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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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논어일까?

 

나는 코로나 확진자였다. 7일이라는 자가격리 기간중에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기침을 오래 하니 머리도 멍한 기분이고 말이 잘 들리지 않아 귀도 고장이 난 기분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비록 휴가처럼 여겨졌지만, 아이들 모두 확진이 된 상태에서 나까지 확진이 되고 보니 매끼니가 힘들었다. 여전히 밥먹는 일과 청소에서 자유롭지 않았기에 휴식은커녕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지쳐갔다. 그래서 논어를 읽었다는 건 아니다. 논어를 읽으니 그나마 좀 마음 누일 곳이 생겼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어른들의 사춘기 오춘기를 앓고 있은지 오래, 불쑥 화가 날때도 있고 나도 모르게 울컥일 때도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공허와 우울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다 조금은 앓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한다. 나만 아프고 나만 고독하다는 말은 그래서 잘못된 사고이다. 삶은 누구나 아프고 누구나 힘들다. 한참 자라고 있는 아이들 역시도 사는게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한다. 이것을 깨달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너무 잔인한 말일까.

 

삶은 늘 전쟁의 연속이다. 삶이라는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동안 깔리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달려야만 한다. 하나의 관문을 넘어서면 또 다른 문이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면서도 다양해진다. 문제의 연속에서 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이라는 기출문제는 사지선다형이 아니다. 주관식인데다가 서술식이다. 어떤 답이든 맞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 틀리다고는 할 수 없는.

 

그렇기에 삶은 늘 숙제의 연속이다. 그래서 논어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삶에 아직도 풀지 못하는 숙제들. 너는 왜 그렇게 살고 있나? 아님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사나, 뭐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것일까 하며 뒤를 돌아보고 싶을 때가 논어를 읽어야할 때다.

 

이 책의 저자 판덩은 지식 서비스 프로그램 판덕독서의 저자다.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말들도 판덩의 해석으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공자의 말 군자불기 君子不器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반대로 군자는 그릇이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이는 군자가 항아리처럼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쉽게 연약하다는 이야기이다. 깨지기 쉬운 그릇처럼 약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안톤 체호프의 단편 관리의 죽음을 통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어지는 한 관리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 관리가 오페라를 보다 재채기를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재채기라 입을 제때 가리지 못했다. 그의 침은 앞좌석의 지체 높은 장관에 튀었다. 관리는 즉시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어쩐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는 이후 장관을 매일 찾아가 사과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사과에 지쳐버린 장관은 관리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관리는 소파에 누워 차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약간 어이없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소심함으로 인한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비극에 가두어버리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관리의 죽음은 장관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다. 관리 스스로 자신을 보잘 것 없고 나약한 사람으로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내면의 그릇이 너무 작고 약했기 때문에 비극적인 삶의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상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며, 그들 스스로 삶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그들이 깨지기 쉬운 그릇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저자 나심 탈레브는 위기에 부러지지 않고 깨지지 않는 단단함을 안티프래질이라 하였다. 작은 충격에도 깨지는 그릇이 되기 보다 안티프래질의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면, 삶에 바람 좀 분다하여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윌리엄 제인스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마음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기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라 하였다. 우리가 지고 있는 고통의 총량을 행복으로 바꾸려면 논어는 필수관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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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빛 - 아픈 마음의 뿌리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수업,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창재 지음 / 아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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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이 필요한 이유


현대인은 누구나 조금은 정신병적 증상을 가지고 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정신병리적 증상으로 인해 고통 받거나 심연의 트라우마를 자각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 더 큰 마음의 병을 떠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를테면 아무 문제가 없던 것들이 마음에 병이 들면 평평한 세상에 양각처럼 돋을새김으로 다가와 평화로운 관계에 갖은 이유로 스스로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의 실체는 시기심으로 또는 신경증으로 또는 수치감으로 씰줄과 날줄처럼 교차하여 정신분열증의 계보를 써내려간다. 그러다보면 내면은 정신의 노예가 되어 만신창이 되고 격정에 휩싸이게 되며 더 나아가 피해의식에 망상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파탄을 맞는다. 정신도 육신처럼 좋지 않은 감정에 마음을 맡기게 되면 파국으로 자신을 나락에 떨어뜨린다. 결코 남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써 정신줄을 잡고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복잡한 현대라는 파도위에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건 현대인이면 누구나 다 겪는 감정이다. 현대란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하듯이 유동하는 근대, 즉 끊임없이 움직이며 정신을 위협하는 살아있는 것들의 전쟁이다.



