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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 이경자의 딸에게 쓰는 편지
이경자 지음 / 향연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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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여년 전, 책으로도 히트였고,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더욱 유명해졌던 작품이 저자의 <절반의 실패>라는 소설이었다. 20년 후, 이제는 다 자란 그녀의 딸 둘을 포함하여 나아가서 이 땅의 모든 여자들을 향하여 저자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는 제목의 책을 내었다.

28년 결혼 생활을 이혼으로 마무리한지 3년. 그제서야 이혼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혼하고 나서야 결혼을, 그리고 남자를 더 잘 알게 되었단다. 이제 그녀는 한 고비 넘긴 사람의 목소리로 조용하게, 하지만 힘있게 말한다. 사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그러면서도 인생에 대해서 섣불리 판단하고 단정짓지 말라고.
절반의 실패라는 소설이 뭔가 고발하고 폭발하고 마는 인화성 스토리였다면 이 책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에서는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고 , 그러기 위해서 우선 자신을 잘 가라앉히라고 충고하고 있다. 신혼의 갈등을 몸살로 비유하며,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하다고, 네 안에 시어머니가 있다는 말, 모성애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묻고 있다. 심한 결핍은 병적인 집착을 낳는다는 것을, 그래서 첫 아이를 낳고 자식에게 나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이제는 그것을 알겠다고 고백한다.

끓을 때 익지 않는다 : 음식은 가장 높은 열에서 끓지만 끓을 때 익지 않는다. 끓고 나서 약한 불로 뜸을 들일 때 익는다. 과일은 한여름 무더위에 몸통을 키우지만 맛을 내지는 못한다. 대기에 수분이 줄어들고 땅이 입을 다물어 물을 삼키지 않는 건조한 가을볕에 빛깔이 짙어지고 맛이 든다. (본문 24쪽)

내가 읽었던 예전의 그녀의 소설이 '끓고 있는 중'의 글이었다면, 지금 이 책에서 만나는 글은 충분히 끓어 익은 글이라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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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5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7-06 09:52   좋아요 0 | URL
처음에 이 작가를 볼 때는 다 옳은 말이면서도 어딘지 날이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는데, 시간과 연륜은 사람을 참 많이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예술가의 거리 - 런던.비엔나.파리에서 만난 매혹의 예술여행 2
전원경 지음 / 시공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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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년 전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라는 책으로 처음 저자를 알게 되었다. 제목을 보자 마자 무릎을 탁 쳤었지, 제목 참 잘 붙였다 하고. 갓 결혼한 새내기 부부일 때 부부가 함께 쓴 그 책은, 군더더기 없는 알찬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 부부 중의 아내되는 전원경이 이번엔 '예술가의 거리'라는 제목으로 런던, 비엔나, 파리 기행문을 내었다.

런던에서 방문한 곳으로는, 글로브 극장, 키츠 하우스, 셜록 홈스 박물관, 헨델하우스 박물관, 그리고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이다. 글로브 극장은 세익스피어 연극 공연 전문인 400년 역사를 가진 극장으로서 2000년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함께 런던 테임즈 강가에 위치하면서, 과거와 현대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런던이라는 도시의 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만난 예술가는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 슈투라우스, 화가 클림트, 그리고 첸드랄이란 이름의 까페. 마지막 여행지 파리에서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의 제목과 같은 개선문, 그리고 까페 푸케, 몽마르뜨, 쇼팽의 기념비가 있는 몽소 공원, 아뽈리네르의 시로 유명해진 미라보 다리 등이다.

읽고난 느낌은, '예술가의 거리'라는 제목에 내용이 얼마나 충실했나 하는 점에 있어서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는 것과, 조금은 과장되고 비약된 듯한 표현들이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여행의 목적이, 어떤 책을 내기 위한 '일'로서 떠난 여행이었음이 이렇게 드러나야했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이 책에서 한가지 돋보이는 것은 편집과 제본이라고 하겠다. 몽마르뜨 언덕을 표지 사진으로 해서, 안쪽 표지는 저자가 방문한 각 장소들의 입장권을 편집하여 노란 바탕에 은박으로 인쇄하였다. 그리고 이런 제본을 뭐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으나 3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읽는 동안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양쪽으로 펼쳐진 상태가 잘 유지되는 그런 편집이어서 읽기에 편리했다.

