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고리는 끊을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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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소비가 미덕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대게는 부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논의만 난무할 뿐, 일반 시민들에게 가난과 관련된 것들은 말하기 꺼려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한 사람들의 관심을 뒤집고 가난에 대해 집중 조명한 두 학자들이 있다.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가 바로 그들. MIT빈곤퇴치연구소를 설립해 빈곤 문제 해결을 연구하는 개발경제학자들이다.

제목에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처음 책을 넘겼을 때는 한국어판 제목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라는 문구에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지만, 중간쯤 읽어 가다보니 이는 과도한 의역이 아닌가 하는 사견. 가난한 이들이 더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것 같아 보여도 이들의 결정에는 그들 나름의 판단기준이 분명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래의 큰 이익을 위해 현재의 작은 손실을 참아내지 못한다. 이것은 그들이 특별히 비합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평균 혹은 그 이상의 소득을 얻는 이들보다 현재의 손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그들로서는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장을 사지 않는 것도, 무료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어떻게 빈곤이라는 상황을 타개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어도 그 역량을 키워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결국 도시의 부랑아가 된 아이가 있다면, 단지 주변의 일이기 때문에 쉬이 넘길 수 있는 일일는지. 안타가운 인재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먼 산 바라보듯 있을 수는 없다는 데 공감했다. 저자들은 여기서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결정적인 정보를 믿을만한 루트를 통해 제공한다거나, 빈곤층을 위한 특수 예금계좌를 개발한다거나 그 예금계좌의 관리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법 등, 가난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다. 이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정부운영방식과 정책의 개선에만 기대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와 함께 개선을 이루려는 신념과 행동, 즉 자기충족적 예언이 수레의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믿음. 작은 생각 하나가 큰 물길의 방향을 돌려놓을 수도 있다.

융합과 링크, 더 넓은 세계를 향한 글로벌시티즌의 마음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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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마음 습관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2년 5월

다수의 사람들이 성공이나 경제, 더 구체적으로는 돈으로 세상살이를 판단하는 요즘 무엇이 진정한 가치인지 조차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마음의 위로를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거기에 부응하듯 수많은 멘토들의 다양한 조언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수 많은 멘토들 사이에서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김용, 현 세계은행 총재이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서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고, 인터뷰어의 질문에 시종일관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잃지않고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는 그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의 인터뷰집이 출간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

그에게는 참으로 영예로운 수식어가 따른다. 아시아계 최초의 다트머스대학 총장, 그리고 최초의 아시아계 세계은행 총재. 한가지만 제대로 성취하기에도 버거운 세상에서 그는 어떻게 이러한 자취를 남기게 되었을까. 당연히 그가 보낸 성장기와 받은 교육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균형을 잡기란, 어떤 분야에서든 고수의 경지다. 그에게는 사고의 균형을 잡아줄 교육의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김용 자신도 인정하는 행운. 실용을 강조하시는 아버지는 치과의사로 아들 김용에게 어릴 적부터 잘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서 힘을 키우라고 가르쳤다. 세상을 살아가는 눈을 틔워준 셈이었다. 이에 반해 퇴계 철학을 연구하시는 어머니는 사유의 힘을 아들에게 가르쳤고, 이는 아들 김용에게 아는 것을 넘어선 실천의 자세를 심어주셨다. 자연스럽게 실용과 실천(사회에 대한 관심)의 접목이 그의 내면에 뿌리를 내렸고, 이후 그는 자신의 이러한 교육환경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는 이후 그의 교육관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다트머스대학 총장 시절에 학생들의 교육목표로 삼기에 이른다. 융합과 링크로 이루어진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로 교육하여 진정한 글로벌시티즌을 탄생시키기 위한 것이다. 스펙만을 쌓기에 급급한 한국의 대학생들에게도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한 조언을 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교육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위에 설명한 것들 이외에도 1만시간의 법칙을 일깨우고 있다. 부모로서 자녀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고, 그것이 정해지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1만시간 법칙의 원리와 비슷한 시간투자라든지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등의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역시 교육가로서의 안목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 총재는 브라운 대학에 진학하여 고전 및 인문학 교양을 쌓은 뒤 하버드대에 진학하여 수학하면서 절친 파머와 함께 PIH를 설립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의술을 베풀었다. PIH 활동은 여느 의료봉사 조직, 의료봉사의 관성을 부수었고, 김용은 참여자와 담당 공무원들에게 혁신을 요구하였다. 이것이 그가 후에 세계은행 총재가 되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그의 이러한 행적을 따라 가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취업을 위해 고전하고 있는 대학생, 한 집안의 가장,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직장여성, 가정 주부 그 누구에게라도 그의 도전과 실천은 귀감이 된다. 타이틀에 이끌린 막연한 선망이라기 보단 그의 진솔한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었던가 찬찬히 돌아볼 시간도 가지게 되었고, 글로벌시티즌을 강조하는 그의 말처럼 나의 좁은 시야를 키워야겠다는 실질적인 동기를 부여 받았다. 그 외에 읽어보고도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1만시간의 법칙을 곱씹어보며 욕심만 키울 것이 아니라, 내가 실천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한 인물이 그의 사회적 지위에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임기 마지막까지 한국인으로서 멋진 면모를 보여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생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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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생각이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형성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의문을 품지도 못한 채 바쁘게 살아가다 아주 흥미로운 책을 접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일상을 살아가며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 과연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일었다.

