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인 아버지께 버림받은 공주를 자기 자식처럼 보살펴 온 한나. 공주가 성인식에 목숨을 던지자 같이 죽음을 선택했는데 눈 떠보니 공주를 만난 날로 회귀해 버렸다. 그 뒤로 한나는 공주를 전생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모략도 꾸미고 협박도 좀 하고, 황제에게 몸을 던지기까지 한다. 여주가 인간적이며 강하게 그려져 마음에 든다. 그런데 황제와의 관계가 진전되면서 철부지 같은 모습도 보여 약간 캐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족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고 오로지 공주를 위해서만 살아온 한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작품에서 잘 그려지지 않아 오히려 어색했다. 이 작품의 원흉이라 할 황제는 (그의 트라우마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후회의 고통을 적게 겪는 것 같아 정말 후회남 키워드에 맞게 확실히 고통에 몸부림 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오랜만에 아주 달달한 연애 이야기를 읽었다. 별다른 갈등 없이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표현해 가는 모습이 예쁘다. 분명 사장님이 먼저 꼬신 것 같은데 - 이력서 같지도 않은 이력서 보고도 생초짜를 덜컥 고용한 것을 보면 - 사장님이 승태에게 반한 모멘트를 알고 싶은데 외전에도 없어 아쉽다.
암살, 납치, 정치적 대립과 모략, 반란 등 무거운 소재가 많이 나오지만 이 작품은 가벼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이는 여주 덕분. 기억을 잃어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여주는 자신의 행동거지나 말투를 보면 전혀 양반일 수가 없는데 결혼 후 기억이 돌아와 고주아가 아닌 게 밝혀지면 어떻게 하나 하고 남편 한수영이나 고주아의 할아버지를 오히려 걱정하고, 어떤 날은 말을 잘하는걸 보니 이야기꾼 같다고 했다가, 시누이 다영이 바보라며 총명탕을 먹어야 한다고 하니 의원에게 총명탕을 지어달라고 하는 등 어떤 상황에서도 낙천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고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여주가 느꼈을 슬픔과 배신감 등이 더 크게 다가와 매우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한수영은 고주아에 비해 단면적이라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