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볼 때는 하비비가 토끼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인간 하비비와 그의 반려묘 하루, 그리고 하루의 색시 능소(백설)의 이야기. 자신을 토끼로만 알고 있는 하비비의 집에서 묘인 하루는 나름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거의 매일 야근하는 주인을 대신해 마당 있는 2층 양옥집을 쓸고 닦고 해서 추레해지지 않게 하고, 마당 한켠에 텃밭을 가꿔 온갖 채소도 키우고, 전혀 요리를 하지 않는 하비비가 주문한 식재료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게 대신 요리해 먹거나,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하비비를 깨워 지각하지 않게 하고, 술에 취해 인사불성 된 주인을 침대에 눕히고, 발을 닦아 주고, 꿀물도 먹이는 등 나름 밥값을 한다고 생각하며, 여기를 떠나면 안 된다는 엄마의 당부대로 하비비의 집에서 잘 살고 있는 하루는 능소와의 만남으로 외로움이 무엇인지 둘이 같이 밥 먹는 기쁨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능소 또한 하루와의 만남으로 좀더 성숙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성장하게 된다. 하루와 능소가 주인공이지만 하비비의 존재도 그 의미가 있다. 하비비는 하루에게 비싸고 좋은 걸 먹이면 그걸로 주인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하루가 보통 토끼가 아니고 묘인이라는 것,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하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어른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하비비는 여러 번 하루와 능소에게 상처를주지만 바보스럽지만 긍정적이면서도 때론 냉철하고 냉정할 때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하루를 겪으면서 참된 애정의 의미도 알게 된다. 이렇게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묘인들이 신성시 하는 달토끼님을 '노력해서 해낸 게 아니라서' 시시하다고 말하는 하루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