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인간의 대지 밀레니엄 북스 25
생 텍쥐페리 지음, 안응렬 옮김 / 신원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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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는 아주 고요한 정적 가운데서 마주해야 한다. 다른 책을 읽을 때는 음악을 켜놓거나 tv를 켜놔도 전혀 방해받지 않았는데 <인간의 대지>는 모든 소음을 없애고 마치 그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듯 읽어야 했다.

그래, 정말 그랬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경험을 인생이라는 틀에 버무려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애인의 등에 기대어 눈을 감고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나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그랬다. 정말...


그리고 그는 나만큼이나 사막을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사막을 좋아했다. 사막이 언뜻 보기에는 비어 있고 오직 침묵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잠시 동안의 애인들에게 몸을 바치지 않는 까닭이었다. <p.87>

 

사막에 가까이 간다는 것은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샘을 우리의 종교로 삼는다는 것이다. <p.88>

 

그리고 어떤 흑인 노예를 우여곡절 끝에 사서 끝내는 그를 노예 지위에서 해방시켜 주는 장면은 참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의 한 마디. "자, 바륵 영감, 가서 사람이 되시오." <p.119>

 

<인간의 대지>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생명에 애정을 갖게 한다.

 

" 일찍이. 알겠나? 일찍이 그 몇 분 동안 내 심장이 매달려 있는 것을 느낀 것만큼 내 엔진에 바싹 매달렸던 것을 느낀 적이 없었네. 내 심장에게 말했네. 자! 조금만 더 기운을 내라! 좀 더 뛰어 봐! 그러나 질이 좋은 심장이더군. 멈칫하다가는 언제나 다시 뛰기 시작하거든. 이 심장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겨졌는지 자네는 모를 걸세." <p.51>

 

좋은 책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욕심이라면 이제는 제대로 욕심을 내어보고 싶다. 좋은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욕심이라면 이제는 제대로 욕심을 내어 볼테다. 좋은 책과 좋은 작가들이 성큼성큼 나를 향해 다가왔음 좋겠다. 흙 속에 진주를 캐내기는 무엇보다 힘드니...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그렇게 어렵게 발견한 진주가 결국은 내 삶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진주를 캐내는 작업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것은 분명 즐거운 여행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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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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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들을 고르고 싶어서 온라인 서점에 마실가서는 꼼꼼하게, 구석구석 찾아 봤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아주 귀한 보석같은 책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발견한 보석같은 책이 바로『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이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생존 시간 카드
속담
칠십 리 장화
천국에 간 집달리
역자 후기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는 '마르셀 에메'라는 작가를 만난 것에 감사했다.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익살스럽고도 특이한 인물들, 짧은 글이지만 굉장히 긴 여운을 주는 환상적인 이야기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상상력은 너무나도 멋졌다.

 

특히나 <생존 시간 카드>는 비생산적인 소비자들 [노인, 퇴직자, 실업자, 예술가, 작가] 등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법령을 발휘해서 생존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새로운 배급제라는 특이한 소재가 등장한다. 굉장히 신선한 소재라서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속담>과 <칠십 리 장화>, <천국에 간 집달리>는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벽을 드나드는 남자』는 ‘두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현실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의 기적적인 배합’, ‘일상적인 것의 위조’, ‘땅에 발을 굳게 디디고 있는 환상문학’, ‘역설적인 상식’. ‘기이한 것을 통해 일상적인 것을 조정하기’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에메의 작품이라고 한다.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한 책에 관심있는 분들은 꼬옥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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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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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지영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 마음의 상처로 인한 고통을 아는 작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번 신뢰가 오니 공지영님에 대한 마음이 잘 흔들리지 않더라. 그래서 더욱 고민없이 선택한 책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답답한 안개 가득한 무진시(市)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왜 작가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름의 아이들을 내세워 사회의 부조리함을 나타내려고 한 것일까. 계속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영문도 모른체 공지영님이 손잡고 데리고 다니는대로 무방비 샹태로 그 안개자욱한 무진시와 그 욕정의 도가니 자애학원..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향한 무자비하고도 짐승만도 못한 어른들의 유린을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눈물 한 줄기와 헉. 하는 한 줄기 외마디 뿐. 나도 그 아이들을 그저 방관한 자들의 시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 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p.292 작가의 말 中> 

 

그제서야 안도했다. 읽는 내내 나는 '작가가 너무하다'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읽는 내내 열 다섯, 그리고 열 살의 지체장애와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그렇게까지 어른들의 성폭행감으로 두는 것이 못내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어린 형제까지도.... 하지만 그건 나의 오해였고 공지영님 또한 그 기사를 통해 그  사건을 글로써 쓰지 않으면 안되는 투사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용을 준비하면서, 글을 쓰면서 작가는 그리도 아팠다고 한다. 그만큼 마음이 아팠으리라. 그 아이들의 절절함에 사무치게 아팠으리라..

