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하피(아르피에)의 성모
아티스트 안드레아 델 사르토(Andrea del Sarto)
제작연대 1517년
종류 유화
기법 패널에 유채
크기 178 x 207 cm
이미지출처 wikimedia commons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의 라이프는 아버지 가업보다 예술에 더 관심이 많아 베를린의 전시회장을 누비며 그림을 감상하는데, 어느 작가의 자화상 앞에서 운명과도 같은 전율을 느낀다.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아르피에의 성모’의 마돈나를 닮아 ‘모피 입은 마돈나’로도 불리우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이 책의 작가 사바하틴 알리는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아르피에의 성모’ 작품의 마돈나를 보고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 덕분에 찾아 본 작품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성모 마리아를 보며 스토리를 구상한 작가와 자화상 작품 앞에서 전율을 느낀 라이프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늘 그녀를 찾고 기다렸다. 주의를 집중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사방에서 그녀가 남기는 작은 흔적이라도 찾으려 애썼다. 쓰디쓴 경험을 거쳐 비로소 통찰력을 갖게 됐는데 어떻게 틀릴 수 있단 말인가?" (150쪽)

“쓰디쓴 경험을 거쳐 비로소 통찰력을 갖게” 된 그 무엇을 나 또한 기다리는데 사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어도 즐겁게 나를 소진할 수 있는 이 다음의 사건을 기다린다. “어떻게 틀릴 수 있단 말인가” 그 생생한 느낌을 기다리며 오늘도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거센 바람을 뚫고 좋은 소식이 오고 있음을 믿으면서.

이제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를 마음에서도 덮고 다른 책을 시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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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사바하틴 알리 지음, 이난아 옮김 / 학고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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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사랑 이야기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튀르키예 청년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한 숙련 과정으로 독일 베를린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마음속에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운명의 여인, 마리아 푸데르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한 남자의 사랑의 파노라마이며 감정 서사시이다.

 

이렇게 사랑의 이야기라고만 적어두고 그들의 사랑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게 된다면 내 안에서는 정작 하지 못한 말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기에 차분하게 내 생각을 따라가 보려 한다. <모피코트를 입은 마돈나>, 나에겐 사랑 이야기보다 한 남자의 슬픈 인생사로 읽혔고, 그의 인생이 누구랄 것 없는 우리의 인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을 덮고 한없이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상대방에게 진실하고, 어떤 장애와 역경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방에 대해서는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내 모습이고, 누구나의 모습일 것이다. 나를 믿는 만큼 상대방을 믿을 수 있다면 오해 속에 멀어지는 관계가 없을 텐데 우리는 내가 만든 오해와 불신 속에서 그 사람의 진심을 알기도 전에 기회를 놓치고 만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에 대한 내 신뢰는 허상이고, 마음 저변에 깔린 스스로에 대한 자기 불신과 자신 없음이 그대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투영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안의 상처와 소심함에서 비롯되는 의심과 불안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 그래서 주인공 라이프처럼 "주변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들이 시간이 지나 이 외로움으로부터 도리어 자부심과 고통스런 희열을 느끼" (48쪽) 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늘 그녀를 찾고 기다렸다. 주의를 집중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사방에서 그녀가 남기는 작은 흔적이라도 찾으려 애썼다. 쓰디쓴 경험을 거쳐 비로소 통찰력을 갖게 됐는데 어떻게 틀릴 수 있단 말인가?" (150)

 

"영혼이 짝을 찾으면 구차한 설명 없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제야 우리는 진정으로, 영혼을 갖고 살기 시작한다. 모든 망설임과 부끄러움을 제치고 모든 규범도 뛰어넘어, 두 영혼은 서로 부등켜안는다. " (152)

 

라이프는 운명 같은 마리아를 만나 비로소 자신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으며 세상에 오직 그 한 사람만 존재하는 듯이 살아간다. 모든 이성과 감성이 그녀를 향하고 그 사람이 없으면 자신의 인생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온 삶이 그녀에게 집중한다. 그런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 것은 너무도 다행이지만 라이프는 자신의 불신과 의심으로 인한 오해로 결국 허망한 세월을 보내고 만다.

