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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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메일을 쓰고 당신의 메일을 읽는 시간이 저에게는 일종의 '가족 타임아웃'이예요. 이 시간이 일상 밖에 있는 작은 섬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그 섬에 당신과 단 둘이서만 머물고 싶어요. 당신만 괜찮다면요. (p.149)

  

당신한테 키스하고 싶어요. 당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의 글과 사랑에 빠졌어요. 당신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돼요. 얼마든지 딱딱하게 써도 돼요. 난 그 모든 것을 사랑하니까요. (p.153)

 

새벽 세시예요. 북풍이 부나요? 굿나잇. (p.265)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져 있었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지인의 소개글을 읽고 나도 읽어봐야겠단 생각에 어젯밤 펼쳐들고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다 읽고 잠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메일로만 이루어진 소설인데다 너무나 익숙한 대화체여서 무슨 의미일까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어서 지금의 나에겐 참 마침맞은 책인 듯 싶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이메일 데이트. 잘못 보낸 이메일로 시작된 그와 그녀만의 작은 세상. 차분하고 젠틀한 언어심리학자 레오와 이메일 세상에서만큼은 적극적인 두 아이의 엄마 에미. 누가 보아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에미에게는 굳이 이메일 속의 레오가 필요하지 않지만 잘못 보내진 이메일을 통해 시작된 이메일 데이트는 그녀를 점차 그녀가 속한 행복한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게 하고 레오에게 집착하게 한다. 친구에서 연인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은 읽는 이, 어느누구도 그럴 순 없다고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숨은 감정들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 너무도 많은 말들을 남기고 있고 사적인 공간이라며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만들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사적인 마음들을 오픈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이웃을 맺고 레오와 에미처럼 둘만의 은밀한 대화들을 하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미지의 대상 그 이웃에게 사랑의 마음을 품기도 한다. 처음엔 그저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시작된 채팅과 이메일 펜팔은 결국 레오와 에미처럼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집중하게 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도 하지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비밀친구를 만들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의 동경이랄까. 아니면 이 세상엔 나를 이해해주고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우리네 소망이랄까.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넘나드는 레오와 에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어쩌면 에미의 마음이겠지만. 이메일은 하고픈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담을 수는 있지만 상대방에게 당장 듣고 싶은 대답은 바로 들을 수 없는 답답함이 있다. 때로는 그 사람이 어떤 의도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에미처럼 지금 당장 답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때도 있는 것이다.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는 그런 마음들이 아주 잘 드러나 있고 아주 현실적인 대화들로 가득차 있다. 작가의 경험으로 쓰여진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슬아슬한 감정선에 대한 자제력. 특히나 결혼을 한 사람이나 애인이 있는 사람이 채팅이나 이메일로 펜팔을 하려고 한다면 꼭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근데 결혼을 한 사람이나 애인이 있는 사람이 채팅이나 이메일 펜팔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아닐까. 무엇으로부터 도피하고픈 마음. 혹은 무엇으로 보상받고 싶은 마음. 마음... 레오는 에미에게서 실연의 아픔을 위로받고 에미는 평안한 생활과 남들에게 보여지는 행복한 가정의 표본의 모습에서 일탈을 꿈꾼다. 어쩌면 에미는 너무도 평탄했던 삶이었기에 레오에게 더욱 푹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라면 흔히 겪을 수 있는 이메일 데이트를 통해 지루한 삶에서 극적인 로맨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이룰 수 있는 책이다. 물론 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내내 에미 때문에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예전엔 나도 이메일 친구를 만들어서 내가 하고픈 얘기들을 다 쏟아내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결국 내가 택한 것이 블로그다. 어느 한 특정인이 아닌 블로그에 내 마음을 다 쏟아내면서 나는 치유되어 갔다. 어쩌면 불특정 다수에게 내 마음이 오픈되고 내 마음이 읽혀지면서 잃었던 평정심을 되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에미처럼 블로그에 집착했던 적이 있었던 것도 인정. 하지만 내가 집착했던 것이 사람이 아니라 블로그여서 다행이고 레오와 에미가 공유한 은밀한 세계는 마음의 동경으로만 두고 싶단 생각도 한다.