작가에 대한 소개부터 흥미롭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심리학자라니. 이성적인 판단으로 무장된 경제학 분야와 불확실한 인간의 내면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의 접목. 이스라엘 출신 천재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러한 경제학과 심리학의 통섭을 이루어내 ‘행동경제학’을 창시했다.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생각, 바로 그 생각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크게 생각을 두 개의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Fast Thinking과 Slow Thinking. 직관을 뜻하는 빠르게 생각하기는 시스템 1에 해당하고 이성을 뜻하는 느리게 생각하기는 시스템 2에 해당한다.

시스템 1은 갑자기 소리가 난 곳으로 주의를 돌린다든지, 2+2의 정답을 말하는 자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정신활동이다. 반면 복잡한 논리적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이나 두 세탁기의 전반적인 가치를 비교하는 데에는 시스템 2가 작동한다. 대니얼 카너먼은 이 두 가지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행동을 이끌어내는 생각을 형성하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먼저 두 가지 시스템, 직관과 이성의 측면을 말한 뒤, 편향과 과신 그리고 비합리적인 선택에 대해 세심한 설명을 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대하고 다양한 사례들이 긴밀하게 연관되지 못한 듯해서 나와 같이 일반교양 수준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듯하다. 이 점 감안한다면 우리가 자주 범하는 판단의 오류라던가 생각의 불완전성을 알게 해 이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 투자수익률 774% 세계 1위의 개인투자자가 말한다
크리스 카밀로 지음, 차백만 옮김 / 한빛비즈 / 2012년 5월

주식투자에서 큰 돈을 만져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일반투자자들이 처음엔 목돈을 만져볼 요량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대개는 주식투자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중요한 고급정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에서 오고가리라는 막연한 추측과 함께. 이렇듯 한낱 개인에게는 철옹성 같기만 한 주식투자에 아마추어 개인 투자자로서 성공한 이가 성공담을 들려준다. 일확천금을 원치는 않더라도,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하는 궁금증에 책의 첫 장을 넘겼다.

기술적 분석을 맹신하는 일반투자자들의 시각을 우선 돌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p. 31 ㅡ 하지만 불행히도 증권사들이 엄청난 연봉을 주고 MIT 컴퓨터 공학도들을 고용해서 기술적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해도, 장기간 투자수익을 분석한 결과, 기술적 분석에 의한 투자수익은 무작위로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증명됐다.

대신 자신의 주변을 관찰하라고 주문한다. 일례로 좋아하던 과일향 음료 ‘스내플’ 가판대가 줄어든 것을 보고 투자로 이어간 경험을 들어 실제 투자의 성공에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성공적인 주식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그 외에도 게임을 좋아하던 동생 덕에 파악하게 된 게임시장에서의 실제 수요의 흐름. 뛰어난 사양을 갖춘 게임보다 오히려 해상도가 떨어지는 닌텐도의 Wii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투자의 성공 핵심 요소는 판을 뒤엎는 정보. 이를 위해서는 우선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연히 이는 주위 인간관계를 이용하는 것으로 발전되고, 더 나아가 소셜 네트워크 등 대중의 힘을 활용해야 함을 역설한다. 아울러 투자수익 극대화 방안도 설명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담긴 다양한 성공사례를 접하면서 이런 관점으로 주식투자를 바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만, 한국적 상황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믿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이 점 유념하면서 책을 읽는다면 좋을 듯싶다.

감추어진 언어의 연금술사, 그 세계로의 초대

출판번역가로 먹고살기 - 책도 읽고 돈도 버는 ㅣ 먹고살기 시리즈
김명철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1년 11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번역가가 되는 꿈을 꾸어 보았을 것이다.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자신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은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어느정도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장래 직업 리스트에서 작가를 지우기 마련이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이 자신을 표현한다는 면과 관계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 유혹은 평생을 두고 떨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엄연히 다른 분야의 일을 하면서도 번역(출판, 영상을 망라하여) 시장을 기웃거린다. 접지 못한 꿈이었든, 본디 외서를 번역하는 일에 투철한 사명감이 있었든 혹은 아주 적나라하게 먹고살기 위한 부업을 꿈꾸든 번역은 사그라지지 않는 매력을 지닌 일이다.

그 번역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 줄 책, <출판 번역가로 먹고살기>.

번역가가 되기까지 어떤 험난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는지를 김명철 (주)바른번역 대표는 가감없이 이야기해 준다. 자신이 번역가로 전업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책 사이사이에 '번역가 일기'라는 형식으로 실어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전한다.

번역 실무에 대한 글이라기 보다는 번역가라는 직종이 가지는 장단점을 상세히 설명하는데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번역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부터 번역을 하려면 무엇인 필요한지, 실제 일감은 어떤 방식으로 얻는지 그 외 출판사와 계약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이만하면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 주는 격이니 이보다 더 친절한 직업 안내서가 또 있을까.

기성 번역가들의 진심어린 충고도 눈여겨 볼만하다. 저자는 번역이나 해 볼까하고 덤벼드는 지망생들에게는 가차없이 일침을 가한다. 작가 못지 않은 전문성을 지니는 번역가를 한낱 글을 옮겨놓는 기술자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셈이다.

4장 출판번역 실전 노하우에서는 다양한 예시문을 들어 번역 연습을 해 볼 기회를 주고 있다. 직역과 의역에 대한 작가의 의견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직역, 의역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하하려는 책의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p.158    저자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번역문이 좋습니다.

           그리고 원문을 읽을 때의 느낌까지도 전달되면 더욱 좋겠죠.

우리는 왜 번역을 하는 것일까. 문장의 치장도 아닐 것이고, 자신의 언어지식을 과시하는 일은 더욱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소통의 문제, 생각의 흐름일 것이다. 그 흐름이 우리 땅으로 흘러왔을 때 일반독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내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되는 일이지 않을까.

번역가 지망생들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출판 번역가로 먹고살기> 김명철 지음 | 왓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