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통 이렇게 쓸쓸하거나 스산한 느낌을 주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참 좋습니다. 아름다운 얘기지만 읽다보면 참 쓸쓸하다 싶은 책이거든요. 풍경도 얀도 등장인물들도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줄거리가 명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줄거리와 상관없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줄거리가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줄거리가 있다고 하기도 뭐한 책이거든요.

책 전체에서 풍기는 초원의 느낌. 비록 제가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곳이고 그저 잡지나 티비에서 본 영상으로 상상할수 밖에 없는 곳인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사진을 보는것보다 더 선명하게 초원의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직접 가서 본다면 그 느낌이 전혀 다를수도 있겠죠.

아름답지만 쓸쓸한 곳. 다정하지만 혼자인 존재들. 하지만 그렇기에 옆에 있는 존재가 주는 조그마한 위안이 더 크게 느껴지는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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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참 부러웠습니다. 딴것이 부러운것이 아니라 딸이 읽을 책을 골똘히 골라주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점이요.

저는 어릴때부터 무척 책을 좋아했습니다. 가족외에는 아무도 안 믿지만 학교에 들어가기 전(저희때는 유치원이 거의 없었습니다)저 혼자 한글을 배웠을 정도로 글을 좋아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제 부모님이 그걸 이해 할 없어 했을 뿐입니다.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나 초등학교도 겨우 다닐수 있었던 엄마와 자기 자신외에 그 누구에게도 무관심했던 아버지는 제가 책을 좋아하는걸 알았지만 이해는 해주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 당시 저희가 그럭저럭이라도 살았다면 공부하라며 사주셨을지 모르지만 저희 집안은 어려웠거든요. 초등학교때 계몽사에서 나온 책 반 질이 제가 가진 책의 전부였습니다. 왜 반 질이냐고요? 그 당시 계몽사에서는 한 질을 다 사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반씩 나눠서 반 질씩 파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그 책 뒤로 한 번도 책을 사주지 않으셨습니다.

중학교때 학교에 교양서적을 팔러 온 분이 있었습니다. 너무 사고 싶어서 신청을 했죠. 요즘 돈으로 치면 크지도 않은 금액. 6천원씩 6개월을 나눠내는거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6천원이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희 집이 그 정도로 어려웠을뿐이죠. 그 외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조금씩 보거나 헌책방에서 서서 보거나 했지만 그것도 어려웠습니다. 요즘같이 큰 책방이 드물던 당시에는 초등학생이 들어가서 서서 책을 볼수 있을만큼 마음 좋은 책방주인이 없었거든요. 학교 도서관이란 형식 뿐이었고 그나마 다 떨어져가는 책조차 대출을 해주지 않아 몰래 가져다 보다 들켜서 크게 곤혹을 치른 일도 있습니다. 이제 다 과거의 일이고 제 돈으로 제가 원하는 책 사볼수 있는 형편이지만 전 아직도 그 시절의 일들이 상처입니다.

제 주위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제 뿐입니다. 제 동생들도 책을 읽지 않습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구요. 그 사람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게 아닙니다. 보험회사와 증권회사에 다니는 제 친구들은 공부로 치자면 지금도 저보다 훨씬 많이 합니다. 다만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서 책을 읽지는 않을뿐이죠.

제가 가끔 동화를 사본다던가 팝업북을 사본다는 말을 하면 변태냐며 비웃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게 친구 맞어? 하는 생각이 드는 친구죠. ㅋㅋ

이 나이에 동화가 크게 재미있다기보다 어린 시절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인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가슴 아팠습니다. 그 시절의 제가 너무 안되서요. 솔직히 이 책에 소개된 책들 그럭저럭 반 정도는 저도 읽어본 책들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기 위한 고군분투를 누가 알까요. 책 있는 친구 집에서 구박받으면서, 때로는 몰래 숨겨서 보던 그 시절. 나쁜 일을 하는것도 아니고 누구나 권장하는 책을 읽기 위해 그렇게 고생했다는걸 누가 알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시절의 제가 아직도 크지 않고 그대로 있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책에 대한 갈망으로 목말라하던 어린 제가 뒤늦게 크지도 않고 제 안에 그대로 남아서 이렇게 외치고 있더군요. 더!더! 하고요.

오늘 오랜만에 책을 정리했습니다. 이미 책으로 포상태인 방의 상태를 어떻게 개선시켜 보고자 오래된 책은 버리고 읽지 않는 동화책은 친구 아이들 주려구요. 근데 그게 참 어렵더군요. 무려 3시간에 걸쳐 정리를 했지만 버린 책은 몇 권 되지도 않고, 책 무더기는 머리맡에서 발 밑으로 이동했을뿐입니다. 제 안의 있는 책에 대한 탐욕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옛날만큼, 어릴 적 그 때만큼 많이 읽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읽고 싶은 욕망보다 가지고 싶은 욕망이 더 커진게 언제부터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슬플줄은 몰랐습니다. 괜히 서럽고, 슬프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어린 시절의 상처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가는가 봅니다.