 

"세속적인 행복이든 물질적인 재산이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하지만 놓쳐버린 기회들은 뇌리에서 절대 떠나지 않고 불쑥불쑥 떠올라 쓰라리게 마음을 헤집는다. 어쩌면 우리가 놓지 못하는 건 떠나간 기회가 아니라 이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라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미련일 것이다. 미련만 벗어던진다면 우리는 모든 걸 운명이라고 돌리고 받아들일 테니까! " (273)

 

실패의 좋은 점은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게 된다는 것에 있다. 이별도 사랑의 실패라고 한다면 사랑에 있어 내게 부족한 점과 내가 바라는 사랑, 내게 맞는 사람에 대한 안목이 힘든 이별 앓이를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일 텐데 라이프는 그런 기회마저 놓친 비련의 주인공이다.

 

온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일생을 두고 이루어가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 중에 내 성격에 지대한 공헌을 한 내 안의 상처를 보듬고, 상처를 준 사람과 나를 분리하고, 용서하고 나를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오롯이 나로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내적 힘을 기른다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만큼, 나를 찾아온 사람과도 안정감 있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도피처도 아니고, 내 쉴 곳도 아니며 내가 평생 의지할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니란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내 삶에 사랑이 다가 아니며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도 안다. 관계에서 누리는 쉼과 안정감은 애써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에서 절로 따르는 것이라는 것도.

 

"자연의 섭리는 내 정신세계에서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다른 건 다 잊고, 우리의 우정도 자연의 섭리를 따르도록 놔둡시다. 억지로 방향을 정하거나 섣부른 결정을 내려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자고요." (177)

 

섭리를 따르는 것. 애써 부정할 수 없는 절묘한 타이밍과 서로가 주고받는 호기심과 내 맘을 움직이는 영적 매력을 따라 자연스레 흘러가며 하나가 되는 것.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급할 것이 없고, 어느 때든지 내 사람이 오리라는 확신 가운데 내게 주어진 오늘에 충실한 것이 사랑을 맞이하는 최선의 태도일 것이다. 라이프의 인생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 또한 아픈 이별이 없었다면 그와 같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이해를 우리는 아픈 이별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직접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깨달음도 있으니 아픔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 어쩌면 신이 숨겨 놓은 신비는 그런 아픔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는데도 우린 같은 결론에 도달했군요. 우리 둘 다 한 사람을 찾고 있네요. 우리와 같은 사람을요"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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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자리로 - 영광의 그분과 거룩한 발맞춤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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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루이스의 책에서 기도에 관한 글들을 엄선해서 모아 놓은 책이다. 무신론자에서 회심한 이후로 기독교 변증가로 널리 알려진 루이스. 기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그토록 설득력 있고, 균형 잡힌 글들을 쓰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기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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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 독서 모임 - 오늘의 철학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1
박동수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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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대두되고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중심을 잡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마침 박동수의 <철학책 독서 모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선뜻 구입하게 된 데에는 “독서 모임”이라는 친근한 단어가 한몫했다.


책으로 읽고, 오디오북으로 한 번 더 듣고 그렇게 읽고 듣다 보니 선명하게 인식되는 것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인 “박동수”였다. 처음엔 단순히 철학책 편집자니까 이렇게 물 흘러가듯이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철학책 편집자로서의 어떤 사명감과 노고,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이 책에서도 “모든 시대에는 언제나 오늘의 철학책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것처럼 박동수는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 시대를 사유하게 하는 통로이자 세상의 실상과 마주”하게 하는 오늘의 철학책을 발굴하고 처음엔 자신도 이해되지 않던 내용을 끝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하는 그의 일을 심히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전 철학책이 아닌 오늘의 철학책을 발굴하고 출간하는 편집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철학책 독서 모임>에 소개된 철학책 열 권은 독서 모임의 동료 편집자들과 엄선한, 한국에서 출간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책들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와 기후 위기에 관한 문제까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게 한다. 각 주제에 따른 책 소개와 논평, 그리고 독서 모임에서 나왔던 좋은 사례들을 가지고 저자 박동수는 논지를 힘있게 끌고 간다. 오늘의 우리가 누구인지를 자문하는 것이 철학의 주요 문제로 자리한 지금, 철학자 이졸데 카림이 말하는 다원화 시대에서 “우리”, “나와 타자들”, “우리 너머의 우리”까지 깊이 탐구해야 하는 주제임을 각성시키는데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생태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있어 독자로서도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열 권 중에 읽은 책이 <모든 것은 빛난다>, 한 권이라도 있어서 반가웠고, 소개된 책들이 다 흥미있었지만 특히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의 철학>은 관광객의 특성을 통해 관광객처럼 살아가는 이들을 어떻게 사회 전반에 그리고 정치에 끌어 들일 수 있을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읽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이 아마존 숲의 루나족의 삶을 통해 “알지 못한 채 알아가기”라는 방법으로 “우리 너머의 우리”에 대해 인식하게 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고 기독교인이면서 사람과 동물을 잡아먹는 루나족은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저자 박동수의 시각에 도움을 받아 여러 전반에 걸쳐 우리, 나와 타자들, 우리 너머의 우리, 그리고 기후변화와 인류세에 이르기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덕분에 오늘의 철학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사월의 책>에서 출간된 철학책에서 편집자 박동수라는 이름을 찾는 재미도 있겠다. 앞으로 이 책을 필두로 문학 편집자, 과학책 편집자 등 각 분야의 편집자의 책이 나와도 좋겠다. 그들만큼 전반적으로 그 분야에 대해 해박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소개하는 책들을 넘나들며 신이 나서 쓸 것 같다. 철학책 편집자 박동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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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7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7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lju 2023-04-2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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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은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에 대한 「창세기」의 일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태어났다…. 나는 바칠 것을 요구하는 신이나 그 요구에 순종하는 아버지 대신 그 요구에 의해 제물로 바쳐지는 아들의 심정 속으로 들어가 이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으려고 했다. 그러니까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사랑’이 내게 발견된 열쇠였고, 그래서 나는 이 부담스러운 패러프레이즈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소설들이 위대한 원작을 조심스럽게 가리키는 수줍은 손가락이기를 바란다.” - 244쪽 <작가의 말>중에서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크게 말하는 방법이 되는 말이 있다. 사랑의 말이 그렇다. 무엇보다 사랑은 잘 말해져야 한다. 예컨대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해져야 한다.” (112쪽)


