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일 선물로 남편으로부터 받아낸 선물이랍니다. 재봉틀. 

이것도 기계인지라 겁나서 손도 못대고

구석에 포장도 안 뜯은 채 몇달을 방치하다가

결국 공방에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워보신 분들 모두 아실거예요.

이런 것 부터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을.

컵받침, 끈주머니, 파우치, 에코백.

입구를 다 박아버려서 뜯은 적도 많아요.







비매품이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유입니다.






스무명이 시작하여 끝까지 간건 다섯 사람.

이 다섯 사람의 글이 한권으로 묶였습니다

맨 끝에 롤러코스터라는 제목의 글이 hnine의 글인데 읽어보니 다른 네분 모두 저보다 더 잘 쓰셨고, 재미있더군요.





제 글 <롤러코스터>의 목차입니다.




이 모두 물론 책 읽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제가 워낙 용량이 부족하고, 책 읽는 것이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래서 제목을 저렇게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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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15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 👍 👍
책 안 읽고, 더 멋진 일들을??^^
저도 재봉틀 사고 싶은데 기계 다루는 걸 잘 못해서 저도 포장 뜯지 않고 방치할 것 같아요.
은근 어려워 보이던데..그래도 공방 다녀서라도 잘 배우셨네요^^
전 손으로 일일이 바느질 하다가 손가락 물집 잡혀서....바느질 때려치웠어요ㅋㅋㅋ
나인님도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만드는 거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언제 책을 내셨답니까?
이미 작가님이 되셨었군요^^

hnine 2023-01-16 18:15   좋아요 2 | URL
저도 기계치라서 내 손만 닿으면 고장난다는 두려움까지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기계 아닌 것이 몇이나 되나요. 제가 극복하는 수 밖에요 ^^ 그런데 공방 가서 배우니까 정말 초보도 잘 할 수 있게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책읽는나무님도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세요. 그런데 책 읽는 일은 한밤중에 해도 되지만 재봉은 드르르륵 소리때문에 남들 자는 시간에 하면 안되겠더군요.
저 책은 책이 목적이라기보다 자서전 같은 것을 써보고 싶다는 평소 제 생각에 마침 저런 기획이 있는 것을 보고 지원해서 나오게 되었어요. 제가 낸 책은 아니지요. 내 생을 돌아보는 일은 나 말고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게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답니다.

singri 2023-01-15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능력자님들~

hnine 2023-01-16 18:16   좋아요 1 | URL
능력은 없는데 하고 싶은 것은 많은, 능력 결핍자랍니다 ^^
그래도 결핍된 능력은 노력으로 채우자! 막 이러면서 덤비고 있네요 .

유부만두 2023-01-15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전 단추 달기도 엉망이라
그저 금손인 분들께 감탄 할 수 밖에요!!

hnine 2023-01-16 18:18   좋아요 1 | URL
어머, 저 금손 전혀 아니랍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런 것에 비해 손이 서툴고 덤벙거려요.
오히려 저희 집엔 남자들이 더 세세하고 꼼꼼한 손을 가졌어요.
위에 만들어놓은 것들도 지금 저보고 혼자 다시 만들어보라고 하면 못만들어요. 선생님이 하나하나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해서 나온 작품들이거든요,

stella.K 2023-01-16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군요. 저는 재봉은 잼병이지만 재봉틀로 뭔가를 드르륵 박아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들 보면 부럽고 멋져보이더군요.
저 어렸을 때도 엄마가 재봉틀에 앉아 있으면 그게 참 신비해 보였어요.
아시죠? 우리 엄마 땐 재봉틀도 혼수의 한 품목이었던 거. ㅋ

hnine 2023-01-16 18:31   좋아요 2 | URL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쨌거나 쓸데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안들어서 좋아요. 결과물이 눈앞에 나오니까요.
뚝딱 만들어낼 수준까지 꾸준히 배워야할텐데 그럴 수 있을지.
저희 엄마는 전혀 재봉틀 쓰시는 분이 아니었고, 저는 할머니께서 구닥다리 재봉틀로 늘 뭔가를 만드시던 기억이 나요. 그런 추억들이 다 있나봐요. 요즘 재봉틀은 점차 더 자동화되어가서 기능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답니다. 저야 물론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고 있지만요.

