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즐거운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아주 사소하기에 사랑이 위대하다는 연애시입니다.
이 시를 지었을때 시인 황동규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의 그녀를 짝사랑하며 쓴 시는
그녀에게 고백은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등 뒤에서만 사랑을 고백하는
수줍은 소년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침에 새소리가 정겹게 들리는데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은 예감과 함께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해 지고 바람 부는 일처럼
사소하게 시작되지만,
심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다음에는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눈이 퍼부어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으로 각인되어 버립니다.
오랜 기다림으로 바뀔지라도
시인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진실로 진실로, 사랑을 맹세합니다.
그런 사랑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해 보셨나요?
아침 공기가 제법 싱그럽습니다.
바람이 불고 해가 뜨는 일처럼
사소함으로 사랑을 소환하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오늘도 굿모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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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는 불편하지만 페미니즘은 해야 해
김지우 지음 / 인간사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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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와 페미니즘, 두 단어가 동음이의어가 되어 가고 있다. 몇 년 사이 여성혐오로 인한 사건사고가 심심치 않게 터진다. 페미니스트는 한때 기울어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평등을 주장하는 합리주의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워마드라는 극단적인 여성 집단이 페미니즘과 함께 하자 비뚤어진 성차별주의자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메르스와 이갈리아와 합성어로 만들어진 메갈리아는 메르스가 발병하던 당시 메르스를 옮긴 최초의 사람이 여자라는 여성혐오글이 한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시작되었다. 여성이 메르스를 옮겼다는 글에는 남성과 여성들이 서로를 혐오하는 난장판이 댓글로 이어졌고 이때 설전을 벌였던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사이트가 메갈리아. 이들은 여성을 혐오하는 일베라는 극단적인 사이트와 대립하였고 한남과 6·9 등 남성혐오 단어를 생산하였다. 이후 내분으로 인해 메갈리아가 해체되면서 워마드 사이트로 서식지를 옮기게 된다. 어찌보면 기형적이어 보이는 메갈리아와 워마드 집단은 한국여성재단에서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새로운 변화의 축으로 인정받는다. 이들은 메갈리아를 가장 동시대적이며 가장 솔직한 여성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3세대 페미니스트로 분류하였다고 한다. 이런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여성 집단주의가 현재 페미니즘의 변질된 형태의 역사이다.

 

이수역 여성혐오 폭행사건은 단순 술자리 시비에 불과하였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폭로로 인해 이들 워마드의 기폭제가 되었다. 화장을 안하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맞았다는 여성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남성을 처벌해달라는 글을 올렸고 하루만에 20만명이 참여하여 이슈화 되었다. 이후 드러난 진실은 여성이라서 일어난 폭행이 아니라 남성혐오 발언으로 시비가 붙어 불거진 사건이었으며 청원을 올렸던 여성은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보였으나, 사회적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사건에 대한 발언이 난무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으나, 사회적 접점은 찾지 못한 채 페미니즘은 뜨거운 감자로 남겨졌다. 이수역 폭행 사건이 단순 사고에서 나아가 여성혐오 폭행사건으로 둔갑하여 포털사이트에서 빠르게 이슈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의 파급력을 이용할 줄 알았던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사이트가 주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성 혐오가 팽배한 사회에서 분노와 갈등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춰 기형적인 여론을 형성한 결과이다.

 

워마드는 불편하지만 페미니즘은 해야 해는 현사회의 여성의식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는 책이다. 워마드와 페미니즘이 동음이의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에서 결국 이들의 기형적인 여성주의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며 비뚤어진 성차별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한국 사회에 여성 혐오가 얼마나 넘쳐나는지 신조어를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결혼을 한 후 자신의 이름은 사라지고 구누구 엄마로 불려 00, 00맘으로 부르는 것이 보편적이던 문화에서 언젠가부터 맘에 벌레 충 자를 붙여 맘충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자식들을 위해서 물불을 안가리는 일부 몰지각한 맘들을 향한 공감이 모성애 영역마저도 벌레 충이라는 혐오의 접미사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페미니즘 단체들은 워마드와 선을 그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만 이유 없는 불편함은 거부해야 한다. 혐오는 군중을 선동해 내 편으로 만들기엔 좋은 수단이지만 정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만 만들뿐이다. 페미니즘과 워마드의 결별은 앞으로 페미니즘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주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것이 페미니즘을 더 오래 지속하는 길이다. -p214

 

여성들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혐오의 중심에 여성이 있고, 여성을 남성과 대립하는 존재로서 부각시키며 남성과의 차이를 차별이라는 배척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하는 워마드의 방식은 위험해 보인다. 파울로가 말하였듯이, 이분법적 사고는 악마의 셈법이다. 12라는 숫자에는 소숫점과 무한대의 숫자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유명연예인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도 증가한다. 삶에는 여성과 남성의 삶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삶이 존재한다. 차별과 배척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혐오를 혐오로 대항하다보면 다양한 사회에서 공존의 의미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워마드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려면 남성과 여성이라는 극단의 이분법에서 탈출하여 여성인권을 위한 합리적인 젠더 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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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읽다가

미국드라마나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꽤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나는 낫고 있어, 나는 괜찮아지고 있어‘라는 뜻으로 주인공들이 외치곤 하는 ˝I‘m moving on.˝ move on은 상황에 따라 ‘헤어진 연인을 잊어가고 있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죽은 사람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영화 속이서는 친구에게 얼른 상처를 극복하라는 뜻으로 ˝Just move on!˝이라고 위로하는 주인공도 많다.