 

그것이 삶을 살아감에 있어 현명한 것임을 아니까.

이제는 굳이 동경의 세계에 들어가지 않아도 현재에 충실한 것이 현명한 것임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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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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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그의 책은 처음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낯설지 않은지. 그의 작품을 아주 오래전부터 애독한 사람인 듯 착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그렇게 나는 작가를 아주 친숙하게 느끼며 12월 세 번째 책으로 『惡人』을 선택했다. 이웃사촌님의 별 다섯개 짜리 책이었었지. 그리고 요시다 슈이치 작가 본인마저도 "감히 나의 대표작이라 하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설레이는 마음과 기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 맘껏 기대하며 읽어주리라. 생각하며 책을 펼칠 수 밖에.

 

『악인』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과연 누가 악인인가'라는 생각꺼리를 남겨두고 끝을 맺는다. 작가는 그 해답을 독자들에게 맡긴 채 사건 전개, 그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의 심리 묘사, 상황 묘사에만 집중한다. 처음부터 그럴려고 작정한 듯 작가는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차단한 채 입을 다물고 있다. 어쩌면 독자들을 위한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요시다 슈이치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악인] 그 자체에 있는 것일까. 그 [악인]의 이면에 있는 외로움과 내면의 상처, 사랑에 대한 갈구..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우리 누구든 [악인]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그런 이면의 정신세계가 [악인]의 근원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등장하는 인물마다 우리 누구나가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고 하나같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상처를 하나씩 안고 있다. 그 중 몇 몇은 그 상처로 기인된 외로움과 소통의 부재로부터 벗어나고자  만남 사이트에 가입해 문자를 주고 받기도 하고 하룻밤을 보내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물론 그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고 의도하지도 않았던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인지 알게 된다. 어쩌면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르겠고.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은 갑자기 등장한 [미쓰요]로 인해 내용이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미쓰요]는 등장인물 [요이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요이치]에게 모성본능을 가지게 하면서 그에게 한없는 동정심을 갖게 하고  『악인』이라는 소설을 눈물젖은 연애소설로 전환시킨다.

 

옮긴이[이영미]의 말을 빌리자면

 

두 사람은 완전한 행복을 실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타자가 되어주지만, 끝내 행복해지길 원하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의 절망적인 거리감을 체험한다. 비극이 예견된 그들의 만남은 그러나, 작품 전반부에 드러나 인간의 천박함과 추함을 인간 영혼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의 찬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그들은 사람이란 얼마나 약하고, 악하고, 외롭고 , 강하고 그리고 우아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며, 우리는 그들에게서 고귀함과 나약함이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엿본다.  (p.478)

세상의 소통으로부터 단절된 듯 살아간 두 사람의 만남은 읽는내내 마음을 저리게 하고 안타까움에 눈물짓게 한다. 하지만 그녀 [미쓰요]조차도 [악인]에 대해 헷갈려 하는 것 같아 아쉽긴 했다.

 

내가 『악인』을 읽으며 울컥. 눈물 흘렸던 장면은, 품 속에 스패너를 감춘 요시노의 아버지 [요시오]가 [마스오]를 찾아가 [마스오]에게 "그렇게 살면 안 돼." "...그렇게 다른 사람이나 비웃으며 살면 되겠어?"라고 말하는 장면. 무슨 장면인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정말 눈물나더라.

 

아직까지 가슴에 『惡人』의 여운이 남아있어 먹먹하다. 읽은 느낌을 남기고파 적는 글은 두서없고..

하지만 요시다 슈이치와의 첫만남은 대성공. 고로 그의 작품을 하나씩 챙겨봐야겠다. 

"자네 소중한 사람은 있나?"

요시오의 질문에 쓰루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까지 행복해지는 사람."

