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1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낯선 친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당신은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접촉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낯선 친절을 즐기는 독특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나오는 블랑시라는 여자입니다. 결혼한 그녀는 남편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사랑의 상처 때문에 심한 몸살을 앓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난 후 그녀가 선택한 사랑 방법은 낯선 사람들로부터 친절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그녀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자기 환상이 강렬합니다. 환상은 욕망을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 것에 대한 우월감이 상대방으로부터 허울뿐인 친절을 받고자 합니다. 그녀는 부도덕의 경계를 넘나들어도 괘념치 않습니다. 그녀는 자기 정당화를 내세우며 동정심을 만듭니다. 알고 보면 친절은 거짓 사랑에 불과합니다.

이런 그녀에게 대립적인 스탠리가 있습니다. 스탠리는 이것저것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물적인 욕망으로 살아가는 남자입니다. 블랑시가 보기에 그는 전혀 신사답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여동생이 그 남자와 결혼하면서 불행하게 사는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여동생은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녀는 이 남자와 치열하게 다투면서 부끄러운 자신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자신이 한 때 사랑이라고 말했던 것들이 스탠리를 통해 타락한 삶이라는 충격을 받습니다.

이 소설은 조용하지 않습니다. 뉴올리언스의 극락이라는 곳에서 두 개의 욕망이 충돌합니다. 하나는 블랑시처럼 과거 혹은 미래의 욕망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스탠리처럼 현재의 욕망입니다. 블랑시가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환상적인 욕망이라면 스탠리는 있는 그대로 현재의 욕망을 보여줍니다. 블랑시가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고 창백하다면 스탠리는 밝고 어둠이 뚜렷합니다.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욕망해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우리도 살면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탑니다. 어떤 이는 과거를 여행하고자 하고 어떤 이는 현재를 여행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현재에 머무르면서 현재를 여행하고자 합니다. 지나간 과거내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욕망을 접고 삽니다. 어쩌면 현실의 논리로 생각해본다면 단순해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게 사는 것이 마냥 행복할까요? 때로는 보이지 않는 길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비록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자신 만의 욕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모릅니다. 블랑시를 보면서 한때 열정적이었던 삶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였음을 느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느끼게 했다. 과연 눈뜬 자들의 도시는 무엇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을 거침없이 읽게 만들었다. 더구나 주제 사라마구의 블랙 유머가 말하고자 하는 권력의 황량함은 나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시켰다.

이 책은 선거 당일에 일어나는 한 가지 사건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 사건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황당하다. 바로 비가 세차게 내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문제는 투표하는 날 반갑지 않은 비가 오는 것이었다.

이것이 작가의 강렬한 유턴 표시이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하지만 결과는 똑같다. 83%라는 백색 투표이다. 이로 인해 권력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동자인 여자 한 명을 추적하는 음모가 한바탕 벌어진다.

재밌는 것은 작가가 사람을 분류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에 있어 권력자들은 지나치게 영리한 자들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면서 권력의 부패를 드러내고 만다. 이제 그들이 눈먼 자들이 된다.

작가는 정부 요인들이 백색 도시를 탈출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정작 이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우습게도 도망가고 만다. 동시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정부 상태로 보복하는 전략이다.

이쯤에서 우리에게도 작가의 소설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앞선 상황이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온통 선거이야기다. 서로들 이 나라의 진정한 일꾼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참담하게 83%의 백색 투표일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에 대한 증오에 가깝다. 예전에『눈먼 자들의 도시』가 백색 실명이었다면 4년이 흐른 지금은『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백색 투표로 권력을 조롱한다.

이처럼 작가는 권력의 을씨년스러움을 투표라는 권리로 맞서면서 우리들 삶의 안쪽으로 강력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권력의 부패함을 파고드는 예리한 관찰력은 말 그대로 종이로 폭격하는 듯 했다.

세상의 눈먼 자들이여, 이제 눈을 떠라! 이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작가는 권력의 불편함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싸워나가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화해해야 하는지를 백색 투표, 즉 백색 혁명을 서슴없이 던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의 집에 불이 난다면? 우리는 망설임 없이 119를 부를 것이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소방차와 절도 있는 소방관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는 소방호스를 들이대며 불길을 잡을 것이다.

