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생몽사
#동사서독
(-전에 한 번 올렸던 건데, 조금 다듬었습니다.
이곳은 눈이 많이 내립니다..
긴 가뭄끝에 쌓인 눈으로 갈증이 좀 해소되는 것 같네요..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옛사랑을 들으며 걸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네요~^^ㅎ-)
혹시 취생몽사(醉生夢死)라는 술을 아시나요?
마시면 기억을 잊는 술입니다. 영화 <동사서독>에 나오는 술 이름인데 우리의 영원한 히로인 고 장국영이 주연으로 나옵니다.
구양봉(장국영)은 황량한 사막에서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사막에서 홀로 사는 이유, 궁금하시죠? 사랑하는 여인을 잊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인간에게 번뇌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스스로 고독에 몸을 맡기고 사막에 은닉하여 자신의 번뇌를 다스리고 있는 것이죠.
그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왜 잊으려 하는 걸까요? 사랑했던 여인이 어느 날 형의 아내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이해되시죠? 그런 그를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 있습니다. 복사꽃 필 무렵에만 나타나는 떠돌이 무사 황약사라고, 이 황약사는 등장도 멋지게 합니다. 복사꽃은 휘날리고 ~~ 사운드음악은 웅장하고 ~ 중국영화 특유의 과장된 등장, 연상되시죠? ㅎ~형의 아내가 된 사랑하는 여인은 백타산에 살고 있는데 이 황약사가 여인의 소식을 전해주거나 선물을 전달해 주곤 한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잊으려고 사막에 사는데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는 황약사를 손꼽아 기다려요.
그런데 이번에 황약사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받아 온 선물은 취생몽사라는 술이었습니다. 이때 자막이 이렇게 뜹니다.
기억을 잊을 수 있는 ‘취생몽사‘라는 술을 마시는 것과
‘복사꽃을 좋아했다는 기억만 남기고 모두 잊는다는 것,
멋지죠? ㅎ~ 말은 멋지지만, 취생몽사를 마시고 사랑의 기억을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각인된 기억이 사라지지 않듯이 기억을 지우려는 술을 마셔봤자 헛일이고 잊기로 애쓰는 것도 사랑 앞에서는 더욱 헛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는 왜 취생몽사라는 술을 보낸 걸까요?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었냐는 황약사의 질문에 자신은 가질 수는 없어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여자가 취생몽사를 보낸 건 남자가 그걸 마시고 자기를 잊으라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생각해 달라는 사랑의 반어법인 겁니다.
이성복 시인의 [편지]라는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줄 방법이 없게 되자
자신이 편지를 전해줄 때까지 ‘잘 있지 말아요’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구양봉 역시도 여자가 보낸 ‘취생몽사’를 마시지 않습니다. 자신은 그녀가 복사꽃을 좋아했다는 사실만 기억할 거라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랑했던 기억은 그대로이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 되어 ‘추억’이란 이름으로 두고두고 남습니다. 기억은 왜곡되기도 하고 퇴색과 윤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사랑으로 자리 잡아 갑니다. 상대에게 잊혀 질지라도 사랑했던 사실, 좋아했던 기억들은 잔상으로 남아있게 된다는 것을 황량한 사막에서 깨달았던 거죠 . 결국 구양봉의 이 말은 죽어도 못 잊겠다는 독한 역설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추억)은 고정된 풍경이 아닌, 그것을 담는 자의 마음의 모양에 따라 변화되는 액체성의 풍경이니까요.
사랑했던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건, 가슴 깊이 아로새겨진 진한 노스탤지어인 동시에 그녀를 향한 밀어(은밀한 언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눈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동사서독’의 취생몽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함박눈을 기다리며 ㅎ~
잠들어 있던 기억하나 흔들어봅니다..^^
https://youtu.be/T0M75qsPHeE
#취생몽사
#동사서독
(-전에 한 번 올렸던 건데, 조금 다듬었습니다.
이곳은 눈이 많이 내립니다..
긴 가뭄끝에 쌓인 눈으로 갈증이 좀 해소되는 것 같네요..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옛사랑을 들으며 걸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네요~^^ㅎ-)
혹시 취생몽사(醉生夢死)라는 술을 아시나요?
마시면 기억을 잊는 술입니다. 영화 <동사서독>에 나오는 술 이름인데 우리의 영원한 히로인 고 장국영이 주연으로 나옵니다.
구양봉(장국영)은 황량한 사막에서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사막에서 홀로 사는 이유, 궁금하시죠? 사랑하는 여인을 잊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인간에게 번뇌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스스로 고독에 몸을 맡기고 사막에 은닉하여 자신의 번뇌를 다스리고 있는 것이죠.
그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왜 잊으려 하는 걸까요? 사랑했던 여인이 어느 날 형의 아내가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이해되시죠? 그런 그를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 있습니다. 복사꽃 필 무렵에만 나타나는 떠돌이 무사 황약사라고, 이 황약사는 등장도 멋지게 합니다. 복사꽃은 휘날리고 ~~ 사운드음악은 웅장하고 ~ 중국영화 특유의 과장된 등장, 연상되시죠? ㅎ~형의 아내가 된 사랑하는 여인은 백타산에 살고 있는데 이 황약사가 여인의 소식을 전해주거나 선물을 전달해 주곤 한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잊으려고 사막에 사는데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는 황약사를 손꼽아 기다려요.
그런데 이번에 황약사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받아 온 선물은 취생몽사라는 술이었습니다. 이때 자막이 이렇게 뜹니다.
기억을 잊을 수 있는 ‘취생몽사‘라는 술을 마시는 것과
‘복사꽃을 좋아했다는 기억만 남기고 모두 잊는다는 것,
멋지죠? ㅎ~ 말은 멋지지만, 취생몽사를 마시고 사랑의 기억을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각인된 기억이 사라지지 않듯이 기억을 지우려는 술을 마셔봤자 헛일이고 잊기로 애쓰는 것도 사랑 앞에서는 더욱 헛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는 왜 취생몽사라는 술을 보낸 걸까요?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었냐는 황약사의 질문에 자신은 가질 수는 없어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여자가 취생몽사를 보낸 건 남자가 그걸 마시고 자기를 잊으라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생각해 달라는 사랑의 반어법인 겁니다.
이성복 시인의 [편지]라는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줄 방법이 없게 되자
자신이 편지를 전해줄 때까지 ‘잘 있지 말아요’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구양봉 역시도 여자가 보낸 ‘취생몽사’를 마시지 않습니다. 자신은 그녀가 복사꽃을 좋아했다는 사실만 기억할 거라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랑했던 기억은 그대로이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 되어 ‘추억’이란 이름으로 두고두고 남습니다. 기억은 왜곡되기도 하고 퇴색과 윤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사랑으로 자리 잡아 갑니다. 상대에게 잊혀 질지라도 사랑했던 사실, 좋아했던 기억들은 잔상으로 남아있게 된다는 것을 황량한 사막에서 깨달았던 거죠 . 결국 구양봉의 이 말은 죽어도 못 잊겠다는 독한 역설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추억)은 고정된 풍경이 아닌, 그것을 담는 자의 마음의 모양에 따라 변화되는 액체성의 풍경이니까요.
사랑했던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건, 가슴 깊이 아로새겨진 진한 노스탤지어인 동시에 그녀를 향한 밀어(은밀한 언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눈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동사서독’의 취생몽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눈 내리는 날 잠들어 있던 기억하나 흔들어봅니다..^^
https://youtu.be/T0M75qsP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