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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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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계몽사상 중에서)
중국에서는 왜 데카르트나 뉴턴과 같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 중국인들에게는 추상적으로 체계화된 법칙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다. 이것은 진 왕조 시기에 봉건제가 군현 제도로 전환될 당시, 엄격한 통치 법률을 제정한 법가 사상가들이 중국 지식인들에게 안겨준 비참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의 엄격한 법치 주의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반사회적이어서 개인의 욕망보다 국가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법률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중국 학자들의 우주에서 자연을 창조한 이성적인 존재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꼼꼼하게 기술한 대상들은 보편 원리를 따르지 않으며, 우주적 질서내의 존재자들이 따르는 특별한 규정 안에서 움직인다. 말하자면, 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 즉 일반 법칙이라는 개념이 꼭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탐색하려는 시도 또한 거의 없었다.-76쪽

(3장.계몽사상 중에서)
진화의 오메가 포인트, 즉 인류와 외계 생명 형태가 수렴하여 완전한 통일성과 완전한 지식을 이루는 마지막 시점.-78쪽

(5장.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중에서)
미로는 미지의 물질세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미로의 기원, 즉 선사 시대의 크레타 섬과 아티카 간의 충돌은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인류의 모습에 대한 신화적인 이미지다. 그렇다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문 분과들간의 통섭적 가로지르기를 상징한다. 그리고 테세우스는 인류이며 미노타우로스는 우리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비합리성이다. 겨험 지식의 미로 입구에는 물리학이 한 통로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에는 모든 탐구자들이 따라가야만 하는 몇몇 통로들이 갈라져 있다. 깊은 안쪽에는 사화과학, 인문학, 예술 그리고 종교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만일 인과적 설명들을 이어 주는 실타래가 잘 풀려져 있다면 어떤 통로에서든 되돌아올 수 있다. (...) 하지만 우리는 미로를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복병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곧 발견한게 된다. 예를 들어, 경험 지식의 미로는 입구는 있지만 중심은 없으며 미로 내부의 깊숙한 곳에는 막다른 골목들이 수없이 많다.-134쪽

(11장.윤리와 종교 중에서)
제대로 보면 신은 과학을 포섭하지만 과학은 신을 포섭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서 그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운다. 그들은 객관적 지식의 범위를 가능한 한 확장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어떤 가설은 받아들이고 다른 가설들은 기가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식은 단지 실재의 일부분만을 다룰 수 있을 뿐이다. 특히 과학적 연구는 놀랄 만큼 다양한 인간의 정신적 경험 전체를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이라는 관념은 모든 것, 즉 단지 측정 가능한 현상뿐 아니라 개인이 느끼고 잠재의식적으로 감각하는 현상들까지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다. 여기에는 영적인 통로를 통해서만 소통될 수 있는 계시 현상도 포함된다. 왜 모든 정신 경험이 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을 통해 눈에 보여야만 하는가? 과학과는 달리, 신의 관념은 우리가 탐색할 수 있는 물질세계 이상의 것에 관계된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물질세계 바깥에 놓여 있는 것으로 향하도록 한다. 신앙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신비에 다다르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418쪽

(11장.윤리와 종교 중에서)
신의 물리적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신이 과학자에게 부여한 능력 덕분이다. 과학이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나는 종교가 인류의 정신에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있고 종교적 확신이 대체로 유익하다는 점을 거리낌 없이 인정하면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종교는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번뇌들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의 자양분이다. 사람들은 종교가 제공하는 확실성을 갈망한다. 신이 모든 인간의 삶-심지어 노에의 삶마저도- 의 성스러움을 증언하면서 인간의 육체를 입고 이 땅에 왔다가 모든 이에게 영생을 약속하며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기독교 교리보다 정서적으로 더 강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421쪽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교양과목의 미래는 당황함이나 두려움 없이 인간 존재의 근본 물음들을 묻는 데 있다. 그런 물음들을 위에서 아래로 끌어 내려 더 쉬운 언어로 다루어야 한다.-464쪽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우리는 아직 의지적인 진화의 시기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그러한 전망에 관해 생각해 볼 만큼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 있다. 정말 자유로운 최초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를 만들어 낸 자연선택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자유 의지 바깥에는 유전적 숙명도, 우리의 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별도 없다. (...) 진화는 이제부터 도덕적, 정치적 결정으로 조절되는 과학 기술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곧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제 메피스토텔레스의 진짜 음성을 듣게 되리라.-475쪽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에서)
현재 진행되는 생물 다양성의 손실은 6500만 년 전 중생대 말 이래로 최대 규모이다. 최근에 과학적으로 합의된 바에 따르면, 하나 이상의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고 그때 생긴 먼지가 대기를 혼탁하게 만들어서 지구 기후를 상당 부분 변화시키고 공룡을 멸종시켰다. 그리하여 진화의 다음 단계인 신생대 또는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현재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발작적인 멸종 행위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에는 신생대의 종말을 볼것이며, 새로운 생명 형성이 아니라 생물학적 고갈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고독의 시대, 즉 "공생대 (空生帶)"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5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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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2-2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분야의 개척자라는 명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생물학 박사이면서 이러한 책을 쓸 수 있는 바탕을 갖출 수 있었던 튼튼한 배경이 있었던 것. 얼마나 많은 책과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었을지, 상상도 안 된다.
 