그런데 아주 사소해 보이는 당신의 집안 일이든지 어떤 심부름을 맡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처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부탁해야 하는데 오늘날 같이 도시화된 사회에서 누구를 맘 놓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니 차라리 불이라도 나는 게 오히려 속이 편하다.

이러한 불편한 대중 심리를 재밌게 그린 이 책『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의 미우라 시온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그에게 솔깃했던 것은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대중 문학의 신인상으로 불리는 나오키상이라는 이 문학상에 대해 알 게 된 것은 만 불과 2년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키상에 흠뻑 빠져든 것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며 리듬감 있는 감동도 짜릿할 만큼 놀랍다는 것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단타 위주의 지루한 경기가 아니라 홈런 한 방으로 삶의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고 할까?

이 책에는 두 명의 남자가 나온다. 바로 다다와 쿄텐이다. 그들은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듯 마호로 역에서 다다 심부름집을 운영한다. 심부름집이라고 해서 우리가 아는 불온한 곳은 아니다. 그들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부터 심각한 문제에 까지 거침없이 달려든다.

가령, 집안 청소하기, 병문안 대신 하기, 애완견 돌보기 등등 일상의 자잘한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충돌한다. 다다가 신중하면서도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반면에 쿄텐은 마음 내키는 대로 일을 해버린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그렇듯 그들이나 그들에게 심부름을 부탁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상처받았거나 실패했다. 그런 그들이 서로 기대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결국 이것은 이 책에 나와 있듯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있어.’라는 말을 잊지 않게 해준다.

이 두 남자에게도 기회가 온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것은 두 남자의 기회가 전혀 생각지도 않게 서로가 만나면서 인생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즉 인생의 다다에게 교텐이 교텐에게 다다가 서로의 기회가 되는 대상이 된다.

그들이 고교 동창을 졸업한 이후 30대 중반에 다시 만났을 때 달라진 것은 다다가 햄릿형 인간이었다면 교텐은 돈키호테형 인간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엇바자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우리의 아픔을 되돌아보면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즉, 상처는 흉터를 남기지만 흉터가 남았다고 해서 그 기능을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행복은 재생된다고.” 말한다.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온다고, 말한다. 심부름집을 하면서 비록 낡은 고물차를 몰고 다니는 두 남자의 인생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우리가 지난 날의 상처로 인하여 고심하게 있을 때 고물차를 몰고 다니며 심부름을 해주는두 남자의 행복 메세지는 낡은 고물차라고 함부로 멸시하지 마라. 당신은 고물차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며 우리 앞을 생생하게 달려간다. 이로 인해 인생은 바쁘게 되고 그만큼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좁은 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9
앙드레 지드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사랑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슬픈 사랑이 더욱 애틋한지 모른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릴 줄 안다.

그러나『좁은 문』에 나오는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은 다르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가볍지 않다. 청교도적인 규율에 따라 마음의 충동을 억누르며 사는데 어느 날 제롬은 알리사를 만나면서 사랑이 무엇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제롬에게 알리사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반면에 알리사에게 최고의 선물은 제롬이 아니었다. 바로 절대자(神)인 하나님이었다.

이들의 사랑에는 황홀한 로맨스는 없다. 대신에 그들은 사랑을 찾되 사랑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아야 하는 첫 번째 문제이다. 그리고 남녀의 사랑 없이도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법이 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제롬은 ‘천국이라도 알리사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천국 같은 건 그만 둘테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리사는 ‘찬양이 도무지 순수하지 않구나.’ 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이렇듯 이 책이 들려주는 특별한 사랑은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듯 좁은 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좁은 문은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으로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드물다. 이와는 달리 넓은 문은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으로 들어가는 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좁은 문 앞에서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자기와 하나님의 사이를 가로막는다고 여긴다. 그리고는 결국 하나님에게로 가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이럴 때 제롬의 마음은 어떨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알리사의 사랑에 반대하고 싶다. 즉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 사랑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가 아른거렸다.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이기 때문에 두 마리가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되어야 날 수 있다는 새다. 우리의 사랑이 비익조처럼 날아갔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것이다.

이럴 때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좁은 문』을 두드릴 필요가 충분하다. 다만 몇 번을 두드려야 하는지는 그 사람의 운명에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