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급행열차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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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가끔 행복하고 자주 외롭고 슬프다. 라고 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까.

 

제임스 설터의 첫 번째 단편집 <아메리칸 급행열차>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추운 겨울날, 갑자기 봄이 왔다는 소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작가를 신뢰하고 작품이 기대된다는 뜻일테다.

 

그리하여, 책이 도착한 날부터 며칠 동안 몇 편씩 읽어가는데 예상과 달리 왠지 조금은 낯설고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깊은 통찰력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처럼,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에만 시선이 머무르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뭐랄까. 다 읽고 나서는 고급스런 독립영화들을 본 것 같은 만족감과 왠지 "삶의 우물 깊은 곳"을 들여다 본 것만 같은 가슴 깊이 느껴지는 벅참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조용히 차분해지면서 시간의 간격을 두고 한 편씩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깨닫지 못한 그 무엇이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어느 때에는 정말 코끼리 전체를, 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 모든 작품들을 마음깊이 이해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든 인간은 가끔 행복하고 자주 외롭고 슬프다. 라고 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까. 나는 늘 기뻐하려고, 내 삶 안에서 만족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하지만 갑자기 닥친 문제들 앞에서 망연자실하기 일쑤고, 그 문제 앞에서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힘겹게 일어서곤 한다. 그래서일까. 작품 <20>"삶은 우릴 때려눕히고 우린 다시 일어나는 거야. 그게 전부야."(p.51)라는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왠지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제임스 설터의 작품을 읽으면서 관계의 균열로 인해 무너지는 마음들을 보았고, 중년, 황혼으로 넘어가는 여성들의 비애를, 그리고 세상이 언제까지나 자기들 편이며, 자기들을 위해 움직일 거라고 느끼는 젊은이들과 배우들의 교만과 어리석음과 욕망을 들여다 보았고, 인생은 결코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처절하게 깨닫는 시간들이 었었고,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어쩌면 그때의 작가 자신을 투영한 것이 아닌가 싶은 무력한 작가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여기고 책을 덮기엔 그 여운이 너무도 깊어서 다 읽고 나서도 며칠동안 책 안으로 다시 들어가곤 했다.

 

표면적으로는 평온하다. 일상의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 일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것 이면에 숨김으로써 더 강력해지는 감정들이 있다. 다만, 빙산의 봉우리가 난데없이 불길하게 나타났다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공포가 드문드문 시야에 나타나곤 한다. (p.127) 영화

 

작품 곳곳에, 어쩌면 전체에서 묻어나는 "눈에 보이는 것 이면에 숨겨진" 공포와 두려움과 슬픔이 내가 지나온 일상 속에서, 그리고 내가 앞으로 지나갈 삶 속에 동일하게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평온한 일상을 보며 왜 나에게만 고통을 주십니까. 부르짖는다.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 한 가정 한 가정, 들여다보면 모두가 평온한 일상 뒤에 자기 몫만큼 하나씩의 고통을. 자기 몫만큼의 외로움과 슬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지우고 싶은 시절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뇌리에서 아주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p. 187) 황혼

 

"그 시절은 끝났지만 그 시절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157) 잃어버린 아들들

 

사랑하는 사이가 헤어지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무심코 지나친 관계의 균열에서 이별은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라고 생각하는 그때가 가장 많은 오물들을 싣고 달리는 때일수 있고, 영원히 늙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노화와 죽음 앞에서 "끝내 누워 죽지 않으려는 동물"처럼 계속 뒷걸음 치려고 하고 늘 관계 속에 살아가지만 결국은 혼자 걷는 인생길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직면하게 된다.

 

제임스 설터는 어떻게든 외면하고 싶은 우리네 삶의 민낯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어떤 소설들은 너무도 픽션이어서 나와는 다른 세계로 느끼며 안도하기도 했는데 제임스 설터의 이번 단편집은 계속 외면하고 싶은 삶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낱낱이 비추는 것 같아서 읽을수록 너무도 차분해지는 것이다. 촤악 가라앉는 기분이랄까.

 