요시오의 설명을 들은 쓰루다는 고개를 저으며 "....그 녀석도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중얼거렸다.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요즘 세상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지. 자기에겐 잃을 게 없으니까 자기가 강해진 걸로 착각하거든. 잃을 게 없으면 갖고 싶은 것도 없어. 그래서 자기 자신이 여유 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뭔가를 잃거나 욕심내거나 일희일우하는 인간을 바보취급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안 그런가? 실은 그래선 안되는데 말이야." 

 

쓰루다는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p.448)

이 본문은 [요시오]의 입을 빌려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미쓰요]가 던졌던 질문. "그 사람은 악인이었던 거죠? 그런 악인을, 저 혼자 들떠서 좋아했던 것뿐이죠. 네? 그런거죠?" 에 누가 명확하게 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善人이겠지만 다른 그 누군가에게는 惡人일지도 모르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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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 2009 제9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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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는 어디에 가서 울어나 하나요?" 


며칠 전 [강심장]을 보는데  연예인들이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속깊은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내어놓으면서 눈물을 훔치는 것이다. 나도 물론 코끝 시큰하니 눈물이 났더랬다. 그 때 강호동이 마무리하며 던진 한 마디,

 

"아버지는 어디에 가서 울어나 하나요?"

 

그 말 한 마디가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아무리 예순 넘으셨대도 울고 싶으실 때가 많으실텐데... 우리 아버지는 어디에 가서 우시는 걸까.. 속으로 우시는 걸까..

 

2009년 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중에 그 이름도 생소한 '김 숨' 이라는 작가가 등장한다. 74년 울산 출생. 그의 작품은 『간과 쓸개』

 

심사위원들은 박민규 『근처』 와 김 숨의 『간과 쓸개』, 그리고 은희경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를 마지막까지 남겨두고 고심을 했다고 했고 세 작품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며 그중 어느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도 좋다고 생각되었지만, 동시에 다른 두 작품의 존재가 어느 한 작품의 선정을 반대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김 숨의 작품을 내심 기대할 수 밖에 없었고 다 읽고 나서는 마음가득 아버지를 향한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3백평이나 되는 평택땅을 팔아 큰아들에게는 샤브샤브 칼국수집을 개업시켜 주고 나머지 두 아들과 딸에게는 땅을 판 돈의 10분의 1씩 나누어 주고도 혼자 사는 간암환자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한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그 내면의 심리가 페이지 가득하다. 누나 셋 중에 홀로 살아계신 둘째누님마저 담낭관에 담석이 생겨 병원과 자녀들의 집을 옮겨다닌다. 간암환자인 자신과 담석이 생겨 거동조차 불편한 누님. 그들은 자식들에게 그저 불편하고도 불편한 존재들에 불과했다. 병문안을 간 누님의 병실에 함께 누워 눈물 흘리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함께 울고야 말았다. 꺼이꺼이. 


나는 말끝에 울컥 울음이 터져 나왔다.

"자네, 우는가?"

"......."

"뭣 때문에 우는가?"

"......"

"뭣 때문에 우는가...뭣 때문에 우는가"

나는 그저 누운 채로, 자꾸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좀처럼 그치지 못했다.

누님의 울음소리가 조심스럽게 내 울음소리에 섞여 들고 있었다.

 

죽은 것도,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골목.

골목의 껍질을 가르고, 표고버섯이 맺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김숨 『간과 쓸개』 p.175

 

나는 돈이 없으니 아버지는 땅을 팔아서라도 가게를 하나 차려줘야 합니다. 왜? 저는 큰아들이니까요. 나는 바쁘고 당신을 봐줄 겨를이 없으니 간병인을 붙여주는 것으로 제 할 도리를 다 했습니다.왜? 저는 며느리니까요. 나는 당신이 제게 땅을 판 돈의 10분의 1을 준 건이 못내 야속하지만 그래도 감사해서 반찬 몇 가지를 보내드립니다. 왜? 저는 그저 딸이니까요. 큰아들도 아닌 그저 딸.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심지어 그 속에 내 모습도 담겨 있을지 모를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 또는 시부모님이 병원에 홀로 계시는데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간병인을 붙여주고 할 일을 다했노라 할지도 모른다. 그 분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알면서도 모른 척 내 삶에 집중하며 살아갈까 그것이 두렵다.