한때 유행가 가사였던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라는 말처럼 ’나‘라는 주제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연구해야 할 주제이다. 가끔은 나도 나를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철학이 삶을 알게 해주는, 진정한 나를 만나게 해주는 학문의 역할을 해왔다. 반면 뿌리는 철학으로 시작하였지만 ’정신분석‘은 삶에 심층적으로 다가가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정신분석가이며 프로이트정신분석교육원 원장인 이창재는 『심연의 빛』에서 고통스런 마음의 뿌리를 탐색하려는 진지한 영혼들과 심리상담사들에게 정신분석이 다차원의 인생길을 열어주고 해쳐가도록 돕는 구체적 힘을 안내하고 싶다 전한다. 에릭 에릭슨이 “인생의 각 시기에는 정신의 발달을 위해 애써 대결해야만 하는 고유 과제가 있다.”라는 말을 했다. 따라서 각 시기의 발달 통과의례를 잘 이겨낸 이들이 온전하고 성숙한 정신을 소유하게 된다. 반대로 발달 통과 의례를 잘 거치지 못하였을 경우 성격장애나 악성자기애나 신경증자라는 마음의 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한 때 나도 모르는 마음의 병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저 남들의 감정 없이 떠드는 농담조차 나에게는 가시 돋힌 말로 들린 적도 있었고 타인을 좋은 마음이 아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 적도 있었다. 자존감은 바닥치고 과거는 종종 수치스러움으로 떠올려지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엄청 괴롭혔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내 정신의 약한 부분이 만들어낸 판타지였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멈추고 심연을 들여다보면 나약하고 어리석은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이 정신분석의 여정이다. 



저자는 성격장애는 특정 상처로 인해 자아 기능이 일부 저하된 것이 아니라 ‘부인’과 연관된 정신의 ‘구조적 결함’에 기인한다고 한다. 정신의 뼈대인 ‘정신 구조’의 변환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자기 정신에 어떤 결함이 있음을 스스로의 힘으로 직면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성격이 불편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한다. 그 불편감은 열등하고 불길한 징표가 아니라 그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지각하고 반성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의 소유자라는 징표라는 것이다. 아울러 의지와 무관하게 유년기와 사춘기에 운명처럼 구조화된 자신의 특정 정신성을, 지금 이 순간에 운명과 대결하여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가끔 잠 못 이룰 때  팟캐스트 ‘크라임’이라는 오디오를 듣는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랍지만, 그들 대부분이 정신병적 증상을 오래 앓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정신분석이 불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지고 있지만, 정신병적 증상에 대한 치료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 심연에 자리잡고 있는 정신을 분석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는 건, 일생의 문제인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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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입맛 경제밥상
김상민 지음 / 패러다임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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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대선이 코앞이다. 많이 살진 않았지만,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세월호의 침몰로 인하여 정치권은 큰 파장을 겪었고 대통령은 탄핵되었으며 여성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좌파 진보 야당이 제 1여당이 되면서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가졌었다. 적어도 그들이 외치던 공정과 평등한 세상정도는 되리라 하였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는 비민주적이며 파괴적이고 패망으로 귀결되어지는 악마성의 덫에 빠져있는 상태다. 그들은 자신들의 거짓과 위선이 드러날 때마다 마치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처럼 저지와 보복을 하였고 이에 피해를 본 이들이 적지 않다. 한동훈 검사장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유시민을 보며 법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

 

"조국수사 시작 때 돌연 내가 자기계좌 추적했다며 1년 넘게 거짓말했고 권력이 확대재생산 했는데 마치 자기들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수사하면 안 되는 초헌법적인 특권계급인 양 수사저지와 보복이 목적이었다" "권력이 물라면 물고 덮으라면 덮는 사냥개 같은 검찰을 만드는 걸 검찰개혁이라고 사기 치고 거짓말했다" "지어낸 자기 계좌추적에는 장기간 그렇게나 분노하던 가 정작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공수처의 민간인 사찰엔 아무 비판도 안 한 채 "삼겹살 먹는 채식주의자" 같은 궤변이나 떠들고 있다"

