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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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난 뒤 세상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가 제일 슬퍼할까 부터, 이 세상은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까지. 하지만 죽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남은 사람의 얘기일뿐.

제목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에서 죽은 사람은 엄마이다. 엄마는 죽어 누워있고 아버지와 다섯 남매가 엄마가 죽기 전에 묻어달라고 부탁한 장소로 엄마의 관을 마차에 싣고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중 <소리와 분노> 다음으로 많이 알려지고 읽혀진 작품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가 아닐까 한다. 소리와 분노보다는 그나마 덜 복잡하고 따라가기 어렵지 않아 보통 먼저 읽기를 권유받는 작품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도 만만치 않았다.

윌리엄 포크너는1897년 미국 남부의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그는 작품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그가 설정한 미국 남부의 한 가상의 장소를 무대로 하여 쓰고 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소설 습작을 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가 30대에 발표한 작품이다.

다양한 직업 경험과 미국 남부의 독특한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배경은 그로 하여금 실존문학작가로서 출발하게 하였을지 모르나 작품에 대한 투철한 작가의식은 그로 하여금 기존 문학 기법의 답습보다는 실험적 시도를 하게 하였고 이 작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에서 보여지듯 다양한 관점을 이용한 특이한 서술 구조, 화자의 의식과 심리 상태 묘사 방법 등은 그를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의 자리에 올려놓았고 이러한 독특한 문학세계는 그에게 전미 도서상, 퓰리처상,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다.

소설은 한 가족의 엄마 애디의 죽음을 출발점으로 한다. 애디는 집에서 40마일이나 떨어진 자기 고향에 묻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죽는다. 애디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애디를 묻기까지의 열흘 동안의 여정을 총 열다섯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자가 되어 서술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 다섯 화자 중에는 무능하고 답답한 남편 앤스가 있다. 40마일이나 걸려 가야하는 먼 곳에 묻어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려한다는 것이 오히려 의외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능하고 이기적이고 사태 파악과 대처 능력이 한참 부족한 가장이다. 엄마가 임종에 이를때부터 아무 말 없이 관을 만들기에만 전념하는 큰 아들 캐시는 그것만이 자기의 의무이자 책임인양 처음부터 끝까지 말없이 관 짜는 일에만 전념한다. 엄마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면서도 직시하기를 두려워하는 둘째 아들 달, 가장 극적인 인물 세째 아들 주얼은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게는 가족보다는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고명딸 듀이 델은 가족들 모르게 혼전 임신을 한 상태이며 아무도 모르게 아기를 지워버리려고 한다. 막내아들 바더만은 아직 어리기도 하고 엄마가 죽었다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물고기의 죽음과 혼동을 할 정도로 지능 수준이 낮다. 가족 외에도 화자에는 동네 목사, 약사 부부, 이들의 이웃 툴 부부등이 나와 애디의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보다는 그 이후 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관점을 각기 다른 관점으로 판이하게 다른 상황으로 그려지고 있음을 작가는 집중하여 보여주고 있다.

분위기는 대체로 암울하고 희망적이지 못하다. 가족 중 누구도 앞날이 밝아보이지 않는다. 제일 답답하고 변화가 기대되지 않는 인물 아버지 애디의 의외의 반전으로 맺는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이게 뭔가 하는 페이소스마저 안겨준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 인간의 죽음은 죽은 이 외 다른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한 것인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짐작하는 의미와 아무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허망함까지. 


작품의 명성에 비해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소개글을 보니 엄마의 죽음이라는 핵심 사건 외에는 복잡하게 사건이 얽혀있는 구성도 아닌 듯하여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난 후엔 가볍게 시작했던 것을 후회하며 더욱 이것 저것 참고 자료를 찾아 이 작품에 대한 다층적 해석에 대해 찾아보게 하였다. 지금까지도 많은 학자들에게 과제처럼 남겨져있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이 작품에 대해 책의 말미에 해설자는 다음과 같은 권유를 덧붙여 놓았다.

머리는 명석한데 삶에 대한 성찰과 느낌이 없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도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포크너를 권하고 싶다. 한 점으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존재가 확대되는 기쁜 체험이 있길 바란다. 

(작품 해설 309쪽)


머리는 그리 명석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상상력은 포기할 수 없는 내가 읽으며 버거웠던 이유가 있었나보다.

