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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길고도 묵직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마치고 돌아오니 기다리던 택배가 와 있다. 회의의 피로가 금세 풀린 것도 모자라 기분까지 좋아졌다. 책만 보고도 말이다. 사람만큼이나 새 책이 주는 설렘이 참 좋다. 


문학동네 시인선, 박정대 시집 <그녀에서 영원까지>, 창비에서 나온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 이번에 동인문학상도 받았다고 하던데 친애하는 분이 극찬하는 책이어서 고민없이 주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의 허수경<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그러고보니 3권인데도 출판사는 골고루다.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매일매일 읽어가다 보면 곧 읽을 수 있겠지. 기대하는 마음부터 우리의 만남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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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엔 사랑 이야기. 코니 윌리스의 신작 <크로스토크>. 귀막고 눈감아도 들리고 보이는 텔레파시가 통하게 된 남녀의 달콤살벌한 로맨틱 코미디." 


아작에서 제대로 취향저격의 책을 내놓았다. 표지도 정말 마음에 든다. 책이 도착하면 읽던 책들을 잠시 내려놓고 바로 읽어야지. 이러다, 책장이 아작스러워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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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편견과 소통에 대해 말한다. 부정적인 견해만 편견인 것은 아니다. 내가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앎, 한 번도 반성해보지 않은 앎은 모두 편견일 수 있다. 이를테면 맹인이 아닌 자가 맹인에 대해 갖고 있는 견해란 것은 제아무리 발버둥쳐도 편견의 테두리 밖에 있기 어렵다. 그 편견은 어떻게 깨어지는가.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은 많다. 그러나 편견이 녹아 내리는 과정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힘 있게 그려내는 소설은 많지 않다.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가끔 주제넘은 충고를 한다. 나 자신은 소설을 단 한 줄도 써본 바 없으면서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말로 설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쓰려는 욕망은 중언부언을 낳는다. 중언부언의 진실은 하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특히 내면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그러고는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


- 신형철 산문, 『느낌의 공동체』중에서.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잘 알다시피. 계속해 멈추지 말고." (p.309)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p.311)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중에서. 
















그는 맹인 로버트에게 대성당에 대해 말로 설명해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맹인과의 소통이 힘겹다. 그런 그에게 로버트는 대성당을 함께 그림으로 그려보자고 제의하고 그의 손에 로버트 자신의 손을 얹어 함께 그림을 그리기(그가 그리는대로 로버트는 따라가는) 시작한다. 그러는 과정 중에, 로버트는 그에게 눈을 감은 채 계속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 맹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으로 로버트가 그를 이끌고 들어가는 장면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신형철 평론가의 말을 빌어 "내가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앎"에 대한 그의 "편견이 녹아내리는 장면"인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느낌의 공동체』중에 레이먼드 카버 편을 읽다가 다시『대성당』을 펼쳐 읽었다. "부정적인 견해만 편견인 것은 아니다. 내가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앎, 한 번도 반성해보지 않은 앎은 모두 편견일 수 있다." 라는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듯 하다. 오늘 밤, 정성스레 마음에 새겨본다. 



20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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