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 - 조이스 박이 엄선한 삶의 문장들, 개정판
조이스 박 지음 / 로그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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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머리글에서 이 책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읽고 들은 다음 입을 열어 따라해보고 핵심 메시지를 영어문장으로 말해보는 구조를 매 꼭지마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책의 구성은 그렇게 10분씩 눈으로 읽고 한 문장씩 듣고 따라하고 전체 문단을 듣고 따라하고 응용 메시지를 영어로 말해보는 4단계를 따라가면 됩니다."


처음 구입해서 일단 어떤 명문들이 올라와있나 쭉 훑어 보았다. 말 그대로 유명인사들이다. 대부분 미국의 작가, 정치가, 배우, 가수 등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이고 대학 졸업식에서의 연설문, 저서 중 일부 발췌문, 인터뷰 중 발췌문 등으로 되어 있다. 100개의 꼭지로 되어 있는데 한 꼭지가 1두세 페이지 정도로 되어 있어 10분 정도 분량이라는 말에 부합하게 그리 길지 않다. 

요즘은 책의 페이지 위에 큐알코드가 인쇄되어 있어 그 페이지의 내용을 바로 듣기 모드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 책들도 많은데 이 책은 그렇게 되어 있지는 않고 MP3음원을 들으라고 되어 있는데 youtube에서도 검색이 되어 나는 주로 youtube를 통해 들어보았다. 이 책은 믈론 오디오북으로도 판매되고 있으나 내가 구입한 것은 오직 종이책뿐이므로.


그렇게 착실하게 저자님 말씀하신대로 읽고 듣고 하면서 반 정도 왔을때 손에서 놓고 한참이 지났다. 다시 시작하려니 youtube 찾아 듣고 읽고 하자니 귀찮고 끝까지 보긴 봐야겠고 해서 말하기와 듣기 연습이라는 저자님의 말씀을 안듣고 따라쓰면서라도 끝까지 다 읽자고 방향을 전환해서 아무튼 끝까지 다 가긴 갔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용하진 못했으나 따라 써보는 동안 책의 내용을 더 확인하고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는 장점은 취득한 셈이다. 일부러 시간을 낸다기 보다는 짜투리 시간에, 다른 어떤 무거운 책 읽고 있던 도중 읽는데 집중이 잘 안될때, 잠시 이런 책 꺼내어 따라써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The most difficult thing is the decision to act, the rest is merely tenacity. The fears are paper tigers. You can do anything you deceide to do. You can act to change and control your life: and the procedure, the process is its own reward.


가장 어려운 일은 행동하겠다는 결정이다. 나머지는 그저 집요함일 뿐이다. 공포는 종이호랑이다. 하기로 결정한 일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삶을 바꾸고 통제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절차, 그 과정이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아멜리아 에어하트 (Amelia Earhart)라는, 미국의 여성 파일럿이자 작가의 말이다. 


각 꼭지의 문장들이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말대로 좋은 메시지를 지닌 내용들이 많으며 100개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책도 그리 두껍지 않다. 부담없이 한번 보기에 적당할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류의 책이 너무나 많다는 것. 그래도 나처럼 이렇게 구입해서 보는 사람이 여전히 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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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3-06-18 0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hnine님, 핸드롸이팅이 정말 좋네요 ^^ 깜짝 놀랐어요!!

hnine 2023-06-18 04:24   좋아요 1 | URL
제 연식이 나오는데, 저 중학교 들어갈때는 영어 처음 배울때 인쇄체 대문자 소문자, 필기체 대문자 소문자, 이렇게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연습노트 같은 것도 팔았고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

Jeremy 2023-07-22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cursive 예술!

hnine 2023-07-22 16:10   좋아요 0 | URL
심심하니까 별걸 다 해봅니다 ㅋㅋ
예술이라고까지 칭찬해주시니 감사해요. 사실 글자를 쓰고 있는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르는 느낌으로 페이지 채워나갈때 많답니다.
 
페데리코 라피넬리의 첫사랑 ink books 7
안톤 소야 지음, 옥사나 바투리나 그림, 허은 옮김 / 써네스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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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이렇다. "Правдивая история Федерико Рафинелли/Батурина, Оксана"

영어로 번역된 제목도 나와있지 않다. youtube에 올라와있는 영상이 있는데 자막 한줄 없고 그야말로 그림으로만 되어 있다.


--> https://youtu.be/pG2xsUTsxvY


국내 다른 도서 사이트를 찾아보아도 리뷰 올라와있는 곳이 없고 유일하게 여기 알라딘에 서곡님께서 올리신 리뷰만 있을 뿐이다. 호기심 잔뜩 안고 읽기 시작.