 

정치입맛 경제밥상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현재의 어려운 숙제는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짧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민주주의 성장통이 극심해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 만큼 비합리적인 제도도 없다. 가장 현명해보이지만 가장 위험한 제도이기도 하다. 다수결이 가져다 주는 폐해는 영국의 브릭시트 탈퇴 선언이후의 민심을 보면 이해가 쉽다. 히틀러의 세치 혀에 놀아났던 대중은 또 어떤가? 히틀러는 뛰어난 대중선동의 귀재다. 그는 적과 아군을 구분 짓고, 흑백논리로 이성을 마비시켰다. 또한 묘하게 적개심을 대중들에게 분노를 심어주었다. 히틀러의 일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마을에 가서 이 마을에서 보트를 즐길 수 있도록 선착장을 만들어주겠다.” 라는 약속을 한다. 마을 주민들이 우리 마을에는 강과 호수가 없어 보트를 탈 수 없다.”라고 지적하자, 히틀러가 그렇다면 강과 호수도 파서 선물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 그정도로 히틀러는 임기응변에 능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를 것 같은가? 인간의 본성이란 수천년 전과 다를바가 없기에 그와 비슷한 캐릭터에 똑같이 속아넘어가는 대중은 반드시 존재하게 되어있다. 키케로 말처럼 민중만큼 불확실하고, 여론만큼 우매하며, 정치가만큼 거짓된 자는 없다.

 

한 달을 앞둔 대통령선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한때 싫어했던 말이지만 요즘은 자꾸 되뇌이게 된다. 거짓으로 진실을 덮을 수 없다. 역사에서도 그런 경우는 없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울 수 있듯이 말이다. 밀물은 경제에서 성장을 의미하지만, 정치에서 밀물은 우매한 대중을 넘어서 변별력 있는 지혜로운 시민이라 할 수 있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위정자들은 밀물위에 뜨는 기름과도 같다. 정치가 혐오를 불러올지라도 정치로 인해 더 좋은 삶을 만들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져본다.

 

민주주의사회에서 투표할 때 좌파 진보는 분노 때문에 표를 찍고, 우파 보수는 불안 때문에 표를 찍는다고 표현한다. 좌파는 사람들의 분노에 호소하기 위해 선전과 선동을 애용하고 감정과 감성에 호소한다. 다만 좌파 사회주의자들이 발을 딛고 사는 공간은 자유시장경제의 공간이기에 그들이 대중에게 하는 말과 실제 삶의 모습은 전혀 상반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걸 우리는 ‘위선 혹은 거짓말’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세상을 볼 때는 거짓과 위선, 허황이 아니라 ‘사실(fact)'에 기반을 둬야 한다. -p274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본소득은 사이비 대안의 성격이강하다. 사이비 대안이란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을 때를 지칭하는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 해결, 불평등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됐을 때, 자칫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p372

 

공평(equity)은 ‘공정한 평등’을 의미하며, 복지에서는 선별 복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세금을 부과할 때 고소득자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저소득자에게는 낮은 세율이나 면세를 적용하는 누진세율이 정착된 것도 바로 공평의 원칙이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선별 복지나 누진세는 이미 현대 사회에서 정착된 제도인데, 기본소득은 여기에 정면으로 반한다.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특징이 있다.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얼버무린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주장으로 일단 표를 얻고, 재원 마련은 나중으로 미루는 전형적인 무책임의 발로임이 분명하다.