🍃🍂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가진 힘은 죽고 싶을만큼
아픈 상처조차 아물게 한다는 것이다.
차갑고 시리기만 했던 겨울이 지나
따뜻하고 온화한 빛을 몰고 오는 봄의 정령처럼
어느 덧 마음에 환한 빛이 켜진다.
천천히 물들어가는 move on
시간은 슬픔의 마데카솔
어느새 상처는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고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기어이 어린 싹을 틔워내는
겨울 나무의 인내처럼
시련사이 뿌려진 아픔에도
어느새 어린 싹을 키워내고 마는
봄빛, 3월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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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심리 수업 - 오직 하버드에서만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와 성공 노하우
리잉 지음, 고보혜 옮김 / 이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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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기분, 요즘이 딱 그렇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팽팽했던 자존감도 많이 쪼글아 들었다. 일을 하는데 재미도 없다. 게으름과 귀차니즘은 남의 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게을러지고 나니 세상이 한없이 재미가 없다. 책만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노안이 와서 책 읽는 것도 버겁다. 몇 년전 시작했던 공부도 이제 고지가 코앞인데 갑자기 자괴감이 스물스물 올라오기도 한다. 자존감, 용기, 희망이 젊었을 때의 반도 차오르질 않는다. 어떤 초인적인 위로조차 소용없을 때, 블랙홀에 빠져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인생의 반을 돌아보며 나는 분명히 열심히 잘 살아온 것 같은데 어디가 삐걱대는 지 진단조차 할 수 없을 때, 정말 살별처럼 눈앞에 등장한 책이 하버드 심리 수업이다.

 

하버드대는 세계 일류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성공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하는 하버드인들의 심리서는 무엇이 달라도 달랐다.

 

하버드 대학교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고향을 선택할 수 없지만당신은 마음의 고향을 선택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윌리엄 제임스역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결과를 염두에 두기만 하면 결국 얻게 될 것이다부유한 것을 생각하면 부유해 질 것이고박식하길 원하면 박식해질 것이며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당신은 진심으로 그 일을 바라기만 하면 된다.“

 


이 글귀를 읽는 순간, 내가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긍정적인 것을 소망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세월이라는 더께에 파묻혀 잊고 지나쳐 왔었다. 젊을 때 그런 믿음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냈음을 기억해 내기도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나를 좋은 사람에게 인도했고 성공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를 이끌어주었다는 것을, 이제야 새록새록 하나씩 하나씩 되살아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몇 번씩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읊조리기도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바라는 것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하며 쪼그라든 마음 근육 역시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였다. 오래 된 기계에도 가끔은 기름칠을 해 주어야 잘 돌아가듯이 지쳐가는 마음에도 가끔은 채찍질을 해 주어야 바른 길을 갈 수 있다.

 

책은 여섯 가지의 키워드로 성공, 행복, 인간관계, 직장생활, 교육, 재테크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루하게 심리학 용어를 나열하기 보다는 하버드인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고 간결하다. 저자 리잉은 하버드인들의 성공 비결에는 공통분모인 심리즉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심리학자들의 교육에 주목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 읽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시가 떠올랐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성공의 의미는 곧 자본이 되어 버렸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공이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마음 근육이 느슨해질 때마다 읽으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

 

-책속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은 몇 갈래로 나위어져 있습니다. 게으론 사람은 언뜻 쉽고 빨라 보이는 길을 선택해 희희낙락하며 갑니다. 그러다 깍아 지른 듯한 절벽에 이르러 궁지에 몰리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일찍 알었더라면 좋았을 걸하고 불평하며 되돌아옵니다.” -p43

 

남은 말을 타고 가고, 나는 나귀를 타고 간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 부족해 보이고, 못난 사람과 비교하면 나아 보인다. 시시각각 감동을 느끼면 행복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p63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 분명 다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p97

 

얼굴에 웃음을 띠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무엇을 보든지 좋아 보이고, 무엇을 하든지 뜻대로 된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싶다면 매일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 겸허함이 산골짜기만큼 깊은 사람은 하늘이 내린 기회 천시를 얻고, 매사에 청렴한 사람은 우월한 지리적 조건 지리를 얻고 위험함에서 벗어나 무사하게 된 사람은 사람 간의 화합 인화를 얻는다. 사실 매일 즐겁게 지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다.-p100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당한 거리는 일종의 미덕이며, 보호 장치다.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아서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나의 모습과 같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나를 보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면 세계도 그런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도 나를 좋아할 것이고,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도 나를 싫어할 것이다.-p123