저자 안톤 소야는 1967년 러시아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페테르브르크) 태생으로, 원래 출판사에서 편집자와 작사가 일을 하다가 마흔 되던 해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아마 이 책이 처음 소개되는 안톤 소야의 소설이 아닐까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커스단 부모 밑에서 태어난 열다섯살 소년 페데리코. 태어날때부터 넘어지는게 특기였다는 부모의 주장에 따라 서커스에서 주로 넘어지는 행동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있다. 

"세상에 우리 페데리코 만큼 재미있게 넘어질 줄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 애는 서커스를 위해 태어났답니다." 

그의 부모는 자랑스럽게 말했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점점 더 새롭고 정교하게 넘어지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15쪽)

페테리코 자신은 넘어지는 것이 아프고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서커스단에서 자기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그 일뿐이라 생각하며 참고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그의 넘어지는 행동을 보고 웃고 즐거워할때 관객 중에 있던 한 소녀가 넘어진 페데리코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일이 일어난다. 한 쪽 눈에 검은 안대를 하고 있는 이 소녀는 마을에서 과일 장수를 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이상한 행색때문에 마녀라는 소문이 나있는 '나쟈'라는 소녀였다. 페데리코와 나쟈는 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들어주며 친해지게 되고 헤어지기 싫어진 페데리코는 나쟈를 자기 서커스단에 데리고 가서 소개시키고 싶어한다. 서커스단에 막상 가본 나쟈는 서커스단의 해괴하고 쌀쌀맞은 분위기에 질려서 바로 떠나기로 한다. 서운한 페데리코, 나쟈를 껴안고 말한다.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나쟈! 벌써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어. 느껴지니?"

"우리는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페쟈. 미안해, 이렇게 바보 같이 되어버려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그런 서커스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건 정말로 미친 짓이야. 심지어 나에게조차도. "  (77쪽)

나쟈 역시 페데리코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페쟈의 커다란 빨간 코에 입을 맞춘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이 바로 이 장면이다. 그러자 페데리코 눈에서는 뜻하지 않게 눈물이 솟아 오르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사라져버렸다. 끝없는 우주 속에서 두 명의 작은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서 있을 뿐이었다. 헤어지기 싫어서.

그러다가 이들을 훼방놓으려던 불량배 롭을 상대하여 싸우게 되고, 난쟁이 괴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룸펠슈틸츠헨(Rumpelstilzchen, 원래 독일 민화에 나오는 난쟁이)까지 만나게 되는데 괴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난쟁이들과의 만남에서 페데리코와 나쟈는 오히려 새로운 반전의 기회를 찾는다. 이야기의 결말은 시작과 매우 다른 분위기로 맺게 된다.


동화, 민화, 전설 같은 이야기, 독특한 그림이 배경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있고 괴물, 악당을 상대해가는 환상적인 모험의 과정등, 잘 알려진 작가 겸 영화 감독 팀 버튼을 연상한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독특한 구성,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여러 가지 메시지를 간추려본다.

1.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즐거워 하는 대중들과 그것을 알면서 넘어지는 역할을 감수하는 사람이 있다. 서커스장은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닮았다.

2.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끼리 마음을 열고 공포스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으려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3. 부모가 항상 최선의 사랑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가족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이룰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린 옥사나 바투리나는 러시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서 2019년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및 도서디자인 공모전인 Image of the book 에서 수상하였다.


갈수록 읽는 책의 분야가 제한적이고 중복적인데 이 책은 신선한 아웃라이어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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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6-05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이라 반가워서 들어와 보니 제가 언급되어 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신선한 책이었습니다 네 저도 페이퍼에 적었어요 팀 버튼 생각난다고 ㅋㅋ

hnine 2023-06-05 22:46   좋아요 1 | URL
서곡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라서 안그래도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늘 읽는 책들만 읽게 되고 요즘은 새로 책 검색하는 것도 귀찮아 집에 있는 문학전집 중에서 한권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모처럼 독특한 구성의 책을 읽게 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서곡 2023-06-0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합니다 제 경우 도서관 신간으로 접한 책인데요 저는 이 책에 나온 룸펠슈틸츠헨에 꽂혀서 그림동화를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읽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지치기랄까요...안녕히 주무시기 바랍니다!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 나무늘보의 노래 - 달라서 좋아, 동물들의 생존 전략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최재천 기획, 박현미 그림, 황혜영 글, 안선영 해설 / 다산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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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를 기계에 비유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비교한다면 생명체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가 있을까?