아름다운 날들
성석제 지음 / 강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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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소설보다 한국 소설로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읽기 부담없는 이유도 있고, 모르던 우리 말의 쓰임새나 표현 등을 눈여겨 보고 싶은 이유도 있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또 최근의 <소풍>에 이르기까지, 제목이 하도 귀에 익어 읽지 않았음에도 마치 읽은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의 작가 성석제. 정작 그의 소설 읽기의 시작으로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잘 한 일이었을까.

산골의 부유한 대가족 집안의 손자 장 원두는 학교가는 일 외의 시간은 염소 사십마리를 몰고 풀을 뜯게 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모범적인 소년. 그닥 사교적이 아니라서 여러명의 무리보다는 일대일로, 공개적이라기 보다는 비공개적으로 마을의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 나가는 가운데 일어나는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성장 소설이라고도 할수 있겠는데, 성장의 통과 의례격이라고 볼수 있는 뚜렷한 사건이랄 것이 없다. 또,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좀 더 뚜렷하고 개성있게 묘사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다 비슷한 인물들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저 하나의 이야기 거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등장하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아이에서 소년으로 변환기에 있는 주인공, 약간 덜 떨어지고 소외되어 있는 또래 친구, 엄격한 할아버지, 동경의 대상이 되는 마을 청년, 호감을 가지게 하는 친구의 누나 등. 어느 소설에나 (또는 드라마에나) 등장할수 있는 인물의 구도라는 생각이.

딱 떨어지는 유머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특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것도 아닌, 내게는 그냥 한번 읽어볼만한 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이전에 읽은 심 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꼭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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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2-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그런 목적으로 읽기에 좋은 소설, 제게 추천 좀 해주세요~ ^ ^
 
내 나이가 어때서? - 65세 안나 할머니의 국토 종단기, 2009년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
황안나 지음 / 샨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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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께 사드릴만한 책을 고르다가 눈에 띄어 먼저 읽게 되었다. 저자가 마침 어머니와 연세도 비슷하신데다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계시기에.

내가 네 나이때에는 하시며 늘상 어머니로부터 듣던 말씀보다 몇 배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저자의 23일의 여행길은 2,30대의 여행과 떠난 목적부터 달랐다. 모르던 곳을 새로 발견하기 위함도 아니었고, 잠시동안의 호젓한 자유를 누리기 위함도 아니었다. 한발작, 한발작 땅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며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에 찾아들어왔는지.지난 세월 자신에게 가해진 시련과 가난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혼자 걷다 울고 걷다 울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모든 여자의 꿈은 혼자 길 떠나는 것이라고 프롤로그에서 말하고 있다. 해남부터 통일전망대까지로 여정을 잡고, 해남에서 큰 아들 내외와 헤어지고 든 생각이 '이제 정말 혼자다'. 살면서 이제 정말 혼자다라는 생각을 우리는 몇번이나 해보게 될까. 길을 떠날 때 남편이 만류할까봐 혼자가 아닌 다른 일행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나중에 혼자 떠난 것임을 안 남편이 내가 당신에게 뭘 잘못했어 라고 하며 우시더란다.

마치 내 어머니가 해주시는 얘기를 듣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책을 들기 시작하고 금방 다 읽었다. 국토 종단이니, 23일 동안의 도보 여행이니 하는데에 촛점을 둘것이 아니라, 이 나이 먹기까지 당당히 살아왔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할머님의 구수하고 애절한 살아오신 얘기를 듣는다는 생각으로 읽다 보면 아마도 웃다가도 뭉클하고, 그 힘든 시절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얘기할 수 있고, 그럼에도 자신의 생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할머니가 존경스러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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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누슈 코르착 지음, 노영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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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 있을 때

그 숟가락을 빼앗아 버린다면,

단지 물건 하나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던

손의 일부분을 빼앗는 것입니다.