 
덧글. 책 소개는 한 줄도 없는 리뷰가 되버렸네요. 읽는 내내 딴 생각으로 가득해서 책 내용보다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한것 같습니다. 책 내용은 아주 좋습니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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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한국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사진, 이어령.존 프랭클 에세이, 김외곤.조형준 사진 에세이 / 새물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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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산 책중 최고가에 해당하는 하늘에서 본 한국입니다. 하늘에서 본 지구를 보고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던터라 이 책을 보고 혹했었는데 가격이 너무 세서 마음을 접었더랬죠. 정가로 12만원이나 하더군요. 이런 가격의 책이 더러 있지만 할인율이 좋을때 사서 그 가격은 아니었거든요. 근데 얼마전 보니 50% 할인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6만원이나 되는지라 망설이긴 했지만 두고두고 소장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한달여의 고민끝에 결국 구매했습니다.
책은 정말 좋습니다. 제본도 좋고 크기도 엄청 커서 사진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이런 항공 사진일수록 웬만한 크기가 아니어서는 볼 맛이 없거든요. 인쇄상태도 좋고 내용도 좋고 사진도 괜찮고.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더구나 지금의 한국을 남겨둘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구요. 요즘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강산이 10년이 아니라 1년만에도 변하니까요. 지금, 이순간, 내가 살고있는 한국을 기억할수 있는 책을 한 권쯤 갖고 있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산 책인데 사서 보니 정말 그 생각 그대로라서 흡족했습니다.
너무 커서 책꽂이에도 안들어가고 쉽게 꺼내보기는 힘든 책이지만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잘 샀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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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다시 뜸했던 리뷰쓰기. 게으름에 더해 여러가지 사정이 있기도 했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쓰면 쓸수록 리뷰를 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뭘 바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읽은 책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블로그인데 뭘 고민하냐 싶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더군요.

다른 분들이 읽어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가 쓸 말이 생각이 안난다는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빤하니까 읽는 책들은 거기서 거깁니다. 추리소설이나 에세이 종류, 사진집이나 과학도서 같은거에 국한되어 있죠. 같은 종류에 줄거리만 약간 다른 책들을 계속 읽고 있다보니 어느새 리뷰를 쓸때면 쓸 말이 없어지더라구요. 그렇다고 읽은 책의 줄거리를 주저리주저리 다 적을수는 없고.

요즘 에세이를 좋아해서 특히나 많이 읽고 있는데 이 분야야말로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할 말이 없습니다. 줄거리가 있는것도 아니고,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 책을 계속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읽으면 읽을수록 쓸 말이 줄어들더군요.

정말 이런 단순한 리뷰조차 이렇게 어렵다니. 작가란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많이 읽으면 잘 쓰게 된다고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은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번에 절 고민케 한 책, 에쿠니 가오리님의 신작 에세이입니다. 발간된지 반년이 넘은데다 글을 쓴 시점은 그보다 더 전입니다. 작가 후기에 1996년이라고 되어있는데다 그 전에 쓴 8년치의 에세이를 모아서 낸 책이라고 하니 거의 20년 전의 내용인 셈이죠.

요 앞에 가오리님의 에세이,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고 대략 이런 리뷰를 남겼었습니다. 내용의 80% 정도는 마음에 안드는데 20%정도는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을 쓴다고요.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려고 하니 똑같은 내용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이 책도 마찬가지더라구요. 다만 마음에 안드는 80%도 마음에 드는 20%도 더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것이 좀 더 달라진 감상이라고나 할까요.

부드러운 양상추는 음식에 대한 얘기에 국한되어 있어서 그렇게까지 이상하다 싶지는 않았는데 이 책은 일상 전체를 말하고 있다보니 좀 이상한 사람(?)아니지....좀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여동생에 대한 부분이요. 저도 둘째 여동생과는 각별히 친한 사이이기는 한데 보통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말해 이 책은 마음에 드는 부분보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더 많이 부각되는듯한 느낌이 강해서 그렇게 좋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맘에 안든다고 하기도 뭐합니다. 근데 이 평은 요 앞에 부드러운 양상추에서도 그대로 쓴 내용이거든요.

어휘력이 부족한건 그렇다 치더라도 생각의 폭조차도 좁은건가 싶네요. 같은 작가분의 책이긴해도 다른 책인데 읽고 느낀 점이 똑같다는거. 좀 속상했습니다. 뭔가 다른 내용이 떠오르지 않을까나 하는 생각과 다른 책의 리뷰를 먼저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망설이는 사이 어느새 한달이나 리뷰를 아예 안쓰고 있다는걸 깨닫고 그냥 해치우기로 했습니다.

공부삼아 읽는 책도 아니고 어휘력을 늘리려고 시작한 글쓰기도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보고 많이 쓰면 조금쯤은 늘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라는거, 새삼 통감했습니다. 알라딘에서 리뷰쓴것을 합치면 그래도 근 4년을 계속하고 있는데, 조금 속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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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Silver Spoon 11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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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기숙사를 나오면서 진로를 결정하기 시작하는 하치켄과 친구들.그 와중에 친구들과 전혀 다른 고등학생 사업가라는 진로를 선택한 하치켄.과연 아버지의 지원을 받을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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