 

어둠속에서 세 개비의 성냥에 불을 붙인다.

첫번째 성냥은 너의 얼굴을 보려고

두번째 성냥은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성냥은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오는 송두리째 어둠을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

 

- 자끄 프레베르 「밤의 피리 」 (p.50)

 

스스로를 실패한 인생이라 여기며 아내의 도움으로 무진시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로 오게 된 강인호. 그가 자신을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읊어준 시이다. 첫 만남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 장면이었고 그 시는 결국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한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을 거대한 사건의 도가니로 몰고 갈 출발점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이곳에 내려올 때 나는 거대한 대도시의 자본이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해내버린 한 마리의 패배한 짐승 같았어... 그런데 내가 가르쳐야 할 아이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어. 그건 뭐랄까, 정의 혹의 신성 혹은 좀더 존귀한 것에 대한 갈망.... <p.280>

 

그를 더욱 자기 안에 갇히게 할 것이라 생각했던 안개 가득 무진시에서 그는 결국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안의 정의와 갈망이 살아나 그를 아이들의 대변인이 되게 한 것이다. 듣지 못한다 하여도 말을 할 수 없다 하여도 그 아이들은 상대방의 진심을 가릴 줄 아는 인간이었고 그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 강인호를 아이들은 그들의 선생님으로 선택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많은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빛 하나에도..손짓 하나에도.. 진심어린 소통을 담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서로가 혈연,지연,학연으로 똘똘 뭉쳐 다 드러난 거짓조차도 거짓이 될 수 없는 무진시는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짓밟혀가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거짓 속에 까맣게 멍들어 가고 있을까... 우리는 거짓으로 똘똘 뭉친 곳에서 너무도 무력하게 또는 너무도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연두의 절절한 눈빛과 유리의 해맑은 미소와 민수의 어른같은 미소..가 자꾸만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세상에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아무런 걱정없이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처럼 가정환경도 좋지 못한데 장애까지 가지고 태어나 심지어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고 감정마저 무시당하는 아이들도 있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단 말이다. 나는 그런 환경이 아니어서 참 행복하다..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을 어떡하면 좋겠냐는 마음의 절절함을 말하고 싶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무말 못하고 입을 막고 뜨거운 눈물 흘리는 어린 영혼들이 있을텐데..어떡하면 좋겠냐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아이들을 위해 울어주는 것밖에 없는 것인가... 이 거짓 세상을 변화시킬 잔다르크도 못되고... 나 한 몸 불살라 너희들의 안전과 복지를 책임져 주겠다 나설 유관순도 못되고... 그저 나부터라도 거짓을 거짓이라 말할  수 있고 진실된 세상을 만드는 작은 습관부터 다져가고 그런 소외된 아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결심 정도...가 다이다.  미안하다. 얘들아.

 

어느 한 기자의 기사로부터 시작된 이 소설은 내 마음에 콕 박혀 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나게 했고 또한 세상에 소외된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게 해주었다.  그렇게 욕정의 도구로 짓밟히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게 오늘도 마음깊이 기도하는 수밖에...

 

서유진은 오래도록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그녀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거짓말.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가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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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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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한 번 해볼까. 먹먹한 가슴이 조금은 편안해지게... 오늘 하루내내 대니얼 고틀립과 함께 하면서 나는 비로소 내 속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끄집어 낼 수 있었고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몇 년 전, 내가 상실의 아픔 속에서 허우적 거릴 때  친구의 추천으로 『인생수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끝내 나는 그 책을 펼치지 못했다. 그 책을 읽고나면 내 아픔을 현실로 인정해야함이 두려웠고 그 책에 빠져들어 상실감의 아픔을 계속 토해내야 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내 마음에 안정과 평안이 찾아온 지금, 나는 감히『마음에게 말걸기』에 도전했다.

