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살았는데, 
꼭 그것만을 위해 달려온 것 같은 
느낌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때마침 우연도 정렬되고 
기회도 당신을 닮습니다. 
이 모든 게 이력이 되는 순간을 상상합니다. 
오래 기다렸다고. 만나서 너무 반갑다고. 
두 팔 벌려 맞이하는 당신을 떠올립니다. 
누적된 우연은 운명이라 믿습니다. 
무언갈 준비하는 누군갈 기다리는 
당신의 초조를 응원합니다.

2018.09.02 @PrismMaker

덧붙이는 말 
: 누적된 우연은 운명이지만, 운명의 중첩은 사랑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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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있었다. 부산 특유의 막돼먹은 언덕은 노년의 관절과 근력을 기어코 주저 앉혔다. 하필이면 오늘은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다. 보자기로 꽁꽁 싸맨 노구의 여인은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세워놓고 어쩔 줄 몰라 주저앉는다. 비 오듯 흐르는 땀에 눈물이 섞인다. 서럽다.

 

_

 

이 때, 편의점에서 콜라를 들이키다 나온 남방계 청년이 이를 목격한다. 이 동네는 외노자가 많은 동네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 더듬더듬하는 한국어로 괜찮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손짓 발짓 몸짓 고갯짓으로 노인을 돕는다. 리어카를 지지하며 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내려보낸 후, 특유의 경상도 남자처럼 아무일 없다는 듯이 언덕을 다시 올라 제 갈 길을 간다.

 

_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먹고 살기 힘들어 만주로 연해주로 불법체류했던 조선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배우면서도, 파독광부와 시체닦이로 외화벌이에 나선 근성의 한국인 영화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노자는 왜 혐오를 당해야 하는 것일까. 그가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를 못해서 댓글을 주의 깊게 읽는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2018.7.20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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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앞 분향소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죽음이 익숙하지 않다.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과 죽음도 어울리지 않는다.
영혼의 한 귀퉁이가 고장난 느낌이다.
정치란게 뭐고 죽음이란게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왜 하필 정치를 전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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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7-26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프리즘메이커 2018-07-26 20:26   좋아요 1 | URL
슬픕니다... 착잡합니다...
 


몰입한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모든 것을 잊어야 몰입할 수 있다 말하지만,

거꾸로 모두에게 잊혀야 몰입할 수 있다.

몰입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그것 밖에 남지 않았을 때,

하는 수 없이 마지막 남은 그것의 바짓가랑이를

지독한 심심함으로 구질거리며 붙잡고야 마는 것.

사람들은 철저한 고독 속에서 무언가에 지겹도록 몰두한다.

잊혔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서.

호선, <몰입>



-20180712 @PrismMaker


※본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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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흥민은 50미터를 5.5초에 내달렸다. 마치 그의 질주는 뛰면서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망설임 없이 내달리다 하늘로 떠오르듯, 책임감으로부터의 해방과 그 후련함이 엿보이는 역주였다. 마지막 볼터치는 가벼웠고, 골망은 부드럽게 흔들렸다. 한국은 독일을 꺾었다. 전이었으면 나조차 믿지 않았을 문장을 반복한다. “한국은 독일을 꺾었다.”


한국은 처절하지도 않았고 불쌍하지도 않았으며 불가능은 없었다. 나는 그의 질주에서 도리어 기를 얻었다. 해볼 때 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끝까지 달려보자고 말이다. 월드컵 관심없다며 툴툴거렸는데... 한국 특유의 그 악바리 근성, 그걸 너무 오랜만에 두 눈으로 목격한 나머지, 눈물이 흘렀다. 가슴이 타올랐다. 뜀박질은 손선수가 했는데 정작 내 심장이 광광 뛰었다. 


2.


그의 질주에는 한국인을 감동케 할 근성과 투지가 보였다. 답답함을 일거에 해결하는 한국 특유의 화끈함. 게으른 민족이라 비난받던 한반도의 사람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빈대와 굶주림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대한민국.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쉬지않고 내달려 이제 선진국의 발끝까지 쫒아온 한국의 근성.


어느새 우리나라, 저렇게 내달려왔구나. 그리고 해냈구나. 


손흥민의 질주에서, 턱 근육이 얼얼할 정도로 꽉 깨문 그의 표정에서 내가 그런걸 느꼈다면 과한 몰입일까? 나는 계속 그의 앙다문 입이 떠오른다.


문 대통령께서 말했다. “그러나 과거에 실패해 왔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라고. 우리도 지레 겁먹지 말고 좀 자신감을 갖자고 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 도리어 용기를 얻었다. 가능성이 없는 이유는 도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조심스레 다시 믿어본다. 투지와 근성, 한동안은 개인주의자라기보다 '근성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자랑스럽게 살아야겠다. 고맙다. 우리 선수들!




- 2018.06.28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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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6-28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느낌 받으셨는데, 결론은 사뭇 다르십니다.
시스템과 구조는 받쳐주지 못하는데 개인에 의지해 악바리로 덤비는 모습이 무척 슬퍼 보였습니다. ㅠㅠ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축구해야 할지 슬펐습니다. ㅠㅠ

프리즘메이커 2018-06-28 21:02   좋아요 1 | URL
아마 같은 결론일겁니다 ㅋㅋ 저는 글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시스템과 구조의 독일을 악바리 한국이 이겼다는 ‘이변적인‘ 사태에 대한 감상입니다.
아마 축구를 지켜본 국민의 대부분이 북다이제스터님과 같은 생각일것입니다. 저도 그렇구요 ㅠㅠ

고양이라디오 2018-06-28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승부였습니다^^b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ㅎ

프리즘메이커 2018-06-28 23:16   좋아요 1 | URL
이번 축구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얻은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6-29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범근이 해 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고 맥주 CF에서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영표가 신통하더군요. 2:0이라더니 말입니다. ㅋ
설마했는데 그렇게 되는 거 보고 역시 이 사람 말은
믿을만하구나 싶었습니다.

나이드니까 축구 같이 피말리는 스포츠는 좀 안 보게되더군요.
그러다 제가 지레죽겠더군요.
좀 대등해서 펄펄 날아야 볼만도 할텐데
간신히 턱에 차서 하는 걸 보면 안쓰럽고, 마음 아프고 그렇더라구요.ㅠ

프리즘메이커 2018-06-29 16:34   좋아요 0 | URL
어제 일본 하는 거 보니까 명예로운 죽음이었습니다. 이제 시스템과 문화를 손볼 차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