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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아들의 블로그를 염탐하는 우리 어머니.

늘 한박자 늦게 말이 통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누구보다도 소중한 나의 창조주께.

한 박자 늦게 읽어볼 글을 올립니다.

사랑합니다.  


-2018.05.08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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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08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 블로그를 가족에게 한 번도 알리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공개할 생각은 없어요..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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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예술은 드러내고 예술가는 감추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 p.7


비평가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다른 방식으로, 혹은 새로운 논거(論據)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다. p.7


도덕적인 책이나 부도덕한 책은 없다. 잘 쓴 책,혹은 잘 쓰지 못한 책, 이 둘 중 하나다. 그뿐이다. p.7


그러나 예술의 도덕성은 불완전한 매개 수단을 어떻게 완벽하게 사용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p.8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을 때 그에 대한 유일한 변명은 그것을 지독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pp.8-9


모든 예술은 정말 쓸모없는 것이다 p.9



그런데 문제는 지적인 표정이 시작되면 아름다움, 진정한 아름다움은 끝나고 말아. 지성은 본질적으로 과장된 표정으로 나타나기에 어느 얼굴에서든 그 얼굴의 조화를 무너뜨리는 법이지. 사람이 앉아서 생각하는 그 순간, 그 사람은 온통 코가 된다든지, 온통 이마가 된다든지, 아니면, 하여간 섬뜩한 모습으로 바뀐단 말이야. p.14


"자연스러운 것도 꾸며 낸 태도이긴 마찬가지지. 내 생각엔 그게 상대방을 가장 속터지게 만드는 태도인 것 같은데" p.16


"양심과 비겁함은 실제로 같은 것이야, 바질. 양심이라는 것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고. 그것 말고 뭐가 있겠어?" p.19




미(美)는 천재성의 한 형태지요. 실제로는 천재성보다 더 지고한 것입니다. 미는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 나름의 신성한 주권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미는 그 미를 지닌 사람을 군주로 만듭니다. 지금 미소 짓고 있습니까? (…) 나는 미가 세상 모든 경이 가운데 최고의 경이라고 생각하오. -p.41


"스무 살 때 우리 안에서 요동치던 환희의 박동이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집니다. 수족은 늘어지고 감각은 무뎌집니다. 우리는 추한 꼭두각시 인형으로 퇴락해 그렇게 두려워했던 열정과 우리가 담대하게 응하지 못했던 멋진 유혹들을 기억하며 안타까움에 몸부림치게 될 겁니다. 젊음! 청춘! 세상에는 젊음 이외에는 단연코 아무것도 없으니!" - p.43


연애를 할 때마다 그 연애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지요. 의미 없는 단어입니다, <항상>이란 단어. 일시적인 기분인 변덕과 평생을 가야하는 열정 사이에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건 변덕이 좀 더 오래간다는 겁니다. -p.44


급진당 당원이 입을 열었고, 이어서 그는 지루한 사실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떤 주제를 철저히 논하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듣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p.65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먼저 늘 자신을 속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끝날 땐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으로 끝나지. 그게 바로 이 세상이 로맨스라고 부르는 것일세. -p.86

그렇지만 가난? 그게 뭐가 중요해? 가난이 문틈으로 기어 들어올 때 사랑은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다고. 속담을 다시 써야 해. 모두가 다 겨울에 쓴 속담들이야. 지금은 여름이잖아. 나한테는 봄날 같아. 푸른 하늘에 꽃송이 날아다니는 봄날. -p.110

가난한 사람들의 진짜 비극은 그들이 자기 부정을 하는 일 말고는 그 어떤 것도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야. p.126

우린 말이야,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오히려 바보가 되고, 너무 많이 생각해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 p.165

그러나 용서가 불가능하다면 망각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잊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p.286

격정은 사람의 생각을 순환 논법의 고리에 따라 흐르도록 만든다는 말이 있다. 꽉 다문 도리언 그레이의 입술이 역겨운 되풀이 과정을 통해 영혼과 감각에 관한 그 의미심장한 말을 거듭 곱씹어 보더니 마침내 그 말 속에서 자신의 기분을 온전히 표현해 주는 의미를 찾아내고는 지적 승인 과정을 통해 그 격정을 정당화했따. 그런 정당화 과정이 없었다면 그의 격정은 계속해서 억눌려 있을지도 몰랐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에서 한 가지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pp.287-288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한계를 짓는 것에 불과해" p.302

"오늘 밤 일기에 써야겠어."
"뭘?"
"불에 덴 아이가 불을 사랑한다고." p.305

"모든 추문의 근거는 부도덕함에 대한 확신이네." p.315

"아는 게 병이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불확실성이거든. 안개가 사물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잖아."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어."
"글레디스, 모든 길은 결국 똑같은 지점에서 끝나."
"똑같은 지점이 어딘데?"
"환멸" p.317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그 다음이 어떻게 되지? 그래- <제 영혼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p.330