야누슈 코르착이 그의 본명은 아니다. 헨리크 골드슈미트가 본명인 그의 직함은 의사, 작가, 교육자, 철학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열한살 되던 해 아버지가 정신 질환을 일으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 빈민 거주 지역으로 이사하여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야누슈 코르착은 그가 사용한 필명.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사가 되었으며, 문학과 의학 두 분야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책은 야누슈 코르착의 저서 <어린이를 사랑하는 법>과 <어린이 존중> 에서 일부를 샌드러 조지프가 발췌하여 그에 대한 소개와 곁들여 엮은 책이다. 장황한 설명대신, 짧은 산문시 형식으로 우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은 정직합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을 때도 아이는 대답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얘기할 수 없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다.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어른들이, 더 순수하고 거짓없는 아이들에게 화내고 야단치고 억압을 가한다. 그들은 아직 힘이 없고 스스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른들로부터 쏟아지는 그 모든 것을 아무 방어도 못한채 받아들인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그 여린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 무슨 권리로?

세상에는 끔찍한 일이 많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부모나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대신 겁내는 것입니다.

나치가 그가 거주하던 바르샤바 유대인 거주 지역을 소탕할때, 돌보던 아이들을 저버릴수 없었던 그는 수백명의 유대인 고아들과 함께 가스실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 타고 마지막까지 그들과 함께 했다, 죽음의 순간까지.

이럴 수가. 갑자기 목이 콱 메여 왔다. 아무 잘못 없는 어린 아이들이 가스실로 들여보내지는 광경때문이기도 하고, 그들을 저버리지 못하고 함께 죽음을 택한 야누슈 코르착의 정신때문에 말을 잃는다.

한 아이가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예를 들어 창문 유리를 깨뜨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아이는 이미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이때 아이를 나무라면, 설사 그 이유가 타당할지라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는 대신 반항하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화를 내게 됩니다.

사실 아이가 죄책감을 느낄 때, 그 때는 바로 어른들이 따뜻함을 보여 주어야 할 때입니다.

사실 깨진 유리는 아이들 편에서 보면 실패한 시도일 뿐입니다.

비록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때 깨진 유리뿐 아니라 실패해 삐치고 화가 난 그 마음까지 받아들여야 합니다.

실패해 삐치고 화가난 그 마음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과연 타고 나는 것일까.

이 작은 책 한 권이 나를 감동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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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내 운명 - 번역이 좋아 번역가로 살아가는 6人6色
이종인 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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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의 일에 대해 관심이 갈 때 제일 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그 일을 현재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그 일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이리라. 번역에 관한 책들을 검색해보니 번역에 관한 기술적인 내용을 담은 책들은 꽤 나와 있었으나, 번역가라는 직업에 관해 번역가들이 이렇게 직접 설명한 책은 많지 않았다. 최 정화님의 책 중에 그런 자전적 내용의 책이 있었고, 그 외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책은 현재 활발하게 번역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섯 명의 번역가들의 얘기로 묶어진 책으로 2006년에 나왔으니 비교적 최근의 번역계 상황을 엿볼 수도 있었다. 여섯 명의 저자들은 다 달라도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이들 모두 어쩌다 보니 번역을 하게 되었다기 보다, 번역이라는 일 자체를 모두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에서의 지명도가 어떻든, 보수의 낮고 높음을 떠나, 언어의 세계를 탐구하고 파헤쳐가는 이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는 점이다. "너, 번역해서 먹고 살수 있어?"라고 친구들이 물어올 때면 서슴없이 "먹고 살수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강 주헌). 힘들다, 번역료가 낮다 하면서도,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거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이라고 한다 (권 남희). 또한 쉽게 심판대에 오르는 오역의 위험에 대해, 송 병선은 오역을 걱정하는 번역가는 절대로 번역을 할 수 없다며 오역을 두려워 말라고 격려한다. 번역은 가장 세밀한 독서 방법이라니,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 또 글이 주는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픈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눈 돌려 볼 만하지 않은가. 물론, 그것이 시발점이 될 지 언정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내일 죽을 것처럼 기도하고, 백 년 살 것처럼 공부하라는 말이 책 중에도 나온다. 하루에 8-9시간을 한가지 일에 매달릴 수 있는 끈기와 노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모습이리라. 이제는 더 이상 번역이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겨 적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할지라도 번역이라는 작업은 단시간에 이룰 수 없는 거대한 탑을 꾸준히 쌓아 이루어지는 독특하고 치밀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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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역,,그거 증말 무서울꺼 같아요,,,
아,,님이 하고 싶은 일이..무엇인지.알구가요~~~ 저 눈치 빠르지여???

hnine 2007-02-0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계도 한번 망가뜨려봐야 사용법을 잘 깨우친다는 말과 통하는 것 같아요. 뭐든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일의 진도가 느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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