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만 들리면 어김없이 전화를 하는 두 살 터울 남동생이 있다. 오늘도 변함없는 첫 마디. "오빠다. 뭐하니?" 처음에 오빠라고 할 때는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싶어서 당황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면역이 되었는지, 포기를 한건지 "응, 잘지내. 왠일이야." 한다.

서점인데 읽고 싶은 책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잠시 후에 메시지로 보내겠다고 하고선 끊고 잠깐 고민을 하는데 며칠 전에 어느 분의 리뷰를 보고 메모해 두었던 터키소설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가 문득 떠올랐다. 그 분의 리뷰에서 "울컥 무언가가 치밀더니 정말 뜨겁게 울어버렸다."라는 감상평이 있었고, 나에겐 그 문장만으로도 그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책을 읽으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물론, 내가 그 분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리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가슴 뭉클,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 책이라면 꼭 읽어 보고 싶다. 터키 문학을 접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남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러니 내가 누나한테 직접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어. 이런 책을 내가 어찌 알고 사겠어." 덧붙여, 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으라는 동생님. "ㅎㅎ 네에네에." 그러고보니 곧 설이구나. 나에겐 긴 휴가다. 생각만해도 좋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8-02-05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이야기네요.
그리고 저 책, 저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담아갈게요.
:)
 

 

오랜만에 늦잠을 잤고 아무 생각없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느끼며 오후까지 집에서 쉬다가 저녁 즈음이 되어 동네 북까페에 갔다. 이곳 또한 오랜만이라 어떤 책들이 있나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칠 수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오랜만에 오신 손님이란 걸 아셨단다. 목소리를 기억하는 까페 주인이라... 원래 목소리로 사람들을 기억하느냐고 여쭈었더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하시는데 말씀해 주신 이유에 감사하게도, 까페 주인이랑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아늑한 까페는 몇 편의 단편을 남겨 두었던 <아메리칸 급행열차>를 음미하며 읽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고, 까페 주인과 나만 있음에도 꽉 차게 따뜻한 훈기가 흐르는 공간이었다.

 

두 시간 남짓 머물다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는데 반가운 김영하 작가의 오래된 소설집 <호출>이 눈에 띄었다. 책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니 까페 주인이 "빌려 드릴테니 읽고 가져다 주세요." 하시더라. 무얼 믿고 빌려 주시나 싶어 책을 들고 머뭇거리고 있으니 "손님이 자주 오셨으면 해서 빌려 드리는 거예요." 라고 하신다. 순간 감동의 물결이. 왠지 이 곳이 나의 아지트가 될 것 같은 느낌이 확 밀려오더라. 예전에 왔을 때 책을 읽기에는 음악이 좀 시끄러운 듯 해서 부러 멀리있는 북까페에 갔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심도 되었다. "네에~ 자주 올게요."로 화답하며 기분좋게 까페를 나섰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람과 공간의 만남, 그리고 책과의 만남은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그래서 내일이, 한치 앞의 삶이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젝트 1등으로 받은 기프트 카드 일부를 동료들과 삼계탕 회식으로 썼다. 모두가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함께 마주보며 웃을 수 있으니 이로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힘들었던 것들이 잊혀지고 오늘이 만족스럽다. 

부른 배를 안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알라딘에 들어왔다가 기쁜 소식을 발견했다. 시요일 제휴 기념으로 시요일을 1개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견한 것이다. 안그래도 한번 이용해볼까 고민했던 앱이었는데 좋은 기회다 싶었다. 좋아하는 시인을 먼저 검색했는데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한달 충분히 감상해 보고 1년 구독을 결정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인이 된 정미경 작가의 마지막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가 오늘 도착했다. 가만히 책표지를 쓰다듬으며 책에서 묻어나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음미해 보았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이미지의 표지와 제목이다. 나는 또, 한 편 한 편 읽으며 이 세상에 없는 그녀를 그리워하겠지. 이 세상에 없음을 아쉬워하겠지.

 

"미워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들을 빼면 삶에서 뭐가 남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많이 바빴고, 많이 아팠고. 해가 어떻게 바꼈는지도 모르게 보내다가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우연히 알게 된 난다 출판사의 <읽어본다> 시리즈 소식을 듣고 급하게 주문을 했다. 주문을 넣고 천천히 책에 대해 알아보니 저자들의 이름들도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두 분을 제외하고는 부부인 것이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가 되는 것이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 그동안 내가 몰랐던 책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것. 그것만큼 나를 설레게 하는 것도 없다. 어느 인터뷰 글을 통해 <읽어본다> 시리즈의 다음 책은 시인 남매 김민정 시인과 오은 시인의 책이라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는가 싶다. 김민정 시인, 민쟁님, 난다 김... 더더 흥해라~~~!! 늘 외치고 싶은 사람. 그녀가 만든 책들은 늘 아끼면서 읽게 된다.

 

 

 

나폴리 시리즈에 대해 언젠가 팟케스트에서 듣고 메모해 놨었는데 1월 책을 구입하면서 함께 들였다. 두 친구의 일대기적인 이야기라고 하니 기대가 되고, 누구랄것도 없이 추천을 하니 또한 기대가 된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말자. 그냥 무심코 들어가자. 내게 반짝이는 순간을 만나기 전까지 그냥 무심코 읽어가자. 장장 네 권으로 이뤄진 그녀들의 인생이 참 궁금하다. 그녀들이여. 당신들의 인생에 푹 잠기게 나를 끌어당겨 주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