그래도 이제 <내가 죽어 누워있을때> 라는 제목이 더 이상 의문스럽지 않고, 제목이 왜 이미 죽은 엄마 <나>로 되어 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 죽어 누워있을때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것도. 단, 죽은 그 사람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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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6-2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9쪽의 해설을 읽으니 제가 꼭 읽어야 할 책 같네요.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이 책도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hnine 2022-06-21 14:32   좋아요 1 | URL
페크님,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이반일리치 본인의 관점에서 주로 쓰여있지요. 이 소설은 달라요. 어떻게 보면 죽은 사람은 쏙 빠지고 주변 인물들에 의해 서술이 이루어져요. 죽은 엄마가 화자가 되는 부분은 짧게 한번 나오긴 하지만요.
번역자의 해설 인용한 부분을 보면 소설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 같지요?
이 작품을 제가 제대로 다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할 것 같은 (특히 소리와 분노) 생각이 드는 것 보면 여기가 끝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연극으로 만들어져도 책 만큼 의미가 잘 전달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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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할때 인생은 긴 편인가? 짧은 편인가?

생존 기간에 대한 길고 짧음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사람마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생각은 바뀔 것이다. 그저 느낌이다. 그런데 단순한 기분으로서가 아니라 피부로 그 느낌이 피부로, 더 깊게 느껴지는 일이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몇페이지 넘기지 않아 만나는 저 소제목이 즉각 공감을 부르고나니 이어서 다음 문장이 나온다.


50세가 되면 인생이 정말로 짧아지기 시작한다 (22)


50세. 눈에 드러나지 않게 정신적 위기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나이. 


인생의 이 시기에는 우울증이라는 검은 구렁이가 가장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들마저 집어삼키려고 틈을 노린다. (34)


누가 알았을까. 출렁거리던 30,40대, 변화와 불안정의 터널을 지나 50대에 이르면 어느 정도 평정의 시기에 이르리라 생각했는데, 정신적 위기를 또 겪어야 한다니.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없다. 의학의 발전은 평균수명을 늘려놓았을뿐 젊음을 연장시켜놓지는 않았다. 유예된 노년, 아무 것도 할일 없이 노년의 시기를 쭉쭉 늘여놓았을 뿐이다. 인생은, 살 가치가 있는 시기로서의 인생은 짧구나 하는 생각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의 강인했던 성격도 무색하다. 

인정. 직접 경험해본 것은 인정이 빠르다. 그렇다면 인정하고서 우리가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인가.

저자는 노인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의학의 진전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은 나이듦이라는 현상을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잘 들여다보고 나이듦에 지배당하지 않고 끝까지 생을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삶의 철학이 요구되는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생의 마지막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39)


나이가 들었으면 포기하라든가, 즐거움을 탐하기 보다 명상과 연구에 몰두하라든가, 어차피 노년에는 욕망이 감퇴한다든가 하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만 하다면 습관의 가치를 생각해보라. 습관은 찬양해야한다. 규칙성은 운명의 존재론적 기반이요 생존의 조건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고 한다. 시시해보이는 일상이 우리를 끝까지 세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루틴은 역사 없는 존재들이 우발적으로 빚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로 세우는 뼈대이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휴식 중인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 잿빛 일상에서 확 떠오르려면 백색의 시간, 별일 없이 살아가는 중립의 지속이 필요하다. 허를 찌르는 순간은 거의 항상 자잘한 소음을 배경으로 삼는다. 단조로운 일상이 없으면 전격적인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 우리 일상의 선율은 일종의 통주저음이다. 그 통주저음을 배경 삼아 이따금 가슴 떨리는 아리아가 연주된다. (71)


그까짓거 사랑, 아무것도 아닌 사랑, 영원하지 않는 사랑, 변색되기 마련인 사랑이라고, 마치 사랑 따위에서는 초월한 듯 폄하하지 말아야겠다. 사랑 아니고 더 위대하고 영원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거기서 존재의 가치를 찾으려고 헤매지 말아야겠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삶과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우울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사랑은 어느 나이에나 우리를 각성키시고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기뻐하고 나 또한 살아 있음으로써 상대에게 매일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170)


이게 나인 걸 어쩌겠어

나이듦은 나태함과 패배주의가 아니라 이런 여유와 느긋함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다 가능하고 할 수 있다는 클리셰 대신 이 말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살아온 세월이 주는 훈장 같은 것이다. 남의 잣대가 아니라 나의 생각, 나의 판단. 적어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신감이다. 살아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 자기 역할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 방식대로 반응하는 것이다.