기본소득은 부자나 빈자에게 모두 같은 돈을 주므로 불평등 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좌파 진보는 그렇게나 ‘격차 불평등’이나 ‘차별 불평등’을 구분하지 않고 불평등을 미워하면서 오히려 기본소득 도입으로 불평등을 부추기려고 한다. 정상적인 사고라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이니 현명한 국민이 막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p374

 

사람들은 좌파 진보가 늘 얘기하는 ‘평등과 분배, 공동체 정신’등의 단어에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것 간다. 그 속에 담긴 ‘비민주적이며 파괴적인 성격, 그리고 패망으로 귀결되는 '악마성’을 거의 알아채지 못하면서 말이다. -p374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플루타코스는 삶에 대해 “잘 나가도 너무 기뻐하지 않고, 역경에도 너무 절망하지 않으며, 쾌락에 빠져 무절제하지 않고, 분노로 인해 사납고 잔인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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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 이회영 평전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독립운동가
김삼웅 지음 / 두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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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에 신흥무관학교 이회영이라는 한 줄로 만났던 이회영을 평전으로 만났다. 독립운동가의 전생을 읽는 일은 무척이나 설레고 긴장되는 일이다. 이회영을 떠올리면 가장 쉽게 연상되는 사람이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았다면 바로 고사홍이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에서 고사홍은 정승만 10명 배출한 조선 최고의 명문가 집안이다. 고사홍은 세손의 스승이기도 하였고 마을에서 가장 신임받는 어른이었으며 전답을 풀어 노비들을 풀어주기도 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었다. 아들들이 독립운동가로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을 때 고사홍은 전답을 팔아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픽션일 뿐 실제로 독립운동에 목숨 바쳐 싸운 사람은 모두 무지렁이 백성들 뿐이라 생각했던 건 나의 오산이었다. 고사홍은 현실에서도 존재했던 것이다.

 

 

 

이회영의 삶이 그러했다. 10대 이항복을 비롯하여 많은 명신·헌사를 조상으로 두었다. 제국주의 앞에서 요동치던 나라는 1910년 일본에 의해 경술국치를 당하자 우당 6형제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로 이사를 간다. 당시 전재산을 처분하고 손에 쥔 돈은 40원이었다. 40원으로 그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학교를 차리는 일이었다. 이회영은 전재산을 팔면서 노비들의 신분도 자유롭게 해주었지만 대부분의 노비가 이회영의 만주행에 동행했다고 한다. 그가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깨달았던 것은 교육이다. 님웨일스의 아리랑에는 이 교육내용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데 독립운동가 김산은 낮에는 교육과 밤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에서 무술연습을 하였다고 한다. 이회영이 세운 신흥무관학교에서 배출한 독립운동가들은 후에 일본을 상대로 많은 저항을 하였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독립운동가들이 모두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20년대와 30년대 무렵 이회영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은 아나키즘을 받아들이고 나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벌였다. 다음은 그들이 이 운동을 통해 무엇을 주장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만인의 자유·평등을 주장하고, 일체의 정치적 지배·강권을 부인하고, 경제적으로는 사유재산, 강권적 공산을 배격하고 윤리적으로 상호부조와 만인의 공영을 주장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주의이다.() 재래의 사회적 해독물인 지배·착취·강권등의 제도를 파괴하고 근절하고,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각 방면에 상호·압축 속박되어 살고 있는 민중을 해방시키고, 동시에 지배와 강권이 없는 자유공산사회를 실현시키는 운동이다. 만인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취하는 것이다.

 

한민족의 독립은 민족 스스로 목숨을 걸고 나서 의열투쟁이나 무력항쟁 등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투쟁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의식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김원봉을 비롯한 일부 젊은 열혈투사들에 의해 제창되었지만, 의열투쟁의 장엄한 역사의 밑바닥에는 이회영이 일찍이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신흥무관학교의 젊은 청년들이 있었다.-p208

 

 

 

신흥무관학교에서 신민회로 의열단과 임시정부로 이어지는 긴 여정까지, 함께 하였으나 홀로였고 실행은 신속했다.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하였지만 분쟁은 하지 않았다. 신분제 사회에서 자유평등을 주장해왔으며 노비에게 존댓말을 쓰는 양반이었다. 관료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나 자기과시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그의 사상은 독립운동가 이전에 진정한 자유주의자를 꿈꾸었던 찐 아나키스트였다. 조선 땅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좋은 옷을 입으며 살았을 조선명문가 6형제는 밥 한 끼로 열흘을 버티고 풍찬노숙을 하며 독립운동을 하였지만, 다섯 째 이시영만 나라의 독립을 보았다. 감동받아 마땅하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신흥무관학교가 독립운동가의 시금석이 되었듯이 이회영의 자유사상은 가슴 깊이 찬란한 불씨로 남겨져 언젠가 우리 모두의 가슴에도 아나키스트로 피어오를 날이 오겠지.

