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여 페이지 책이 이제 22000원이나 하는 세상이다!

 나처럼 돈 없어도 굳이 종이책 사서 보려는 독자는 다 혀 깨물고 죽으라는 소리인가? 아니면 도서관 이용 권장 가격인가?

 도서 정가제 이후 책값은 쉬지 않고 고공행진 중이다.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에 22000 원이라!! 독자의 심리적 안정선이었던 2만원 선을 이리도 무참히 깨버리다니. 이제 너도나도 득달같이 올려치기 할 테고, 30000원 선도 머지않겠지!

 어쩌겠나? 책 안 읽는 나라에서 책으로 돈 벌어보려는 출판사 사정도 모르는 바는 아니겠다만, 그렇다고 이렇게 가격으로 후려치기만 하면 나 같은 독자는 그냥 군소리 말고 도서관으로 가라는 거지? 거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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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01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안 읽는 민족인지 출판사는 아직 덜 깨달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그만큼 자신있다는 소리인지도 모르고요.ㅎ 안쓰럽게도 중고책 아니면 도서관 대출 또는 출판사 협찬만이 대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ㅠ

살인교수 2024-11-01 21:21   좋아요 1 | URL
책 안 팔리는 부담을 책값 상승으로만 대체하려는 듯해서 보기 좋지 않더군요. 독자에게 그 부담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 같아서요. 일반적으로 300~400페이지 책은 18000원 선을 넘지 않길 그저 바랄 뿐이죠, 저처럼 힘없는 독자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저렴한 보급판 문고가 나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요~

박균호 2024-11-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몇년 사이에 종이값은 여러 배 올랐습니다. 게다가 인건비에다 각종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제가 책을 내는 입장에서 하는 말 같기는 한데 두 사람의 한끼 식사값도 안되는 비용으로 적어도 일주일은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리 호된 비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살인교수 2024-11-01 21:57   좋아요 1 | URL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비슷한 페이지의 다른 소설들은 아직 16000원 대에서 18000원 사이를 오가는 게 평균 가격이라, 22000원은 너무 높게 느껴졌습니다. RHK가 신생, 일인 출판사도 아닌 듯한데...! 출판사 사정 일일이 헤아릴 순 없지만, 독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가격인 건 틀림없습니다.

박균호 2024-11-0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을 생각해보니 대형출판사의 소설 장르라면 가격이 좀 쎄긴하네요. 아무도 내지 않는 작품성 있는 책을 내는 지만지 출판사라면 이해가 되는 가격이겠습니다.

아서코난도일 2024-11-05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00페이지도 안되는 책이 할인되도 거의 이만원 돈이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유독 이 출판사가 다른 출판사보다 책값이 비싸긴 하더라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기있는 작가라 그런가 신간 나올때마다 리뷰에 책값 비싸다고 난리들인데 이 작가는 신예 작가라 그런가 책값에 대해 별말이 없나 했네요~
실제로 책 받아보니 (포인트 때문에 ㅈㅁㅋ 에서 샀네요) 책은
좀 고급스런? 디자인이긴 하나 비싸긴 한것 같습니다.

살인교수 2024-11-05 14:04   좋아요 0 | URL
공포소설 좋아해서 읽어보고는 싶네요~ 요즘은 워낙 종이책 값이 비싸서 ‘밀리의 서재‘와 도서관 앱 서비스로 책을 읽습니다. 그래도 최애 작가 신작 나오면 안 살 수 없겠죠~
 
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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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던 소녀가 어느 날 눈앞에서 풍선처럼 펑 폭발해버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 안에서 여자의 머리가 짜부라지듯 터진다. 산탄총으로 저격한 것도, 폭탄을 설치한 것도 아닌데- 이 불가해한 살인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끔찍한 참극의 뒤에는 시스마라는 특수 약물이 존재한다. 인간의 뇌를 자극해서 극한의 흥분과 쾌락 상태를 견디다 못해 자기 머리를 쪼개어 뇌를 꺼내게 만든다는 악마의 약물! 약물 효과의 연쇄 작용은 시공 붕괴와 세상의 소멸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데...!


<엘리펀트 헤드>는 그나마 조금은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정상을 찍은 전작 <명탐정의 제물>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괴랄한 악취미 때로 돌아간다. 온갖 엽기적인 상상과 변태적 설정이 잔혹 스플래터 무비처럼 펼쳐진다. 스토리를 요약하기도 힘들며, 책 속 미스터리를 단번에 이해하기도 힘들다.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복선과 단서로 활용되고, 양자역학부터 뇌 과학, 타임 패러독스, 평행 우주 등의 장르적 설정이 총망라된다. 어마어마한 판타지적 토양 위에 괴랄한 상상력이 끝없이 덧칠되며, 그렇게 쌓아 올린 특수한 무대 장치로 선보이는 추리 파트는 나름 논리적이긴 하다.