 

아침 7시 30분 나는 사랑스런 가족들에게 차례로 키스하고, 살짝 언 잔디 마당을 지나 낡고 정든 내 차 도지 다트에 올랐다. 지금 이 순간도 그때 내 발밑에서 사각사각 부서지던 얼음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나는 그 소리를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나의 두 발로 땅을 밟은 마지막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p.12)

 

성공적인 정신의학전문의였던 그는 서른 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로 살아가게 된다. 그 사고로 인해 끔찍한 비극을 겪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대니얼 고틀립으로 존재하게 한다. 그리고 그는 이혼, 누나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간다.

 

이 책이 나에게 소중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단순히 어느 심리학자의 잘 정리된 이론이 아니라 대니얼 고틀립이라는 심리학자가 직접 그 고통에 동참하여 그 모든 고통을 다 겪고 그 깨달음으로 적은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단어 하나, 어느 문장 하나 소홀히 읽을 수 없었다. 그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더욱 그럴 순 없었다. 

 

그는 전신마비라는 불의의 사고를 통해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이 접근하면서 그 모든 해답은 단 하나,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려놓음'의 철학으로 일관한다. 너무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기, 가끔은 포기하고 내려놓기. 그리고 사랑과 연민으로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안아주기. 그가 사랑에 대해, 죽음에 대해, 가족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그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깊이 공감하며 그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는 어쩌면 전신마비의 장애를 입었기에 자신의 직업에 더욱 충실할 수 있었고 자신을 찾아 온 많은 환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이렇게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 내 주위에도 아픔을 겪고난 사람이 결국에는 그 동일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참되고 살아있는 위로를 해주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렇게 경험이란 것이 이렇게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구나..생각하니 어떠한 경험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란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것이 전신마비의 경험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것이 나의 위대한 통찰이다. 그 시절 내가 배운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희망 없음' 이라는 선물이다. 나는 언젠가 내가 꿈꾸던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에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기약없는 희망을 버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택했다. 사실 이러한 지혜는 '이런 젠장'의 순간이 아니었다면 찾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누구나 하염없는 절망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그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그러나 나중에야, 그리고 운이 좋다면 우리는 과거와 같은 삶을 다시 찾을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순간, 희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그 이후의 날들이 우리 인생의 진실임을 알게 된다. (p.139)

 

외로움은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춤이다. 우리는 이해받고 싶고 우리가 누구인지 너무 보여주고 싶어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이것이 삶의 근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어느 누구도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막연한 공포를 느낀다. 내가 마음을 완전히 열어 보였는데도 거절당하면 어쩌지?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 인생이란 사랑이란, 우리의 마음을 처음에는 나에게,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조금씩 열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고아다. 하지만 마음을 열수록 우리는 서로 더 많은 부분에 대해 교감할 수 있다. (p.156)

 

사랑이 언제나 예쁘고 포근하고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간디는 사랑이란 '용기 있는 사람들의 특권' 이라고 말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상처를 감내할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날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두려워하게 될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사랑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한결같이 따스하고 편안하기만 한 사랑은 없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사랑이야말로 인생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p.168)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고 나의 마음을 다잡아 딴 생각 하지 못하게 날마다 내 마음을 토닥이고 있고 세상의 잣대, 어쩌면 내가 세워놓은 그 잣대에 나를 맞추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고 날마다 나를 꾸짖고 책망하는 삶, 그리고 어쩌면 늘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내 속의 불안과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어제의  『사하라 이야기』에 이어 오늘의 『마음에게 말걸기』까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려놓음'이며 '자유하기'이다. 더이상 나를 가두지 말고 책망하지 말자. 그리고 닥치지 않은 모든 것에 두려워말자.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상처입었고 그 상처가 아물어가지만 결국 그 상처로 또다시 두려워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나임을 알자.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면 되는 것이다. 외로움은 인간이란 것을 나타내는 춤이라 하지 않았던가. 두려워 할 것이 무엇이 있나. 모든 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과정인 것을. 이제부터 나는 내려놓음과 자유하기를 위해 한 발작 한 발작 나아가려 한다.