순오기 2023-03-13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재봉틀, 저도 이웃집에서 박는 것만 배워서 남편이 현수막 사업할 때 조금 도움은 됐습니다.ㅋㅋ
글쓰기가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은데~ 끝까지 남은 다섯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역사박물관 소유라니, 나인님 글 더 궁금하네요!!^^

hnine 2023-03-13 07:53   좋아요 0 | URL
뭘 쓰나 했었는데 일단 쓰기 시작하니까 페이지가 막 늘어나서 줄이고 줄이고를 반복했어요.
좋은 스타트가 되었고 이후로도 계속 자서전 형식의 글을 써보자고 결심했는데 벌써 흐지부지 되고있네요.
 

내가 내 적성과 무관하게 부러워하는 직업이 둘 있는데, 작가와 건축가이다.

모든 창작 활동을 추앙하지만 건축은 정말 인간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집대성되어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건축 관련 책
















Edge of Order (Hardcover)


Daniel Libeskind 라는 건축가에 대한 책이다.

방학이 되어 집어 온 아들이 짐가방 속에 들고 온 책 중 하나인데 음악을 좋아했던 건축가라며 엄마도 한번 읽어보라고 흘리듯 말했다. 


https://libeskind.com/



1946년 폴란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1959년 이스라엘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원하는 피아노를 사주기가 곤란했던 그의 부모는 대신 아코디언을 마련해주었고 그는 탁월한 연주 실력을 보이며 음악에 빠졌다.

음악에 대한 몰입은 drawing을 알게 되면서 방향 전환.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 다 그리고 싶어했고 실제로 그랬다.

뉴욕의 브롱크스 과학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다른 학생들이 화학 공식을 익히고 광선의 방정식을 공부할 때 그는 완벽한 원자 외각을 디자인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이 그를 희한하게 본 것은 당연하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건축을 할 수 없어도 건축을 하는 사람은 예술을 할 수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practical) 공부를 하기 원한 어머니의 권유가 작용,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를 거쳐 뉴욕 명문 쿠퍼 유니언 대학 건축학부에 들어간다. 이 대학은 비싼 등록금 대신 기부금으로 다닐 수 있는 학교여서 넉넉치 않던 가정 형편의 그가 아트 관련 공부를 하기에 적격이었다. 여기서 그는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eier),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같은 거장으로 부터 사사한다. 그가 보기에 이들 거장은 건축에서 건물에 대한 반란을 나타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었다. 


"건축은 멋진 연설"






책에사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둘러본 나의 느낌은,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아."

하는 것이었다. 곡선보다는 직선, 직선이 만들어내는 각, 경사진 모서리, 위로 솟은 뿔 형태가 도드라졌다.


그가 건물을 디자인할때 영감을 얻는 원천을 보면 다방면에 걸쳐 다양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모자 속에 코끼리가 들어가 있는 그림 --> 겉으로 보기엔 말이 안되는 모양이지만 서로 상관없는 두 가지 형태가 서로 뭉쳐 연결되어 있음. 독일 뒤셀도르프의 Ko-Bogen project (아래 사진)










미켈란젤로의 조각, Rondanini Pieta --> 이탈리아, 밀라노, City Life project






에밀리 디킨슨의 시,


To fill a gap

Insert the thing that caused it-

Block it up

With other - and 'twill yawn the more-

You cannot solder an Abyss

With air


틈을 채우려면 

그 틈을 만들어낸 것으로 끼워 넣어 막아라.

다른 것으로는 그 틈새를 막을 수 없으리. 

오히려 틈을 더 크게 만들어 놓을 것이니. 

그것은 공기 ( emptiness) 


의역하자면 뭐 이런 뜻.

이 싯구는 그가 미국 World Trade Center가 테러 폭격으로 무너지고 난 자리를 재건하는 프로젝트에서 인용하였다. 