생명 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 수억의 세포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이런 전체적인 조절은 세포보다 상위 레벨의 기관에 의해, 그 기관들은 그보다 더 상위 기관에 의해, 환경의 시그널을 해석하여 일어나는데 아직도 우리는 그 기작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권에 담은 내용이 무엇이었든 간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많은 지구상의 생명체들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고 마음이 움직일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제목부터 최재천 교수의 이름을 넣긴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최재천 교수의 기획아래 황혜영이라는 작가가 글을 썼고 박현미가 그렸고 책 중간과 끝의 해설은 생태학 전공자인 안선영이 맡았다. 

등장인물로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개미박사가 나온다. 아마 최재천 박사를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그는 하늘을 나는 비글호를 타고 아이들 (호야, 와니, 미리, 아라)과 함께 정글과 바다를 누비며 탐험을 다닌다. 이 비글호에는 인공지능 인격체인 다윈박사도 있고 닥스훈트도 두마리 타고 있어 제법 다양한 멤버 구성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코스타리카에 살던 나무늘보 한마리가 비글호가 통과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상공에 나타나서 보호를 받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거의움직이지도 않는 이 나무늘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나무늘보는 발가락 수에 따라 두발가락나무늘보와 세발가락나무늘보로 나뉜다.

그림의 나무늘보는 보다시피 세발가락나무늘보.




원래 그림 나오는 페이지는 대충 보고 넘어가곤 하는데, 이 책만은 그림의 구석까지, 글자 하나까지 다 짚어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살아있는 동물 몸에 이끼가 낀다니. 






아이들 네 명은 각자 임무를 나눠 비글호에서 나무늘보를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개미박사가 잠시 외부로 탐사를 나간 어느 날 아이들은 나무늘보를 데리고 비글호에서 나와 정글 속을 돌아다니다가 그만 비글호로 돌아가는 길을 잃게 된다.

날은 어두워지고 불안한 가운데 비글호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동안 동시에 정글 탐험을 하게 되고,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엔 라플레시아라고 하는 세상에서 제일 큰 꽃도 포함된다.







식물로 분류하는 가장 큰 특징이 광합성인데,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도 있다는 것을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줄기도 뿌리도 없이 저렇게 거대한 꽃만 덜렁 피는 이유에 대해서는 책의 뒤에 설명이 나온다.

생물의 어떤 특이한 형태에는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동물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동물들은 저마다 세상을 사는 방법이 있다

모든 살아남은 것들은 지혜롭다.

며칠 동안의 정글 탐험에서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 마지막 문장이 특히 의미있다. 모든 살아남은 것들은 지혜롭다. 즉, 생명체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떡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모든 지혜와 지략을 동원한다는 뜻이다.


나무늘보가 비글호가 있는 곳까지 오기 전 에 있던 일. 코스타리카에서 나무늘보를 포획하러 다니던 수집가들은 그곳에 사는 소녀 알리사에게 나무늘보가 있는 곳을 물어보게 되고, 알리사는 이들에게 나무늘보가 있는 곳을 가리키지만 이들은 알려줘도 나무늘보를 보지못한다.



세상은 왜 이렇게 빠를까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두를까요?

빨리빨리, 더, 더, 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려고?

내 눈에는 나무늘보가 보이는데, 사람들은 나무늘보를 보지 못해요.

사람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데, 

나무늘보는 하루 종일 그냥 가만히 있거든요.

그냥 가만히 있는 거예요. (158쪽)






혹시 위 그림 속에서 나무늘보를 찾으셨는지?


3권은 언제 나오나.


예전에 가입해놓고 가끔씩만 들어가보고 있던 '생명다양성재단' (http://diversityinlife.org/) 사이트에도 이제 좀 더 자주 드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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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5-0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무늘보 보입니다ㅋㅋㅋ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이네요^^

hnine 2023-05-10 00:10   좋아요 1 | URL
찾으셨어요? ^^
이 책 재미있어요.
집에 이제 아이가 없어 읽혀볼 수 없지만 좋아할 것 같아요. 어른인 저도 재미있게 읽었고 책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재천 이분은 도대체 몸이 몇개나 되시는지, 어린이책 기획까지 이렇게 잘 해내시니 말입니다.
 
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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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병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병원 진료뿐 아니라 책도 여러 권 냈고 대외 활동도 꽤 활발히 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얼굴을 보면 알만한 사람이다. 나는 이전에 그의 저서와 강의를 들어본 경험도 있고 특히 얼마 전에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최근작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정신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을 때 모든 병원이나 의사가 다 같은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와 잘 맞는 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의사 마다 전문 분야가 따로 있고 같은 연령의 같은 문제점을 가진 환자라 할지라도 그 상태를 해석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내가 만약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간다면 이 의사와는 코드가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 의사이기도 하다. 