 

존재의 사랑이라는 느낌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평생 동안 계속 연습해야만 느릿느릿 걸어온다. (p.24) 



장애는 내가 지금의 고틀립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지난 30년 동안의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목이 부러졌을 때부터 비로소 내 영혼이 숨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워낙 출발선부터 달랐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만약 이런 사고가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지금의 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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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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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는 어느 서평을 검색하다가 찾아 들어간 블로그에서 우연히 접하곤 콕 박힌 책이다. 결국 그 블로그의 주인과 이웃을 맺는 인연이 되게 한  책이기도 하고.. 그녀의 서평을 읽고선 곧바로 헌 책방에 웨이팅 걸어놓고 무지 기다렸던 책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리움이 되어버렸고 아쉬움이 되어버린 그녀. 내 맘 다 주고 떠나보낸 그녀. 그래서인지 『사하라 이야기』 를 읽는 내내 그녀가 참 보고프더라.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나를 사로잡고도 나를 들뜨게 한 싼마오와 호세. 사막에서 절대의 적막 앞에 홀로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얼마 전, 읽고 있는 책이 끝나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결국 어제. 싼마오와 호세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황량한 그 사막도... 읽는내내 그녀의 용기가 부러웠고 그녀의 삶이 부러웠고 또한 그녀의 사랑이... 부러웠다.

 

호세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웃는 일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호세와 함께 있으면 무척 유쾌했다. <p.22>

 

2월 초, 생각지도 않게 호세는 소리 소문도 없이 혼자 일자리를 구했다. (그것은 바로 사하라 사막에 가서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짐을 꾸려 나보다도 먼저 아프리카로 가 버렸다. 나는 호세에게 편지를 썼다. '나 때문에 사막에 가서 고생할 필요 없어. 아무튼 난 갈거야.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하면서 보낼 거야. 아마 당신을 자주 보러 갈 수도 없을 거야..' 호세로부터 답장이 왔다. '내 생각은 분명해. 당신 곁에 있으려면 당신과 결혼하는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난 평생 힘들고 괴로울 거야. 우리 여름에 결혼하지 않을래?' 편지는 담담했다. 나는 열 번도 넘게 읽고 나서 편지를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저녁 내내 거리를 쏘다녔다. <p.24,25>

 

싼마오가 사막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모두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웃었지만

호세는 비웃거나 막지 않았고 먼저 사막으로 가서 인산광업회사에 취직해 자리를 잡고, 그녀가 홀로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녀를 맞을 준비를 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싼마오를 위해 먼저 사하라 사막으로 떠난 그녀의 남자 호세. 참으로 못견디게 사랑스럽고 멋진 남자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성격 때문에 때론 밥통이라며 구박을 하긴 하지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끝까지 그녀의 남편으로, 애인으로, 친구로 함께 하는 그는 나의 로망이 되어 버렸다. 

 

싼마오는 사막을 원해서 사하라 사막에 정착하고 호세는 싼마오를 원해서 사막에 정착한다. 그들의 사하라 사막 정착기는 정착이라고 하기보다는 늘 여행 중인 영혼들처럼 자유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처음 그 곳에서 그녀는 처절하게 사막에게 외면 당한다. 그녀가 바라는 곳, 사막은 황량하기 그지 없고 그녀를 철저하게 외롭게도 했다.

 

사하라 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며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었다. <p.216>

 

너무도 자유로운 두 영혼의 사하라 정착기. 아니, 사하라 신혼기. 그 속에는 절절한 따뜻함이 있고 깔깔댈 수 밖에 없는 웃음이 있고 나또한 푹 빠져들고 싶은 사랑이 있다. 늘 내 영혼을 무언가에 묶어두려는 나에 비해 너무도 자유로운 싼마오를 보면서 이제 나도 싼마오처럼 살아도 되지 않을까..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럼 나는 누가 응원해 줄까. 호세처럼 단 한 사람. 나를 끝까지 믿어줄 사람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더라.

 

사하라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싼마오와 호세의 정겨운 이웃 사하라위족. 날마다 싼마오에게서 필요한 것을 빌려가고는 가져다 주지 않는 얌체같은, 10살 된 여자 아이를 돈을 받고 결혼시키는 무지한, 4년에 한 번 몸을 씻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그들이지만. 그녀와 그에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겨운 이웃들이다.

 

그들과 싼마오의 울고 웃는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펼쳐지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사하라 이야기』

나는 오늘 그 후속편 『흐느끼는 낙타』를 주문했고 그녀를 다시 만날 설레임에 한껏 들떠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아요.

나의 고향은 머나먼 곳.

무엇을 찾아 이토록 멀리서 떠도는 걸까요. 

 

<감람수 / 싼마오 작사 / 치위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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