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화창하니 좋음
순전히 내 맘대로 드라마 평이니 보고 화내는 분들 없기를.....나는 몹시 편파적인 사람이라...
오랜만에 글자 함 적어보려 들어온다. 왜냐? 드디어 아랑사또전과 신의가 끝났기 때문이다. 난 한국 드라마는 전혀보지 않는다. 이유는 드라마 내용이 다 사랑타령이라서. 배경이 무엇이든, 불륜이든 치정이든 결국은 사랑얘기뿐. 허나 단 두개의 성역이 있었으니 바로 납량특집과 사극이다. 그래서 이 둘은 꼭 챙겨보는데 이제는 이 분야도 흔들리고 있다. 납량특집조차도 몇년전부터 슬금슬금 사랑얘기가 들어오더니 퓨전사극이라는 이름으로 사극에도 점점 사랑얘기가 침투해오고있다. 냡량특집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사극까지. 심지어 판타지 퓨전 사극이 아니라 정극조차도 전혀 사극스럽지가 않다. 대장금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동이는 과장이 좀 심했다. 이젠 역사극을 보면서 이게 실제 역사와 전혀 맞지 않다는걸 염두에 두고 봐야만 하는 지경이다.
그리하여 드라마를 끊은게 벌써 6-7년전인데 왜 갑작스러게 이걸 봤냐하면 그래도 납량특집이라니 좀 보고싶은 생각에 아랑사또전을 보려는데 언제 하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보니 신의를 우연히 보게 된거다. 내가 드라마를 끊은뒤에 등장한 배우인지라 나는 이민호라는 배우는 전혀 모른다. 다만 김희선이 나오길래 잠깐 봤다. 김희선은 내 생각에는 참 이상한 배우인데 연기를 못한다는 세간의 평에 비해 자신의 인기는 매우 높은, 배우로서는 밋밋하니 큰 개성이 없는데 자신의 이미지는 확고한 그런 분이다. 솔직히 김희선의 대표작을 떠올릴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맡은 역도 거의 신데렐라형의 고난을 딛고 잘난 남자를 쟁취하는 그런 전형적인 역뿐이고. 그럼에도 몇년만에 보니 반가왔다. 마치 같이 나이들어가는 친구를 보는것처럼.
그래서 이 두 드라마를 보게됬고 보는 동안 짜증이 나서 죽을것 같았다. 안보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고 싶겠지만 난 뭐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한다. 아무리 싫어하는 내용의 책이라도 이를 악물고 마지막 장까지 읽는다. 영화 내용이 아무리 지루해도 눈을 비비면서 엔딩까지 봐야지만 속이 풀리는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는것이다.
이것이 정말 불행의 시작이었다. 아랑사또전이고 신의고 왜 그리 여주인공들이 멍청하게 나오는지. 아랑사또전은 말만 귀신이 등장하는것뿐 그냥 보통의 사랑얘기에 불과하다. 심지어 초반을 지나면 주인공인 아랑이 살아돌아와서 귀신으로도 등장을 안한다. 완전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글고 신의. 시작은 김희선이었으나 끝은 이민호였다. 극 전체가 최영을 빼면 볼게 하나도 없다. 최영이라는 캐릭터와 그 이미지가 드라마를 완전 채우고 있다고나 할까. 줄거리는 또 어떻고? 줄거리가 그냥 딱 하나다. 김희선은 잡혀가고 최영이 가서 구해오고. 극 전체의 줄거리가 달랑 이거 한줄로 요약이 된다. 더구나 작가분이 태왕사신기를 쓰셨다는 말을 들었을때 엄습해오던 그 불안감. 이것도 태왕사신기처럼 밑도 끝도없이 끝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아니 또 끌려가? 방금 해독제 구해서 구해놨더니 또 독에 당해? 그리고 신의라면서 딸랑 환자 3명 고치고 끝? 도대체 언제 신의가 되는건데? 등등의 생각. 더해서 역사랑 전혀 맞지 않다는 거. 물론 이 작가분이 정극 사극을 쓰시는 분도 아니고 이 작품도 그런 작품이 아님을 알고있다. 그냥 고려가 배경이고 주인공이 최영일뿐이라는거. 그렇지만 역사랑 안맞아도 너무 안맞잖아라는 생각에 좀 짜증이 났다. 인물들이 지나치게 미화된점도 그렇고. 솔직히 왕이란 놈이 그렇게까지 최영이를 살갑게 대하지는 않았을테고 기철이 놈도 아무리 원의 세력을 등에 업고 있어도 그렇게까지 막가파는 아니었을텐데. 조일신의 난에는 덕흥군이 등장하지 않는게 맞는건데. 실제 역사에서는 공민왕을 냉혹한 정치가로 보고있는데 등등. 이 드라마는 이런 점이 전혀 중요하지 않는 실제 역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임을 아무리 일깨우려해도 조금씩은 실제 역사속의 사건이 등장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걸 맞춰보고 있는거다. 이 드라마는 역사와도 관계없고 신의와도 관계가 없다. 그저 김희선과 최영의 러브스토리인거고 그점에 촛점을 맞춰서 봐야하는데 그게 안되니 짜증이 났다.
하나 눈부신 성과가 있다면 바로 최영이라는 캐릭터다. 이 작품에서도 내게는 김희선은 여전히 김희선으로 보었다. 그녀의 다른 전작들처럼. 절대 연기를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김희선의 얼굴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민호라는 배우는 좀 달랐다. 그는 정말 최영이었고 이민호라는 이름으로 부르는게 어색할정도로 몸에 맞춘듯이 그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꽃보다 남자의 그 애가 맞는지 어리둥절할 정도의 폭풍성장이었다. 배우를 보고, 그것도 불과 20대의 어린 배우를 보고 이렇게 감탄한것은 처음일 정도로 이 드라마에서 그는 눈이 부셨다. 그저 얼굴 예쁜 배우인줄 알았는데 참으로 그 성장이 놀랍다. 그래서 살짝 짜증을 내면서도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하자만 끝나서 이제 속이 시원하다. 배우의 캐릭터나 비주얼도 드라마에서 참으로 중요한 요소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역시나 스토리다. 그것이 드라마든 만화든 영화를 일단 이야기인 이상에는 제일 중요한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항상 스토리 위주로 보고 기억한다. 근데 이 드라마 그 스토리 부분이 많이 약하다. 그렇다고 이미지가 눈부시게 멋진것도 아니고. 최영이라는 하나의 캐릭터가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끌어가고 있다. 유오성씨가 맞은 기철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한것도 아쉽고 공민왕을 너무 어리고 순진하게 그린점도 좀 아쉽다. 신의의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점은 이런 스토리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현대에서 가긴 했지만 역사의 지식으로 분란만 일으킬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점도 아쉽고. 수술장면만 빼면 현대에서 굳이 갈 필요도 없을 정도라는게 좀 그렇다. 뭐, 성형외과 의사가 역사를 잘 알면 얼마나 알겠나 싶은점도 있기는 하다. 것두 조선의 역사도 아니고 고려의 역사를. 제일 웃겼던 점은 김희선이 펼친다는 마타하리 작전. 원래 이 작전의 기본은 미색에 빠져서 정보를 흘려야 되는건데 덕흥군은 김희선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기철을 잡아두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뿐 그녀 자신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근데 무슨 마타하리 작전이래. 여튼 지난 석달간 뭐 이리 말이 안되는게 많냐며 속 끓이며 보느라 고생한 푸념을 여기서 이렇게 길게 늘어놔본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은 결말은 확실히 지어줬다는거. 태왕사신기 꼴이었으면 정말 sbs 폭파시킬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