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3권을 동시에 읽었습니다. 지난 2006년 음양사 6권이 나온후로 6년만에 발간된 신간입니다. 하도 오래 뒷편이 안나오길래 이제 이 시리즈가 끝난건가 싶었는데 무려 6년만에 3권의 신간이 한꺼번에 발간됐습니다. 작품뒤의 작가분의 후기를 보니 2005년도라도 나오던데 그동안 안나온걸보니 출판사 나름의 사정이 있었나 봅니다.
다만 역시나 문제는 예전에는 좀 더 작은 판본에 양장본으로 나오던 책이 이번에는 크기가 약간 커지면서 반양장본으로 나온단 말이죠. 그럼 앞에 책이랑 이 책을 어떻게 같은 책꽂이에 둘것이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말입니다. 제발 같은 시리즈는 판형 좀 통일시켜주면 안될까요. 반양장본으로 바뀐걸보니 책값이 문제인가 본데 6년간 오른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가격은 3천원이 올랐는데 판본이나 종이의 질이 떨어진걸 감안하면 조금 씁쓸한 기분이긴 합니다.
허나, 제가 많이 좋아하고 애정하는 책이라는걸 감안할때 뒷 편이 발간된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는 마음으로 샀는데 산지 1년이나 지나서 읽게됐네요. ^^;
미드를 알게된 폐단이 정말 큽니다. 걔들은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데다 저장장치의 용량은 한계가 있지, 그렇다고 이동식 하드가 1테라가 넘는걸 2개나 두고 더 살수도 없지 해서 미루다보니 어느새 미드 폐인이 되있었네요.
음양사는 원래 단편들의 모음입니다. 솔직히 저는 단편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호흡이 너무 짧아서 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시점에 끝나버린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음양사는 아주 짧은 단편들의 모음인데도 참 재미있습니다. 이런것이 작가분의 역량이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만(단지 저의 취향이 이런쪽이라서 그럴수도)
그런 작품치고는 드물게 이번에 2권짜리 장편이 나왔는데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습니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등장인물의 이름입니다. 현대 일본인의 이름도 달랑 3글자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 긴데 배경이 헤이안 시대인데다 등장인물이 다 귀족들이다보니 이름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엄청나게 길고 읽기 어렵단 뜻입니다.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 주인공인 히로마사의 풀네임인데 이건 짧은 축에 드는 이름입니다. 이 뒤에 관직에 따라 뭐가 붙고 어쩌고하여 이름이 엄청나게 외우기 어려운데 더해서 도중에 이름이 바뀌기도 한단 말입니다. 장편이다보니 그런 인물들이 열댓명이 나오니 나중에는 적어놔도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려운 지경이더군요.
거기다 장편이긴 한데 뭐랄까 중간중간에 나오는 본편과 연결된 사연들이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단편들의 연속인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단편을 쓰는데 익숙하다보니 그렇지 않은가 싶은데 상편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연결점없이 하나의 단편으로 읽어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장편이라고 해도 긴 호흡으로 읽히는 책은 아니더군요.
그 다음편인 야광배는 다시 단편들의 모음집인데 읽어보니 역시 단편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소소한듯이 보이는 개개인의 사연과 거기에 얽힌 귀신들이 국가전복을 노리는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보다 세이메이와 히로마사 콤비에게 더 어울린다고나 할까요.
첫째로 세이메이나 히로마사 자체가 그렇게 대단한 권세나 야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권력이나 반역등과 같은 이야기와는 웬지 겉도는것 같습니다. 그저 둘이서 나란히 앉아서 술마시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하다가 소소한 모험에 훌쩍 뛰어들었다가 다시 술이나 마시는 그런 분위기가 이 두 콤비에게는 딱입니다.
다키야샤 아가씨의 말미에 나오는 작가후기에 작가분 스스로가 이제 나이가 들었다, 하나둘 아픈곳이 생긴다, 이제 아픈곳이 늘어나면 몰라도 줄지는 않을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51년생이시니 이제 벌써 62. 본인의 말대로 이 시리즈를 얼마나 더 쓸수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저도 덩달아서 웬지 쓸쓸해지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이 콤비의 이야기가 끝나고 말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웬지 참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작가분이 살아계셔도 언젠가 시리즈라는건 끝나는 법입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없는 법이니까요. 죽을때까지 한 시리즈를 쭉~몇 십권을 쓰신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보통 이야기라는건 적당한 순간에 끝나는 법이죠. 그렇지만 작가분의 나이를 볼때 아마도 작가분의 죽음과 함께 다시는 이 두 콤비를 못본다고 생각하니 참 야릇한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