예술비평을 공부했고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의 다음 작품도 기대를 해본다. 처음 읽은 책에서 받은첫인상이 워낙 좋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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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현대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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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교양 영어 책에 실린 글 중 passionate few (열정적 소수)에 대한 것이 있었다. 우리에게 대단한 명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들은 대개 식자층 또는 전문가라고 일컬어지는 극소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 의견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20년도 더 전에 배운 그 내용이 생각이 났다. 현대 미술이라하면, 보면서 참 잘 그렸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금방 공감이 되기보다는, '저게 뭐지?' 하면서 제목을 보면, 작품 못지 않게 난해한 제목이 붙어있어 당황하고 마는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리라. 이럴 경우 우리들은 예술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탓하며 그냥 조용히 다음 작품으로 이동한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다"라고 외칠 용기는 고사하고, 그것을 용기라고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을 제대로 공부한, 전문가의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대 미술의 맹목적인 난해성을 한껏 비웃어준다. 일체의 규칙이나 관행을 무시하고 대중들을 안중에 없어하는 현대 예술을 신랄하고 유쾌하게 비판한다.

'...2년 전 독일은 마룻바닥을 산산조각 낸 거대한 홀을 출품함으로써 난센스를 다투는 이 경쟁에 참가하였다. 내 성스런 조국의 현대예술가들 또한 이에 질세라 새로운 기록 경쟁에 나섰다. 1994년 온갖 식물이 들어있는 온실 전체를 키부츠에서 비엔날레로 보냈는가 하면 또한 그 해에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하나의 공공 도서관을 통째로 베니스에 출품하였다. 내년엔 예루살렘 전체를 그곳으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26쪽)' 저자의 풍자에,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진정한 예술은, 관객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관객이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공감하는 '척'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관객에 의해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현대예술이 저지르고 있는 최대의 죄악, 그것은 바로 관객을 무시하고 경멸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순간적인 아이디어에만 의존하여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아 만들어낸 작품 하나가, 기존에 보지 못한 창작물이라며 대중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권위적 비평가들에 의해 맹목적으로 찬사를 받는 것을 보고 그 작품을 만든 예술가부터 웃음을 터뜨리며 그런 모순적인 예술 세계에 대해 맘껏 비웃어준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더욱더 애매하고 모호한 작품을 또 다시 만들어냄으로써. 그것은 또 한번 기성 평가단이라 일컬어지는, 순수성을 상실한 권위적인 예술비평가라는 사람들에 의해 열광적인 찬사를 받는 아이러니. 여기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다만 조용하고 평범한 대중뿐일까.

보고 느낀대로 말하고 좋아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것이 곧 아름다운 것일 수 있는 순수성. 그것이 예술의 본질 아닐까.