 

지난 주,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었다.에 누군가가 어떤 화장품을 쓰는데 향이 좋다며 사다 달라는 전화였다. 택배로 부쳐드리겠다며 전화를 급히 끊고는 며칠을 잊고 지냈다. 이제나 저제나 올까 기다리는 아버지 마음은 내게 안중에도 없었던 거다. [강심장]에서 아버지 이야기로 눈시울을 붉히고서야 나는 아버지가 부탁하신 화장품이 생각이 나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부쳐드렸다. 아버지는 내 삶보다 먼저이지 못했던 거다. 아버지는 분명 당신보다 내가 먼저일텐데.. 내가 아버지께 무언가 부탁을 드렸다면 전화를 끊는 바로 그 순간 최우선으로 하셨을거다.

 

아버지는 우선이 되어야 한다. 내가 우선순위를 몰랐던 거다.

 

『간과 쓸개』를 읽으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언젠가 며느리라 부르실 어머님 또는 아버님.

어떤 두려움에도 홀로 두지 않아야 겠다고 눈물 훔치며 결심해 본다.

 

 

큰아들에게는 나름대로 많은 희생과 양보를 했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원망뿐이었다.

     김 숨 『간과 쓸개』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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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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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작가. 본명은 발음도 힘든 메흐멧 누스렛. 이 책의 또다른 이름은 [사랑의 여섯가지 이름]


나는 이 작품을 이제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젊은 남녀에게 권하고 싶다.

물론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교본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그들에게 간절한

메시지,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간절하게 다가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옮긴이 이난아님의 글] 중.

 

소개하고픈 차례

 

빛나는 것, 그것은

- 독수리와 물고기의 사랑의 춤

 

품을 수 없는, 안길 수 없는

- 참나무와 인형의 사랑의 고통

 

감아 안아야 할 그 아름다움의 이름

- 담쟁이덩굴의 사랑의 열망

 

찰나에 만나다

- 대리석 조각 남녀의 사랑의 외침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

- 영원을 꿈꾸는 이들의 사랑의 이상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한 남자의 일생을 건 사랑의 여정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뜨거운 눈물을 흘려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처음 이야기 '독수리와 물고기의 사랑의 춤' 을 읽으면서부터 울기 시작해서 다음, 그 다음 이야기에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참, 신기한 것은 그 눈물의 의미가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다 다른 의미의 눈물이라는 것이다. 펑펑 쏟아내는 눈물이라기 보다는 애써 모른 체 하고싶은 것들이 가슴을 때리며 그 모습을 드러내버려 울고마는 그런 눈물들.

  

사랑의 여러 모습을 다 겪고 그 사랑을 우화로 담아낸 그의 능력에 감탄했고 그의 사랑이 우화에 그대로 녹아 있어 더욱 가슴깊이 와 닿았다.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는지...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왜 그토록 힘들어하고 벗어나려 하는지...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왜 그토록 내 입장만 고집하는지...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랑에 우리는 왜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이런 사랑의 모습들을 한 번이라도 만났던 사람이라면 장담하건대 뜻하지 않은 눈물을 만날 것이다. 참 귀한 책을 만나서 감사하다. [아지즈 네신] 그가 다시 보고프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만이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가장 위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었지. 하지만 그들은 한순간도 서로에게 닿을 수 없었고, 온전히 서로의 것이 되지 못했지. 익투스는 바다에, 독수리는 하늘에 속한 피조물이었으니까. 그들은  마법과도 같은 서로의 낯선 매력에 빠져 들었던 거지. 둘은 서로의 짝이 되지 못했지만 헤어지지도 못했지. [독수리와 물고기의 사랑의 춤] 중에서

