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착하는 날은 출근도 즐겁다. 마치 책을 받기 위해 출근하는 것처럼.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의 도대체님의 글에서도 매일 택배를 회사로 오는 것으로 하면 택배 받기 위해서라도 퇴직을 안하게 될 거라는 내용이 있었던 듯 하다. 우리 동료들은 또 책이냐고, 할테지만 택배 품목이 사실 책 말고는 없다. 그래서인지 내 택배에는 동료들이 무엇이 들었나 궁금해 하지 않는다. 궁금해서 무슨 책이냐고 막 물어오면 좋겠구만. 그러면 나는 막 신이 나서 이야기하겠지. 그런데 그런 일이 묘하게 없다.

 

사실 김병종 화백의 <오늘 밤, 당신 안에 머물다> 책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으면서 참 좋아했는데 그분의 부인이 정미경 작가인 것은 몰랐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다면서도 정미경 작가는 돌아가시고서야 알게 된 분이다. 인간내면 깊이 탐구하는 소설을 쓰셨다 하니 차근 차근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구입한 것이 벌써 세 권을 소장하게 되었다. <새벽까지 희미하게>, <프랑스식 세탁소>, <당신의 아주 먼 섬>. 누군가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갈 때의 기분은 언제나 설레고 새롭다. 그렇게 다가가서 정말 좋아하게라도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계는 상대적이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원수일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정미경 작가가 내게도 가슴 깊이 자리하는 작가로 함께 하면 좋겠다.

 

이렇게나 마음문을 활짝 열고 당신을 읽을 준비를 합니다.

당신의 깊이와 생각을 제게도 열어주세요.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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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만 들리면 어김없이 전화를 하는 두 살 터울 남동생이 있다. 오늘도 변함없는 첫 마디. "오빠다. 뭐하니?" 처음에 오빠라고 할 때는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싶어서 당황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면역이 되었는지, 포기를 한건지 "응, 잘지내. 왠일이야." 한다.

서점인데 읽고 싶은 책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잠시 후에 메시지로 보내겠다고 하고선 끊고 잠깐 고민을 하는데 며칠 전에 어느 분의 리뷰를 보고 메모해 두었던 터키소설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가 문득 떠올랐다. 그 분의 리뷰에서 "울컥 무언가가 치밀더니 정말 뜨겁게 울어버렸다."라는 감상평이 있었고, 나에겐 그 문장만으로도 그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책을 읽으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물론, 내가 그 분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리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가슴 뭉클,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 책이라면 꼭 읽어 보고 싶다. 터키 문학을 접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남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러니 내가 누나한테 직접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어. 이런 책을 내가 어찌 알고 사겠어." 덧붙여, 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으라는 동생님. "ㅎㅎ 네에네에." 그러고보니 곧 설이구나. 나에겐 긴 휴가다. 생각만해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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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2-05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이야기네요.
그리고 저 책, 저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담아갈게요.
:)
 

 

오랜만에 늦잠을 잤고 아무 생각없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느끼며 오후까지 집에서 쉬다가 저녁 즈음이 되어 동네 북까페에 갔다. 이곳 또한 오랜만이라 어떤 책들이 있나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칠 수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오랜만에 오신 손님이란 걸 아셨단다. 목소리를 기억하는 까페 주인이라... 원래 목소리로 사람들을 기억하느냐고 여쭈었더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하시는데 말씀해 주신 이유에 감사하게도, 까페 주인이랑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아늑한 까페는 몇 편의 단편을 남겨 두었던 <아메리칸 급행열차>를 음미하며 읽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고, 까페 주인과 나만 있음에도 꽉 차게 따뜻한 훈기가 흐르는 공간이었다.

 

두 시간 남짓 머물다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는데 반가운 김영하 작가의 오래된 소설집 <호출>이 눈에 띄었다. 책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니 까페 주인이 "빌려 드릴테니 읽고 가져다 주세요." 하시더라. 무얼 믿고 빌려 주시나 싶어 책을 들고 머뭇거리고 있으니 "손님이 자주 오셨으면 해서 빌려 드리는 거예요." 라고 하신다. 순간 감동의 물결이. 왠지 이 곳이 나의 아지트가 될 것 같은 느낌이 확 밀려오더라. 예전에 왔을 때 책을 읽기에는 음악이 좀 시끄러운 듯 해서 부러 멀리있는 북까페에 갔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심도 되었다. "네에~ 자주 올게요."로 화답하며 기분좋게 까페를 나섰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람과 공간의 만남, 그리고 책과의 만남은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그래서 내일이, 한치 앞의 삶이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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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1등으로 받은 기프트 카드 일부를 동료들과 삼계탕 회식으로 썼다. 모두가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함께 마주보며 웃을 수 있으니 이로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힘들었던 것들이 잊혀지고 오늘이 만족스럽다. 

부른 배를 안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알라딘에 들어왔다가 기쁜 소식을 발견했다. 시요일 제휴 기념으로 시요일을 1개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견한 것이다. 안그래도 한번 이용해볼까 고민했던 앱이었는데 좋은 기회다 싶었다. 좋아하는 시인을 먼저 검색했는데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한달 충분히 감상해 보고 1년 구독을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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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정미경 작가의 마지막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가 오늘 도착했다. 가만히 책표지를 쓰다듬으며 책에서 묻어나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음미해 보았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이미지의 표지와 제목이다. 나는 또, 한 편 한 편 읽으며 이 세상에 없는 그녀를 그리워하겠지. 이 세상에 없음을 아쉬워하겠지.

 

"미워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들을 빼면 삶에서 뭐가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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