대상과 성격은 다르지만 읽으면서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을 떠올렸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 분명 지금보다 조금씩 더 노인에 가까워졌을 그 날들을 위해 오늘 나는 오늘의 루틴을 지속한다. 그 통주저음 속에 언젠가 한번 울릴 아리아를 꿈꾸며. 그때의 가슴떨림을 기다리며.

기존의 사고 방식을 붙들고 버티기 보다, 어제까지 하던 생각도 오늘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융통성, 개방성을 가지고 사고 방식의 업그레이드 작업은 노년에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충분히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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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6-0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인생이 길어지는 것이 노년이 늘어나는 거라 반갑지 않어요… 노안이 와서 글도 잘 못 읽고 신체 활동도 굼뜨고.. 저 같은 경우는 다리가 안 좋아 예전처럼 계단을 쉽게 내려가지 못하는 걸 봐서는.. 백세 시대니 인생이 길어졌느니 하는 게 호들갑으로 느껴집니다…

hnine 2022-06-10 06:06   좋아요 0 | URL
그나마 연장된 노년이 건강한 노년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 그렇질 못하고 불편한 몸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수명만 연장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본문에 연장된 노년을 마라톤 선수가 도착지점에 돌아왔는데도 퇴장못하고 아무 할 일없이 그곳에 있어야 상태에 비유를 했더라고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고 더 이상 역할도 주어지지 않고 그냥 거기 있어야 하는 상태요.
상황을 바꿀수 없으니 노년이 연장되어가면서 스스로 예전에는 필요없던 사고방식의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다리가 안좋아지셨군요. 치료는 받고 계신가요? 더 심해지지 않아야할텐데요.

서니데이 2022-06-1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라는 첫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시간은 늘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요.^^
더 빨라지면 곤란해, 요즘은 조금 더 빠릅니다.^^;
hnine님, 오늘은 비가 와서 조금 시원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hnine 2022-06-16 07:56   좋아요 1 | URL
비오면 금방 쌀쌀해지더라고요.
여기는 오늘 아침 하늘이 흐렸습니다.
 
자동차로 유럽여행 90일의 diary
류종승 지음 / 지식공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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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서재 붉은돼지님이 이미 오래전 책을 내신걸 뒤늦게 알았다

가족과 함께 90일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온 여행기이다. 기간은 2012426일 에서 724일 까지 90일간, 동반자는 아내와 다섯살 딸, 여행지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스위스 등 유럽 7개국, 현지에서 이동수단은 첫도착지인 파리에서 리스한 자동차, 숙박은 모바일홈, 호텔, 민박 중 현지 상황에 맞게 선택, 식사는 대체로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거나 현지 음식 이용. 여행 성격을 요약하자면 그렇다.


저자의 프롤로그 첫문장처럼 누구나 여행을 동경하고 꿈꾼다.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섯살 어린딸을 동반하여 90일간 여행을 시도했다는 것만해도 보통사람이면 엄두를 못냈을 일이다.


객관적인 설명과 주관적인 소감의 적절한 분배와 조화는 여행기를 작성하는데 있어 중요하고 또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객관적 설명이 허술하거나 부족하면 한낱 감상문에 그칠 염려가 있고, 객관적인 설명이 지나치다보면 개성이 떨어지는 글,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이 될 염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역사, 건축, 미술에 대한 관심과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설명이 적절한 양과 적절한 수준으로 잘 삽입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족 여행이라는 특수성에 맞는 구체적이고 사사로운 내용과 소감, 에피소드들은 지루함 없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리게 하는 묘수였다.

방문지에 따라 그곳과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금방 연상하여 가볍게 그 사연을 풀어놓는 대목들이 좋았고, 삽입된 사진들도 어찌나 좋던지. 관련된 내용과 사진이 책의 한 바닥에 배치되어 있고 사진 위에 지명이 바로 표기되어 있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편하게 읽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90일동안 주행거리 11,000 km. 유럽은 역시 하나로 묶여있다는 느낌이 든다.