It's a beautiful thought: use the emptiness, because nothing can eliminate it. That is exactly what I intended to do, while also giving New Yorkers a new public space. - Daniel Liebeskind



이 사람이 설계한 건축물, 또는 설계안이 우리 나라에도 있다.

-서울 현대 산업 개발 사옥 "탄젠트",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초고층 주상 복합, 

-서울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 "아키펠라고 21"

검색해보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여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으니 해석도 다양하고 논란 거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If a building doesn't come from an idea, if it's just a structure with some required functions, it's merely a building-and probably not a very good one. The architect's role is to bring something to the table that goes beyond addressing basic programmatic needs.

 -Daniel Liebesknd- 

그러면서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 (Vermeer)의 그림 "The Consert"를 예로 들어 회화와 건축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건축은 테이블 위에 실제로 내어 보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악보가 아니라 실제로 연주되어 소리를 내는 교향곡에 건축을 비교하기도 하였다.


문득 든 생각은, 건축 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자기의 생각 (idea)과 철학 (Philosophy)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다르게 하는 방법이고, 다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다른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아, 또 혼자서 멀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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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1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곳은 제가 사는 곳이 아니니 잘 모르겠는데 부산은 가까운 곳이라 해운대 아이파크는 좀 알겠어요^^
처음엔 말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얻는다니 그것도 뭔지 알 것 같네요?
아이파크 주상 복합도 찌를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쪽 랜드마크가 된 것 같아요.

hnine 2023-01-10 14:56   좋아요 1 | URL
저도 부산 아이파크만 직접 본적 있고 서울의 현대 사옥은 아직 못봤어요.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은 말 그대로 아직 마스터 플랜이고요.
유명한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도 실제로는 하자 보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비평의 소리가 많고 프라하에 있는 프랑크 게리의 춤추는 빌딩도, 서울에 있는 자하 하디드의 DDP도 그렇고 모두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들이지요.
기존의 건물의 구조와 양식을 뒤엎으면서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고 그러면서 랜드마크가 되니 논란의 과정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요?
 



비는 하늘에서 오지 않는다






비를 보고 있었다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뿌려지듯 내리는 비 줄기 

그 안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장면들



비 오는 운동장이다

우산 없이 혼자 

운동장 가로질러 걸어가는 

어린 여자 애

운동장 끝까지 가도록

혼자 걸어간다



비 오는 바닷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간

아빠 고향 바닷가

비 와도 좋아 

뛰다 걷다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



꽃향기 아닌 매콤한 냄새 대학 캠퍼스

집으로 가는 버스 모두 운행 중지라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 가는 스무살 대학생

마포대교 건너던 중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

다리 중간에서 대책 없지

그냥 맞으며 걷고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살 여자대학생



아이 손잡고 

동물원 가는 여자

동물원 가고 싶다는 아이 보여주고 싶어

한 시간 넘게 버스를 갈아타며 가고 있는 동물원

도착할 때 되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

낙심한 여자

아이 얼굴을 살피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폴짝거리는 아이



이 비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기에

나는 비가 오는 걸 보고 있었을 뿐인데

저 먼 기억들을 

자꾸만 자꾸만 데리고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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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나날이 감사하면서도 지루하다. 

'매일 다른 책을 읽는 한, 같은 책이라도 매일 다른 페이지를 읽고 있는 한 일상이 지루할순 없어.'

이렇게 생각했던 지난 날의 나를 건방지다거나 경솔하다고 탓하지 않겠다. 겪어보지 않고 하는 생각이 가지고 있는 오차였다고 이해해주자.

그냥 지루하다거나, 감사하다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든다는 것이 마치 내 자신이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같아 불편하게 하니 이게 더 불편한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가지고 말이야. 


이러던 중, 

"인생 자체가 그리 드라마틱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야."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패터슨>





제목은 들어서 익숙하지만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영화였는데 2022년 마지막 날 보게 되었다.

얼마전 올린 한 그림책 리뷰에 서재 친구께서 영화 패터슨이 생각난다고 하신 댓글 때문이었다.


