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업무의 경중에 따라 독서의 양이나 질에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인정하고 그런 중에도 틈틈이 책을 읽자 하고 있는데 중요한 건 책의 선택이다. 책도, 영화도 귀한 시간 들여 읽고 보는 거, 내게 유익하고도 내적 성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런 고민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얼마 전에 읽었던 팀 켈러의 <결혼을 말하다>를 읽고 마음에 큰 깨달음이 있었고, 독서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독서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시각으로 책을 읽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일러 주는 것만 같았다고 할까. 


팀 켈러의 <결혼을 말하다>를 읽고 김형석 교수님의 <백 년의 독서>를 선택한 것 또한 내 시각을 더욱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서이다. 아주 지혜롭고 성숙한 사람은 아이와 같이 순수하다고 했던가. 당신의, 독서 생활의 시작부터 철학 이야기,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당부하는 모든 문장이 순수했고 겸손했고, 특히 철학 이야기에서는 철학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흥미를 느낄 만큼 대표 철학자들의 핵심을 재미있고 쉽게 들려주셨다.  


그리고 당신의 독서 관점, 그리고 철학을 대하는 관점을 명확하게 짚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고전 읽기를 강조하셨는데 고전은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알려주고", "고전다운 고전은 시중에서 떠드는 베스트셀러 열 권보다 더 큰 무게와 영향력을 갖고 있"으니 "고전을 읽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하셨다. 


강조해서 언급해주신 책은 메모해두었고 시간을 두고 한 권씩 읽어보려고 한다. 어렵다고, 당장 나와 상관없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와 시각을 위해 인내하며 계속 읽어나가야겠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결과는 나타나기 마련이니 천천히, 우직하게 읽어나가면 사고가 한 뼘이라도 더 확장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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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 현대인의 뒤틀린 결혼의 실타래를 풀다
팀 켈러 & 캐시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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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기독교적 결혼관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설득력있게 다가온 책이다. 다시금 결혼관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었고, 결혼에 대해 새롭게 마음을 열게 해 준 귀한 책이기도 하다. 전자책으로 읽고 소장하고 싶어서 종이책도 구입했고, 교회 대학부 제자에게도 추천했다. 기혼자와 미혼, 모두에게 유익한 책. 물론 부부가, 연인이 같이 읽으면 더할 나위 없고. 나도 같이 읽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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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프랑켄슈타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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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아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펼쳤는데 정작 들여다보니 전혀 모르는 이야기일 때의 당황스러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그랬다.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프랑켄슈타인>에 문외한인지 알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 메리 셸리는 작품의 주인공들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었는데, 19세 어린 나이에 여성의 신분으로 1818년에 이 책을 썼다는 것, 아나키스트 아버지와 페미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의 가정환경과 결혼생활 등이 책만큼이나 깊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을 옮긴이의 해설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정신분석학적인 관점,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페미니즘, 산업혁명의 여파로 발생한 노동자들의 잔인한 폭력성을 대입하여 바라보는 관점,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과학자를 비판하는 관점 등 사회 여러 문제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부분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읽고 보니 정말 하나하나 그럴 듯해서 여러 해석을 끌어내는 작가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떠한 시선으로 보았는가,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인데.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학문적 자아도취로 인한 광기어린 실험을 통해 탄생한 인조인간. 눈을 뜨는 순간부터 창조자에게 버림받고, 뒤이어 세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부정당하고 배척당하는 존재로 전락할 때 인조인간은 사회의 악, 괴물이 되고 만다. 피조물을 책임지지 않는 창조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창조자 본인과 그가 사랑하는 자들에게까지 미치고 결국 파국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정서나 등장인물에 깃든 도덕적 경향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


작가 메리 셸리가 서문에서 밝힌 문장에 한참 머물기도 했는데, 단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무조건 배척해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부정당하고 배척당한다는 이유로 악을 끼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밖에는 정말, 다른 선택지는 없었나... 읽는내내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고 한 편으로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관점으로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존재를 부정당하는 자들의 아픔을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을 통해 바라보게 되었는데 자신도 어찌할 수 없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겹겹이 쌓이는 원망과 고통과 울분은 견고한 진이 되어 결국 그가 바라보는 세상도 어둡지만 가장 어두운 곳은 자신의 마음이며 피해자는 본인이겠구나 생각하니 저릿하고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


화자는 이 책의 시작을 여는 월튼 선장과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피조물 인조인간, 각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 속에 그들의 감정선이 무척이나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인간본성의 근본을 드러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고민이 깊어진다. 그들 입장에서 과연 올바른 반응과 선택은 무엇인가.