2007년이었던가 당시 나는 빠지고 일곱살 아들을 남편과 함께 여행보낸 경험을 갖고 있다. 비용문제도 있고, 하고 있던 일을 장기간 놓을 수 없다는 지금 생각하면 불필요한 알량한 책임감으로 나는 빠졌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조금 후회되기도 한다. 나도 함께 할걸.

여행 자체는 고생이다. 친숙한 것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경험, 낯설고 불편하고 불안함의 연속이니까. 하지만 흔들리는 혼합물을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가라앉는 것이 있듯이 당시는 모를 결정체는 나중에 비로소 발견되는 법이다.

인생 자체가 거대한 회전목마를 타고 도는 것일지 모른다는 마지막 구절도 공감한다.

책 제목을 좀 더 눈에 띄게 했더라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여 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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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08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 님의 여행기라니. 나인 님 덕에 지금 알게 됐네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hnine 2022-06-08 15:23   좋아요 1 | URL
재미있게, 후딱 읽었습니다.
군더더기없이, 그러면서 재미있게 잘 쓰셨더라고요.

붉은돼지 2022-06-08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렇게 따뜻하고 친절하신 서평을 써주시다니 정말 너무 감사해용 ㅎㅎㅎ
오랜만에 책을 뒤적여 보니 십년 전 오늘, 저는 저 멀리 브루넬레스키의 두오모가 보이는
피렌체의 한 캠핑장에 있었는데요...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제가 정말 여행을 다녀오기는 했는지 문득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부모 욕심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생고생만 한 다섯 살 딸은 거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거금 들여 이런 여행기를 자비 출판한 이유 중에는 우리가 오래전에 이런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딸에게 상기시켜 주고 싶은 그런 마음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내와 저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죠

hnine 2022-06-08 22:36   좋아요 1 | URL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10년 전이면 오래전 같기도 하고 그리 오래전이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더라고요. 또 가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아이스크림과 놀이터 좋아하는 혜림양, 김치까지 직접 담그시며 난처한 일 해결사 역할 잘 해내시던 아내분, 봐야할 곳은 긴 줄 서서 혼자라도 보고 오시는 붉은돼지님 ^^
여행도, 여행기를 내신 것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리스펙!

책읽는나무 2022-06-0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붉은돼지님의 여행기 책이라뇨??
우와.....깜짝 놀랐습니다.
자랑 좀 하시지??
저도 읽어 봐야겠군요^^

hnine 2022-06-08 22:3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최근에 붉은돼지님 1일출판에 대한 포스팅 읽다가 알게 되었네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큼직큼직한 글자로 페이지 채워진 그런 책 아님에도 재미있어서 금방 읽는답니다.

stella.K 2022-06-0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코로나 전에 영국 여행 혼자 다녀오시지 않았나요? ㅎ 혼자 가는 여행이 진짜 여행할 줄 아는 거죠. 저는 언감생심입니다.ㅠ
지난 달 초에 언니와 조카가 부추겨 속초 다녀왔는데 고맙더군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마도 붉은돼지님 딸램도 아빠와 함께한 여행 잊지못할 것같아요^^

hnine 2022-06-09 12:28   좋아요 1 | URL
기억력 좋으시네요. 2018년에 갔었죠. 혼자 가는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는 것과 많이 다르더라는 것도 맞고요. 붉은돼지님 가족이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셨겠듯이 이 또한 용기와 결단력이 좀 더 필요할뿐 닥치면 누구나 다 할 것 같아요.
예전엔 식구 (함께 밥을 먹는)라는 말로 가족을 정의할수 있었다면 요즘은 함께 보내는 시간, 추억, 이런 것이 가족이라는 연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돈주고 살수 없는 것이고 단숨에 갖출수 없는 것이지요. 속초 어떠셨어요? 앞으로도 자주 기회를 만들며 살아야겠어요. 갈수록 행동반경이 좁아지니 일부러 길을 나서지 않으면 사고 범위도 자꾸 좁아질까 걱정이 드네요.