작가의 말만 적어두고 더 이상 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승우 작가와 그의 소설 세계를 사랑하므로, “사랑은 잘 말해져야” 하는데 잘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어떻게 이 좋은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 사람이 왜 좋으냐고 물어 올 때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은 이야기가 내 안에 들어와 인생의 이해에 대한 지평을 열어주며 평소에 가졌는지도 몰랐던 의문이 이야기를 통해 갑자기 해석이 되면서 깨달음의 지평이 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승우의 <사랑이 한 일>은 그런 의미에서 마음 꽉 차게 좋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책 속 이삭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버지가 영혼의 고투를 벌이는 동안 내 안으로 묵상의 길이 깊이 열렸다.” (109쪽) 작가가 인간의 입장에서 신의 사랑을 이해하려고 고투하는 동안 내 안으로 묵상의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성경에서도 구약, 구약에서도 아브라함으로부터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가 5개의 단편으로 이어지는 <사랑이 한 일>은 나오자마자 구입하고도 한참을 묵혀 두었던 책이다.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꼭 읽고 싶은 책이나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계속 미루고 싶은 마음 말이다. 정말 그랬다. 설레는 마음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차마 열지 못하는 보물함처럼.


작가 이승우는 신의 입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인간의 입장에서 성경의 사건을 해석하며 자신만의 문체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데 특히 첫 번째 이야기, 「소돔의 하룻밤」에서 계속 반복되는 문장을 통해 나도 모르게 롯의 행동에, 아니 작가의 이야기에 설득되어가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반복되는 문장이, 이어지는 다른 단편에서도 등장하는데 이야기하는 주체가 정교하게 논지를 펼쳐가는 아주 힘있는 문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도된 문체에는 작가의 큰 그림이 숨어 있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성경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영광은 얻었지만 믿음의 주인공들 틈에서 소외된 하갈과 이스마엘의 이야기 「하갈의 노래」, 제물로 바쳐지는 이삭의 입장과 심정을 그린 「사랑이 한 일」, 그러한 배경에서 이삭이 에서를 편애할 수밖에 없었던 숨은 이야기 「허기와 탐식」, 에서를 피해 홀로 길 위에 서게 된 야곱의 이야기 「야곱의 사다리」.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성경을 얼마큼 아느냐에 따라 이 소설집의 무게와 감동은 읽는 이에게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 또한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데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의도와 철저하게 그 인물들의 마음을 탐구하는 작가의 애정이 읽는 내내 너무 깊이 있게 다가와 내게는 참 특별한 작가, 특별한 책으로 읽혔다.


<사랑이 한 일>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 사건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작가에게서 배워야겠다고도 생각했는데 작가의 중복된 문장의 전개는 읽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결국은 그 사건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작가의 각고의 노력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앞으로 성경을 읽을 때도 조금은 다르게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 또한 이 책에서 건진 큰 수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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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