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를_권하는_사회
#프로크루테스의_침대
#인문

우연히 티비채널을 돌리다가 어떤 다큐를 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내용은 아들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후에 아버지를 만나 처음으로 산행길에 오르는 것이었다. 한 공간에 있어 본 적이 아마도 처음이었던 듯(상상이 가는 것이 여성취향이었던 아들을 보통의 아버지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색하게 떠난 등산길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곤 한다. 힘들다고 하면 힘든 척 하지 마라. 울면 그게 뭐가 힘느냐.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다. 그러나, 여성이 된 아들은 정말 힘들어 보였다. 다리도 가늘어서 눈물을 흘리며 바위틈에 주저앉자 보다 못한 아버지가 등을 내어준다. 여자가 된 조그마한 아들을 업고 가는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너 이렇게 조그마했냐?’ 그랬더니 여자가 된 아들은 ‘아빠 무거워서 미안해.’하며 꺼이꺼이 눈물을 흘려댄다. 그 대화로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이제 자식의 다른 모습을 인정하기 시작한 장면이라는 것을.

나는 요즘 SNS를 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악당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악당의 이름은 바로 프로크루스테스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자기 기준만 내세우고 남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 타인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제 고집만 내세우는 독불장군을 일컫기도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는 테세우스의 모험길에서 시작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 비견되는 아테네 최고의 영웅인 테세우스는 어릴 때부터 헤라클레스를 동경해 왔다. 그래서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를 찾아가는 항로로 악당이 제일 많은 육로를 선택하게 된다. 테세우스는 이 여정에서 여섯 명의 악당들을 만나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악당이 프로크루스테스이다.

이 유명한 그리스의 강도는 아테네의 외곽 언덕에 살면서 강도짓을 하며 살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자기네 집에 데려가 묵게 하고는 돈을 빼앗았다. 그러고 난 후에 침대에 사람을 눕혀보고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려 죽였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내가 중심으로 보는 세상. 세상을 나의 틀에 맞추다보면 결국 우리는 사회의 또 다른 악당 프로크루스테스와 다르지 않다. 틀림과 다름, 물론 틀린 것은 틀리고 다른 것은 다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타인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소외되어 있는 성소수자들이나 정치성향이 다르다 해서 그들에게 혐오를 전할 필요는 없다. 다르다고 인정하면 편해지는 것이다. 아들안에 숨어 있던 여성성을 인정하자 성전환 수술을 해도 그가 여전히 자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처럼 강요와 혐오가 아닌 인정으로 타인의 삶을 껴안아야 한다. 그래야 독선이라는 내 안의 악당도 자라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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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그리고

엄마의 자궁에서 나와
시간의 그물에 걸린지 마흔 하고도
한참 손가락을 접는다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하여
불혹이라지만,
불혹이라해도,
불혹일지라도,

선과 악 사이를 오가는
흔들림은 더 커져갔고
관습과 도덕에 반항하는 탄성이
십대들의 그것보다 더 강하고 쎄졌다.

때때로 얼마남지 않은 생의 시간들을 헤아려가며
지난 기억들에 기대어 조금이라도 행복을 연장해
보려 하지만 바람만 불어도 속절없이 흔들려
삶이라는 외줄에서 떨어질까하는 두려움과 불안을
심장 아래 품고 산다.

마흔이후는

불혹이라지만,
불혹이라해도,
불혹일지라도,

안개에 쌓인 고속도로 위를 걸어가는 일처럼
두렵고 무서운 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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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밑줄 #브루스커밍스의_한국전쟁

한국전쟁은 내전이었다.(현재도 그렇다). 1991년 소련 자체가 잊힌 뒤 평양에 자리 잡은 소련의 꼭두각시 정권도 분명히 무너질 것이라는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이러한 이해만이 1950년 6월 이전에 남한에서 사라진 10만 명의 생명과 현재까지 지속되는 싸움을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최초의 전쟁 철학자인 투키디데스가 동족상잔의 전쟁에 관하여 무슨 말을 해야 했는지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책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글귀일 ˝전쟁은 난폭한 교사이다˝라는 문장은 케르키라의 내전을 다룬 데서 나온다.

전쟁은 난폭한 교사이다. 그리하여 도시들에 잇달아 내란이 발생했다. (중략) 만용은 충성심으로 간주되고, 신중함은 비겁한 자의 핑계가 되었다. 절제는 남자답지 못함의 다른 말이 되고, 문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엇 하나 실행할 능력이 없음을 뜻하게 되었다. 충동적인 열의는 남자다움의 징표가 되고, 적에게 음모를 꾸미는 것은 정당방위가 되었다. 과격파는 언제나 신뢰받고, 그들을 반박하는 자는 의심을 받았다.

이 인용문은 한국의 내전에 꼭 들어맞는다. 상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전쟁에 말려든 한국인들의 마음에 마치 피를 뽑는 의사처럼 지금까지도 드리워져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설명해준다. 한국전쟁을 ˝모든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은 북한에서는 여전히 감옥에 갈 일이고, 이제는 (그리고 마침내) 민주화된 남한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이 인용문은 또한 미국 남북전쟁에도 적합하다. 남북전쟁은 지금까지 미국인들이 치른 모든 전쟁 중에서 가장 큰 참화를 초래했지만,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대다수 미국인은 전쟁이 전 국토를 휩쓰는 것이나 형제끼리 싸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른다.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전쟁』중에서



한국전쟁이 남겨준 것은 한(恨)이라는 감정이었다 . 한의 사전적 의미는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이라고 하는데 이런 내전의 고통이 깊이 옹이 지어 생긴 감정이다. 동족상잔의 비극,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잔인했던 모습을 한 이들이 미국인도 아닌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들이었다는 것은 묘한 충격을 전해준다.가장 악랄하고 잔인했던 모습들을 기억하는 참전군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전쟁의 무늬를 그려간다. 지금도 너무나 극명하게 갈라져 있는 이념대립은 한이라는 감정을 소환하여 각인시켜준다. 전쟁을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의 끝자락에서 기억을 돌보며 망각하지 않으려 하는 한 학자의 심도 깊은 기록이 얼마나 갚진 문제의식인지, 우리들 모두가 잊힌 전쟁이 되지 않도록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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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설민석의 한국사 연표 받아보고 황당 ㅎ
아무리그래도 ~
6천원이라는 값이라하기에는
솔까 돈 아깝다는 생각이 ..
예전에는 한국사나 조선왕조실록,
한국사 검정시험과 같은 책을 사면
껴주던 것이 연표아니었나.
한국사 연표로 수기정리하다가 설민석의 한국사 연표는
뭔가 더 나을 것 같아서 보고는 개개개개실망이 ㅎㅎ
머냐 이 허탈감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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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8-01-0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증강현실어쩌고 하는 책 보고 어이없어 낌놀했어여 ㅋㅋ 무도한국사랑 조선왕조실록 만화시리즈는 괜찮던데 말이죠^^
 

찰나 그래서 찬란

마스크 위로 날숨이 날아간다.
눈썹위에 대롱 매달린다.
햇살이 비추자 속눈썹에 매달린 한숨은
겨울바람에 별이 된다
별에 반사되는 세상은 시리도록 눈부시다

흐르던 강물도 별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는지
겨울은 연신 차가운 입김을 불어대고
얼음은 은빛 두루마기를 야물게 여미지만
말간 겨울해 비치자 쩍 소리내며
흐르는 강물에 몸을 섞는다.

바람에 별이 된 날숨도,
얼지 않은 채 떠나가는 강물도,
수억 시간중 나와 함께한 찰나
언젠가 떠날 당신도 수많은 찰나중의 하나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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