 

한 명의 소인배와 등을 지느니, 열 명의 군자에게 미움을 사는 게 낫다.’-p142

 

간혹 어떤 난제에 부딪혀 속수무책의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 일단 다른 일부터 하고 있다 보면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문제의 답이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부화 효과라고 한다.-p173

 

다른 사람의 결점을 지적하지 않아야 하며, 공연한 원망을 품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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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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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에 휘말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송사에 휘말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 송사에 휘말리는 사람들을 보면 벼랑 끝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송사를 선택하곤 한다. 벼랑 끝에 서서 법이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의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어쩌면 현실의 사법부 현실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눈을 가린 채 칼과 저울만으로 정의를 심판하려 한 것처럼 현실의 사법부 역시도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정의하고 있는지도, 기을호의 재판이 그렇듯이.

고백 그리고 고발은 우리나라 사법 현실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인 기을호 재판과정을 담은 르포르타주이다. 현직 변호사인 안천석은 기을호의 재판을 18번의 소송에서 단 한번도 승소하지 못하고 모두 패소한 기록을 담고 있다. 그 재판과정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진행되는 소송절차를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울분이 고스란히 전혀지기도 한다.

 

무려 10여년의 세월을 재판하게 되었던 사건의 개요는 정리해 보면 대충 이러하다.

김포시 고촌면 향산리 마을에 D건설이 주택건설 사업을 시작하면서 향산리 주민 24가구의 지주들과 약 14,550평의 토지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금과 중도금 약 72억원을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잔금은 지불하지 못한 상태다. 기을호의 부친 기노걸도 이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다. 기노걸은 약 980평을 196천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하였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상태고 잔금은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런 가운데 D건설이 워크아웃 상태가 되었고 H건설이 양도 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때 중간에서 Y종합건설이 향산리 주민들과 H건설로 변경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였다. 향산리 주민들과의 계약서는 H건설에 유리하게 작성되었고 기노걸의 매매서는 막도장과 계약해지 된 통장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향산리 주민들의 부동산매매계약서는 Y종합건설이 매매계약서를 대행하면서 향산리 주민들의 부동산 매매계약서몇 건을 위조하여 H건설에 넘긴 정황을 알게 되자, 안천석 변호사는 증인과 진술서를 확보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재심청구는 번번이 기각된다. 이 과정에서 기노걸은 사망한다.

 

기을호는 아버지의 인감도장이 아닌 막도장과 해지된 계좌를 쓴 매매계약서의 글씨가 아버지의 필체가 아니며 아버지가 해지된 계좌를 적을 정도로 노쇄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으나 법원은 기노걸의 실수로 인정한다. 향산리 주민들을 통해 Y종합건설의 이지학이 위조한 사실과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증인 C를 찾아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번번이 기각되고 검사로부터 사건을 빨리 끝내라고 협박을 받기까지 한다. 이러한 과정이 18, 판사 60명으로부터 같은 판결을 받는다. 대법원에서는 H건설의 손을 들어주었고 위증을 한 증인A에게는 벌금 5백만원의 형량을 부과하였고 기노걸의 위조된 매매계약서를 증명할 만한 어떤 증거자료도 없이 기노걸은 H건설에 손해배상금으로 3억원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누가보아도 눈을 가린 채 정의 내린 판결이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기을호의 재판과정을 보면 사법부의 권력이 되려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관예우와 같은 연고주의 폐해는 물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피라미드형 구조로 된 사법부는 대법원 전체를 농단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던 사건이 사법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농단이었다. 결국 사법 독립은 사법 패권이라는 자본주의 괴물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사법 독립은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장할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 벼랑 끝에서라도 잡고 싶은 정의의 심판이어야 한다. 기을호의 재판은 송사에 휘말리게 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알아야할 사법현실이다. 처음에는 안타까움으로 그 다음은 분노로, 사법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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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2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너무 열받죠? 그 다음 책이 나왔던데...그냥 “계란으로 바위치는” 느낌이 너무 싫었습니다....아

드림모노로그 2019-02-28 17:42   좋아요 1 | URL
네 답답했어요~ㅎ 이런 현실이 ~
판결은 쇼킹했고요. 사법부의 권력이 무소불위 권력이 되어 버리니 이런 폐단이 생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배심원제 같은 견제제도가 도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2-28 17:44   좋아요 0 | URL
군인이었던 분이 사건때문에 병약해지셨다는 것...아버지가 돌아가시고...아 가슴이 너무 아파서 두번째 책도 저자가 보내주던데 읽지를 못하겠더군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