청춘! 세상에 그만한 것이 어디 있겠나. 젊은이들이 무지하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요즘 내가 존중의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의견은 오로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의견일세. 그들이 나보다 앞서 가는 것 같은 느낌이야. 인생이 그들에게 가장 최신의 새로운 경이를 보여 주고 있는 거라고. 나이 든 사람들? 난 늘 그 사람들의 견해를 반박하지. 원칙을 갖고 그런다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보면 아마 그들은 엄숙한 목소리로 1820년대, 그러니까 사람들이 폭넓은 장식깃을 높이 세우던 시절, 사람들이 아무거나 다 믿으면서도 아는 것은 하나도 없던 시절의 생각을, 그것도 견해랍시고 줄줄이 늘어놓을 걸세.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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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 하여도 언젠간 잊고 말 것이다.
그러니 슬픔이 가시기 전에 목놓아 아파하고
기억이 다하기 전에 충분히 애도하고자 한다.
나와 같은 하늘을 살았던 

그들의 마지막 날숨을 기록하며
그날의 기억을 또 한 해 붙잡아본다. 

-20180416, 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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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서와 금서 사이에서





쟁의 전장에서 원치 않게 지적 보증을 서야하는 억울한 책들이 다. 보통 이 책들은 이념 진영의 성서(Bible)로 불리는 데, 그 유명세와는 달리 제대로 읽은 사람이 드물다. 대표적으로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공산당 선언』이 그렇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쓰고 밀턴 프리드먼이 나중에 출판 50주년 기념 서문을 덧붙인 이 책『노예의 길』또한 그에 못지않은 악명(惡名)을 가졌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을 넘어서 방대한 세계관과 심오한 의미로 좌우 사상적 영토를 담았다지만, 세간에 오르내리는 건 오직 그 이름뿐이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다투지 않지만, 좌파와 우파는 늘 다툰다. 좌뇌와 우뇌는 각자의 영역을 도맡아 하나의 육신을 협력하여 다스리지만, 보수와 진보는 하나의 국가에 화해할 수 없는 세계관을 주입하기 위해 사사건건 다툰다. 이데올로기란 흡사 종교와 비슷한 속성을 가졌다. 그래서 종종 철학의 양극단은 서로의 성경에 사기죄의 혐의를 덧씌우곤 한다. 서로가 서로의 확신범이다. 양분되는 이념의 지형에서 빈번히 전투가 벌어진다.



2. 저기, 읽고 싸웁니까?



민주사회에서는 총칼대신 말글로 싸운다. 언어의 격투장에서는 뼈대가 부실한 의견은 도태되고 굳건한 의견은 채택된다. 완력의 전쟁이 아닌 지성의 논쟁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보일 지적 성실성을 요구받는다. 제대로 된 독해와 경청하는 자세. 사실검증과 충분한 논증, 숙고와 소화과정을 통해 나만의 정제된 의견을 표출할 지적 노동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경쟁과정에서 의견들이 더욱 세련되고 단련될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이 고양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그 책을 믿는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정작 그 책을 읽지 않고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분명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는 동등히 보장되지만, 그 표현의 수준과 질이 동등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논쟁에는 승부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책의 명성, 저자의 권위로 상대방의 정당한 의견을 묵살하는 '논쟁의 불로소득'을 누리며 '성전'에 임한다. 책에는 잘못이 없다. 책의 그 이름값이 실추되는 것은 종이에 적힌 내용보다는 추종자들의 무지의 소산일 가능성이 크다. 명성에 호소하는 논증방식이 이념의 십자군을 낳는 게다.





3. 『노예의 길』의 노예가 된 사람들




하이에크는 이 책에서 무수한 철학적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자연력을 최대한 쉽게 끌어 내는 시장 메카니즘과 경쟁의 원리, 인간의 인지능력의 한계와 계획의 불가능성,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양립불가능성 계획경제의 전체주의로의 경로의존성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진보적 성향에 가까운 필자가 '불온도서'『노예의 길』 을 읽고난 단상은 하이에크의 위험하지만 탄탄한 논지가 아닌, 하이에크를 받아들이는 어떤 세태에 관한 의구심이었다.


사상의 독재를 경계했던 하이에크와 노예가 되지 말라고 쓴 『노예의 길』이 정작 수많은 이념의 노예를 낳았다는 것을 그는 알까? 그의 책 노예의 길이 정작 또 다른 차원의 노예를 자처하는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을 그는 알까? 정작 이념의 십자군들은 책의 가르침과 반대로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책의 복음을 전파하겠다며 앞장서는 이들이 외려 책을 펼쳐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니 정말 아이러니 한 일이다. 상대방의 책은 물론, 자신들의 책마저 제대로 읽지 않았다. 생산적인 논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끼리 도무지 말이 될 리가 없다. 이것이 지적 노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정말 그 책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지, 그런 말을 했다면 제 맥락에 맞게 말뜻을 전달한 건지 확인하고 변명할 기회를 누군가는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나는 이 말 한마디를 던지기 위해 오늘도 피곤한 독서를 자처한다. "이념적으로 가장 편협한 자들이야말로 실은 지적으로 가장 게으른 자들이다."


-2018.04.13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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