%9C%20%EC%82%AC%EA%B1%B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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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와 책만 있다면 - 인생의 중반, 나는 다시 책장을 펼쳤다
임성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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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좋아한다. 이야기를. 그리고 그 힘을 믿는다.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나는 더 나아간다. 우리 가족 안에는 나아가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걸어온 걸음 안에서 새로움과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듣는다. 그렇기에 우리 가족은 자신과 서로의 안을 볼 수 있고, 자신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 굴절된 얼굴을 보기도 하지만, 잘 이겨 낸다. 그런데, 인생의 오후가 되면 우리는 달라지기에, 이야기의 힘이 더 절실해지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맞울림과 헤아림을 더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래서 결국, 책에 있는 많은 이야기를 찾아나선다. 그래야 하고. 그렇게 인생의 오후에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안내서 같은 책. 여기 있다.

 

(사진 출처: 한겨레출판 네이버 포스트)


 '젊음의 독서가 성공을 위한 읽기였다면 중년의 독서는 내면의 욕망을 읽어내기 위한 독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독서입니다.' -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는 중년의 시간' 중에서. (21쪽)


 '사람이 중년이 되면 급격한 성격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 절망과 비참함, 무가치함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잃은 듯 공허하고 허무해 방황합니다. 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까지 인생 전반기에 소홀히 해왔던 내면의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중에서. (49쪽)


 5가지 큰 묶음, 34가지 작은 묶음. 그 안의 60여 권의 책 이야기다. 인생의 오후를 맞은 이들. 그 시기에 추위를 만난 이들. 그들을 위한 도움말이다. 그들에게 담요와 책만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기에. 추위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에. 이야기라는 따스함으로.

 

 '지금부터 소개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더 지혜로워지고 유연해져서 함께 아름다운 인생의 오후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Prologue '중년, 책과 함께 나이 든다는 것' 중에서. (13쪽)


 '중년의 책읽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돌아보고,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라고 봅니다.' -임성미 인터뷰 중에서.1


 독서교육전문가인 지은이는 다양한 34가지 묶음에 알맞게 책을 소개해주고 있다. 중년이 만나게 될 마음, 심리, 건강, 복지, 노동 등 안에서. 60여 권을. 소설보다는 영성이나 심리, 철학 등 인문서가 많다. 지은이는 그 책들의 이야기로 바라고 바란다. 인생의 오후를 보내는 이들이 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또, 다른 이들의 안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자신도, 다른 이들도 이해하도록. 그 이해로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고. 그러면, 더 지혜로워지고 유연해져서 아름다운 인생의 오후를 보내게 되리라. 이렇게 이야기의 힘이 크다! 직시와 이해로 찾아오는 맞울림과 헤아림을 이 책 안에서 만나시라.

 아, 이 책을 읽을수록 읽어야 할 독서 목록이 더 길어진다. 


 

  1. 중년의 책읽기는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 임성미, 채널예스, 2019. 01. 10. ( http://ch.yes24.com/Article/View/378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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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19-01-1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 강의 참 잘하시죠
이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사과나비🍎 2019-01-18 22:51   좋아요 1 | URL
아, 딸기홀릭님~ 이렇게 누추한 서재에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이분의 강의를 들으셨나 봐요~
저는 안 들어봤어요...^^;
강의를 들어봐야겠어요~^^;
그럼, 딸기홀릭님~ 금요일 밤! 즐겁게 보내시기 바랄게요~^^*

딸기홀릭 2019-01-18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추하다니요!!!^^
도서관에서 가끔 특강해요
4차시 강의랑 2차시 강의 두번 들어봤어요
이분 책도 그렇지만 강의 들으면 읽어야 할, 읽고 싶은 책이 수십권씩 생겨요
청강전 주의사항이랄까...ㅋ
그래도 현장감있어 좋아요
기회되심 들어보셔요

사과나비🍎 2019-01-18 22:54   좋아요 1 | URL
^^* 아, 도서관에서 특강하시는군요~^^*
제가 은둔 생활을 했더니요...^^;
딸기홀릭님은 강의를 두 번 들으셨군요~
아, 강의를 들어도 독서 목록이 길어지는군요~
역시 이 분 대단하시네요~^^*
예~ 기회되면 들어보도록 할게요~^^*
친절하신 말씀 감사해요~^^*
 
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 -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집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법
오가사와라 분유 지음, 최말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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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장자 VS 하이데거) (동영상 출처: EBS)

 삶의 시작이 있으니, 그 끝이 있다. 그 끝은 죽음. 삶의 끝은 죽음의 시작이다. 그 죽음. 장자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노래하고 춤을 췄다고 한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장자이기에. 또, 하이데거는 사람은 죽음의 자각으로 삶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천상병 시인은 삶을 소풍, 죽음을 귀천이라 하고. 그 죽음. 그것이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집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암이 낫는다면 항암치료를 받겠습니다. 하지만 겨우 한 달밖에 더 살지 못한다면 일을 선택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요. 그러니 일을 할 수 있도록 진통제를 처방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항암치료 대신 건축가로서 일을 마무리 짓기로 하다' 중에서. (23쪽)

 아버지께서 2년 전 봄에 암 수술을 받으셨다. 병원에서. 췌장암과 직장암이셨다. 그때 암 환자분들을 많이 뵀었다. 물론, 말기 암 환자분들도. 아버지께서 수술을 받으러 가실 때, 그분들의 눈빛. 지금도 기억이 뚜렷하다. 죽음을 앞두신 그분들. 수술조차 하실 수 없으신 그분들. 꺼져가는 불빛들이신 그분들. 부러운 듯한 눈빛이셨다. 그래도 이내 마음을 잡고 죽음을 준비하시는 그분들. 홀가분한 죽음을 준비하는 그분들. 
 이 기억을 품고 있는 나였기에 말기 암 환자분 등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에 울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작은 이름처럼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집에서 죽음을 준바하는 법'도 담았다.

 '아직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의 개념은 확립되지 않았지만 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재택이란 생활하는 곳, 호스피스란 생명을 돌보며 삶과 죽음 그리고 이상적인 임종에 대해 생각하는 것, 완화란 통증과 고통을 줄이는 것, 케어란 따스한 보살핌 속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고 몸에 생기가 돋게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환자에게 진정한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떠나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마지막을 위해' 중에서. (7쪽)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 이 책에서 처음 들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할 텐데. 이런 제도도 있다니.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른 점도 있겠지만, 새로운 선택지였다. 알아보니, 우리나라도 이른바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재택까지는 아니지만, '웰다잉', '존엄사'를 다룬 법이라 한다. 그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여러 논의를 계속하기 바란다.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난다.
죽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知死必勇, 非死者難也, 處死者難.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염파 · 인상여 열전(廉頗藺相如列傳) 중에서.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 용기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 저승사자와 다정하게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선사들은 게송을 부르고 입적했다고 한다.


삶도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도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다.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시.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


 서산대사가 입적하기 전에 남긴 게송이라 한다. 이 게송, 적멸위락 (寂滅爲樂)1을 노래했다. 그 가락이 맑고 은은하다.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웃으며 죽음으로써 남겨진 가족에게 슬픔을 안겨주지 않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죽음은 없을 것입니다.' -'함께 웃을 수 있어야 진정으로 행복한 죽음이다' 중에서. (298쪽)


 이 책도 행복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죽음. 우리 모두 그런 죽음을 위하여 나아가자. 그렇게 귀천하자.  



 

  1. <불교> 생사의 괴로움에 대하여, 적정(寂靜)한 열반의 경지를 참된 즐거움으로 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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