우선, 제목 패터슨 (Patterson) 은 

1. 영화 주인공 남자의 이름이고

2. 영화 주인공 남자가 사는 동네 이름이기도 하며

3.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1883-1963) 의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감독 짐 자무쉬가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그의 고향 패터슨을 여행하다가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다. 

























영화는 미국 뉴저지 주 패터슨이라는 소도시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페터슨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 친구 (아내인지 여자친구인지), 그리고 불독 한마리와 한집에 살며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철제 도시락 통을 들고 출근하여 버스 운전을 하고 같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다.

자유로운 자기만의 소소한 예술 활동을 하며 자기 삶을 즐기는 여자 친구의 수다를 들으며 저녁을 먹는다. 

개를 산책시키고 가끔 동네 바에 들러 바텐더의 얘기를 듣기도 하고 자기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일상의 반복 반복 반복.

별 만족도 없지만 큰 불만도 없어보인다. 

그에게 자기만의 은밀한 즐거움이 있는데 틈틈이 시를 ㅆ는 일이다. 시간 장소를 정하지 않고 무언가 마음이 움직일때마다 그노트를 꺼내어 시를 적어내려간다.

그는 생각했을까?

매일 다른 시를 생각해내고 쓸 수 있는 한 나의 하루는 결코 똑같지 않다고. 결코 지루하거나 평범할 수 없다고.


패터슨 역의 남자 배우 아담 드리아버를 스칼렛 요한슨과 부부로 나온 <결혼 이야기>에서 본 적이 있다. 

아무것도 추측해낼수 없는 표정의 얼굴. 아무것도 드러내지 그것이 곧 그의 표정이랄까.



영화감독 짐 자무쉬는 말한다. 이 영화에서 심각한 어떤 메시지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냥 평온한 일상을 담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항상 드라마틱한 것은 아니니까.

그래, 인생의 대부분은 이렇게 평범하고 특별한 일 없이 채워진다. 그것이 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는 덧붙여 자기 영화에서 너무 상징이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퍽! 영화 속 한줄 대사, 한 장면 에서 조차 의미를 찾으려하던 나의 영화 보기 버릇을 떠올리고 한방 맞는 느낌.

모든 영화를 그런 식으로 보는게 아니었구나.


평범하고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을 다르게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 각자의 몫이다. 그것이 패터슨에게는 시를 쓰는 일이었고 패터슨의 여자 친구에게는 자기만의 창작 활동을 하는 일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같은 패턴의 커튼을 만들고 옷을 만들고 컵케잌을 만들고. 그렇게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을 다르게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매일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고, 다음날이면 굴러떨어진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일을 하면서 일생을 보내면서도 그에게는 매일이 같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오늘은 이렇게 해보고 다음날은 이렇게 해보고, 이런 길로 올려보고 저런 길로 올려보고. 도구를 써볼 생각도 해보고.

내가 나의 일상을 지루하게 생각하여 이후 인생 전반이 불만인 수준까지 가게 내버려 두기 전에 생각해볼 것이 있겠다.



묘하게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의미 찾지 말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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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1-04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덤 드라이버 나오는
<패터슨> 보고 싶네요.

감독이 제가 좋아하는
짐 자무쉬였네요.

hnine 2023-01-04 12:07   좋아요 2 | URL
짐 자무쉬 감독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이 영화가 아마도 첫 영화. 다른 영화도 추천 좀 해주세요.
애덤 드라이버는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봤는데 이런 무표정의 표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속 캐릭터 소화를 잘 해낸 것 같아요. 감독은 그냥 평범하게 봐 달라고 했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영화랄까요. 저는 오히려 더 자세히 보게 되는 걸 어쩔 수가 없더군요. 아마추어 화가 여자 친구가 온 집안의 무늬를 흑백 동그라미로 만들어놓는데 나중엔 컵케이크 무늬까지 같은 모양으로...ㅋㅋ 은근 웃음 나오는 대목도 많아요. 짐 자무쉬 감독이 실제로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라는 시인을 좋아했다는 것, 그 시인의 시집 제목이 패터슨이라는 것 등, 저는 아무래도 이 영화 그냥 스윽 보고 스쳐가게 될 영화 같지 않네요. 강추!
 


