 

 

나도 남에게 지배받고 싶지 않으니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으로 나도 남을 지배해서는 아니 될 것이 아닌가. 지배 없는 세상, 억압과 수탈이 없는 세상이 우리 독립한국에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말의 표현을 닮았을망정 나의 일관된 정견이었다.-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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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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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저자 콜린 매킬로의 로마의 일인자방대한 서사의 첫 권을 시작하였다. 시오노 나나미나 몸젠의 로마사이후 다시 만난 로마사이다. 콜린의 가시나무새가 준 감동의 서사는 굉장한 여운을 품고 있어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히지 않는 문학작품 중 하나이다. 문학과 역사서와의 글쓰기는 분명 다르다. 작가의 상상력이 결코 팩트가 될 수 없기에 철저한 사실고증이 필요한 것이 역사서이며 문학의 스펙트럼과는 전혀 다른 증명을 요구한다. 로마의 일인자이 책은 분명 역사서이다. 작가는 자료수집과 고증만 13년을 하였고 집필을 시작한 후 한쪽 시력까지 잃고 20년 후에야 이 책을 완성하였다. 작가의 고증은 부록으로 나온 가이드북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역사서이면서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로마의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기원전 1세기의 로마를 만나는 여정으로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게 전의 첫 발이다. 이탈리어계의 부족들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집정관이 보여주는 정치적 행보는 사뭇 지금의 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 기원전 1세기 겨우 문명이 생기기 시작하던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집정관이나 원로원에 들어가려면 지참금이 없으면 불가능하며 출신이 좋지 않아도 출세할 수 없었다. 외국인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은 그때와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출신은 비천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던 마리우스가 카이사르와 손을 잡으며 집정관이 될 수 있었고, 출신은 귀족이었지만 가난해서 천민처럼 놀던 술라가 원로원에 들어가기 위해 벌여야 했던 살인과 모략은 현대사에서 벌어지는 잔인함과 많이 닮아있다. 카이사르의 아름다운 딸 율리아는 마리우스와 둘째 딸 율릴라는 술라와 결혼을 하면서 마리우스와 야심가 술라는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지만, 그 뒷일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술라와 같은 캐릭터는 늘 끝이 안 좋은 법이니까.

 

오히려 매력적인 캐릭터 마리우스는 카이사르의 사위로서 믿음직하며 강직하고, 정치적인 식견이 뛰어나 카이사르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으며 그의 부인 율리아 역시 우아하고 현명하며 내조를 잘한 여인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반대로 술라와 율릴라는 시작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같지만, 왠지 비극을 품고 있는 커플로 보여 진다. 술라는 방탕한 동시에 난잡했고 음모를 꾸미기 좋아했으며 잔인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술라에 비해 율릴라는 너무 어렸고 어리석었다. 율릴라는 역사에 존재하지 않지만, 술라의 부인으로 율리아로 기록되어 있는 부분에서 작가는 마리우스의 부인과 이름은 같지만 다른 사람이기에 차별을 두어야했고, 술라이게는 부인을 둘을 두었기에 카이사르와 마리우스의 연결부분을 고민하다 율리아와 동생 율릴라라는 캐릭터가 논리적 전개에 맞다 생각하여 탄생시킨 캐릭터라고 한다.

 

로마라는 문명은 대단한 것 같다. 계급제이면서도 자유롭고 사유재산을 보장해주면서도 법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면 직급마다 지참금이 있었고 정치인은 투표로 뽑는다. 개방적인 문화이지만 고급문화라는 틀 안에서 엄숙하다. 동성애나 연애에서도 자유롭지만 상위문화라는 엄연한 절제된 문화도 존재했다. 그래서 흥미로왔다. 콜린의 로마사는 마치 그 세계를 통째로 현대로 옮겨온 것처럼 너무 생생했다. 역사서와 문학서라는 장르를 이렇게 완벽하게 구멍없이 쓸 수 있다는 데에 감탄이 나온다.

 

A great civilzation is not conqu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    -W. Durant

위대한 문명은 외부로부터 몰락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붕괴되었다.   -W. 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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