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장강명 지음 / 아작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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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의 소설집이라니. 그 사이 꽤 많은 소설을 쓴 줄 알았는데. 작가 본인은 SF라 설명하지만, 그보단 다소 시공간이 이국적인 멜로로맨스 소설이라 평하고 싶습니다만. 바닥이 끈적끈적한 장마철 하루를 산뜻하게 만들어 준 즐거운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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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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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11 읽다

장강명의 노동경제 연작소설. 노동 경제라는 표현은 거창하고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연작. 소설집이었나 계간지에서였나 읽었던 ‘알바생 자르기’ 외에 새로 읽은 소설들.

단기 근로형태에 대한 ‘알바생 자르기’, 직장내 고성과자 저성과자 분류와 사직유도에 대한 ‘대기발령’, 구역별 강제 재개발에 대한 ‘사람 사는 집’, 청년 취업에 대한 ‘카메라 테스트’, 캠퍼스에서의 삶을 다룬 ‘대외활동의 신’, 인격까지 서비스해야 하는 서비스업 현실을 다룬 ‘모두 친절하다’, 유튜브 시대 작가와 뮤지션의 삶을 다룬 ‘음악의 가격’, 청소년 내부고발자와 먹고사는 삶의 부조리간의 조우를 다룬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모두 흠없이 훌륭하다.

특히 ‘음악의 가격’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도 녹아들어 있고 며칠 전 ‘저술’로 알려져 ‘강연업자’로 뜨는 요즘 지식유통구조가 빚어낸 부조리라 보이는 ‘일취월장’ 작가의 표절 이슈를 다른 각도로도 고민해 보게 한다.
다들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내서 읽어갈수록 마음은 무겁고 불편해 지지만 그래도 마지막 작품을 보면서 위로와 희망 같은 걸 발견했다면 오독이려나. 잘못 흘러가는 질서에 벽돌 하나씩 더 쌓아가는 세대로 진입해 가는 신세이지만, 어린 친구들의 고민과 노력에는 언제건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고 싶다.

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교육기관에서 경력 내내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안겨 준 건 함께 일하며 관계맺은 후배 학생들 뿐이기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고 김기자에게 책나눔으로 전해준다.

작가의 말 중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

377p~378p ‘새들은 나는게 재미있을까’ 중

그랬다. 시사 토론 동아리 최초의 토론 주제는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라는 문제였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진지해졌다. 하긴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유명한 철학 논문도 있다지 않은가.
그 최초의 토론으로부터 8개월이 흘러, 지금 나는 이렇 게 생각한다. 나는 게 새들에게 일상적인 일은 아닐 거라고, 비행에 최적화된 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또 자주날아다닌다고 해서, 새들이 비행에서 별 감흥을 못 느낄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놓칠 수도 있었던잠재력을 깨닫고 목적에 맞게 쓴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일 아닐까?
행정실장이 된 옛 교무 교감이나, 유체 이탈 화법을 쓴학생 교감을 보며 내가 왜 이마를 찌푸렸는지, 이제는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의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대부분옳고 그름을 분간하고, 그른 것을 옳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것은 아니다.
행정실장과 학생 교감은 날지 않는 새들 같았다. 마지막으로 날아 본 게 언제인지도 모를 비둘기들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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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
로버트 O. 팩스턴 지음, 손명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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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으로 읽다.

파시즘의 태동과 경과를 담은 역작. 파시즘이야말로 진영을 막론하고 남용되어 오던(주로 상대방에 대한 비판의 표현) 용어이다 보니, 나 역시 그 동안은 정작 그 표현을 사용하는 상황의 맥락 만을 짐작할 뿐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용어의 연원과 특징을 살펴보고 역사적 실증사례들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는 1) 파시즘은 어떻게 태동하여 이탈리아, 독일에서 성공할 수 있었는가 2) 어디에서나 요건만 갖춰진다면 파시즘의 태동이 있을 수 있지만 기존 권력층(주로 보수 엘리트 층)의 무능이나 방조가 결합되어야 권력쟁취가 가능하다는 점 3) 전후 독일 이탈리아와 유사한 상황에서 어느 사회가 파시즘의 징조를 보일 때 제어하기 위한 여러 경험들을 역사적 맥락에서 알 수 있었다.

남용되는 것들이야 말로 가장 몰이해되는 것. 그러하기에 파시즘이라는 극단의 정치형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독서가 필요하겠지만 첫 발걸음으로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해 준 무아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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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쩌다 운이 좋았습니다
김민조(민조킹) 지음 / 팬덤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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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를 찾아 보고 싶은 매력적인 에세이. 솔직함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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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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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7 읽다.

김애란 작가의 첫 산문집. 첫 산문집이다 보니 데뷔 초기에서부터 근 10여년 넘게 작가로서 남긴 산문이 지층의 켜처럼 쌓여 있다. 팬이라면, 작가의 소설 외 시선 뿐만 아니라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하여, 첫 소설집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문학상을 하나 둘 씩 받으며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떠오른 이력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듯 하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의 글이 내 가슴에 박히는 순간이 자주 있었다. 내 삶의 이력들과 묘하게 시공간이 겹쳐지는 순간들 때문인데..

내 기준으로 재구성 해 보자면 김애란 작가가 첫번째로 대상에 오른 대산대학문학상에 몇 년 후에 응모했던(보기 좋게 탈락했지만) 부끄러운 흑역사를 가슴에 품은 한 때 작가 지망생이자, 작가가 다닐 당시 남아있던 옛 안기부 건물(옆에 있는 의릉의 유네스코 유산 정비 사업으로 지금은 허문)을 산책하곤 했던 한 때 한예종 주변 반지하 방 차취생으로서, 팟캐스트 유혹하는 책읽기의 꿈타장이 운영했던 미아사거리 북카페 ‘꿈꾸는 타자기’(지금은 다른 분께서 인수한)를 자주 갔었던 손님이자, 고려대 앞 헌책방(지금은 사라진)을 기억하는 졸업생으로서 이 글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 넉넉하지 못함과, 어리석음과, 치기와 허풍과 좌절과 설레임과 우정과 이상과 사랑의 공간들을 보드라운 필터로 감싸 되짚어 보게끔 해 준 글들. 그래서 혹여나 작가가 거닐었던 공간에 배경으로나마 저 멀리 총총대며 걸어갔던 가난하고 어리숙했던 시골출신 자취생으로 내가 있지 않았을까 상상하게끔 하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공간들도 벌써 태반이 사라지고 교체되고 허물어졌다. 기억의 공간들이 무참히 자라지곤 하는 서울에서 그 사라짐을 애써 기억해주고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작가(게다가 지극히 훌륭한 글솜씨를 가진)가 있어 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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