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인터넷 서점에서 유명하다면서
쫙 깔리기 시작한 마스다 미리 여자만화 시리즈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의도적으로 만드는 베스트셀러라든지 유명작을 싫어해서 잘 혹하는 타입은
아닌데 한 권때문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바로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라는 책 때문이었죠.
이 책 제목을 읽을 무렵 제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 어찌 해보려고 해도 도저히 좋아할수가 없어서 좀 곤란하더군요. 회사 다니려면 잘 지내야 하는 직장
언니인데 도저히 좋아할수가 없는겁니다. 물론 그 언니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장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들어간지 한달만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만 조금쯤 마음의 위로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해도 전 제가
사는 책을 보면 제 상태를 알
수 있거든요. 같은 제목의 책을 산건 남들은 이럴때 어쩌나 싶었던 거죠. 그리고 그런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은 심산인거구요.
입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자신을 속일수는 없나 봅니다. 이 나이 먹고 이게 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든거죠. 크고 담대한 사람이 제
소원인데...이대로는 죽기 전에 한 순간이라도 될수 있을란가 싶네요.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보고 크게
마음에 위안을 얻은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주인공인 수짱도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고 맙니다. 정말 싫은건 어쩔수 없는거고 어쩔수
없다면 도망치는게 옳은거라는 말에 저도 공감을 했습니다. 저야 뭐 이미 그만뒀으니 그 일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이 반가울수 밖에 없죠. 마지막에
수짱의 어머니가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이해해주는 장면도 역시 보기 좋았습니다.
다만 좋았던건 여기까지 입니다.
중간부분은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뭐 재미있겠습니까. 거기다 주제 자체가 여자가 하는 고민입니다. 미래의 보장이라든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거죠.
사실 저는 한번도 결혼생활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독신주의자라고 소리내어 말한적은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마음이죠. 결혼이란 못하면 못하는거지라고 생각한게 아니라 하면
하게되는거지라고 항상
생각했었거든요. 즉 안하는게 더 낫지만 하게 된다면 어쩔수 없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거죠. 그러니 만큼 결혼과 관계된 종류의 고민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이라면
저도 크게 공감했었습니다. 더구나 언제까지 일할수 있을까, 열심히 일하면 미래가 보장될까 하는 생각등은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렇다고 그런
고민들이 어디 가는것도 아니고 그냥 고민만 하다 끝납니다. 물론 저도 무슨 대답을 기대하고 본 책은 아닙니다. 누구도 대답해 줄수 없는
문제니까요. 다만 같은 고민을 그저 책으로 본다고 해서 더 속시원하거나 하지는 않더라는 거죠. 그냥 나 혼자만
고민하는건 아니구나 싶긴 했지만요. 공감은 가지만 그게 좋다거나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는 좀 뭐한 책이더군요. 약간 애매모호한 느낌인데
뭐랄까요...나도 같은
고민으로 속시끄러운데 남이 나한테 똑같은 고민 털어놓는거 듣고 있는거 같은 그런 느낌?
나이가 들면 모든게 희미해지나
봅니다. 예전에는 재밌거나 재미없는게 분명했는데 요즘은 약간 희미한거 같습니다. 아니 싫은건 명확한데 좋은건 희미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책도
그렇습니다. 아주 좋은건 없고 그저 다 애매모호한것만 같습니다. 좋긴한데 좀....이라든가, 괜찮은 편이긴한데 약간...이라던가, 나쁜건 아닌데
애매모호한것 같다는 평만 늘어가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