자기의 MBTI 결과는 수년째 INFP라며 세속적 성공보단 이상을 좇고, 큰 성취를 바라기 보다는 화합하길 좋아한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의 예전 책들과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환자들의 사례를 설명하고 그에 따른 전문의로서의 도움말을 다는 식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던 기존의 양식에서, 저자 자신의 예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마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지 모르겠다. 읽다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벽의 두께가 얇아지고, 정신과 의사란 아무런 정신의학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한다 할지라도 능숙하게 제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 발생하는 문제들을 잘 보듬고 받아들이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내가 요즘 주의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데, 함부로 조언하려 들지 말자는 것이다. 나에게 어려움을 털어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공감이지 지시나 조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문제점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내가 그보다 더 우위에 있거나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하기 보다 그냥 옆에 존재함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오히려 좋은 위로가 된다고 했다. 정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겠다면 단정적인 말보다는 이렇게 말하라고 한다.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라고. 

하루 종일 환자들의 문제점과 고민을 들어주다가 저녁 8시 무렵이나 되어 병원 문을 잠그고 나오는 그의 모습을 묘사한 곳을 읽어 보면 그 또한 우울한 또 한사람의 모습 다름 없어보였다. 그럴때 그는 마음의 온도를 다시 높이기 위해 헬스장으로 가서 걷고 뛴다고 한다. 별다른 처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친 몸을 더 지치게, 재미있지는 않아도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하여 마음의 온도를 다시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책의 여기 저기에서 마음을 치료하는데는 몸을 움직이는게 중요하고, 생각보다 행동이 효과 있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활동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세수하기, 산책 5분 하기, 낮에는 누워 있지 않기, 하루 한 줄씩 성경이나 불경 읽기, 집에 있어도 손님이 찾아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은 하고 있기, 배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면 한 숟가락만이라도 밥 먹기. 이 정도의 활동이면 된다. 우울증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해버리며 변화는 더디 찾아온다. 우울한 사람이 우울하지 않게 바뀌려면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 변해야 한다.

위에 예시한 활동들을 꼭 하라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은 이렇게 소소한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해보는 것 외에는 어떤 선택이 옳은지 미리 알아낼 방도가 없다. 멘토나 권위자 혹은 전문가에게 묻는 것은 결과가 두렵고 후회하게 될까 봐 회피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상상력' 그리고 '용기'. 그것이 최근 자기의 화두라면서, 이것들이 나를 지탱하는데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써놓았다. 

생각을 하는 것, 성찰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나를 잠식해버릴 수위에 오를때면 차라리 생각을 접고 무조건 뛰라는 말은 단순하고 명료해서 좋다. 인적없는 바닷가를 걸을 때, 왜 사는가, 인생이란 무엇일까 사유하지 않아도 "그래, 지금 내가 살아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


그가 책 속에 인용한 시인 민병도의 <삶이란> 이란 시를 옮기면서 되새겨본다.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누가 나에게 삶을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모른다고 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대답, 나 다운 대답을 내 힘으로 찾기 위해, 오늘도 삶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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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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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해서 이 책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그러다가 직접 읽어보기로 한데는 얼마전 본 뉴스때문이었다.

이 책이 우리 나라도 아니고 영국에서, 출판 여섯달 만에 10만부가 팔렸다는 것이다. 유명 작가의 소설도 아니고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그것도 에세이가 해외에서 올린 성공 소식은 놀랄만했다. 






저자 백세희는 1990년 생 젊은 작가.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했다. 출판사 들어가기 훨씬 전 대학 시절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여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일 잘하고 섬세한 직장인이었지만 속은 곪아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분부전장애'라고 하는데 심각한 정도의 우울장애와 달리, 가벼운 우울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저자의 경우 이 기분부전장애를 10년 이상 겪어오며 정신과를 전전하다가 2017년에서야 자신에게 잘 맞는 병원을 찾게 되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고 그 상담기록을 모아서 만든 것이 이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다 (현재 2권도 나와 있다.).


우울함의 극단의 감정은 살기 싫다는 것, 죽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알게 된다. 그런 기분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도 문득 친구들이 던져주는 농담 한마디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금방 다시 되돌아올지언정), 배가 고파지면 반사적으로 좋아하는 떡볶이가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한다는 것을. 그걸 알게 된 순간 사람에게는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한번에 일어날 수 있고, 그러니까 우울하다, 행복하다라고 나의 상태를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떡볶이 하나로도 뒤집어질 수 있는 이 기분이라는 것에 너무 휘둘리며 인생의 일부분을 소모하는 것 아닐까.