프레이야 2022-06-0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종승 님이 붉은돼지 님이군요. 품절로 나오네요 ㅠ 인생은 커다란 회전목마라고 하니 데몰리션 한 장면이 떠올라요. 그 장면 너무 좋았거든요. 책 멋질 것 같아요 내용. 여행기 책으로 남아서 온가족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좋아 보입니다.

hnine 2022-06-09 15:32   좋아요 1 | URL
책 속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을텐데 적절하게 풀고 마무리하고를 잘 하셨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행만큼 영원한 글쓰기 거리,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건강할때 여행 많이 다녀야겠다고 또 결심했습니다 ^^
(품절되어 저도 겨우 중고책으로 구입해서 읽었어요)

페크pek0501 2022-06-1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처음 아는 소식이네요. 붉은돼지 님의 여행기... 좀 더 알려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품절이라...
여행 작가 님이라 생각하니 멋있네요!!!

hnine 2022-06-15 05:02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여행기에는 저도 관심이 있고 해서 구입해서 읽어보았네요.
 
인생을 낭비한 죄 -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그대에게
박원자 지음 / 김영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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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불교 관련 저술 활동을 해오던 저자가 덕망있는 스님들을 찾아가 그분들의 수행하는 삶에 대해 인터뷰한 기록 모음집이다.

2012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2020년에 5쇄를 찍었다. 

2,30대엔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지 '어떻게', '왜'는 그 다음 문제였다. 나이를 더 먹어가고 '무엇'에 대한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지고 나자 이제는 근본적인 물음이 끊이질 않는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답이 없는 물음을 일부러 하는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꾸 스며나오게 된다. 50대에 이르러 이렇게 질문이 더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질줄 몰랐다.

수행하는 스님들의 말에서 어떤 답을 컨닝한다기 보다는 그들의 수행하는 자세, 태도를 읽고 싶어 읽은 책이다.

"인생에는 정해진 법이 없다"

이 책에서도 역시 이런 결론. 정해진 법이 없다는 것은 되는대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정하며 살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실패만 하는 인생도, 성공만 하는 인생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인생의 모든 시간들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 누가 감히 낭비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생각했는데, 아닌가? 무엇이 낭비일까.

봉은사 혜국스님의 말씀은 간단했다.

오늘 하루 할 일을 못 하고 사는 사람은 인생을 낭비하고 사는 것입니다. (25쪽)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에 빠져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내면 그것이 인생의 낭비이다. 뭘 모르고 그냥 살아낸 시간들이 낭비가 아니고, 깨우침 없이 머슴처럼 살아온 세월들이 낭비가 아니다. 

수덕사 숭산스님을 옆에서 지켜본 한 비구니 스님은 본인의 삶을 돌아보니 너무 많이 자고 너무 많이 먹었다고 했다. (45쪽)

영평사 환성 스님의 일갈이 제일 맘에 와닿는다. 이 역시 간단하다.

삶, 몰입해서 최선을 다할뿐.(265쪽)

오늘 할 일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는 삶.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해도 될까.

복잡한 삶이 이렇게 한 마디로 간단하게 요약되어도 되는 것일까.

복잡하면 복잡한대로, 간단하면 간단한대로.

인생에는 답이 없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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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런던 아이코닉 런던 - 도시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런던의 오늘
성종민.김규봉 지음 / 이담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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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도시 런던.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는 기존의 런던 여행, 관광책과 차별화 시키려던 것이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여행, 관광 관련 책인 것은 부인할수 없다. 하지만 읽어보니 기존의 책들과 다른 것도 확실했다. 런던을 여행하게 되면 둘러보와야할 장소 안내, 그곳의 역사적 배경 정도를 설명하는 관광 여행책들의 관점이 주로 런던의 과거에 집중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면 이 책은 제목처럼 런던의 현재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여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관의 반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쓰여진 책인 듯 하다. 이제 런던에 가면 영국의 과거와 연관지어 보는 대신 런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보는 색다른 시각을 갖추게 하는 계기를 이 책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책과 차이가 있어 읽어볼만 했고, 앞으로 런던에 또 갈 기회가 생기면 참고서로 다시 들춰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성종민이라는 저자 자신이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분이었다. 소개글에 의하면 수십년 전 서울에서 살사 댄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이력이 있고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려 잘 나가다가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는 일을 겪는다. 낙심과 절망 끝에 어느 날 홀린 듯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런던대에서 문화예술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고 10년 째 빨간바지라는 이름의 런던 여행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직접 투어 가이드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정책이라는 전공 분야에서 온 전문성을 살려 오래 묵지 않은 생생한 정보와 현장성을 책 속에서 유감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내가 최근 런던에 다녀온 것이 2018년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던 정보들이 들어있어 이 책의 출판 년도를 보니 2022년 2월이다. 그 정도면 최신 정보를 담고 있을 수 밖에.