제임스 설터의 마음 문턱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의 마음문을 열고 들어가, 마음 속 우물 깊은 곳까지 내려가 그의 생각들을 모두 길어 올리고 싶은 간절함이, 계속 나를 붙든다. 두서없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들을 적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생각을 정리하며 적을수록 이 책의 진가가 마음깊이 느껴지는 듯 하고, 내가 발견하지 못한 보석이 더 많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분명 낯설고 어렵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네 인생이 늘 낯설고 어려운 것처럼. 하지만 내가 헤아릴 수 없을만큼 깊다. 그리고 계속 생각이 나서 다시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어젯밤>을 읽지 않은 분들은 이 첫번째 단편집을 읽고 두번째 단편집인 <어젯밤>을 읽어도 좋겠다. 그러면 제임스 설터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그의 진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장으로 끝내려고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쩌면 인생의 굴곡진 꼭지점마다 터져 나오는 영혼의 목소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충격이었다. 충격 이상이었다. 하긴 정말 사리에 맞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거의 없었다." (p.119) 이국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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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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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극찬을 듣고도 놓쳤던 책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되듯이 만나야 할 책은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싶게 마음에 깊이 남는 책이 되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삶일지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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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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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가 출간됐을 무렵, 책 블로그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 꼭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는 세월이 흘렀고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진다는 것처럼 만나야 할 책은 이렇게 만나지는 건가 싶게 1월의 끝자락에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게 되었다. 퇴근 후 이틀 밤 동안 푹 빠져 읽었던 만큼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운이 짙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말 못할 상처 하나는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댓값이다." (p.163) 라는 주인공의 깨달음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 나의 고통만 큰 게 아니었구나. 너도, 당신도, 우리 모두 남모르게 아파하고 있구나.

 

또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그때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그 아픔 가운데 놓이지도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인생은 모든 순간의 선택으로 점철된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본다면 잘 한 선택이 어쩌면 비극의 상황을 비켜가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불우한 가정의 희생양이라고 할까. 어릴 때 아버지의 부정을 알게 된 어머니는 여섯 살 된 주인공을 청량리역에 버리고 몇 차례의 자살시도 끝에 생을 달리하게 된다. 아이를 잃어버린 걸 알면서도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던 아버지. 그는 할머니의 강요에 교사인 배 선생과 재혼을 하게 되고, 배 선생은 무희라는 딸을 데리고 집으로 온다. 날이 갈수록 배 선생의 구박은 심해지고 가정에서 주인공의 자리는 작아지고 심하게 말까지 더듬게 된다. 결국은 무희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당해 도망을 치게 되는데 숨을 곳이 한 곳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저녁을 밖에서 때우기 위해 늘 찾아갔던 <위저드 베이커리>. 그곳에서 그는 마법사인 점장과 낮에는 사람이 되는 파랑새의 도움을 받아 숨어 지내게 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위로와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론 빵이란 내게 있어 진절머리 나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초강력 아이템이긴 하다. 그러나 이곳의 마법사가 만드는 빵이라면 좋아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빵에는, 잘못 사용하면 조금은 위험한 향신료일지 몰라도,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p.112)

 

청량리 역에서 버려졌을 때 엄마가 주고 간 보름달 빵과 배 선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저녁 끼니로 매일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사먹던 빵.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던 빵이 결국은 마법사 점장의 빵으로 점점 잊혀지고 치유되었다고 믿는다.  

 

책을 읽다보면 마법사가 만드는 빵을 나도 한번 주문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에게 그 마법의 빵을 먹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아니될 생각이라며 포기하고 마는 것은 그것이 내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것과, 점장의 말대로 그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의 빵 주문이 많은 이유는 작가가 우리 인간들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시간을 되감는 가격이 그렇게 비싼 이유는, 사람이 쉽게 심심풀이 땅콩처럼 시간을 되감을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p.181)

 

결국은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어서 헤어지게 되는 날, 마법사 점장은 주인공에게 시간을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되돌릴 수 있는 머랭 쿠키 타임 리와인더를 선물로 준다. 집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타임 리와인더를 먹었을 경우와 먹지 않았을 경우의 이야기 뒤이어 펼쳐지는데 나는 먹지 않았을 경우를 더 지지한다. 그 상처와 고통을 견디며 자신의 의지로 삶을 지탱해가는 것이 더욱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내게는 오래도록 책장에 꽂아두고 책등만 어루만져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들이 있다. 그 책장에 <위저드 베이커리>를 주저없이 꽂으면서 지금이라도 너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했다. 생각할수록 매력적이고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책 전반적으로 밑줄을 긋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위저드 베이커리>를 추천하며 1월의 책일기를 마무리한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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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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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반 쯤 남겨 두었던 이다혜 기자의 여행 에세이가 눈에 띄어 오늘 완독을 했다. 어쩌면 이렇게 필력이 좋으신지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다. 팟케스트를 들을 때마다 그녀의 입담에 놀라곤 했는데 입담과 필력은 함께 가는 것일까. 참 여러모로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분이다.