지은이 킴벌리 앤드류 (Kimberly Andrews)

펴낸 때 2022

펴낸 곳 빨간콩



원제도 Puffin the Architect 이다.

펭귄처럼 생겼는데 부리가 펭귄과 다르다.

찾아보았더니 퍼핀이라는 새가 따로 있다.



Puffin

a bird with a large, brightly coloured beak that lives near the sea in northern parts of the world


(출처: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images/thumb/puffin_noun_002_29522.jpg?version=5.0.286)













작가의 첫번째 책이라는데 상을 많이 받았다.









이 책에 나오는 퍼핀의 직업은 건축가.

고객이 요구하는 집을 설계해주는 것이 이 퍼핀이 하는 일이다.

오리너구리, 수달, 개, 돼지, 거위, 무스, 기린 등 고객에 따라 원하는 집이 다 다르다.

퍼핀은 그때마다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 그들을 위한 완벽한 집을 짓는다.


그러던 어느날 아기 퍼핀들이 우리를 위한 집도 지어달라고 건축가인 엄마 퍼핀에게 요구를 하게 되고

건축가 엄마 퍼핀은 지금까지 고객들을 위해 지었던 집의 설계도를 아기 퍼핀들에게 모두 보여주지만 그 어떤 것도  

아기 퍼핀들은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리너구리도, 수달도 아니에요. 

개도 아니고 돼지도 아니고 거위도 아니고 무스도 아니죠. 

물론 기린도 아니에요.

우리는 퍼핀이잖아요.

우리를 위한 집을 만들 순 없어요?"






엄마 퍼핀은 생각한다.

퍼핀이 집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어떤 집이어야 하는지.


과연 엄마 건축가 퍼핀은 이번 고객 (아기 퍼핀들)을 위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그림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뚜렷해진다.

그림책의 기능이나 목적이 여럿이겠지만 이 책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교육"용으로 의도되었다는 것이다.

즉, 읽는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어떤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그에 맞는 스토리 구성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대사를 넣었다.

건축가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것도 목적이겠고, 건축가에게 의뢰를 하는 고객으로써 다양한 형태와 생활 방식을 가진 동물들을 내세움으로써 동물의 종류에 따라 형태와 사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알려주고 있다. 또한 생물에게 있어 집의 기능이 무엇이며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상을 여럿 받을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아니다. 

작가의 의도가 분명히 있고, 그 의도가 읽는 대상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하기 위하여 내용, 그림, 구성 등이 적절하게 기획, 구성되어 자연스럽게 그 연령층에 의도한대로 전달되게 하였기 때문이다. 



실제 이 그림책의 저자 킴벌리 앤드류는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이며 또한 작가인데, 자연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기도 했고 현재는 뉴질랜드 작은 컨테이너 집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환경보호활동과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작가의 다른 그림책도 가지고 있다.

이것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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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2-3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첫번째 책에 그런 스트라이크를...?!
대단하네요.
h님 어린이 책에 관심이 많으셨네요.
그 관심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겠죠? ㅋ
새해 복 많이 받아요.^^

hnine 2023-01-01 07:22   좋아요 1 | URL
아마 첫 책을 내기까지 노력을 많이 했겠지요. 한 우물이라기 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작가의 소양을 키워온 것 같아요. 지금도 작가 일만 하고 있지 않은 것을 봐도요. 눈에 띄는 책을 만나게 되면 그 책을 만든 작가의 이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마련이지요.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효과와 기능이 가면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뿐 아니라 그림책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이제 해가 바뀌어도 금방 나이 한살 올라가는 것이 아니어서 너무 좋아요 ^^ 마치영원히 그 나이에 머무를 사람처럼 말이죠. stella님 올해도 우리 읽고 쓰고 울고 웃고 좋아하고 슬퍼하고, 살아있는 모든 과정을 잘 받아들이며 살기로 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