런던을 패딩턴, 킹스 크로스, 시티 오브 런던, 카나리 워프, 서더크, 그 외 지역, 이렇게 여섯 개의 큰 지역으로 구분하였고 그 밑에 place 1부터 place 30 까지, 서른 개의 구체적인 장소를 뽑아 설명하였다. 

이 책의 키워드를 뽑자면 건축, 도시계획, 도시 재생이라고 하겠는데. 이 세가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수 있었고 이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도시 재생에 반영되고 있는지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최근 런던 도시 재생에 가장 중심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건축가로 든 사람은, 이름이 익숙한 노만 포스터, 렌조 피아노, 리차드 로저스도 아닌, 토마스 헤더윅 (Thomas Headerwick,1970~  ) 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건축가이면서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토마스 헤더윅의 작품으로는 런던 이층 버스 (모서리가 둥글게 유선형의 뒷모습으로 새로 디자인된),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런던에서 지금 가장 힙한 지역으로 부상한 패딩턴 베이슨에 있는 팔각형으로 접히는 다리 (Rolling Bridge) 등, 그의 행보로 봐서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석탄 창고에서 복합문화상업공간으로 탄생한 콜드롭야드 (Cold Drop Yard)의 쇼핑몰 2층에는 삼성 킹스 크로스 플래그십이 있다고 하는데 들은 적도 본적도 없어 이상하다 했더니 2019년 9월에 오픈했다고 한다. 

옛것을 좋아하는 지키고 싶어하는 영국 사람들에게 미래 지향적, 도시 재생 사업이라는 말이 어쩐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싶었는데,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은 듯 하다. 예를 들어 런던 금융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에 위치한 세인트 폴 대성당은 런던을 대표하는 성공회 대성당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돔 성당이고 오랜시간 서민들과 호흡을 함께 해온 상징적인 건물인데, 세인트 폴 조망권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새 건물을 지을때 세인트 폴 대성당만큼은 보이게 지어야 한다는 건축 법안이다. 이로 인하여 1963년까지 런던에는 변변한 고층 빌딩 하나 없었다가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시장이 제한 조건을 많이 완화시키면서 몇몇 빌딩이 예외 승인을 받아 지어짐으로써 스카이라인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와 같은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국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건물들이 기술적으로 하이테크 건축을 지향하고 있고 혁신적인 외관을 가짐에 따라 건물의 본명대신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건물들이 많다. 거킨, 위키토키 빌딩, 치즈 그레이터 등은 모두 건물을 일컫는 별명들이다.

도시재생은 특이점이 있어야 한다.

도시 재생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도시 재생은 예술성을 갖춰야 한다.

저자가 후기에 덧붙인 내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 재생 사업이 화두가 되어 있고, 최근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상황과 현실이 같지는 않지만 런던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의 경우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덧붙여, 책 속 내용과 연관된 음악이나 동영상을 읽는 사람이 바로 그 자리에서 듣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QR코드를 삽입해놓은 아이디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신하고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음악뿐 아니라 내용에 있는 장소를 책을 읽으면서 바로 동영상으로 직접 볼수도 있고 저자의 음성으로 직접 설명을 들을 수도 있으니 현장감을 한층 높여준다.

아쉬운 점도 덧붙이자면, 2022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믿기 어려운 표지 디자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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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표지는 1980년대 어디쯤 있는듯한 느낌이네요. ㅎㅎ 도시재생에 대한 관점이 맘에 드네요.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나라 곳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도시 재생 사업이란 것들도 지차체의 일회적인 보여주기식이 아니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모두 좋은 선택이었으면 해요. 이런 책들 좀 많이 보고 말이죠. ^^

hnine 2022-06-01 08: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표지만 보고 골랐다면 안 읽었을수도 있을 정도라고 할까요.
그런데 내용은 꽤 읽을만 했어요.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도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도 예전에 쓰이다가 안쓰이는 건물이나 장소 (연초장, 철도역, 정미소 등등) 를 완전히 허물기 보다는 옛날 용도를 살리고 예술성을 더해 재건축해서 이용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그 마을 자체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구심점역할을 하게 하는 노력이 눈에 많이 띄지요.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었는데 나중에 따로 구입해서 봐야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