아래 그림에도 나온, 현대미술이라 할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샘'이라는 작품 (보시다시피 이것은 변기이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을 만든 마르셀 뒤샹, 또 앤디 워홀, 대형 미국 국기를 있는 그대로 그려 '국기'라는 제목을 붙어 놓은 제스퍼 존스, 진짜 자동차 한 대를 거꾸로 세워 놓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신화자동차>라는 이름을 붙인 볼프 포스텔 등, 거물이라면 거물 급인 이 사람들이 이 책에서만큼 도마위에 오른 적이 있었을까. 이 책의 저자 에프라임 키손만큼 대놓고 '감히' 이들을 비판해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말이다.
저자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예전에 읽은 현대미술 관련 책들을 다시 꺼내어 들춰 보았다. 그 책들에 실린 작품들을 보며 나는 어떤 생각들을 했었던가. 그 밑의 해설을 읽기 전의 나만의 느낌, 나만의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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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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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으려면,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아마튜어로 남아야 한다고, 고등학교 때, 음악을 전공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을 접으며 자기 합리화처럼 했던 어줍잖은 생각이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참 편하고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기 훨씬 이전부터, 어머니의 권유에 못이기는 척 하며 피아노를 배우던 초등학생 시기부터일지도 모르고,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키워 나간 사람으로서, 아마 이 책도 쓰지 않고 못 배겨 쓰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책머리글의 제목도 '음악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에게'라며 시작하고 있는 이 책의 전반적인 글들은 한 분야의 매니아가 쓴 글로 보기에 상당히 겸손하다. 뽐내지 않고, 곡의 소개와 작곡가, 연주자에 대한 얘기, 그리고 곡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부담가는 수준을 넘지 않으며 매끄럽게 써내려갔다. 선곡되 음악들 역시, 일반인들에게 너무나 생소한, 매니아들에게만 들려질 것 같은 그런 곡들이 혹시 아닐까 했던 것과 달리, 비교적 친숙한 곡들이 실려있다. 특히 이 책을 읽던 어제의 날씨와 어울리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소개한 부분을 읽을 때는, 먼지 케케 앉은 피아노 책을 들춰, 전주곡 15번을 펼쳐 보기도 했다. 개인적인 친분도 있는 듯 보이는 백 건우에게 붙인 이름 '건반 위의 순례자가 된 소년', '지친 삶을 위로하는 영혼의 목소리'라고 칭한 마리아 앤더슨, '인간의 슬픔을 처절하게 통곡하는'이라 제목 붙인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에 붙인 '살아남은 자의 슬픔'...멋지지 않은가?

읽으면서 저자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에 대한 추억이 중간 중간 얽혀 들어 와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웬지 아쉬운 맘이 들었다. 작년에 이 책의 2권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곡들이 우선 실려 있는지 목차부터 흝어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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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체능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이 자라와서일까요?
누군가가 음악에 대해서 또는 미술에 대해서 소개한 책을 만나면 꼭 읽어보고 싶어요. 원래 느껴야 하는데 느끼는게 안되나 머리로라도 이해하고 싶은 걸까요?

hnine 2007-07-02 11:53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이 책 추천해드려요. 이 책에 실린 음악을 알면서 읽어도 좋고, 모르는 채 읽으면 읽으면서 더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어날 수 있어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해인사를 거닐다
이윤기 외 지음 / 옹기장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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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이윤기의 '우리가 어제 죽인 괴물'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 책이 언급된 것을 보고 기회가 되면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던 책이다.

스물 네편의 짧은 글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다. 이윤기, 이철수, 윤구병, 김영동, 전우익, 유홍준, 권정생, 김훈...등등. 해인사에서 매월 발행되는 잡지의 칼럼에 실렸던 글 모음집인데 (저자 중에 목사님도 계시다), 꼭 종교와 관련있는 내용들로 보지 않아도 좋은 글들이, 읽는 동안 한 낮의 더위을 잊고 조용히 책 속으로 빠져 몇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인물이 배제된 나무, 들, 산, 꽃, 강물, 길 등의 흑백 사진들이 책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 '자연'에서 배우고 느끼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 했으며, 그러고 보니 책 전체가 먹으로 그려진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깨달음이 스물 네 편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듯 하다. 집에서 키우는 개의 목줄을 매어주다가 (이현주), 더럽다고 늘 그냥 지나쳐오던 절 입구의 영지에서 연꽃을 발견하고 (곽병찬), 습관처럼 내다보는 창가에서 놀다 사라져간 새 한마리를 보고서 (이철수), 쏟아지는 빗속에 아이와 키를 맞춰 몸을 구부리고 우산을 함께 쓰고 걸으며 (윤구병), 마을 앞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당산나무를 보면서 (권정생), 이들은 어느날 문득 이전과 다른 시야로 보는 눈이 생기고, 마음에 다른 창이 하나 열리니, 이런게 깨달음 아닐런지. 생각이 나 자신에게로만 향해 있을 동안엔 아마도 그런 기회에 접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끝으로 윤구병님의 글 중 한 귀절이다.
'...사랑이란 궁극적으로 "너 없이는 못 살아"라는 느낌입니다. 너 없이는 못 살지만  널 위해서 떠난다"고요? 그런 것은 유행가 가사에나 나오는 신파요, 사기입니다.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날 수 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경우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경우입니다...'
음...아직도 생각 중이다, 이 말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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