정신과에 다니며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아온지 오래이지만 자기에게 맞는 의사를 만나는 것은 한번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마침내 본인에게 맞는 의사를 만났다고 생각이 들자 저자는 집에 와서도 상담 내용을 되돌아보고 되새겨보기 위해 담당 의사의 양해를 구하고 상담 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늘 자기 책을 내고 싶다는 평소의 소망때문이었을까. 점점 나아져 가는 듯한 자신의 치료 과정의 기록이 된 녹음 자료를 가지고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인 '나'와 '선생님'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울증은 나와 전혀 무관한 분야라고 자신할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울증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우울감은 이제 어느 특정한 사람들의, 특정 시기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의사에게 털어놓는 말이 마치 내가 하는 말인양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저자는 일에서 더 인정받고 싶고 더 잘 하고 싶지만 실상은 늘 그렇지 못한 것이 자신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은 생각에 압박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사는 일종의 의존성향이라고 말한다. 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성과를 낼 때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안도하는 의존성향이다. 그래서 그런 성과를 내지 못할땐 실패감을 느끼고 그런 실패감을 느끼는 기간이 오래가면 정서 자체가 우울함이 되는 것이라고.

목표가 있는 것은 좋지만 너무나 높은 목표를 정해놓고 단기간에 이루고자 하며 이루지 못하고 있는 그 모든 시간들은 우울한 감정으로 채워버리는, 그런 짓을 나도, 우리도 하고 있지 않는가?

일탈이 필요해요. 우울과 좌절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아요.


허전하고 허탈하여 어쩔 줄 모르는 시간엔 폭식으로 자신을 괴롭힌다는 고백도 있다.

일상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가장 원시적인 퇴행으로 돌아가요. 먹고 자는 본능적인 거로요. 만족감의 중추를 가장 편한 곳에서 찾는 거죠. 하지만 먹는건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아요. 운동이나 프로젝트 같은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장기적인 목표를 통해 극복하는게 좋지요. 


내 말에 상대방 반응이 나만큼 되지 않으면 저는 반만 즐거워요, 상대방도 재미있어해야 저는 완전히 즐거워요, 이런 제가 찐따 같아요라고 저자가 털어놓자 상담의사는 대답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게 부정적인 건 아니죠. 그게 지나쳐서 눈치를 살피면 문제가 되는데, 지금은 눈치를 살피는 행동이에요.

저자를 비롯해 우리 중에는 억지로라도 자기의 문제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내 탓이오' 운동이 유행한 적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지나치게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으려고 해서 문제를 더하는 경우이다. 


편안함을 누리세요. 편안한데도 '이 약이 내 몸에 안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더 부담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 나한테 선물을 주면 '나도 언젠가는 갚아야 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뻐하고 현재를 즐기세요.

이유없는 허전함에 시달리며 살지 말자.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고민도 공감이 갔지만, 그에 대해 상담의사가 해주는 답변과 조언도 동시에 공감이 되었고 무척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을 읽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상담을 받는 사람의 입장도 되었다가 상담을 해주는 사람의 입장도 되어 볼 수 있다는 것. 일단 내가 그 둘 중 어느 한편에 완전히 속해 있기 전에 말이다. 그렇다면 양쪽 말을 객관적으로 듣기 어려워질테니까. 


언젠가 이 책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형식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작가 김동영과 정신과 의사 김병수의 7년 동안의 치료와 상담 내용을 서로 번갈아가며 기록한 책 <당신이라는 안정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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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9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님은 이 책 괜찮게 보셨군요.
제목이 중요하긴 하죠?
우리나라는 좀 그런데 해외에서는 먹어주는 제목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영국의 출판계는 어떤 제목들을 쓰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hnine 2023-04-19 23:54   좋아요 1 | URL
그런대로 재미있더라고요. 저자가 저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도 눈여겨 보게 되고 그에 대해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조언해주는지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어요. 우울증이라는게 자신을 너무 돌보아서 생기는지 너무 돌보지 않아서 생기는지 생각해보게도 되고요. 그런데 제일 독창적이고 참신한 것은 역시 제목 같아요 어떻게 저런 제목을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제목을 짓는 것도 작가적 기질에서 비롯되나보다 생각도 들었답니다.

yamoo 2023-04-2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엣지나인 님이 백세희 작가의 소설을 읽으셨네요...근데 무려 별4개..공감이 많이 가셨나봐요~~~

hnine 2023-04-26 20:46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소설 아니고요, 상담 기록을 담은 에세이에 더 가까워요
제목이 그냥 눈길 끌기 목적으로만 붙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별4개 줬어요.