 

알아. 나도 그런 것쯤은.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내 삶이야. 네 안에서 나는 내가 아닌걸. 한순간만이라도 나 자신으로 살고, 나 자신으로 죽고 싶어. [참나무와 인형의 사랑의 고통] 중에서

 

하지만 사랑이란 매 순간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완전하게 내 것으로 소유할 수 없는,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멀리 달아나버리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입니다.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 ] 중에서

 

"튤슈를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가 뭡니까?" "이유요? 이유는 아주 많죠. 우선 그녀를 찾고 있지만 찾을 수 없고, 찾는다 할지라도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녀를 향한 열정은 갈수록 강렬해집니다. 시간이 갈수록 열정은 점점 거세지고 어느 순간 저 자신을 불태워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합니다. 제 가슴은 불씨들로 가득

차 있죠. 그녀에게 닿을 수 없어 제 몸 안의 불길로 재가 되어 사그라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튤슈와의 사랑은 제게 찰나의 삶으로 남을 겁니다. 단지 번개가 치는 그 순간만큼만 그녀를 느낄 수 있죠. 이 때문에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항상 사랑할 겁니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중에서


사랑이 우리 인생에 얼마만큼의 의미를 부여하고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한 번쯤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에 결실을 맺어야 한다면 아픈 사랑말고, 상처주는 사랑말고, 재단하는 사랑말고 그리워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사랑말고 얼굴 맞대고 하나씩 풀어가는 지혜로운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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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파크
홍인혜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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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하하 뭔데 뭔데 정말 잼나잖아. " 

 

오늘 두 권을 후딱 다 읽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고대로 누워서 읽다가

베개 껴안고 얼마나 웃었는지.

 

한 권을 다 읽고 출근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되서

손에 들고 출근했고 다행히 오늘은 여유가 빵빵하게 남아서

틈틈이 읽으면서 혼자 큭큭 웃어댔다.

 

옆에서 40대 과장님 그런 나를 바라보시더니

[실장님 왜 그랍니까. 책이 그리 재밌습니까.]

[하하하 아뇨...일 보세요. 큭큭]

 

한번씩 찾아가는 홈페이지에서 보는 것보다

책으로 읽으니까 쭈욱 연결되는 것이 읽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요즘은 본의 아니게 문어발 독서를 하고 있다.

문어발 독서는 피하고자 했건만

[루나파크]를 펴든 이상 덮을 수가 없었단 말이지.

 

우리 막내랑 나이가 같은 루나는

나보다 더 [소심]한데다가

나보다 더 [착한 여자 컴플렉스]에다가

나보다 더 [야근]을 많이 한다.

 

그녀는 일명 [야그너] 

야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스스로 지어 부른 [야그너]

어찌나 재치가 넘치는지..

 

우리 일상에서 소소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이 아주 잼나게 펼쳐진다.

 

읽고 있으니 내가 루나가 된 것마냥

맞아맞아... 그래그래...

그러고 있다. 

 

옥매트와 헤어질 때의 그 구구절절한 표현들..

 

『그 따뜻한 품에서 나는 치유됐고 내일을 버틸 힘을 얻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세월에 등 떠밀려 이렇게 헤어지는 것뿐..』

 

어머낫, 남자가 있었나...? 그러고 읽는데

그렇게 아쉬운 이별을 하는 그는 바로 옥매트...

 

오늘 [루나파크]를 읽으면서

혼자 큰소리로 웃어댄다.

쿠션에 얼굴 묻고 웃어대고

침대에 가로질러 누워서 보다가 데굴 구르며 웃어대고

커피 마시다가 웃어대고

포도 먹다가 웃어대고...

빵 터지는 웃음을 참을 도리가 없었다.

 

참을 이유도 없고. 푸하하하

 

나 이제 루나파크 더더더더 좋아할래.

 

꼭 나 같잖아.

나는야 야그너.

나는야 소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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