다만 정점을 찍은 <명탐정의 제물>과 비교하면 완성도도, 흥미도 떨어진다. 엄청 기대를 한 신작인데,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웠다. 하나는 작가의 특기인 '특수 설정'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이다. 상상력은 엄청나지만, 그 상상력이 너무 높게 치솟다 보니 나중에는 저 멀리 구름 위에서 자기들끼리 추리를 주고받는 흐릿한 기분이 들었다. <명탐정의 제물> 때처럼 선명하게 모든 것을 관통하는 강력한 한방이 부족했다. 또 하나, 작가의 악취미라 할 수 있는 '변태적 막장' 성향이 너무 강해서 이 점은 싫었다.


뇌 속 뉴런의 수는 인간이 약 115억 개고, 그다음으로 많은 코끼리가 약 100억 개라고 한다. 코끼리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인간이 그토록 많은 뉴런을 보유한 것은 기이하다. 그런데도 인간의 뇌 실험은 지금도 과학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이뤄진다. 무엇을 더 바라는 걸까? 코끼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몸집을 가진 주제에 코끼리보다 10배 많은 뉴런을 보유하고 싶은 걸까? 코끼리는 알고 있다. 그러다 인간들 머리가 전부 터져 죽을 것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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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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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가문을 되살리고자 에도로 온다. 에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삶에 임하는 자세를 새로이 느낀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누명을 밝힐 결정적인 증인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오히려 더 큰 혼란만 가져온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라면 조용히 덮어두는 게 나을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중 한편인 <벚꽃, 다시 벚꽃>은 에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이면서 삶의 애환을 그린 군상극이다. 온화하고 정직한 아버지가 뇌물을 받았다는 죄목을 덮어쓰고 죽자, 둘째 아들 쇼노스케는 진상을 파헤치고자 한다. 초반에 던진 이 미스터리는 무척 흥미롭다. 도대체 누가 왜, 온순한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누명을 덮어씌우고 죽게 했을까?

 

결정적인 증거는 아버지가 쓴 뇌물 영수증이다. 아버지와 똑같은 필체이기에 아버지조차 자신의 글씨가 맞다고 인정할 정도다. 과연 그런 능력을 지닌 대서가가 정말로 존재할까? 쇼노스케는 그 유령 같은 대서가 뒤에 더욱 큰 흑막이 존재함을 직감한다. 그 흑막의 정체를 밝히고자 에도로 간다. 아버지의 명예와 가문의 재건을 위해.

 

이 소설의 진가는 쇼노스케가 에도로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이야기에 있다. 소시민이 겪는 크고 작은 문제, 그리고 인간 사이에 피어나는 갈등과 애증. 쇼노스케는 그들과 거미줄 같은 관계를 이어가며 비로소 좁은 우물 안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본다.

 

'마물이 씌었다'라는 말이 있다. 돈과 명예, 복수와 증오 때문에- 본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 그것이 곧 마물이 씌는 것이다. 소설은 바로 그 선택의 지점을 파고든다. 자신을 버리고, 마물이 되면서까지 이루고자 하는 그것이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인가?

 

평범해선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그만큼 중간의 기준이 높아진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범함에서 벗어나고자 특별해지려 애쓴다. 하지만 특별해지려는 몸부림만큼 평범한 것은 없다. 평범함에 만족하고, 그 삶에 감사하는 것이야말로 특별하다. 부와 명예의 기준점이 아무리 올라가도, 행복의 가치는 아주 낮은 곳에서 움튼다. 문제는 그것을 보는 바른 눈을 가졌냐는 것이다. 그 근본을 깨닫지 못하면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서도 불행할 수밖에 없다.

 

쇼노스케는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따뜻한 밥 한 공기에 나물 반찬, 그리고 편안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아름다운 벚꽃 풍경을 볼 수 있는 눈- 살아간다는 것은 낮은 자세로 세상의 작은 것들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아무리 크고 작은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도, 겁먹을 필요 없다. 삶의 가치는 그 문제들을 마주하고 함께 헤쳐나가는 데에 있으니.


p.s. 극중 와카라는 여성은 너무 멋진 캐릭터였다. 쇼는 와카를 만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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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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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연작 소설. 갖가지 범죄 사건 속에 숨겨진 불가해한 진실을 규명하는 가쓰라 형사의 활약을 담고 있다. 설산의 살인사건에 사용된 흉기는? 심야 교통사고의 증언이 엇갈리는 이유는? 토막 살인 사건의 동기는? 연쇄 방화 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음식점 손님이 갑자기 총기 농성을 벌이는 이유는?