지금껏 읽었던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는 사진과 함께 여행 안에서 만나는 작가의 감성을 깊이 들여다는 시간이었다면 이다혜 기자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는 여행에 대한 유쾌한 독백을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경청한 느낌이다. 그리고 후반부 무렵에 드러나는 그녀의 내장요리에 대한 글은 정말 맛깔스럽다. 내장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물론 경험에 의한 산지식이겠지만)을 읽고 있노라면 내장요리를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책에 적힌 식당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마터면 메모할 뻔 했다는 건 안비밀.) 조만간 이다혜 기자의 요리 에세이가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건 과연 나 뿐일까.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보는 경험이 눈을 뜨게 해주고, 그것이야말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떠났을 때만 '나'일 수 있는 사람들은 나름의 행복을 찾은 이들이겠지만, 나는 떠났을 때만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결국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나라는 인간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여행이다. 이곳에서의 삶을 위한 떠나기. (p.9)

여행이라는 것은, 우울치료제로 여행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더없이 넓은 동굴이고 또한 가장 작은 동굴이다. 그런 여행에서는 아무와도 친구가 되지 않는다. 나 자신과도 더 친해지지 않는다. 그냥 나를 잘 모르겠고 내가 싫은 상태로 어딘가로 갔다가 그대로 다시 돌아온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굴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게 전부다. (p.107)

 

나에게 여행은 그랬다. 소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목적은 거창하지만 알고보면 내 우울을 대면하는 시간이었고 낯선 곳에서 나의 외로움을 더욱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언젠가 혼자 2박 3일 동안 여행을 다니며 만족스러운 듯 콧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마지막 날 밤에 내리는 비 속에서 예고도 없이 터진 눈물(점점 오열이 되어갔다지) 앞에서 나는 얼마나 초라했던가.  

그렇게 여행다운 여행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나를 이끌고 그는 일본으로 떠났다. "여행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젤 중요한 것 같아." 그렇게 사랑스러운 말로 나를 감동시키며 떠난 오사카와 교토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참의미를 맛보게 해주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눈에 띈 제일 첫 집에 들어간 스시집은 우리가 지금껏 만난 가게 중에 젤 맛난 스시집이었고(지금도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 마지막 날 들어간 스시집은 지금껏 우리가 만난 가게 중 젤 맛없는 스시집이었다. 그 집은 지금도 두고두고 얘기한다. 마지막 모험은 안했어야 했어... 라고. 함께 오사카와 교토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느꼈던 기분좋은 긴장감과 낯선 거리를 산책하며 나눴던 대화들, 미소들은 여전히 행복했던 기억으로 내게 머물고 있다. 그 이후로 많은 곳을 다녔지만 우리는 여전히 오사카 여행이 최고였다고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여행지가 누구에게나 한 곳은 있을 것이다.

 

지금은 혼자만의 여행을 갈 기회도 없고 간다고 하더라도 예전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그저 여행, 그 하나의 목적으로만 떠나는 또하나의 일상이 되는 것일테다. 이다혜 기자님의 글을 통해서 그녀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지, 여행력이 얼마나 길고 다양할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기회가 되고, 틈만 나면 언제든 떠났다는 그녀가 여행에 대해서 펜을 들었으니 얼마나 날개 달린 듯 적혔을까 싶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앞으로 떠나는 여행에서의 나의 마음은 어떨까. 한 번쯤은 이다혜 기자님을 떠올리지 않을까. 어쩌면 여행길에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가 함께 동행하지 않을까. 그곳에서 만난 북까페나 게스트 하우스에 가만히 꽂아 두고 와도 좋을 일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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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오는 날이면 자꾸만 밖을 내다보게 된다. 반가운 그분이 오시려나 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함박미소를 지으며 택배를 건네주고 가신다. 상자를 개봉해서 책과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기분좋은 일이다. 그리고 오늘은 제임스 설터의 <아메리칸 급행열차>가 함께여서 더 설렜는지도 모르겠다.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과 <가벼운 나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에 나온 <아메리칸 급행열차>를 안 사볼 이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제임스 설터의 글이 이번엔 어떻게 내게 새롭게 다가올지 사뭇 기대가 된다. 그러므로, 그래서, 오늘 당장 읽을 책으로 찜해두었다.

 

 

 

직장에 히가시노 게이고 전작주의 동료가 있다. 요즘은 바빠서 도통 책을 사거나 읽을 시간이 없다고 얘기한 것이 문득 생각나, 이번에 나온 <눈보라 체이스>를 함께 구입했다. 수고한다고, 늘 고맙다고, 언제나 든든하다고. 그 마음을 담아서 선물하기 위해 구입했는데 마주앉아 전해 줄 때의 그 느낌이 참 좋았다. 고마워요. 라는 한 마디에 담긴 따뜻함이 방금 전까지 한 시간동안 에너지를 쏟으며 면담한다고 진이 빠진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과 현동경님의 여행 에세이 <기억이 머무는 밤>도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는 책들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구입했다. 당분간은 지금까지 미루고 있던 책들과 함께 매일 산책하면서 이 겨울을, 이 한파를 건너가려고 한다. 그렇게 읽다보면, 그렇게 산책하다보면, 어느새 봄에 닿아 있겠지.

 

뭐니뭐니해도 한파엔 독서만큼 좋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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