“<프랑켄슈타인>은 인공생명체의 창조와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최초로 다루었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SF라는 장르가 단순히 과학기술의 발전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룰 만큼 깊이 있게 발전하도록 견인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1818년, 메리 셸리에 의해 탄생한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피조물 인조인간을 지금의 과학자와 AI로 대체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 <프랑켄슈타인>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읽히며 새로운 기술에 의해 탄생되어질 "인공생명체에 대한 윤리와 책임이라는 철학적 담론"을 계속 끄집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고전 읽기의 필요성을 진하게 느끼는 시간이었고,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석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해서 독서 토론이나 문학에 대한 해석을 공부하는 이들이 크게 반길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추천 목록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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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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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허투루 쓰지 않고, 내게 주어진 빈 페이지를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 (작가의 말 중에서)

<쇼코의 미소>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첫 느낌이 좋아서 가끔 작가의 이름을 만나면 반가움이 일었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이번 소설집 문장의 호흡은 각별히 좋은 느낌이었고, 문장이 그대로 내 안에 흡수되는 듯했다.

열 네편의 단편, 짧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주 절묘하게 잘 녹아 있다. 살면서 차마 누군가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 상처가 되어 늘 마음을 쿡쿡 찌르던 과거의 일들이 인물들의 편지와 독백, 그리고 대화를 통해 고백되고 그 이야기는 그녀들만이 아니라 곧 내 이야기도 될 수 있음에 마음이 저릿해지는 순간들을 만난다. 세상에 가득한 슬픔을 우리는 왜 모른 채 살아갈 수 없을까. 어떤 이는 차별로, 가정 폭력으로, 사랑받지 못함으로, 사랑하는 이나 동물을 잃음으로… 각자의 슬픔 속에 산다. 작품의 인물들이 이제 “애쓰지 않아도 별다른 감정 없이” 아픔과 마주하려 할 때, 너의 슬픔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작가의 도닥임에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다.

언젠가는 각자의 아픔을 마주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그때의 상처입은 나를 안아주고 이해할 수 있다면, 더이상 “애쓰지 않아도”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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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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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분노와 원망을 품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온전한 기쁨도, 온전한 행복도 누리지 못한 채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감정에 함몰되어 간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이가 있어 그이의 품에 안겨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나면 울분이 사라질까.

아내와 딸을 죽인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코뿔소 노든은 길 위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다. 동물원에서 만난 코뿔소 앙가부, 함께 길을 나선 펭귄 치쿠, 그리고 치쿠를 대신하여 노든의 곁을 함께 한 어린 펭귄까지.

함께 길을 떠나며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 힘을 주고받는 그들을 보며 내내 마음이 뭉클했는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삶의 꼭짓점마다 나타나 사랑과 관심과 기도와 도움을 주었던 인연들이 생각났다,

노든이 펭귄 치쿠와 어린 펭귄을 통해 살아갈 이유를 깨닫고 소리 없이 울 때, 그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서 한동안 목이 멨다. 분노와 원망과 미움은 남을 죽이고 싶게 하고, 내 영혼을 죽게 하지만 그 마음을 내려놓을 때 찾아오는 평안은 다시금 힘차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그리고 어린 펭귄이 노든을 떠나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바닷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것은 노든의 존재와 끝까지 자신을 품어 주었던 윔보와 치쿠가 아니었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임을 보면서 홀로 나만의 만족을 위해 사는 삶이 얼마나 반쪽짜리 삶인지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작인 루리의 <긴긴밤>은 내게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게 했고, 감사한 인연들을 다시금 떠올려 주었고, 지금의 나 또한 혼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님을 철저하게 깨닫게 하면서 겸손하게 했다.

읽는 내내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한 명씩 떠올려 보기도 했다. 좋은 책을 읽으면 마음이 순해진다. 그런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순해진 마음이 내게만 머물지 않고 내가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순한 마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흘러가기를 소망해 본다.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99쪽)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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