사건 발생 - 수사 -범인 체포까지는 어려움 없이 진행되는데, 범행 속에 숨겨진 어긋난 퍼즐 조각 하나가 늘 말썽이다. 가쓰라 형사는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뜻밖의 진실에 도달한다. 단편 하나하나가 완성도와 가독성, 의외의 진상에 있어서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정통 경찰 소설의 표본' 같은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약간 건조하다면 건조했다. 마치 사건 기록 일지를 보는 것처럼.

작가 최고작이라 생각하는 <부러진 용골><야경><인사이트 밀>에는 기막힌 상상력, 리드미컬한 서사, 감성과 여운이 넘쳤다. <가연물>에선 그러한 특장점을 일부러 배제하고 새롭게 도전이라도 하듯 담담하게 쓴 것 같았다. <흑뢰성> 때도 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어쩌면 작가는 지난 영광을 잊고 작가로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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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올빼미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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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작가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올빼미>는 작가가 30년대 프랑스 유학 시절에 쓴 자전 소설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 내려간 이 소설은 줄거리를 쓰는 것조차 어렵다. 소설 속 화자는 벽에 난 구멍으로 아름다운 여인이 노인에게 나팔꽃을 건네는 신비로운 광경을 본다. 어느 날 그 여인은 꿈처럼 그의 앞에 나타나 그의 방 침대에서 죽는다.


이때부터 화자의 의식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든다. 여인을 토막 내어 땅에 묻고 돌아와 아편 중독에 빠져든 후 몇 번이나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듯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그 새로운 세상이란 늘 한결같다. 그는 어두운 방 침대 위에 누워서 죽을 병에 걸린 채 좁은 창으로 한정된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옛 기억을 더듬을 따름이다. 마치 그것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이란의 카프카라 불릴 정도로 천재 작가인 사데크 헤다야트는 두 번의 자살 시도 끝에 4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삶에 관해 자세히는 모르나, 아마도 목표와 이상이 정치와 현실의 벽에 계속 부딪히자, 결국 좌절감에 빠져 약물과 술로 의존하는 나날을 보낸 듯하다. 그러한 그의 염세주의적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 바로 <눈먼 올빼미>다.

어디까지 자전적 얘길 쓴 건진 알 수 없지만, 소설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그로테스크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탐미적이고 환상적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소설이다. 마치 영원히 깨지 않는 꿈속을 방황하는 듯하고, 그것이 곧 삶의 실체라고 말하는 듯하다. 몇 번의 무섭고도 지리멸렬한 꿈에서 깨고, 또 깨고, 계속해서 다른 꿈을 꾸는 것처럼. 삶과 죽음이란 그처럼 모호하고 흐릿한 경계선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제목이 뜻하는 눈먼 올빼미란 무엇일까? 소설 속에서도 몇 번의 상징적 존재로 묘사되는 올빼미는 무슨 의미일까? 그냥 올빼미라면 환한 낮을 피해 밤의 어둠으로 날아드는 존재다. 적어도 밤에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눈먼 올빼미는 밤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눈 마저 빼앗긴 올빼미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작가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눈먼 올빼미는 그 자체로 그냥 올빼미 형상을 한 그림자다. 실존이 아닌 허상이다. 작가는 말한다. 실존이 죽은 세상에서 허상이 존재 가치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고.

우리는 눈먼 올빼미임에도 눈이 멀었다는 걸 모른다. 밤이니까 어두운 거라고 합리화한다. 진실을 보는 눈을 상실한 채 그림자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어쩌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허접쓰레기 같은 진실을 거짓된 가면으로 덧칠하듯 꾸민다. 이 소설은 그 가면을 향한 조롱이며, 그 가면이 모두 벗겨져서 나온 맨얼굴에 관한 외침이다.

실존이 사라진 시대에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때 이 소설은 끝까지 읽으면 지독한 허무주의에 빠져 자살하는 책으로 유명해서 금서로 취급됐다. 이란인들은 지금도 이 소설을 두려워한다. 적어도 영어로 번역되고, 다시 그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책이 품은 맹독 같은 기운은 많이 희석되었으리라. 그만큼 이 책을 읽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정말로 깨지 않는 꿈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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