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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과 시간굴절 ㅣ 이지북과학총서 1
킵 S. 손 지음, 박일호 옮김 / 이지북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mc²이 과연 무엇일까? 아인슈타인하면 곧장 이 공식을 떠올린다. 그러면서도 정작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아는 것이 있다면 이 공식으로 해서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정도이다. 이는 그의 놀라운 발견에 비하면 용두사미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우리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알아야 한다. 상대성에 대한 궁금증은 이런 이유에서 출발 하였다. 또한 올 해가 상대성이론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가 아닌가?
그래서 예전에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면서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고 하였지만 읽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상대성이라는 간판만 내걸었을 뿐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상대성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즉 정확하게 상대성이 무엇인지를 말한 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에 문외한이더라도 책이 주는 강박감은 오히려 지식의 두께에서 생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듯 블랙홀과 시간 굴절에 관한 것이다. 블랙홀은 별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별은 블랙홀 속으로 떨어지면서 최후의 죽음, 즉 내파(별의 수축)에 의하여 폭발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시간(공간도 포함되는데 제목에 견주어 시간으로 통일)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를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러한 과학사의 중심에 아인슈타인이 있으며 그의 상대성이론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빛은 전혀 엉뚱하지 않다. 오히려 그 빛으로 인하여 과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되었다.
아인슈타인 이전에 뉴턴의 시간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즉 보는 관점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는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중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만큼 아인슈타인의 과학은 특수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상대성이론 또한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또 다른 상상이 곧 일반상대성이론이다.
가령, 지구 안과 밖의 시간은 같은가? 다른가? 이 문제에 대하여 뉴턴의 시간은 같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다르다. 그래서 내가 우주에서 1년을 보내고 나서 지구에 다시 돌아온다면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즉 내가 우주에 있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지구의 시간은 매우 빠른 반면 지구에 있는 당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주의 시간은 느린 셈이다. 이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곳에서 시간이 같은 비율이지만 중력이 없는 곳에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지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과학은 위대하다. 그를 제외하고 우리는 과학을 이야기 할 수 없다. 그의 사고는 과학적인 현상에 대한 거대한 담론 즉 거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지적 한계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블랙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인슈타인은 정작 블랙홀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사고는 아직 미시 세계(양자역학)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지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인지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있어 상대성이론은 오히려 필요조건이었다. 즉 시간이 굴절된다는 것은 우주에 관한 과학의 수수께끼를 푸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우리는 이 책과 함께 위대한 천재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을 경계로 하여 과학의 맹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과학에 대한 도전은 제 2의 아인슈타인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로 인해 아인슈타인의 한계는 새로운 과학자들에게는 흥미로운 관심거리이면서도 그러한 한계를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그래서 과학은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꼭 이러한 무게감을 가진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그의 놀라운 지적혁명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음을 말하고 싶다. 아인슈타인이 창조적인 생각에 몰두한 나머지 ‘게으른 개’라고 놀림을 당했듯이 혹 ‘게으른 상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그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